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어떤 세력이든지 우두머리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성향을 보이기 마련이다.
무림맹 역시 마찬가지로 신임 무림맹주 제갈과와 함께 새롭게 거듭나고 있었다.
전임 맹주인 마석동같은 경우에는 무림맹과 연관된 다양한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
본인부터가 천하에서 손에 꼽히는 고수이기도 하며 배경이라 할 수 있는 가문이나 문파 등에 얽히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마석동은 금분세수를 마치고 무림맹을 떠났다.
만약 무림맹이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위기 상황에 놓인다면 다시금 어떻게든 돕겠다고 나서겠지만, 그건 최후의 수단.
그런 일은 무림맹에게나 은퇴를 선언한 마석동에게나 좋지 못했다.
무림맹은 자신들의 무능력함을 만천하에 자랑하는 셈이며 마석동 역시 무림의 전통이자 암묵적인 규율을 부수는 꼴이었으니 말이다.
“이런 이유로 당분간 무림맹은 외부에 개입하지 않을 겁니다.”
제갈과는 현실적으로 이전과 같은 무림맹을 꾸려나갈 수 없기에 우선 무림맹의 전력을 키워나가기로 했다.
마석동이 은퇴를 선언하며 무림맹 소속의 고수를 비롯하여 머물던 식객들이 상당히 떠난 상황.
누군가는 헌 옷을 벗어 던지고 새 옷을 입었다고 평가했지만, 제갈과가 보기에는 단순한 전력 약화에 불과했다.
‘골치가 아프구먼.’
마석동이라는 거인의 빈 자리는 쉽게 메꿀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손을 놓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
그저 약해진 무림맹을 두고만 볼 거였다면 맹주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무림맹 주변을 진정시킨 제갈과는 무림맹의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주님, 아니. 맹주님이 여기에는 어쩐 일로……?”
전직 와룡당주이자 현직 무림맹주인 제갈과의 출현에 바쁘게 돌아가던 와룡당이 잠시 멈춰 섰다.
무리맹의 수장으로서 아무리 공평을 추구한다고 해도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
제갈과는 뼛속까지 와룡당 출신이었으니 이전보다 대우가 좋아진 게 사실이었다.
“다들, 잘 지내지? 잠깐 우리 막내 좀 보러왔다. 소선생은 어디에 있나?”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인연(因緣)이다.
무림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그중에서도 감히 세 가지를 꼽아보자면 혈연, 지연, 흡연이었다.
무림맹주 제갈과와 소선생 남궁헌은 같은 무한에 거주하며 같은 무림맹에서 일하는 처지.
거기다 한때는 직속 상사이지 않았던가.
이런 여러 이유로 제갈과가 원하는 만남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인연이었다.
하여 제갈과는 웃는 얼굴로 두리번거리며 남궁헌을 찾아 나섰다.
그러자 남궁헌의 사수인 구성주가 따뜻한 차를 내오며 능청맞게 답했다.
“아이고, 맹주님. 언제 막냅니까. 막내가. 이제 아래로 몇 명이나 들어왔습니다.”
“벌써? 아니, 나 때는 막내 생활만 최소 십 년이었는데?”
“에이, 고리타분하시게 왜 이러실까. 맹주님이 와룡당에서 뽑아가신 인원을 생각하셔야지요.”
“크흠.”
제갈과는 할 말이 없어졌는지 민망함에 헛기침을 내뱉었다.
구성주의 말처럼 와룡당주 시절 수족처럼 부리던 수하 중 몇몇을 맹주 직속 부서로 이동시켰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거의 반평생을 와룡당에서 식구처럼 살아온 이들이라서 두고 갈 수가 없는 것을.
물론 와룡당 역시 이전보다는 역할이 늘어난 만큼, 비어버린 인원을 보충해주었다.
“인원이 부족할 리는 없을 텐데?”
“아~ 머리요? 머릿수야 당연히 부족하지 않죠. 근데 그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게 문제지.”
구성주가 불만을 털어놓았다.
가장 최근에 뽑힌 와룡당 신입이 남궁헌.
그전은 바로 구성주 본인이었다.
둘 다 하늘이 내린 천재까지는 아니어도 범재보다는 뛰어난 게 사실.
“그래서 신입이면 당연히 어느 정도는 할 거라고 기대했었는데…….”
구성주가 씁쓸한 표정과 함께 말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제 몫을 하지 못하나 보다.
“그래서 소선생은?”
