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226
226화
그래서 누가 더 강한가?
무림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제였다.
누군가는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하등 쓸모없는, 철부지 애들이나 할법한 질문이라 여길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무인에게는 이것이 그리 이상한 질문이 아니었다.
평범한 이들은 먹고살기 위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다양한 일을 할 때.
무인들은 평생 무(武)를 수련하며 더 강해지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으니 말이다.
인생을 강해지는 데에 써먹는 작자들에게 있어서 이보다 중요한 게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리고 이러한 질문은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겉으로는 같은 경지라 하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천차만별이었다.
분명히 같은 일류급이어도 혼자서 그 몇 배나 되는 수를 능히 상대하기도.
같은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고수라 하여도 상대가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철혈성주 역시 이런 사례를 익히 들어서인지 막연한 자신감을 품고 있었다.
정파의 영웅이니 뭐니 하지만, 그들은 워낙 나이가 많아 언제 죽어도 호상(好喪)이라는 말을 들어도 무방한 신세.
반면에 자신은 육체적으로도 최전성기를 달리는 상황.
달도 가득 차면 기운다는 말처럼 저들은 이제 저물어가는 달.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환히 빛나는 보름달이라고 생각했다.
무림맹주.
정파의 영웅.
구성의 일인.
각법이 신의 경지에 도달하여 능히 하늘에 떠오른 달을 베어낸다는 참월(斬月) 마석동을 맞이하기 직전까지는 말이다.
* * *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 없다.
영원할 것만 같은 젊음은 찰나이며 끝은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건 무수한 수련과 깨달음 속에서 심신의 한계를 수차례 뛰어넘어, 무림의 정점에 올라선 고수라 할지라도 마찬가지였다.
하여 겉보기에는 천년만년 쇠하지 않을 완벽한 육체를 자랑하지만, 마석동 역시 가끔은 자신의 최후를 떠올리곤 했다.
아마도 백 살쯤 먹었을 때부터 종종 그런 생각에 빠졌던 것 같다.
친분이 돈독한 풍전 역시 몇 년에 한 번 마주할 때마다 비슷한 걱정을 꺼내곤 했다.
“세상은 작금의 정파를 역대 최고의 황금기라 부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니다. 이건 축복인 동시에 저주라고 할 수 있지.”
한 명만 있어도 대단한 영웅이 아홉이나 등장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영광은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서로 다른 기구한 사정으로 제자를 구하지 못했거나 한참 뒤늦게 얻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자로 삼을 만한 인재를 찾지 못하여 자신들이 가진 것을 전달하지 못하기도 했다.
“마교와 새외무림은 한참을 잠잠하게 보냈지.”
“하지만 그 대단한 골칫덩어리들이 언제까지 얌전하게 지낼지는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자신들의 시대가 지나가기 전에 일이 터져 적당히 수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누군가는 편안한 안식을 맞이할 수 있는데, 굳이 그런 일을 어찌 자청하냐 묻겠지만…….
어차피 맞이할 죽음이라면 자신들을 영웅으로 대우해준 이들을 위해 희생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리고 이건……, 사파 역시 마찬가지.”
늙어도 너무 늙은 자신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벌어진 정사대전 이후.
사파는 한 번도 제대로 어깨를 펴지 못했다.
“우리가 하나둘 세상을 등지기 시작한다면, 본격적으로 저놈들도 날카로운 송곳니를 바짝 드러내겠지.”
젊은 세대는 사파를 먹이만 적당히 쥐여주면 말 잘 듣는 가축 취급했지만, 자신들이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놈들은 사람이 길들일 수 있는 가축 따위가 아니라 본능대로 행동하는 맹수다.
그것도 단지 재빠르고 힘이 센 게 아니라 산기슭에 몸을 숨긴 채로 수백 명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나약한 한 명을 덮치고자 하는 머리 좋은 맹수.
“세상에서 소문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그쪽에도 걸출한 녀석들이 여럿이라더군.”
“나 역시 소문은 들은 바가 있다. 철혈성의 애송이라든지. 이외에도 혈, 노, 흑, 광, 폭, 외라는 녀석들도 말이지.”
“그나마 일노(一老)라는 놈은 무림에 출두한 시기가 늦었지만. 우리와 연배는 비슷하더군. 문제는 나머지겠지.”
