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43
43화
아홉의 별 구성(九星)
정마대전 당시 이 아홉의 별 모두가 크게 활약했으나 매화의 검은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그리고 당시에는 은연중 매화를 천하제일인으로 꼽는 이들도 많았다.
그와 함께 검을 다루던 남궁세가의 창천이나 무당파의 태극마저도 매화의 검을 인정했을 정도였다.
이는 바로 매화가 당시 천마신교의 교주를 사살했기 때문이다.
물론 오로지 혼자서의 힘으로 해낸 것은 아니었으나 직접 교주를 죽였다는 상징성이 사라지는 것 또한 아니었다.
하지만 참으로 이상하게도 매화는 정마대전이 끝난 이후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무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매화는 정마대전이 정파의 판정승으로 끝나게 되자 천산을 내려와 다시 고향과도 같은 화산에 올라 칩거했다.
이후 구성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 보니 마석동과 풍전이 기억하는 매화의 모습 역시 천산에서의 피 묻은 젊은 날이 유일했다.
“거지야, 매화 놈하고 마지막으로 연락한 게 언제냐?”
“연락? 언제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한 걸 보니 꽤 지난 것 같은데. 석동이 너는?”
“나야 뭐……, 솔직히 녀석과는 그다지 친분이 있지는 않았으니 연락을 따로 주고받지는 않았었지.”
마석동은 정마대전 이후 곧바로 맹주직에 오르면서 갖은 잡무와 수련으로 바쁜 나날은 보냈다.
풍전 역시 천하를 주유하며 중원 각지에 남아 있는 마(魔)의 잔재를 뿌리 뽑으며 세월을 보냈다.
그 와중에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어졌다.
아니 개인적인 연락만 끊긴 것이 아니었다.
매화를 제외한 나머지 여덟 명.
창천, 태극, 맹호, 금강, 신의, 유수, 풍전, 참월.
그중 무림 맹주인 참월 마석동을 제외하면 모두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났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소임을 다하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가 너무 무심했나 보군,”
풍전이 작은 후회를 담아 말했다.
그래도 젊은 날 한때는 서로 등을 기대며 목숨을 걸고 마인과 맞서던 사이였는데 말이다.
“나야 뭐 화산파에 잠시 들리는 정도야 딱히 상관없는데…….”
풍전의 시선이 송윤천에게 향했다.
절친한 친우의 부탁이기도 하니 긍정적으로 들어주고 싶었지만, 이번 여정은 어디까지나 송윤천을 따라나서는 신세였다.
풍전의 시선을 느낀 송윤천은 둘이 아니라 남궁연에게 질문을 던졌다.
“연아, 화산에 가보고 싶더냐?”
“화산이요?”
그 말에 남궁연이 눈을 빛냈다.
서책으로만 보고 곽범이나 풍전을 통해서 말로만 들었던 화산의 매화 풍경을 꼭 눈에 담아 보고 싶었다.
“네!”
당연히 남궁연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또 자신이 화산파를 방문해보겠는가?
물론 여기에는 친분이 있는 마석동이나 풍전이 곤란해 보여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역시 우리 사저는 아량이 넓으시군요.”
“연아, 고맙다.”
풍전과 마석동이 남궁연에게 나름의 감사를 표했다.
“목적지에 들렀다가 화산으로 가도록 하지. 너무 늦지는 않을 테니.”
“흔쾌히 허락해주어 고맙소. 장주. 그리고 필요할지도 모르니 배편과 함께 맹 직할 역참을 이용하도록 조치해 놓겠소.”
“잘 쓰도록 하지.”
생각지도 못했던 마석동의 부탁 덕분에 셋의 여정에 변화가 생겼다.
* * *
송윤천과 남궁연, 풍전은 배에 올라 물길을 타고 섬서성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남궁연은 상당히 들뜬 상태였다.
무한을 벗어난 것만 해도 좋았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호북성을 주유하고 있었으니까.
‘헌이도 같이 왔으면 더 좋았을걸.’
