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4
4화
송윤천에게 이 장원은 그저 아주 당연한 일상의 일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집도 없이 길거리를 떠돌던 남매에게는 그렇게 다가오지 않았다.
“와아!”
조심스레 장원으로 들어선 남궁연과 남궁헌의 반응이 그에게는 참으로 색다르게 다가왔다.
아니, 애초에 몇몇을 제외하고는 다른 존재를 가까이하지 않았으니 당연한가?
지금이야 이런 거대한 장원이 아무렇지 않게 다가오지만, 먼 옛날에는 자신의 집을 가지고자 고생했고 이에 아마도 기뻐했던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그때의 그 감정은 너무 오래 묵었기에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조용히 기뻐하고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이는 녀석들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
‘감탄이야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끝날 테니까.’
“우와……. 누나, 이거 봐봐. 여기는 몇 명이나 살길래 집이 이렇게 큰 거야? 열 명? 이십 명?”
남궁헌은 입을 다물지 못하며 감탄했다.
“그러게. 이쪽으로 와봐.”
동생의 손을 잡은 채로 장원 가운데에 선 남궁연은 엄청난 속도로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사방을 살폈다.
다른 이들과 비교하면 짧디짧은 인생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집을 가져본 적이 없었던 남매였기에 더욱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한때, 그러니까 그들에게도 부모가 있었을 무렵의 거처는 ‘집’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비좁았고 초라했으며 낡았었다.
바람이 불면 그대로 지붕이 날아갔으며 비가 오면 홍수가 나곤 했으니 오죽할까.
그래서 그들이 생각하는 ‘집(家)’이라는 개념은 그저 사람이 머무는 최소한의 공간에 불과했었다.
그나마 동생은 너무 어릴 적이라 제대로 기억을 못 할 테지만, 남궁연은 달랐다.
고작 몇 년에 불과했지만, 그곳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이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세상에 여기 건물이 대체 몇 채야?”
남궁헌이 자신의 손가락을 접어 가며 장원을 채우는 건물을 세어보다가 열이 넘어가자 이내 포기해버렸다.
둘은 계속해서 총총걸음으로 장원을 활보했다.
그리고 송윤천은 몇 걸음 뒤에서 그들의 뒤를 따라 걸었다.
이렇게 남매가 장원에 잠시 한 눈이 팔린 사이, 월이 송윤천 곁으로 슬며시 다가와 물었다.
“크흠, 저기요. 장주님.”
“또 왜?”
“혹시 어디 몰래 숨겨둔 자식들이라도 데려오신 겁니까? 흠흠, 근래에 여인을 만나신 줄은 몰랐는데요.”
월의 조금은 능글맞은 표정은 마치 송윤천을 놀리듯 눈과 입가가 반달을 그려댔다.
하지만 송윤천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남매를 주시하며 말했다.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월 너도 눈이 달려있으니 저 녀석들을 한번 잘 살펴보거라.”
송윤천이 월을 재촉했다.
“예? 뭔가 있습니까?”
이에 월은 무언가 있나 싶어 남매를 뚫어지게 보았지만, 딱히 읽히는 것이 없었다.
월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어디 포박한 것도 아니니 납치해서 데려온 녀석들은 아니고, 그런데 또 안색은 좋지 못하고 삐쩍 마른 것을 보니 거지나 고아 같은데 또 의복은 제법 멀쩡하고…….”
“그래서?”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빠악-
“아악!”
보이지도 않는 가공할 속도로 월의 뒤통수를 가격한 송윤천이었다.
“월이 너는 수백 년을 살아도 제대로 뵈는 게 없구나. 아니면 이제 노안이라도 왔던가.”
“하! 제가 노안이면 장주님은……, 크흠.”
월이 제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말을 줄였다.
“됐다. 어서 가서 대충 요기할 것이나 좀 차려오너라. 잔뜩 굶은 녀석들인지라 뭐라도 먹이고 나서 물어봐야 하지 않겠느냐?”
송윤천은 글러 먹었다는 듯 한숨을 작게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녀석들의 신력이 너무나도 미약한 탓인지, 월은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듯했다.
남매가 장원을 휘젓는 가운데, 송윤천은 햇빛을 피해 그늘이 있는 정자 위에 올라 늘어지게 자리를 잡았다.
* * *
“자, 다들 모여요. 식사 대령했습니다.”
습관처럼 연초를 피워대면서 잠시 기다리자 월이 가득 차려온 상이 등장했다.
“재료는 좋은데 조리는 형편이 없구나.”
“아니, 제가 어디 황궁 숙수도 아니고 별수 있습니까?”