“휴가입니다. 새로 들어온 녀석들 뒤치다꺼리한답시고 근 두어 달을 퇴근도 제때 못 하고 일하더니 당장 죽을 것 같아서 말이죠. 오늘도 굳이 나온다는 걸 쫓아 보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구성주 역시도 눈 밑이 검게 물들 만큼 피곤해서 머리가 땅에 닿기만 한다면 당장 잠들 기세였다.
“이런……, 병문안이라도 다녀와야겠구먼. 맹원이 과로로 앓아누웠다는데 맹주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고생들 하시게나.”
맹주는 자신의 잘못으로 벌어진 참사를 더는 지켜보기 힘들다는 듯, 구성주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와룡당을 나섰다.
* * *
마석동의 은퇴는 한 세대의 종결을 의미했다.
자연스레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많은 이들이 무림맹을 떠났다.
하지만 남아 있는 이들도 있었다.
예를 들자면 앞서서는 마석동을 곁에서 모셨던 맹주 직속 호위대장과 대원들이 있었다.
나이가 어느 정도 차기는 했지만, 마석동을 따라 은퇴하기에는 한참 어렸다.
그리고 그들의 빈자리를 마땅히 채울 인재를 찾기도 힘들었고.
하여 마석동의 진심 어린 강요로 신임 맹주를 보필했다.
“자네는 전임 맹주님이 어디쯤 사시는지 알고 있지?”
“이쪽입니다.”
무림맹주 시절, 마석동은 보통 혼자서 송윤천이 머무는 장원에 방문했다.
무림맹을 벗어나면 반드시 호위를 대동해야 하지만, 세상 그 누가 감히 참월 마석동에게 허튼짓을 할까.
솔직히 말해서 마석동이 당할 정도면 호위 역시 소용이 없다고 봐야 했다.
아무튼, 대부분 혼자서 장원을 방문했지만, 호위대장 역시 종종 따라나서기도 했다.
급한 경우에는 마석동을 찾아 나서야 하므로 어디에 갔는지 언제나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석동은 현재 남궁헌과 함께 살고 있다 하니 자연스레 남궁헌을 찾아 나서는 길이기도 했다.
호위대와 대동하여 시내를 벗어난 제갈과는 한적한 벌판 중심에 있는 장원 앞에 섰다.
“무림맹…….”
“그만.”
평소 그러하듯 호위대장이 무림맹주의 당도를 앞서 큰 목소리로 알리려 했지만, 제갈과가 만류했다.
자신이 마석동에게 슬쩍 전해 듣기로 이곳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기 때문.
똑똑-
제갈과가 직접 앞으로 나서서 대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자 잠시 후에 문이 쓱 열리며 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의 실눈을 한 사내가 그들을 맞이했다.
“누구? 아, 맹주?”
“오랜만에 직접 뵙소.”
“그러게. 요즘 애들 보느라고 바쁘거든. 그런데 바쁘신 맹주님께서 여기까지는 또 무슨 일로 오셨을까.”
상대의 말이 상당히 짧았지만, 안면이 있었기에 화를 내지 못했다.
상대에게는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었으니까.
무슨 자격이냐고?
강자였다.
그것도 무림맹 역대 최강이라 불렸던 전임 맹주 마석동보다도 강했다.
그리고 적어도 무림에서만큼은 힘이 전부였다.
그런 상대가 반말 좀 하겠다는데 무림 맹주라는 직위가 대수겠나.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다.
“헌이를 만나러 왔소. 겸사겸사 다른 분들도 만나 뵙고.”
“그래? 다들 여기저기 있을 테니 일단 들어와.”
제갈과는 실눈 사내를 따라 장원으로 들어섰다.
* * *
하루, 한 달, 일 년…….
흘러가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면서도 다른 의미가 있다.
하루.
남궁연, 남궁헌에게는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십수 년 중 하루였다.
곽범에게는 수십 년 중 하루이며, 풍전과 마석동에게는 백여 년 중 하루였다.
마찬가지로 송윤천에게는 수천 년 중 하루이며 월에게는 수백 년 중 하루에 불과했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녀석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 자신보다 한참 오래 살아온 송윤천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만, 월에게 시간이 지난다는 건 크게 의미가 있지 않았다.
‘어제가 오늘, 오늘이 내일, 내일이 모레…….’
월 역시 어릴 적에는 암림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당장, 이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가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월은 지나치게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강해졌고, 강해졌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후로는……, 딱히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지, 빨리 가는지.