이번에는 아쉽게도 함께 오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동생과 함께 여행을 떠났으면 하는 마음이 자라났다.
‘그때는 내가 지켜줄 수 있게 더 열심히 해야지.’
송윤천을 만나서 짧은 시간에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지만, 여러 다양한 이유로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었다.
‘강해진다면 이렇게 재밌는 일들을 마음껏 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남궁연이 마냥 아무 생각 없이 이 여정을 즐기기만 한 건 아니었다.
“사제, 궁금한 게 있는데.”
“뭔가요 사저.”
“원래 이렇게 평화로운 거야?”
“허허, 그게 궁금하셨군요.”
바닥에 몸을 편히 눕힌 상태로 육포를 질겅질겅 쉬지 않고 씹어대던 풍전이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손을 들어 그들 일행이 타고 있는 배의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깃발을 보며 말했다.
“바로 저놈이 이 평화의 이유라고 할 수 있지요.”
깃발에는 무림맹을 상징하는 문양이 멀리서도 보일 만큼 크고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냥 깃발뿐인데?”
“으음, 이렇게 이해하시면 편합니다. 명성의 힘이지요.”
“명성?”
“네, 무림맹의 명성이지요. 물론 수적이든 마적이든 건드릴 수는 있으나 그러면 무림맹이 나서게 되겠지요. 배가 약탈당하고 선원들이 다치거나 죽더라도 복수는 철저하게 이뤄지는, 뭐 그런 방식입니다.”
“그렇구나.”
무림에 익숙하지 않은 남궁연에게는 잘 와닿지 않았지만, 받아들였다.
이게 앞으로 자신과 동생이 겪을 무림의 규칙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풍전의 말처럼 이들이 배에서 내릴 때까지 그 누구도 접근하지 않았고 앞을 막아서며 통행료를 요구해오지도 않았다.
호북성을 넘어 섬서성에 도달할 때까지의 여정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가끔 선착장에 내려 식량과 식수 등을 보충하고 다시 물길을 타고 나아가는 게 일상이 되었다.
물론 이 평화는 배에서 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끝나버렸다.
“강호의 동도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요. 이곳 고흥산은 우리 범섬서녹림연합회 고흥지부가 관리하는 구역이니 협조 부탁드리겠소.”
“멈추시오. 본인은 남중산을 맡은 대녹림부흥회의 정회원임을 먼저 밝히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구려! 우리는 이곳 영흥산에서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운영하고 있소. 마침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기부를 받고 있는데…….”
“섬서성수질관리총연합에서 나왔소. 이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흐흐, 저기 노인과 아이는 죽이고 사내는 살려서 데려와라.”
“우리가 누구냐고? 우리는 그 유명한 상남을 지배하는 상남이인조시다! 지금은 사정이 있어서 이렇게 외부에서 협객으로 활동하고 있지.”
“잘 들었지? 알겠으면 있는 것 없는 것 다 내놔라. 참고로 철전 한 닢에 칼침 한 방이니까 곱게 뒤지고 싶으면 말 안 해도 알겠지?”
산적, 수적, 마적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한 놈들까지.
무림맹의 깃발이 없어지자마자 온갖 놈들이 일행에게 접근해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얗고 곱상하게 생겨서 평생 검 한 번 안 쥐어본 것 같은 사내.
젊은 시절 여인 여럿 울렸을 것 같은 백발의 노인.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것 같아서는 어울리지 않게 검을 소지한 어린 여자까지.
고작 셋 밖에 안되는 이들은 뜯어먹기 좋은 먹잇감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앞을 가로막는 무리가 나타날 때의 대처는 송윤천의 권한.
만약 적당한 통행료 정도를 요구한다면 흔쾌히 지불하고 넘어갔다.
물론 송윤천이 모두에게 자비로웠던 건 아니었다.
대뜸 쳐 죽이겠다거나 가진 걸 다 내놓으라거나 하면 사지를 부러뜨리고 구속하여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두곤 했다.
뒤에서 따라오는 풍전은 이 모습을 보고 그러려니 했다.
