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36
36화
세상에 나쁜 놈들은 수없이 많다.
성악설(性惡說)과 같이 처음부터 악인이거나 자라면서 어떠한 연유로 심성이 사악해지거나.
다만 중요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악(惡)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악인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밑바닥 인생이라는 거지, 기생, 점소이부터 평범한 상인, 표사까지.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기꺼이 악인이 되어 아무렇지 않게 악행을 저지른다.
다만 그 악인이 아주 큰 힘을 가진다면 그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기 마련.
권력을 가진다면 폭군이, 금력을 가진다면 악덕 대상이, 무력을 가진다면 마두가 탄생한다.
“그리고 무림 공적으로 지정된 일곱 명의 마두를 합쳐 칠악(七惡)이라 부릅니다.”
“아니, 구성이니 칠악이니 무림 공적이니 나는 잘 모르겠고. 그래서 그놈들 얼마나 강한데?”
조금 길었던 설명이 지루했는지 대뜸 끼어든 월이 본론부터 찌르고 들어왔다.
현 무림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뭐 이렇게 대단하다고 치켜세워주는 놈들이 많은지.
“아, 그러니까 사부님. 그게 참…….”
“왜 말을 못 해?”
예상치 못한 월의 질문에 당황한 나머지 곽범이 말을 더듬었다.
동시에 그의 시선이 조심스럽게 어색하고 조금은 무서운 사제 풍전과 호랑이상의 거대한 근육 덩어리 마석동을 슬쩍 훑었다.
‘이 상황에서 내 입으로 말하라고……? 그건 절대 안 돼. 아니 못해. 차라리 내가 내 머리통 두드려서 기절하고 말지.’
그때 풍전이 침묵을 깨고 나섰다.
어차피 송윤천에게도 졌고 월에게도 진 마당이다.
그런데 더 부끄러울 게 뭐가 있겠는가?
“구성과 칠악의 무력은 비등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되오. 물론 우리 아홉 사이에도 편차가 있듯, 그놈들 사이에도 어느 정도는 편차가 있겠지.”
“아~, 그러세요? 참 대단한 분들이셨네.”
월이 흥미가 사라진 듯 앞으로 기울였던 상체를 뒤로해서 의자에 눕듯이 기댔다.
풍전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수준이라면 크게 관심을 가질 것까지는 없었다.
“끄응…….”
이 어이없는 반응에 풍전은 말이 길어지면 괜히 또 헛소리나 들겠다 싶어서 애써 고개를 돌렸다.
“크흠.”
마찬가지로 마석동 역시 할 말을 잃었다.
이미 앞서 한 차례 월의 시건방진 태도를 참지 못하고 비무를 신청했다가 보기 좋게 나가떨어졌기 때문이다.
무림에서 강자가 약자를 무시하겠다는데 여기에 대고 뭐라 하겠는가.
적어도 월은 그들 앞에서 저렇게 시건방진 태도를 보일만 한 자격이 있었다.
“석동아,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 놈이냐? 무학사(武學事)? 홍일점(紅一點)? 파안대소(破顔大笑)?”
풍전이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해 나섰다.
“그게 그놈들 별호냐? 요즘 무림인들은 작명도 이상하게 하네.”
“장주나 사부 정도는 돼야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거요.”
하나같이 무림인에게 붙는 별호답지 않은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무림에서 저 별호를 듣고도 비웃는 이들은 없다.
칠악은 그만큼 위험한 녀석들이었으니.
“아니. 이번에는 혈화백(血畫伯)이다. 문제는 다른 놈이지.”
“다른 놈이라면?”
“최근 청해성 부근에서 시마(屍魔)가 보였다더군. 마인 무리와 함께한다는데 정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지.”
“시마? 그 노마두가 말인가?”
여기서 하나 놀라운 사실은 한참 늙은 풍전이 늙은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시마가 연배가 높았다는 것이다.
시마는 풍전이나 마석동보다 윗세대였으니 말이다.
“그래, 천산에 처박혀 있던 놈이 홀로 중원에서 여행이나 즐기다 가지는 않겠지.”
어찌 된 연유인지는 몰라도 사파와 마교의 거물이 비슷한 시기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화에 자그마한 균열이 나타나고 있었다.
“내 대에서는 조용히 있다가 물러났으면 했는데 말이야. 하…….”
마석동이 내뱉은 자그마한 한숨이 바로 그 증거였다.
* * *
충격적인 발언에 잠시 정적이 일었다.
사파 혹은 흑도에도 별호에 마(魔)가 붙는 이가 없지 않지만, 적어도 현 무림에서 시마(屍魔)라는 별호는 특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놀라운 사실은 현 무림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시피 한 송윤천과 월마저도 그 별호를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시마? 그놈이 아직도 살아있었나? 아니면 별호를 그대로 물려 준 건가?”
송윤천이 조금 놀란 듯 물었는데 그 반응이 오히려 다른 이들이 더 놀란 듯했다.
