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44
44화
권력 금력 무력
세상을 지배하는 세 가지 힘이다.
대대로 권력은 중원을 지배하는 황제가 가져갔다.
때로는 권력이 모든 힘을 압도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최초의 황제라 불리는 진시황 이후 지금까지 평균적으로 황제의 수명은 오십 년에 미치지 못했다.
무력은 무림에서 가장 강한 무인이 가져갔다.
하지만 이조차 영원할 수 없다.
천하제일에 이르는 시간과 이후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고려한다면 아무리 길어도 백 년을 가지 못했다.
어느 세력, 어느 무인이든 마찬가지였다.
이렇듯 권력과 무력은 흥(興)이 있다면 망(亡)이 있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금력은 흩어지지도 무너지지도 않았다.
과거에도 지금도 금력의 주인은 섬서염가의 금와장이었다.
천하의 그 누구도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하물며 천하제일을 넘어 고금제일의 금력이니 자연스럽게 권력과 무력이 따라왔다.
황궁이든 무림이든 금와장을 쉽게 넘보지 못했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 금와장에서도 구중심처(九重深處)로 꼽히는 장소에 낯선 이들이 무려 셋이나 들어섰다.
바로 송윤천과 풍전, 남궁연이었다.
여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어찌 보면 허무했다.
단지 송윤천이 대문에서 바쁘게 손님을 맞이하던 노인에게 다가가더니 장원을 떠나기 전 챙겨온 금두꺼비를 내밀어 보여줬을 뿐이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바로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괜찮다.”
노인은 뭐가 그리 미안한 것인지 일행을 안내하며 거듭 사과해왔다.
셋은 안내된 자리에 편히 앉았고, 거의 동시에 하인이 내온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같이 들어섰지만, 반응은 천차만별이었다.
송윤천은 평소처럼 태연했으며 여유롭게 주변을 살폈다.
남궁연은 이렇게 거대한 장원에는 대체 누가 사는지 궁금한 모양으로 주인을 기다렸다.
그리고 풍전은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지만, 제법 놀란 상태였다.
‘소문대로군. 아니 그 이상일 수도.’
대문에서 이곳까지 오면서 그의 감각에 들어온 기관과 진법에 은신한 고수들까지.
그 규모로 보나 수준으로 보나 최고라 할 법했다.
‘우리를 안내했던 노인 역시 상당했고.’
가히 호굴(虎窟)이라 하여도 부족함이 없었다.
‘장주는 언제나 놀랍고 또 놀랍단 말이지.’
송윤천의 비밀은 대체 어디까지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어찌 금와장에 창고가 있다는 걸까.
풍전이 궁금한 점은 그뿐이 아니었다.
‘과연 상계의 주인은 과연 어떨지.’
가진바 힘은 천하를 뒤덮을 수 있으나 전면에 나서지 않는 존재가 바로 금와장의 주인이었다.
금와장은 대대로 이렇다 할 사건 사고 없이 그저 그들의 재산을 지키고 늘리는 일에 집중해왔다.
정보 수집에 능한 풍전조차 그의 이름과 명성만을 익히 들었을 뿐, 다른 말은 흘려들은 게 많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금왕(金王)이라 불리는 염대산이 등장했다.
마석동과 비교하면 부족하지만, 기타 무인과 비교하자면 압도적으로 장대한 기골에서는 여든을 넘어섰음에도 생기가 가득해 보였다.
흔히 말하는 장군감에 더없이 어울리는 인물.
직위에 맞지 않게 허겁지겁 달려온 염대산은 반가운 얼굴로 송윤천을 맞이해주었다.
“어르신!”
이제는 살아온 날보다 죽을 날이 가까워진 노인이 다가온다.
노인 염대산을 맞이하기 위해 청년 송윤천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송윤천의 시선에도 노인의 하얀 머리와 수염이, 현기가 담긴 눈이, 세월과 함께 쌓인 주름이 담겼다.
순간, 시야가 어지럽게 흔들려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지잉-
다가오는 염대산의 얼굴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젊었다가 다시 늙었다가 하면서 얼굴 역시 조금씩 변했다.
눈이 조금씩 커졌다 작아졌다 찢어졌다 하고 코가 변하고 여기저기 점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그들의 입이 열리고 닫혔다.