월은 당당하게 말했다.
사실 이 둘을 포함하여 장원에 기거하는 이들에게는 보통의 식사가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다.
송윤천은 여전히 자신과 거리를 두고 있는 남매를 불러 권했다.
“어서 먹어라.”
“…….”
남궁연은 그 말에 순간 멈칫거렸다.
마찬가지로 동생 남궁헌의 눈빛에도 의심이 한가득하였다.
당장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의심치 않고 주워 먹다가 수면제에 당하여 흑점에 끌려간 것이 고작해야 며칠 전 일이었다.
“독이나 수면제 따위는 타지 않았으니 배부터 채우거라. 대화는 그다음에 나누자꾸나.”
“…….”
그럼에도 남매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에 송윤천은 자신이 직접 수저를 들며 남매를 안심시키려 들었다.
“굳이 먹기 싫다면야 강요는 하지 않으마. 마음대로 해라. 싫다면 내가 다 먹도록 하마. 월이 너도 들어라.”
“예? 저도요? 저는 밥 먹은 지 얼마 안 됐는데요.”
“그럼 나 혼자 먹다가 배 터져 죽는 꼴이라도 보려고?”
“장주님은 배는 터져도 죽지는……, 예, 저도 먹겠습니다.”
월은 송윤천이 보내는 싸늘한 눈빛에 말을 줄이고 옆에 앉아 마찬가지로 수저를 들었다.
그러고는 며칠 굶은 것처럼 허겁지겁 차려진 만찬을 해치우기 시작했다.
반면에 송윤천은 차분히 조금씩 입에 넣어 씹어 삼켰다.
‘그럭저럭 먹을 만하네.’
아주 먼 옛날의 한때는 없어서 먹지 못했던 만찬이다.
하지만 이후 오랜 세월을 지나 지금까지.
필요치 않아 자연스레 멀리하다 보니 맛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도 모를 지경에 와닿았다.
‘별수 없는 노릇이지.’
이렇게 해서 저 아이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의 의도는 제대로 적중했다.
꿀꺽-
남매는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하고 삼켜댔다.
결국,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다가온 남매는 수저도 뒤로 한 채 양손 가득 고기를 집어 들었다.
달그락-
그런 와중에도 남궁연은 마지막 의심을 지워버리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자신이 먼저 나서서 조금씩 맛을 보았다.
꼭꼭 씹어 삼킨 후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다음에야 옆에서 잠자코 기다리던 동생을 앉혀 수저를 들게 하였다.
“헌아, 이거 먼저 먹어. 고기부터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될 수도 있어.”
“응, 누나! 누나도 어서 먹어.”
그렇게 허겁지겁 시작된 남매의 식사는 그리 오래 이어지지는 못했다.
“꺼억-.”
극한의 굶주림에 오래 시달린 탓인지 그들이 생각했던 만큼 과식할 수는 없었다.
맞은 편에 앉아 있었던 송윤천은 남매가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긴장이 다소 풀린 것으로 보이자 입을 열었다.
“자, 그러면 배도 찼으니 이제 대화를 좀 나누어 볼까. 나는 송윤천이라고 한다. 너희는?”
“저는……, 남궁연이요. 그리고 제 동생은.”
“남궁헌이요.”
“남궁?”
송윤천은 슬쩍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천하 각지에 남궁이라는 성을 가진 이들은 많았으나 무림에서는 다소 특별한 취급을 받았다.
바로 안휘성의 패자, 정파의 구도자라 칭송받는 남궁세가의 존재였다.
‘그렇다면 설마 녀석의 후손인가?’
이제는 그의 기억 속에서만 남아 있다지만, 나름대로 깊다면 깊은 인연이었다.
‘그래, 남궁무 녀석이었지.’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름도 떠올랐다.
안휘성에서 처음 만났을 당시만 해도 정말 별 것 없었던, 자신에게 검을 알려달라고 조르고 졸라대던 건방진 애송이 녀석.
그 녀석은 송윤천이 수련한 검(劍)을 계승한 몇 안 되는 녀석 중 한 명이었으니까.
그러니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있을까.
강단이 엿보이는 눈매나 높은 콧대, 허여멀건 한 피부까지.
착각인지는 모르나 남궁무 녀석과 남매의 얼굴이 사뭇 닮아 보이기 시작했다.
“혹여 남궁세가와 관련이 있더냐?”
“전에 부모님께 들은 적이 있어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께서는 안휘성에서 사셨다고요.”