자신들이 죽으면 이후에는 그 누가 그들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지금부터 대비한다고 해도 늦는다.
아무리 대단한 제자를 키운다고 해도 자신들이 죽기 전에 무언가 성과가 나올 수 있을까?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청출어람(靑出於藍)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대의 발목을 붙잡을 정도는 되어야 할 텐데.”
참월과 풍전은 깊은 속내를 드러내며 대화를 나눴지만, 답답함을 달랠 수는 없었다.
“거지야, 벽에 똥칠하는 일이 있어도 자결은 하지 말아라. 똥을 싸지르는 일이 있어도 멀쩡한 벽이 아니라 놈들에게 던져야 하니까.”
“……오냐. 그때가 오면 네놈에게도 한 방 먹여주마.”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농담 삼아서 서로의 장수(長壽)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송윤천이라는 존재가 개입하면서 천지개벽(天地開闢)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났다.
하염없이 각자의 일상을 보내면서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죽음을 기다리는 일은 사라졌다.
대신에 화양연화와 얽히고, 마교와 얽히고, 새외와 얽히며, 십이지라는 암중 세력과 얽히기까지 했다.
덕분에 단순히 영물, 괴물, 귀신 정도로만 알았던 대상의 근원이 괴력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송윤천을 알게 되며 자신들은 하늘에 닿은 게 아니라 그저 어느 높은 산의 정상에 섰을 뿐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사실마저도 깨우쳤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걱정했던 정사대전이 발발하고 말았다.
인생의 말년에 너무나도 많은 일을 겪었던 마석동 역시 지난날과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는 이제 무림맹주가 아니었고, 단순히 무림의 영웅, 구성의 참월이 아니게 되었다.
정해진 수명을 맞이하기 전에 넘어설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또다시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벽을 넘기 위해 노력하는 한 명의 무인으로 돌아갔다.
쿠구궁-
무림맹을 대표하는 최강의 무력이 거친 기운을 풍겨내며 최전방에 나섰다.
“철혈성주.”
사파 제일이 뒤늦게나마 정파 제일에 닿았다는 소문이 허언이고 과장이었는가?
아니었다.
“강자로다.”
철혈성주는 분명히 참월 자신을 비롯한 풍전이나 매화, 창천, 금강, 신의, 유수 등이 넘어선 벽을 넘어섰다.
하지만 같은 경지에 머물고 있다고 하여 하수와 고수의 구분이 무너지는 건 아니니.
“만나게 되어 참으로 반갑구나.”
마석동은 죽음이 난무하는 전장의 한복판에 서서 진심이 담긴 웃음꽃을 피워냈다.
어째서인지 모를 상대의 성급함으로 인하여 자신들의 걱정을 덜어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여기서 철혈성주를 비롯한 까다로운 상대를 모두 죽일 수만 있다면…….’
자신들의 빈자리에도 조금은 더 평화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천운이 따라주었어.”
순수하게 무를 겨룬다니.
자신의 무위와 경지를 만인 앞에 증명하여 천하제일인으로서 우뚝 서겠다는.
참월(斬月)이라는 별호를 영원히 남기겠다는.
이런 잡념 따위는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상대를 죽임으로써 가져올 평화.
마석동을 비롯한 여럿에게 남은 생각은 오직 그뿐이었다.
“그러니 반드시 죽여주마.”
마석동의 왼발이 홀로 땅을 딛고 서서 거대한 몸체를 지탱했다.
그리고 오른쪽 다리가 접었다가 펴지며 발등을 중심으로 시리도록 푸른 광명을 가득히 머금었고.
마치 허공을 찢어버릴 듯, 폭발적인 기세와 함께 전면에서 경계하는 철혈성주를 우에서 좌로 갈라놓았다.
―――――!
가장 먼저 푸른 빛이 번쩍하더니 그다음으로는 태풍에 비견되는 강풍이 사방으로 몰아닥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단 한 번의 공격에서 비롯된 충격이 사방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먼지가 마구 일어나 시야를 어지럽히는 가운데.
“철혈성주-!”
마석동이 충격을 받아내며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철혈성주를 찾으려 누군가가 내공을 담아내어 아주 크게 소리쳤다.
* * *
고수란 본디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마석동이 철혈성주를 상대로 보여준 일격은 하나로서 열을 보여주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철혈성주 역시 상대의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 와중.
