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30
30화
지난 며칠, 송윤천은 풍전을 데려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일단은 남매나 곽범과 다르게 어느 정도 높은 경지에 올라선 만큼 가르치는 맛이 있었다.
“먼저 이렇게 한번 해봐라.”
파지지직-
송윤천의 쫙 펼친 열 손가락 끝으로 아주 얇은 벼락 줄기가 하나씩 튀어 나왔다.
“허허, 장주. 내가 뇌기를 다룬 것이 수십 년인데 이 정도쯤은 충분히…….”
“좋다. 그런데 이게 첫걸음이다. 다음으로는 합치고 다시 나누는 과정에서 어느 한쪽으로 몰리지 않고 완벽하게 분배해야 한다.”
그 말과 함께 송윤천의 손끝에 피어난 벼락 줄기가 하나로 합쳐졌다.
그리고 다시 둘로, 셋으로, 넷으로 빠르게 나뉘다가 다시 열 줄기로 돌아갔다.
송윤천은 아무렇지 않게 이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반대로 펼쳐 보여주기도 했다.
“……!”
풍전은 마치 저잣거리에서 불을 뿜어대는 차력사를 본 아이와 같은 표정을 지었다.
“자신만만하던데 설마 이것도 못 하나?”
“크흠, 조금만 연습하면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소.”
“그거 참 다행이군. 한 시진이면 되겠나?”
“……, 며칠만 더 주시오.”
“천재는 아닌가 보군. 알겠다. 우선 이것부터 연습하면서 모르는 게 있다면 와서 물어보도록.”
흡사 자신을 삼류 취급하는 말에 자존심이 상했지만, 차마 아니라고 반박할 수 없었다.
어쩌면 정말로 송윤천의 시선에서는 자신이나 삼류나 비슷해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니까.
“강한 힘이라고 해서 강하게 다루기만 하면 더 나아갈 수 없다. 오히려 더욱 섬세하게 다룰 수 있어야 네가 원하는 수준이 가능해진다.”
송윤천이 이번에는 뇌기를 아주 가늘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 실처럼 길게 뽑아내며 물었다.
“네가 보기에는 이 실처럼 얇은 한 줄기 벼락이 뇌룡보다 약한 것 같은가?”
“그렇지 않소.”
풍전도 눈이 있어 알고 있었다.
저 한 줄기 벼락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굳이 비교할 필요도 없었다.
“알고 있겠지만, 네가 지금보다 더 높이 올라서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더하는 게 아니라 깎아내는 게 필요하다.”
“명심하겠소.”
“좋다, 어디 화재라도 나지 않게 공터에서 수련하고 있도록.”
물론 송윤천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따라오지는 못했다.
뇌기라는 것이 기존의 무공과는 다소 궤를 달리하기에 생기는 문제였다.
두 번째로는 천상 게으른 월이 의욕을 가지기 시작했다.
‘앞서가는 놈은 계속 앞서고 싶고 뒤쫓는 놈은 추월하고 싶은 게 당연한 거지.’
송윤천에게 가르침을 받겠다며 찾아온 풍전이 월을 이겨 먹으려고 아득바득 애를 쓰는 덕분에 월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다.
‘내가 할 말은 아니다만, 저놈이 좀 게을렀어야지.’
풍전이 장원에 합류하기 전과 비교해보면 지금은 세상 부지런해 보였다.
와공이랍시고 누워있는 꼴만 보이던 녀석이 무려 수련이란 걸 하지 않는가?
지금만 봐도…….
“응?”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있던 월이 대뜸 고개를 꾸벅거렸다.
이 진기한 장면을 송윤천과 함께 지켜보던 남궁연이 물었다.
“장주님, 저건 무슨 수련법인가요? 혹시 저번에 설명해주신 무아지경(無我之境) 상태인가요?”
“연아, 저런 걸 보고 반면교사(反面敎師)라고 한단다.”
* * *
“사제, 어디가?”
“슬슬 출출하니까 다녀와야죠.”
풍전이 손에 들린 배달통을 두드리며 답했다.
“잘 다녀와.”
“예, 사저.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남궁연이 장원을 나서는 막내 풍전을 배웅해 주었다.
풍전은 어느새 장원의 일상에 익숙해졌다.