“음……. 그렇단 말이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남매의 조상 되는 이는 예측하건대 남궁세가의 머나먼 방계 출신이 아닐까 싶었다.
남궁세가의 역사가 상당히 오래된 탓에 그들의 피를 한 방울이라도 이어받은 방계 또한 천하에 넘쳐났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누구도 남궁세가의 혈족 취급을 해주지는 않는다.
직계가 아니라면 능력이 없는 방계는 남궁세가에게 있어서 남보다도 못한 사이에 불과했다.
“다른 가족은?”
“부모님 두 분은 돌아가셨고, 저희 둘이 전부예요.”
“그래.”
제법 가슴 아픈 사연이었지만, 송윤천은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이제는 닳고 닳았어.’
이 정도에 슬퍼하기에는 그가 살아오면서 겪은 비통함이 너무나도 크고 깊었다.
‘그리고 애초에 가족이 있다면 어린 남매 둘이 흑점에 노예로 팔려갈 일도 없었겠지.’
혹은 가족이 있더라도 없는 것만 못하다든가.
드문 일은 아니었다.
혈연보다 눈앞의 전낭이 귀한 인간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세상이다.
아무튼, 둘 중 뭐가 되었든 간에 남매에게는 불행이었다.
대충 남매의 사정을 파악했으니 본격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너희는 너희가 가진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
“힘이요?”
남매는 그의 질문에 제대로 입을 열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무언가 들켰다는 듯 불안한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침묵도 잠시.
마침내 결심한 듯 남궁연이 굳게 닫혀 있었던 입을 열었다.
“사실은요…….”
* * *
갑작스레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천애 고아로 세상을 떠돌아야만 했던 남매는 어느 날,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 깨달음의 계기는 단지 자신의 구역에서 구걸했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려던 거지로부터 시작되었다.
온몸으로 동생을 감싸며 거지의 타구봉을 막아서던 남궁연은 죽을 고비에서 자신도 모르게 기이한 힘을 발휘했다.
“끄아아악-!”
아이의 작은 손아귀에서 튀어나온 알 수 없는 기운은 거지의 안면을 불태워버렸다.
그 사이, 남궁연은 동생을 부여잡고 도주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가 몇 차례 반복되자 남궁연은 어느 정도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신비한 기운을 방출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동생 역시 자신과 비슷한 기운을 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그 힘은 터무니없이 미약한 나머지 양민에게나 먹혔을 뿐이었다.
무공을 수련한 이들에게는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특히 흑점에 잡혀갔을 무렵에는 몇 번이나 그 기이한 힘을 사용한 탓에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에 은인께서 등장하여 저희를 구해주셨지요. 아쉽게도 이 힘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라요. 누구에게 물을 처지도 아니었고요.”
“지금 네가 말한 그 기운은 말이다. 이렇게도 써먹을 수 있다.”
송윤천은 가타부타 이렇다 할 설명도 없이 한 손을 앞으로 내밀어 활짝 펼쳐 보였다.
화르르륵-
그와 함께 흑점에서 남궁연이 보였던 것과 흡사한 모습으로 그의 손바닥 위에서 나타났다.
“……!”
남궁연, 남궁헌 남매는 거기서 자신들의 몸속에 깃들어 있는 미비한 힘의 흔적을 쫓을 수 있었다.
다만 송윤천이 보여준 이적(異蹟)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점과 같이 미약한 기운은 길쭉하게 늘어나 선이 되었다.
선은 더욱 늘어나 굵어졌으며 그들 넷이 앉아 있던 정자를 둘러 쌓을 정도가 되었다.
이에 남매가 지닌 기운이 반응하여 동류(同類)임을 직감했고, 왠지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어라? 장주님, 이 녀석들 설마?”
월은 그때야 뒤늦게 저들의 신력을 눈치챈 듯했다.
이내 송윤천의 손을 떠난 붉고 검은 기운은 장원을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해지다가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마치 승천하는 이무기와 같은 인상 깊은 장면.
이를 따라서 남매의 고개 역시 꺾일 듯 위로 향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 눈빛에는 의아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아니 우리 쪽에서는 흔히 이러한 종류의 힘을 신력(神力)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흔히 신력을 부리는 존재를 괴력난신(怪力亂神)이라 하지.”
태연하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송윤천의 말과 행동에는 망설임이나 거짓 따위는 엿보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남매는 이것이 진실이라 믿게 되었다.
괴이(怪異)와 용력(勇力)과 패란(悖亂)과 귀신(鬼神).
인간으로 태어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로불사(不老不死)의 괴력난신(怪力亂神)이 되어버린 송윤천은 자신을 그리 정의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