애초에 송윤천이 몰래 감시하던 자신을 살려줬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가르침을 내려주는 것을 보고 악인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질문은 이 광경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남궁연에게서 나왔다.
“장주님, 왜 그러신 건가요?”
“연이 네가 보기에도 이상해 보이더냐?”
“네, 많이요. 굳이 안 주셔도 됐을 것 같아서요.”
좀 한가하다 싶으면 나와서 앞길을 막는 무리들.
남궁연이 보기에 그들 대부분은 자신에게도 미치지 못해 보였다.
지금 장원에 남아 월의 구박 아래에서 열심히 수련하고 있을 곽범에게도 미치지 못할 정도.
물론 자신은 실전 경험이 없다시피 하니 막상 붙으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몰랐지만,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장주님은 대체 왜……?’
무림맹에서 가장 강한 맹주 마석동조차 범접하지 못하는 고수가 바로 송윤천이었다.
마음만 먹는다면 저런 이들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데 되려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남궁연으로서는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송윤천은 이런 남궁연의 생각을 읽었다는 듯 답을 내주었다.
“마적이야 예외지만, 산적과 수적은 나름대로 노력을 한단다. 특히 산적은 더욱 그렇지. 원래 인적이 드문 산은 이렇게 평화롭지 않거든.”
“혹시 맹수인가요?”
“정답이다.”
송윤천의 말처럼 나라의 힘이 닿지 않는 산을 관리하는 이들이 바로 산적이었다.
작게는 들개나 늑대에서 크게는 호랑이와 곰 등의 맹수들의 서식지가 바로 산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영악한 놈들은 무기를 들고 있는 무인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칠 때까지 어둠 속에 숨어 있다가 목덜미를 노려 먹잇감으로 삼을 뿐.
“한 번 생각해 보거라. 내가 저들을 해하거나 죽이는 것이야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그다음은……, 아.”
어차피 자신들은 이번에 통과하고 다시 돌아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다음에 이 행로를 오가는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나름 얌전하게 통행료만 받던 무리도 악에 받쳐서 행인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뭔가 신기하네요.”
진심으로 그렇게 느껴졌다.
남궁연이 생각하기에 명성이란 게 뭘까 싶기도 하고, 더 열심히 수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장주님이 이처럼 자유로울 수 있는 건 강하기 때문이니까.’
남궁연은 입을 가로로 물며 다짐했다.
송윤천은 제자의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다가 다시 멈췄던 걸음을 이어나갔다.
뒤에서 둘의 대화를 들으며 따라가는 풍전 역시 생각했다.
‘그 스승에 그 제자로군.’
자신의 어린 사저는 누구보다 무림에 어울리면서 또 어울리지 않았다.
과연 미래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오래 살아야겠어.’
남궁연이 활약하는 무림의 미래는 어떨지 심히 궁금해졌다.
셋이 각자 생각 속에 머무는 사이 일행은 또 산을 넘고 강을 건넜다.
무한을 떠난 일행은 어느새 화음현에 당도할 수 있었다.
“장주, 이제 어디로 가오?”
풍전이 기대를 가득 담아서 물어왔다.
자신조차 가늠할 수 없는 존재 송윤천의 창고라면 어느 마당에 있는 작은 창고는 아닐 터였다.
그런데 자신이 알기로 화음현에 그런 창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송윤천은 다 늙은 풍전이 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한 눈을 하자 자신조차 즐거워졌다.
“이쪽이다.”
송윤천이 둘을 이끌고 어딘가로 향해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목적지에는…… 풍전이나 남궁연이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금두꺼비상이 이들을 반기고 있었다.
“여, 여기가 맞소? 정말? 진심으로?”
“그래, 맞다. 여기가 내가 말했던 그 창고다.”
너무나도 거대하여 과장 조금 더 보태면 황궁처럼 보인다는 장원의 이름은 바로 금와장(金蛙莊).
만인이 공인하는 천하제일 거부(巨富)의 거처였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