-어르신!
-대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셨군요.
-보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에 뵐 수 있어 다행입니다.
-덕분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소인은 먼저 가서 어르신의 행복을 빌겠습니다.
같으면서도 조금씩 다른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찰나의 순간 환각과 환청이 일어났다가 금세 사라졌다.
‘기억났다.’
그 얼굴들은 염대산의 친부, 조부, 증조부, 고조부였고 그 조상들이었다.
그 순간 추억인지 단순한 기억인지 모를 무언가가 송윤천의 머리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환각이나 환청 따위가 아닌, 잊고 지냈던 세월의 파편이었다.
* * *
과거 송윤천이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을 맹신할 무렵.
자신에게 선하게 접근하는 이에게는 무조건 선으로 대하곤 했다.
다만 그 모두가 다시 선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송윤천의 힘과 능력을 시기하고 질투하며 때로는 탐욕이 자라나 그를 욕하고 배신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송윤천이라는 거력 앞에서는 십중팔구가 그랬다.
욕심이란 그만큼 무서운 감정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끝까지 자신을 믿고 따랐던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집에 돌아오니 문 앞에 굶주려 쓰러져 있던 아이였다.
아이는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는 터라 그에게 도와달라는 말조차 꺼낼 수 없을 정도였다.
송윤천은 과거의 자신이 떠올라 그 아이를 불쌍하게 여겨, 거둬 살려내고 지극정성으로 보살폈다.
부모도 이름도 없이 떠돌던 아이에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기다리고 있다 하여 염(閻)이라 이름 붙였다.
당시 모두가 송윤천에게 실망을 안겨주었음에도 염은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다.
송윤천 역시 이런 염의 진심을 믿어 의심치 않아 자신의 집과 창고를 지키게끔 하였다.
염에게 부족한 지혜와 무력을 전수해주기도 했다.
상호 간의 굳은 믿음 속에서 아이였던 염은 지혜롭고 강한 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사모하는 여인을 만나 혼인을 했고 가정을 꾸렸으며 자신을 똑 닮은 아이를 낳았다.
염은 늙어 숨이 끊어지는 그 날까지 진심으로 송윤천을 따르고 그 은혜를 잊지 않았다.
그는 유언으로 자신의 자식과 손주에게도 응당 송윤천이 베푼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누누이 말하고 또 말했다.
‘염, 네 유언은 여전히 지켜지고 있다.’
‘허허, 어르신 제가 장담했지 않습니까.’
송윤천의 생각에 죽은 염의 혼백이 답하는 듯하며 짧은 회상이 끝났다.
눈을 한 차례 깜박이니 다시 염대산이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 * *
“어르신? 괜찮으십니까?”
염대산은 반응이 없는 송윤천을 보며 걱정되어 물었다.
“아-.”
그러자 송윤천이 뒤늦게 한껏 미소를 지으며 반응했다.
무릎 높이에도 오지 않던 작은 아이가 노인이 되었다.
그 옛날,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 날처럼 머리를 쓰다듬기가 조금은 민망했는지 머리로 향하던 손을 옆으로 내려트려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많이 컸구나.”
“그럼요. 어르신은 여전하시네요. 아, 소개가 늦었습니다. 여기는 제 아들 녀석입니다. 둘째이지요.”
염대산이 뒤늦게 등장해 자신의 뒤를 지키고 있던 사내를 앞으로 끌어내 송윤천에게 인사시켰다.
이에 잠시 머뭇거리던 사내가 송윤천을 향해 허리를 직각으로 숙였다.
“인사 올리겠습니다. 염호산이라고 합니다. 아버지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 나도 소식은 들었다. 반갑구나.”
송윤천은 자신보다 한참 늙어 보이는 사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었다.
“어르신, 그런데 함께 오신 두 분은 누구신지요? 어르신 곁에 있으시다면 분명 평범한 분들은 아닐 것 같은데요.”
염대산의 시선이 송윤천 곁의 풍전과 남궁연에게 향했다.
“여러 의미로 평범하지는 않지.”
“허허, 괜찮으시다면 소개해주시겠습니까?”
“이쪽은 남궁연이다. 최근에 제자로 맞이했지.”
“실례가 안 된다면…….”