아침과 저녁에 배가 좀 출출하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철가방을 드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더 할 말이 있을까.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지경이라니까.’
자신이 이 장원에 오기 전에 얼마나 대단하고 유명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지금의 자신은 그저 강자의 가르침을 받는 한 사람일 뿐.
“어르신 오셨어요?”
“오냐, 여기 주문목록.”
“예, 금방 가져다드릴게요. 보리차 한 잔 드릴까요?”
“보리차 좋지.”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어영부영 걷다 보면 한성객잔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점소이와 나눴던 대화를 똑같이 나눴다.
아침에 기다리며 앉아 있었던 창가 쪽 자리에 앉아서 따듯하고 구수한 보리차를 음미했다.
‘마음이 참 편하구먼.’
서너 달 전까지만 해도 사천성 서북쪽 산골짜기에 홀로 잠복하며 마두 놈들 모가지를 따고 다녔다.
지금과는 여러모로 정반대되는 생활.
‘물론 언젠가는 다시 그때로 돌아가야겠지만.’
그건 아마도 수십 년 동안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높고 두꺼운 벽을 깨뜨린 이후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찻잔이 바닥을 보일 때쯤,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전형적인 학사의 모습을 한 중년과 노년 사이의 사내가 수하들과 구시렁거리고 있었다.
“뭐? 이 추운 날씨에 냉면? 내가 살다 살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은 들어봤어도 이한치한(以寒治寒)은 처음 들어보네.”
“아이고, 우리 당주님도 나이가 드시긴 했네요. 이 맛있는 음식도 못 드시고……. 제가 다 슬픕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당주님 것까지 다 먹을 테니 따로 돼지국밥이라도 한 그릇 시키시죠?”
“인마, 너 다 처먹어라. 그리고 너도 내 나이 돼봐. 이가 시려서 차가운 음식은 못 먹는다니까.”
“예? 죄송하지만 저는 그전에 환골탈태할 건데요.”
“이야, 이거 진짜 웃긴 놈이네. 환골이고 탈태고 집어치우고 좀 씻기나 해라. 너한테는 그게 환골탈태야.”
“저 농담 아닙니다. 진지하다고요. 여유 되면 반로환동도 할 거니까 후회하지 마시고 지금부터 저한테 잘 보이세요.”
“야, 환골탈태에 반로환동? 그러면 저기 창가 쪽에 저 잘생긴 노인장도 절대 고수겠다.”
“와룡당주? 맞지?”
순간 둘의 시선이 마주쳤고 잘생긴 노인, 풍전이 먼저 그들에게 다가왔다.
“……. 절 아십니까?”
하지만 와룡당주라 불린 사내는 풍전을 알아보지 못했다.
“당연히 알다마다. 네가 입가에 수염이 나기 전부터 봤었는데 모를 리가 있나.”
풍전이 가슴팍까지 곱게 자란 와룡당주의 턱수염을 보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노인장께서는 존함이 어찌 되시는지요?”
“허, 자네 정말 내가 누군지 모르겠나?”
“으음…….”
무림맹에서 기억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와룡당주 제갈과였다.
그런데도 눈앞에서 아는 척을 해오는 백발의 노인은 분명히 초면이었다.
‘무림 쪽 인물이 아니라면 설마 황궁에서 나온 인물?’
혹시나 해서 고개를 돌려 같이 온 수하들을 슬쩍 보았는데 수하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이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던 풍전이 답답한 나머지 먼저 자신의 정체를 밝혀왔다.
“나 풍전일세.”
“예!? 그 더럽고 꾀죄죄하고 악취가 진동하는 개방의 태상방주 풍전 선배님 말입니까?”
“……. 제갈과 자네 못 본 사이에 입이 거칠어졌구먼.”
“크흠, 죄송합니다. 조금 놀랐지 뭡니까.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마지막으로 본 게 칠팔 년은 더 지났으나 그때도 개방에 널리고 널린 전형적인 거지꼴을 하고 있던 풍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도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뿐이랴.
“선배님 잘생기셨네요. 옛날에 백옥개라고 불리셨다고 하셨는데 거짓말이 아니었군요. 그런데 왜 여기에 이러고 계십니까? 얼마 전에 맹주님께서 또 약속을 어겼다고 노발대발하셨습니다.”