“새로운 시마가 나타났다는 소문은 없었으니 장주가 생각하는 그 자가 맞을 것이오,”
“그런가?”
“그런데 어찌 아는 자요? 무림에 대해 아는 게 도통 없었는데 말이오.”
“옛날에 들어서 알고 있었다. 딱히 큰 인연은 아니니 신경 쓸 필요 없다.”
송윤천이 시마를 목격한 게 대략 백 년 전쯤.
천산에 괴력난신의 시신으로 강시를 만드는 기괴한 마인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호기심에 친히 찾아갔었다.
당시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는데 아직도 살아있을 줄이야.
“칠악에 시마라……. 대체 그놈들이 무슨 개수작을 부리려나. 얌전히 있다가 얌전히 사라질 놈들은 절대 아닌데.”
“하암-.”
마석동이 풍전과 진지한 대화를 이어나가자 월이 크게 하품을 내뱉었다.
둘은 새삼 진지한 표정으로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의논해 나갔다.
송윤천도 시선을 서책에 두면서 그쪽으로는 관심을 거둔 모양이었다.
‘시마니 혈화백이니 어린 녀석들이 날뛰면 얼마나 날뛴다고.’
솔직히 무림에서야 그 둘이 대단하다고 여겨지지 그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하지만 그런 송윤천도 관심을 기울이게 할 대상이 등장했다.
“거지야, 아무리 생각해도 예전에 그 천살성 녀석을 놓치면 안 됐다. 그놈 하나 놓쳐서 우리가 지금 이 모양으로…….”
“잡을 수야 있었지. 그런데 문제는 이쪽에서도 누구 하나는 죽어 나갔을 테고. 석동이 너도 그때 광동에서 잘못하다가는 팔이 잘릴 뻔했었는데 벌써 잊었냐?”
풍전과 마석동이 골치가 아픈지 투덜거렸다.
“잠시만, 지금 뭐라고 했지?”
한참 동안 말이 없던 송윤천이 보고 있던 서책에서 시선을 떼고서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천살성을 놓쳤다고 했소만. 왜 그러시오?”
“천살성이라는 거지.”
송윤천이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저도 똑같이 들었습니다.”
일체 관심 없던 송윤천과 지루함에 지쳐가던 월이 심상치 않은 눈빛을 했다.
시마나 혈화백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과 반대로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으로 짐작건대 좋은 관계는 아닌 듯싶었다.
둘이 보여주는 의미심장함에 마석동과 풍전마저 입을 다물었다.
* * *
천살성(天殺星).
세상에는 일종의 신병(神病) 취급되는 존재이다.
하지만 그 진실은 알려진 것과 같이 정신이나 질병 따위의 문제가 아니다.
모습을 드러내면 반드시 풍파(風波)를 불러오는 최악의 괴력난신.
그게 바로 천살성의 정체였다.
물론 그런 놈들이야 굳이 괴력난신이 아니어도 수없이 많았지만, 천살성은 경우가 조금 다르다.
우선 형체가 없는 혼백(魂魄)이기에 형체에 빙의한다는 점.
형체를 잃고 혼백에 타격을 입으면 다시 혼백으로 돌아가 회복기를 가지다 다시 다른 형체에 빙의한다는 점이 다르다.
쉽게 말하자면 송윤천과는 다른 의미로 신체가 없는 불사(不死)의 존재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천살성은 끝없이 강해진다는 점이다.
“거지야, 그 천살성에 대해서 뭐 더 자세히 아는 건 없냐?”
월이 괜히 제 왼쪽 배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애써 태연한 척하며 물어왔지만, 송윤천의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리 좋게 엮이지는 못했으니.’
아마도 과거 천살성에게 당했던 고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듯했다.
그 질문에 풍전이 기억을 더듬어 가듯 이마를 잔뜩 찡그리다가 입을 열었다.
여기도 그리 좋게 엮이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 녀석 하나 잡겠다고 상당히 고생했소.”
“그런데 멀쩡히 살아 있는걸 보면 못 잡았다는 거네? 설마 졌나?”
“진 건 아니오.”
“그러니까 이기지도 못했다는 말이지?”
“…….”
월의 지적에 정곡을 찔렸는지 풍전이 입을 다물었다.
그 말처럼 천살성의 흔적을 쫓아 마주한 이후 벌어진 사투에서 승자도 패자도 없었으니 말이다.
“네가 그놈과 마지막으로 붙은 게 언제지?”
“십 년? 십일 년? 그 정도 된 것 같소만.”
월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십 년 전에 풍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과연 지금은?’
당연히 그때보다 강할 것이다.
천살성이란 놈은 언제나 그랬다.
잠깐 안 보인다 싶으면 전보다 강해져서 나타났고, 그동안 못했던 분풀이를 하려는 듯 살육에 미쳤다.
놈은 마치 그저 강해지고 다른 생명을 죽이고 홀로 남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언제나 다른 형체를 가지고 나타나 같은 행태를 보였으니.
‘하지만 여기서 시간이 더 흐른다면 그때는…….’