“남궁세가는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보다 더 높이 설 수도 있겠지.”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소저.”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이쪽은 막내 제자다. 풍전이라고 하지.”
“어르신. 많이 들어본 듯한데 혹시 제가 알고 있는 그분입니까……?”
“내가 그 풍전이 맞소. 만나서 영광이오. 금왕.”
이번에는 풍전이 앞서서 답했다.
“이 염 모가 영광이지요. 꼭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대협.”
둘은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해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금력으로는 그 누구도 견줄 수 없는 금왕 염대산과 거지 패거리인 개방 태상방주의 만남은 자칫 어색할 수도 있었다.
다만 서로를 존중하기에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일행 간 간단하게 인사를 마치고 난 후 송윤천은 방문한 목적을 꺼냈다.
“창고에서 찾을 물건이 있어서 왔다.”
“예, 바로 가시지요.”
염대산이 앞장서며 송윤천 일행도 그를 따라나섰다.
목적지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작은 정원이었다.
염대산이 정원의 구석에 자리한 거대한 바위 앞에 멈추면서 뒤로 물러났다.
송윤천은 익숙한 듯 가지고 있던 금두꺼비를 꺼내 바위의 움푹 팬 구석에 집어넣었다.
드르르륵-
그러자 금두꺼비가 안으로 사라짐과 동시에 수레바퀴가 연이어 움직이는 소음이 나더니 바위가 갈라지고 그 사이로 입구가 드러났다.
“뭐하나? 따라오지 않고.”
송윤천이 뒤에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남궁연과 풍전을 재촉하자 이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송윤천을 따라나섰다.
그 뒤로 염대산과 그의 아들 염호산까지 바위 안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입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송윤천을 필두로 한 일행은 계단을 따라서 더 아래로 내려갔다.
천장에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 있는 야명주들이 빛을 발하는 덕분인지 이미 한참을 내려왔음에도 전혀 어둡지 않았다.
계단의 끝에는 다시 커다란 문이 막아서고 있었는데 온통 은빛을 내고 있었다.
“장주, 이거 설마 은철이오?”
풍전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질문을 던졌다.
“알아보는군. 제법 귀한 건데 어디서 본 적이 있나?”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양가 놈을 통해서 소문만 슬쩍 들었소. 천자의 비밀 금고가 은철로 만들어졌다고.”
은철은 다른 금속에 비하여 훨씬 더 단단하면서도 무겁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무게로 인하여 무기로는 사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워낙 희귀하여 구하기도 어려운 물건인데 이렇게 통으로 문을 만들다니……. 장주, 대체 이 안에 뭐가 있는 것이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많이 있으니 일종의 잠금장치라고 할 수 있지.”
이곳에 세상에 나가서는 안 될 것들도 보관하는 만큼 송윤천도 충분히 대비해놓았다.
그리고 여기 눈앞에 은철로 만들어진 거대한 문은 그중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통과하기 어려운 잠금장치라고 할 수 있었다.
“네가 한 번 열어보겠나?”
“해보겠소.”
풍전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 올린 뒤 문 앞에 홀로 섰다.
“흐읍-.”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하체를 어깨보다 조금 넓게 벌려 지탱하고는 팔을 안쪽으로 모아 활짝 핀 양 손바닥을 댔다.
준비를 모두 마친 풍전의 전신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는 가운데.
단전에서 전신으로 흘러나오는 막대한 내공이 발산되며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연이는 내 뒤에 있거라.”
“네, 장주님.”
송윤천은 풍전의 기운으로부터 남궁연을 보호하기 위해 그 앞을 막아섰다.
풍전은 자신의 어린 사저와 초면인 금왕 염대산 앞에서 자신이 왜 구성(九星)이라 불리는지 증명하고자 했으나.
드드득-
위로는 열 장이 조금 넘고, 옆으로는 다섯 장에 달하는 거대한 문은 먼지 떨어지는 소리만 낼 뿐, 끝내 열리지 않았다.
“이런, 설마 문도 제대로 못 여나?”
송윤천의 하찮은 도발 속에서 풍전은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 여겼고.
“지금은 몸풀기였소. 당연히 내가 할 수 있소.”
“그래? 기대하지.”
흐아아아압-!
힘찬 기합과 함께 처음 마주하는 거대한 철문과 전력으로 대결하기 시작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