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220
220화
누구나 살면서 한 번 정도는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저 상황이 여의치 않은 까닭에 아직 그 특별함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
언젠가는 그 특별함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으며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곤 했다.
부족하거나 평범하거나 조금 특별하거나 아주 특별하거나.
실제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시작점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욕망에는 끝이 없는 법이니까.
용이 되고자 했던 사내는 특별했고, 그보다 더 특별해지기를 원했다.
사람으로 태어나 오를 수 있는 아주 높은 산의 정상에 올랐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가슴 한구석에 남아 있는 갈등을 완전히 지워내지 못했다.
하여 더욱 특별해지기 위해 삶을 벼랑 끝으로 몰아갈 무렵.
예상치 못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고.
유유히 흘러가던 시간이 멈춰버렸다.
미래를 향해 흘러가던 현재는 멈춰버리고 과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아…….’
자신은 용이 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힌 용 가면이 아니었다.
괴력난신과 맞서 싸우기 위해 마련되었다는 신비한 무공의 계승자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별 볼 일 없는 존재.
* * *
죽음의 끝자락에서 기적적으로 회생한 사람들이 하나 같이 경험하는 현상이 있다.
바로 자신의 살아온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는 것.
악신 흉에게 붙잡혀 희생양이 되기 직전.
용 가면 역시 자신이 지나온 나날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순탄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순간들이 대부분이었다.
만약 다시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 하더라도 거부할 정도로.
하지만 그런 인생이라도 이렇게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고작 이런 최후를 그리며 지금까지 버티며 살아온 게 아니었다.
생존을 향한 일방적인 욕구는 강한 의지로 이어졌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심상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괴물 그 자체였다.
그 누구도 신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만 같은 흉측한 형상.
용과 뱀, 호랑이를 포함한 수많은 십이지가 신이라 부르짖었던 존재의 실체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몸집과 거기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압박감까지.
감히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못할 것만 같았지만, 죽음을 코앞에 두었던 탓인지 막상 두렵게 다가오지는 못했다.
그 정체가 신이든 뭐든,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
먼 과거에 괴력난신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무공.
우스갯소리로만 여겼던 말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크게 와닿았다.
‘스승님…….’
한 가지 슬픈 사실은 이런 순간에 떠오르는 인연이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스승이 전부라는 거였다.
최후를 앞두고서야 깨달았다.
인생이란 빈손으로 와서 욕심껏 가득 쥐고 있다가 다시 빈손으로 떠나는 거라는 걸.
신을 자처하는 거대한 괴물의 손아귀에서 모든 잡념을 내려놓은 사내가 마지막 몸부림에 나섰다.
으드득-
최선을 다한 최고의 몸부림.
하지만 이조차 악신 흉에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렇게 생긴 빈자리와 함께 심상에 새로운 주인이 깃들었다.
감았던 눈이 뜨이자 잿빛이 맴돌았다.
그 눈동자에 담긴 감정은 탐욕.
제법 잘 맞는 새로운 그릇을 찾아냈지만, 이 또한 임시방편.
자신을 온전한 흉이자 신으로서 완성할 최고의 그릇이 저 앞에 있었다.
쿠웅-
용 가면은 뱀과 호랑이에게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홀로 화과산을 향해 나아갔다.
거대한 여의봉과 쉼 없이 내리치는 천둥 벼락이 어우러진 화과산이 악신 흉을 맞이했다.
* * *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구름에 올라탄 손오공은 무게조차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여의봉을 자유자재로 다뤘다.
이를 상대하는 송윤천의 입장에서는 비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
물론, 속으로만 생각할 뿐이었다.
비록 송윤천에게 여의봉은 없었지만, 그 대신에 벼락을 조종할 수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주변의 눈과 귀를 속여넘길 생각으로 시작된 싸움이 이제는 정말 사투가 되어버렸다.
무언가 다른 생각이 끼어들 새도 없이 죽지 않는 상대를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는 와중.
먼저 멈춰선 쪽은 손오공이었다.
그는 평범한 봉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간 여의봉을 잡은 채, 눈을 밝혔다.
송윤천 역시 행동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용암보다도 뜨겁게 달아오른 머리를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히기 위해서.
하지만 심신의 괴리 속에서 이미 진정된 신체와 다르게 격양된 감정은 쉬이 잠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수없이 떠다니는 잡념 역시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잡념을 만들어냈다.
‘드디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얼마나 큰 고통 속에서 헤매왔던가.
남들에게는 참으로 쉽게 허락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죽음을 경험해왔던가.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를 맞이하는 기분은……, 무어라고 딱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었다.
굳이 기감을 확장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거대한 존재감이 송윤천을 압박해왔다.
상대가 송윤천을, 정확히는 송윤천이라는 그릇에 담겨 있는 마지막 남은 흉을 원하듯.
송윤천 역시 자신을 이런 운명으로 만들어버린 상대를 원하고 있었다.
물론 좋은 인연으로 이어진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또한 좋은 만남은 아니었다.
서로가 원하는 바를 충족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느 한쪽은 원하는 바를 얻을 테지만, 어느 한쪽은 물러나야 할 터.
‘그리고 그건 바로.’
송윤천이 무거운 눈꺼풀을 이겨내며 감았던 눈을 떴다.
끝내 식히지 못한 감정이 깃든 듯. 눈동자에 피를 머금은 그대로.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송윤천이 지금까지 봐왔던 십이지라는 녀석들과 같은 가면.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처음으로 등장한 용이라는 것뿐이다.
‘저게 바로 악신.’
그 존재를 인지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단지 손오공에게 전해 들은 게 전부였지만, 착각할 수는 없었다.