알게 뭔가.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을 텐데.
물론, 송윤천과 함께 보낸 수백 년은 나름대로 괜찮았다.
만약 혼자서만 지냈다면 그 오랜 시간을 어느 한 곳에 처박혀 지냈을 텐데, 그와 함께 세상을 떠돌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나갔으니까.
‘그래도 요즈음에는……, 나쁘지 않아.’
옛날에는 몰랐다.
송윤천이 왜 ‘사람’을 가까이에 두지 않았는지.
그런데 이제는 알 것만 같았다.
송윤천은 사람을 가까이하면 기쁘면서도 슬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거다.
영원한 시간을 살아가는 처지에서 사람의 운명이란 너무나도 빠르게 타오르기 시작하며 너무나도 빠르게 저물어가는 작은 불꽃과도 같았다.
그걸 옆에서 계속 바라보면서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어찌 추스를 수 있을까.
풍전, 곽범, 남궁연, 남궁헌 그리고 새로이 들인 아이들을 보는 월의 심정이 바로 그러했다.
툭툭-
뭔가 무릎 즈음을 건드리는 느낌이 있어서 고개를 숙이니 자신을 올려다보는 아이들이 있었다.
잠시 감상에 젖어 든 사이 다가온 모양.
“왜?”
“같이 놀아요.”
“흐……, 그래.”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남궁연이나 남궁헌과는 전혀 다른.
남매는 유독 오성이 뛰어난 까닭인지 송윤천이 거둘 적부터 금방 철이 들었지만, 이 아이들은 아니었다.
이리저리 손이 많이 가는 까닭에 솔직히 조금은 귀찮기도 하지만, 좋기도 했다.
아이들을 돌보고 있으면 세월 속에서 찌들어 버린 자신조차도 순수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고나 할까.
“가자, 오늘은 뭘 하고 놀까?”
“숨바꼭질이요. 아저씨가 술래예요.”
어제도 그리고 엊그제도 며칠 전에도 술래는 줄곧 월의 몫이었지만,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녀석들은 찾는 것보다 숨는 걸 좋아하는 모양이었으니까.
그게 무슨 재미인지 월은 도무지 모르겠지만, 애써 이해하려 들지는 않았다.
“오냐, 눈을 감고 열을 세마.”
“열 말고 그거보다 더 많이요.”
아이들은 더 큰 숫자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는 듯 외쳤다.
“그래, 그러면 열을 열 번 세면 되겠지?”
“아저씨 눈 감은 거 맞아요?”
아이 하나가 가까이 다가와 월의 눈을 수상한 눈길로 관찰했다.
평소와 같이 떴는지 감았는지 구별이 되지 않는 실눈이 의심스러운 모양이었다.
“큼, 자. 이러면 됐지?”
대충하려다가 들켜버린 월은 아이의 의심을 풀어주기 위해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들어 시야를 막아섰다.
“시작한다. 하나, 둘, 셋, 넷…….”
“와아-.”
흥겨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사방으로 뛰어나가는 소리가 요동쳤다.
“……아흔여덟, 아흔아홉, 백.”
딱히 집중이라 할 것도 없이 오직 기감만으로 사방에 흩어진 아이들을 찾을 수 있었지만, 월은 그러지 않고서 사방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어디 숨었으려나. 저쪽인가?”
자신의 목소리에 숨어 있는 아이들이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저쪽은 아닌가 보네.”
월은 아주 천천히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러면 이쪽……도 아니고.”
“흡-!”
월이 말을 내뱉을 때마다 여기저기 숨어 있는 아이들이 놀라서 숨을 들이쉬는 게 들렸다.
“흐흐.”
월은 아마도 몰랐을 것이다.
본인이 활짝 웃고 있다는 사실을.
* * *
한편 월의 안내를 받은 제갈과는 조금 더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섰다.
멀리서 신이 난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을 즈음.
주변의 분위기가 무거워졌음을 깨닫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익숙한 소음이 귀를 찔러왔다.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
약간의 힘이 들어간 기합.
사람이 아닌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
그 소리를 쫓아서 빠르게 걸어가니 제갈과가 찾던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궁연 그리고 풍전.
둘은 손님이 찾아온 줄도 모르고 진심이 한껏 섞인 비무에 열중하고 있었다.
제갈과는 자신이 찾아온 용건조차 잊은 채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그러면서 결심했다.
남궁연을 반드시 설득해야겠다고.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