호신강기를 불러일으켜 전면을 막아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우웨에엑-.”
일차적으로 호신강기가 마석동의 일격에 담긴 충격을 막아내긴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미처 다 해소되지 못한 충격은 철혈성주의 전신에 닿았고,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선사해주었다.
물론, 작정하고 버틴다면야 제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마석동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까?
그럴 리가 없었다.
고통 속에서도 재빠르게 판단을 내린 철혈성주는 마석동이 날린 일격 앞에 다시금 호신강기를 앞세우며 뒤로 튕겨 나갔다.
그리고 두 번째로 형성한 호신강기로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아 산산이 조각 날 즈음.
세 번째 호신강기를 일으켰다.
그리고 반탄력을 이용하여 전력을 다해 경공술을 이어나갔다.
마석동보다는 못하다고 해도 같은 경지.
경공술이 부족할 리가 없었다.
철혈성주는 그 즉시 몸을 숨겼다.
다행히도 무한은 복잡하기로 유명한 도시.
사람 한 명이 숨어들 구석은 차고 남았다.
하지만 무림맹 측도 어느 정도 시가전이 펼쳐질 것을 염두에 두었는지 사방에 무인이 가득했다.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해서 죽이다 보면 꼬리가 길어져 잡힐 것이다.
처음에는 무한을 탈출해보려 했지만, 발이 빠른 풍전의 지휘 아래에 사방이 막혔다.
그 누구라도 쫓아갈 자신이 있었기 때문인지 풍전은 사방을 돌아다니며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철혈성주는 차라리 내부에 숨어있다가 틈을 봐서 도주하기로 작정했는데, 그즈음 흑점이 눈에 뜨였다.
흑점은 흑도.
사파도 정파도 아니기에 그 어느 쪽에서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을 게 뻔했다.
철혈성주는 빠른 판단과 함께 흑점에 진입.
점주와 점원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인질로 써먹기 위해 굳이 목숨줄을 붙여둔 상황이었는데…….
송윤천의 등장으로 그의 탈출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놈이 철혈성주라고?”
송윤천 역시 대충 들어서 이놈이 정사대전의 원흉임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놈이 여기에 있지?”
“저도 바깥 상황을 알지는 못하지만, 아마도 혼자 도주하려다 이리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대답하는 점주 역시 대충 짐작할 뿐이었다.
그로서는 철혈성주나 되는 인물이 이런 선택을 했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르신. 이 작자를 어찌하시겠습니까?”
송윤천이 손쉽게 처리하여 큰 문제는 없겠지만, 여기에 이대로 두기도 찜찜했다.
흑점은 정파나 사파 어느 쪽에도 깊게 개입하여 좋은 일이 없었다.
그들은 장사꾼이고 양쪽은 손님이었으니까.
여기서 굳이 어느 한쪽의 원한을 산다면 정사대전의 결과가 어떻든 흑점은 차후 피해를 볼 게 확실했다.
“관련 없는 사람들은 개입하지 않는 게 좋겠지?”
송윤천 역시 눈치껏 점주의 속뜻을 짐작하여 자신이 처리하고자 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야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서 연초나 한가득 내오게. 뒷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지.”
“분부대로 하지요.”
점주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정중히 허리를 굽히며 송윤천이 애용하는 연초를 가득 내왔다.
“다들 심히 놀랐을 텐데 푹 쉬고 있게.”
송윤천은 한 손에는 연초를, 다른 한 손으로는 흑점에서 내어준 질긴 밧줄로 사지를 포박한 철혈성주를 질질 끌며 흑점을 나섰다.
그리고 송윤천의 가벼운 반격으로 인하여 잠시 기절했던 철혈성주가 눈을 떴을 때.
“장주 어찌하여 오셨소?”
도주한 철혈성주를 쫓아다니던 마석동이 송윤천을 보고 흠칫했다.
개입하지 않고 얌전히 지켜만 보겠다던 인물이 개입할 만큼 큰일이 또 났을까 싶은 두려움이 앞섰다.
근래에 송윤천이 나섰을 때는 언제나 그만큼 큰 사건이 함께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마석동의 착각이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별일은 아니고, 선물이 있어서 가져왔다.”
송윤천은 철혈성주를 던져 놓았다.
정파와 사파 사이에 치러진 혈전은 그렇게 송윤천이라는 외인의 손으로 끝을 맺게 되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