와룡당주 제갈과가 반가운 나머지 자리를 박차고 풍전에게 다가와 물었다.
“크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너무 깊게 알려고 하지 말거라. 어른들의 사정이란 게 있는 거다.”
“아이고 선배님, 저도 어른입니다. 제 손주가 올해 아홉 살이라고요. 설마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큼, 작은 깨달음을 얻어서 홀로 수련 중이었네.”
“이런, 감축드립니다.”
풍전이 머뭇거리다가 진실에 약간의 거짓을 섞어버렸다.
차마 까마득한 후배들이 다 보는 앞에서 어느 장원의 막내 제자가 되었다고 밝힐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감축드립니다. 풍전 대협!”
“정파에 크나큰 축복이 내렸군요.”
“마교 놈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오줌을 질질 싸겠습니다. 천산에서 지린내가 무림맹까지 풍겨오겠어요.”
“허허, 이리 반겨주니 다들 고맙구먼.”
제갈과의 수하들마저 풍전에게 축하의 말을 전해왔다.
그 정도 되는 고수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완벽하게 풍전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이 잘 짜인 판에 갑자기 끼어든 점소이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어르신, 여기 주문하신 음식 빠짐없이 다 담아왔습니다. 그럼 내일 뵙지요.”
쓰윽-
온갖 음식 냄새가 진동하는 철가방이 풍전 앞에 살포시 놓였다.
풍전을 둘러싸고 대화를 나누던 와룡당 일행의 시선도 철가방으로 집중되었다.
무림맹에서도 야근하거나 당기는 음식이 있으면 종종 막내를 보내서 배달을 시켜 먹곤 한다.
그래서 그 용도를 모를 수가 없는 익숙한 물건의 등장.
그런데 풍전과 철가방의 조합은 도무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미쳐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건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대체 그 몇 년 사이에 풍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잠시의 침묵 끝에 와룡당주가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선배님, 이게 대체 무슨…….”
“맹주 녀석에겐 내가 조만간 찾아가겠다고 전해주거라.”
“예?”
“그럼 나는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나마.”
“어, 어. 선배님! 선배님-!”
풍전은 순간 당황한 나머지 그럴듯한 변명이 떠오르지 않아 허겁지겁 자리를 뜨고 말았다.
다급한 상황이다 보니 평소보다 두어 배는 빨리 내달렸다.
이미 한성 객잔은 한참 뒤에 작은 점처럼 보였다.
‘젠장…….’
그 와중에도 철가방이 미동도 없게 신경 쓰는 자신의 모습이 조금은 서글프게 다가왔다.
“식사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당주님, 어차피 저희가 따라가지도 못할 텐데 식사부터 하시죠?”
“그래, 다들 들자. 먹어야 또 들어가서 일들 하지.”
한편, 허겁지겁 객잔을 뛰쳐나간 풍전을 뒤로 한 채 와룡당 회식이 이어졌다.
그리고 무림맹으로 복귀한 와룡당주는 곧장 맹주를 찾아가 이 소식을 알렸다.
“어디 객잔에서 그 녀석을 만났다고?”
“예, 그런데 풍전 선배님 모습이 뭔가 조금 많이 이상했지 뭡니까.”
“흐음, 그 녀석이?”
“예,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인상도 받았는데, 깨달음을 얻어 수련 중이라고 하시면서 철가방을 직접 들고 오셔서 직접 배달을 하시지 않나…….”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혹시 뭘 잘못 주워 먹은 거 아니냐? 독버섯이라든가.”
“딱히 정신이 오락가락하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맹주님께서 한 번 살펴보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와룡당주가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는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하지만 정작 풍전의 미심쩍은 근황을 전해 들은 무림맹주는 아무렇지 않게 대꾸했다.
“됐다, 거지 놈이 어디 눈이라도 맞아서 외딴곳에 몰래 살림이라도 차린 모양이지. 그놈도 참 다 늙어서 주책이다.”
“정말 괜찮을까요?”
“아, 괜찮다니까. 그놈 발재간이면 천마라도 오지 않는 한 못 잡는다. 쓸데없는 걱정은 말아라.”
다행히도 이번에는 무림맹주의 말이 맞았다.
바로 다음 날 풍전이 제 발로 무림맹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