‘격이 다른 존재. 이른바 신.’
인간의 육신으로는 도저히 가려지지 않는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으니까.
불완전하게 깨져버린 악신 흉.
불사신 손오공의 분신.
불완전한 신의 잔재가 깃든 송윤천.
그 사이에서 고요히 흐르는 침묵을 먼저 나서서 깨버린 건 손오공이었다.
“맹세는 지켰다.”
목소리의 방향은 악신 흉을 향하고 있었다.
내용은 둘이 나누었던 맹약.
이에 악신 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여전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흉과 송윤천.
그사이에 끼어든 형세의 손오공이 말을 줄이며 구름 위에 털썩 앉아 눈을 감았다.
마치 자신의 몫은 딱 여기까지라는 듯.
악신 흉은 손오공의 존재를 완전히 배제하며 송윤천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한때는 하나에서 넷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흉.
그중 하나가 바로 송윤천이라는 그릇에 모습을 완전히 감추고서 깃들어 있었기 때문.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 마주하자 흐려진 존재감이 섬뜩할 정도로 선명히 느껴졌다.
“내게 오라.”
강한 의지가 담긴 신의 음성이 사방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악신 흉을 앞에 두게 된 송윤천은 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초점이 사라진 눈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악신 흉은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에게 이 세상은 하찮은 미물로 가득했기에.
이처럼 손아귀만 뻗으면 앞서 원숭이나 용과 같이 원하는 바를 쉬이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덥썩-
악신 흉에게 접근한 송윤천이 먼저 움직였다.
두 팔이 얽혔다.
악신 흉은 개의치 않고 상대를 흡수하기 위해 나섰다.
그렇다면 송윤천은 어찌해야 할까.
“흐읍.”
송윤천은 그 어느 것도 허락하지 않으려 작정했다.
상대를 제압하지도, 상대에게 흡수되지도 않기 위한 방법.
마치 절벽 끝자락에서 균형을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는 거대한 바위처럼 굳건히 섰다.
“감히, 감히!”
악신 흉은 이 몸부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분노를 표현했다.
하지만 송윤천은 아랑곳하지 않고 버텨냈다.
내공이니 신력이니 하는 힘의 범위를 초월한 의지의 영역.
인간과 괴력난신의 한계를 아득히 초월한 강한 의지가 송윤천과 함께했다.
악신 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송윤천을 완전히 흡수하기 위하여 이를 악물었다.
그렇게 둘이 조용히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켜만 보던 손오공이 대뜸 여의봉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번에도 역시 그 끝을 상대에게 향하여.
그러나 이제 상대는 송윤천이 아닌, 악신 흉이 되었다.
“길어져라.”
어째서인지, 손오공이 드러낸 표정은 악신보다 더한 악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손오공이 신호탄을 쏘아낸 것을 시작으로 송윤천이 호응에 나섰다.
악신 흉이 둘 사이의 연결된 고리를 끊어버리지 못하도록.
휘이이-
쿵!
그러자 거대해진 여의봉이 단단히 연결된 상태의 두 존재를 거침없이 쓸어버렸다.
무너지면서 회복되기를 반복하는 신체가 어느 한쪽으로 쓸려나갔다.
“이런……!”
모든 과정을 끝마치고 오로지 하나가 되는 일에만 눈이 팔린 악신 흉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지만.
“늦었다.”
송윤천은 그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여의봉에 이끌리며 순식간에 주변이 바뀌어버렸다.
이곳은 화과산 수렴동.
오래전, 세상을 어지럽힌 천둥벌거숭이인 불사신 손오공을 세상에서 배제하여 봉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공간.
털 한 가닥으로 이루어진 분신 따위가 아닌, 본체가 등장하여 손님을 맞이했다.
분신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감.
“맹약을 어길 셈이더냐.”
그 앞에는 용 가면이 부서지며 드러난 악신 흉의 일그러진 얼굴이 있었다.
“맹약은 이미 지키지 않았나.”
비록 바깥세상과 단절되었다고는 하지만, 분신이 행한 일을 본체가 모를 리가 없었다.
붉게 물든 악신 흉의 눈동자가 송윤천과 손오공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건 예기치 못한 상황.
어디가 옳은 길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악신 흉은 본능적으로 먼저 이루고자 하는 바를 노리고 들었다.
온전해질 수만 있다면 방법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리고 의도된 상황 속에서 송윤천은 반항하기를 포기했다.
파직-
악신 흉의 이끌림에 따라 전신이 갈가리 찢기는 것만 같은 고통이 뒤따르고.
“커흑.”
송윤천을 이렇게 만든 원흉이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살아남기 위해서 비루하게 도망친 네 번째 흉.
“이때만을 기다렸다.”
그와 함께 송윤천의 시야가 새까맣게 물들어갔다.
마치 깊은 구렁텅이로 빠져들 듯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송윤천은 괴물과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오랜만이라고 해야겠지.”
“아무래도.”
같은 그릇에 담겨 있었지만,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던 두 개의 혼백.
그리고 이제는 떨어져 나갈 운명.
분명한 사실은, 지금 아쉬운 건 송윤천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꼼꼼 모습을 숨긴 채 자신에게 깃들어 있던 불청객을 쫓아낼 기회였으니까.
‘하지만 쫓아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겠지.’
온전한 하나가 되어 세상을 종말로 이끌 악신 흉에게 협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송윤천의 목적은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었으므로.
“한 가지 제안을 하지.”
그래서 송윤천은 감히 신을 상대로 거래를 하고자 했다.
“살고 싶지 않나?”
도망쳐서 자신에게 숨어버린 신을 한껏 자극하면서.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