월은 감당하지 못할 테다.
예전에도 한 번 그랬고, 죽을 고비에 처한 월을 송윤천이 구해줬다.
‘아니, 재수가 없다면 지금도 감당하지 못할지도.’
자신은 물론이고 저 맹주란 놈과 거지 놈까지 달려들어서 합공을 펼친다고 쳐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만큼 천살성에게 십 년이라는 시간은 폭발적인 성장의 밑거름이 될 만했다.
결국, 월이 믿을 구석은 오로지 송윤천뿐이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마침 마석동과 풍전의 시선 역시 송윤천에게 모여들었다.
* * *
송윤천과 천살성은 끊어지지 않는, 아주 오랜 악연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천살성에게 일방적이기는 하다만.’
천살성이 형체를 잃고 혼백으로 돌아가면 이전의 기억들은 모두 잊어버린다.
그리고 그저 강해지고 죽이고 싶은 원초적인 욕망만이 남은 상태에서 무너진 혼백을 회복하며 다시 형체를 찾아간다.
송윤천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천살성을 죽이고 또 죽여왔다.
정말 얼마나 죽였는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언제는 용으로 착각할 법한 거대한 뱀, 사람 몸통만 한 장수말벌이나 사마귀, 호랑이나 표범 따위의 맹수 등이었다.
그중에서도 송윤천이 가장 많이 마주했던 천살성의 형체는 인간, 그것도 무인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놈.’
문득 송윤천은 잊고 있던 과거를 떠올렸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천 년 전 즈음인가에.
당시 광마(狂魔)라 불리며 만천하에 악명이 자자했던 시절.
분명히 송윤천이 아니었다면 천하통일은 물론이고 천하제일이 되었을 천살성은 자신에게 죽기 직전 이렇게 외쳤다.
-왜 나를 막아서는 것이지? 강자가 약자 위에 서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었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나와 손을 잡아라. 우리 둘이라면 이 세상을 영원토록 지배할 수 있다.
-허울투성이뿐인 천자(天子) 따위를 넘어서 하늘에 닿을 수 있단 말이다.
-넌 왜 그렇게 강한 힘을 가졌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냐!
물론 송윤천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아주 천천히 천살성의 심장에 검을 꽂아 넣었다.
놈의 말에는 커다란 어폐(語弊)가 있었다.
‘결국에는 죽이고 또 죽이며 강해져 혼자만 남게 될 처지인데 무엇을 위하여?’
자신은 죽지도 늙지도 않는 몸이니 천살성이 미쳐 날뛰어도 괜찮다.
하지만 천살성을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머지않은 훗날 만물이 사라질 테니까.
결국, 자신이 천살성을 감당할 수 있을 때 관여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송윤천이 오랜 세월 수없이 많은 천살성의 숨통을 끊어온 이유이며 이번에도 나서는 이유였다.
“맹주, 천살성이 소속된 집단이 칠악이라 하였나?”
“맞소. 녀석이 그 무리를 이끌고 있지.”
이것 역시 지금까지 보여온 천살성과 비슷한 행동이었다.
놈은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강자를 끌어모아 더욱 힘을 기르고 종국(終局)에는 그들마저 죽이며 홀로서기를 반복했었다.
“그놈들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겠나? 거처가 어디지?”
“안타깝게도 이 녀석들은 소수 정예요. 일정한 거처 또한 알려진 바가 없지.”
마석동은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무림맹의 광대한 정보망으로도 알아낸 게 없으니 그럴 만도 했다.
“문파나 가문에 소속된 자들이 아닌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렇소. 그놈들도 숫자에서 오는 불리함을 알고 흔적을 남기지 않지.”
어찌 보면 당연한 처사였다.
‘만약 천살성이 십만 마인을 거느린다는 마교처럼 세를 불리면 이미 세상은 황폐했거나 이에 반하는 이들과 겨루다가 죽었을 테니까.’
고작 일곱 명으로 구성된 소수 정예의 집단.
듣기만 하면 무언가 있어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괜히 무림에서 황제가 거느리는 백만 금군을 경계하는 게 아니다.
압도적인 양적 차이는 불가능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작 일곱 명이 무림맹의 손아귀에 잡히지도 않으면서 악행을 저지르고 다닌다?
무력은 기본이고 그 외에 조력자가 있음이다.
‘금력 혹은 권력……. 상계 혹은 황궁이 연관되었을지도.’
둘 중 어느 쪽이든 골치 아프기는 마찬가지였다.
놈들은 정말 천살성이 자신들과 함께 정상에 선다고 굳게 믿고 있을 테니까.
예부터 무언가를 믿는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뜨겁게 빛나는 태양, 어둠을 비추는 달과 별, 거대한 바위, 맹수, 나무, 본 적도 없으며 존재하는 지도 불확실한 신, 같은 인간 혹은 괴력난신까지.
송윤천은 굳이 광신도의 신앙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그리고 천살성과 광신도에게 그 책임을 전가(轉嫁)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리할 존재.
그게 바로 송윤천이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