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5
5화
“신력, 괴력난신……. 그런데요. 괴력난신이 정확히 뭔가요?”
다소 난해한 표현에 남매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나고 자라며 제대로 된 교육이란 걸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그들에게 있어서 이는 다소 난해하게 다가왔다.
“괴력난신이란 괴이(怪異)와 용력(勇力)과 패란(悖亂)과……. 너무 복잡한가?”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이신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저도요.”
“쉽게 설명하자면 기존의 상식으로는 쉬이 설명되지 않는 존재와 현상들을 떠올리면 쉬울 것이다.”
송윤천이 그런 남매를 앞에 두고서 침착하게 설명을 이어나갔지만, 영 모르겠다는 표정을 보였다.
아무래도 그들로서는 이해가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 그럴 만도 하지.’
이렇듯 충격적인 발언을 듣고 받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온전히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나를 생각하면 말이지.’
자신이 더는 인간이 아닌 괴력난신임을 깨달았을 때, 그는 얼마나 오랜 세월을 방황했던가.
닥쳐오는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죽을 듯이 괴로워했다.
한때 자신이 폐인과 같이 살아온 세월이 이 남매가 살아온 세월보다 길었다.
‘그러니 천천히.’
너무 큰 충격이 한 번에 쏟아진다면 심신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나머지는 지금부터 천천히 알아가도록 해라.”
남매, 특히 그중에서도 남궁연은 큰 충격에 머리가 깨지는 듯했다.
범인이었다면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그를 보고 미쳤다고 욕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들은 사내를 미쳤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강도는 천차만별이지만, 분명 자신들이 가지고 느끼고 발현하는 기운과 송윤천의 기운은 같았으니까.
몇 년 동안 천하를 떠돌며 보았던 그 어떤 무인도 자신들과 같은 기운을 가지지는 못했으니까.
‘그렇다면…….’
송윤천의 꾹 다문 입가를 보면 더 물어도 알려줄 것 같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그의 말대로 천천히 알아감이 맞는 듯했다.
남궁연은 복잡한 고민을 매듭지었다.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답이 나오리라 생각하면서.
“자, 이제는 너희에 대해 말해보자꾸나.”
남매의 의지를 확인한 송윤천이 대화를 이어나갔다.
“무엇을요?”
“의문이다. 너희는 지금 괴력난신으로서 신력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신체로 신력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 대한.”
송윤천은 그 자리에서 남매를 정의했다.
사람도 아니며 괴력난신도 아닌 동시에 사람이며 괴력난신인 존재.
“그래, 굳이 너희를 정의하자면 반인반괴(半人半怪)라 할 수 있겠구나.”
이에 남매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남궁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저희 부모님은 평범한 사람이었는데요.”
평범하다 못해 나약했고 그렇기에 그들 남매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가능성이야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으로는 몇 세대를 거쳐 발생하는 격세(隔世) 현상일 가능성이 매우 컸으며 그 이외에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다양한 이유가 존재했다.
“그래서 저랑 동생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남궁연이 다급하게 물어왔다.
평범하지 않음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짧은 인생에서 직접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곁에 있는 동생 역시 눈빛으로 그들 남매에게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달라 재촉하고 있었다.
“…….”
잠시 말을 아끼고 생각에 잠겨 있던 송윤천이 성에 차지 않는 답을 내놓았다.
“그건 나로서도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너희에게 한 가지 거래를 제안하려 한다.”
“거래요?”
“그래, 거래다. 서로가 하나씩 주고받는 일이지.”
“뭔가요?”
남궁연은 애써 담담하게 물어왔다.
꿀꺽-
저도 모르게 긴장에 침을 삼키는 소리가 아주 크게 울려댔다.
개방의 거지들에게 듣기로 저기 마교나 마인들은 아이들을 납치해서 잔인무도한 실험을 서슴지 않는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송윤천의 제안은 그들에게 있어서 더없는 최선에 가까웠다.
* * *
등가교환(等價交換).
가치가 같은 것을 교환하는 일이다.
“한쪽으로 일방적인 관계는 결코 오래가지 못하고 다른 한쪽의 불만으로 산산이 조각나기 마련.”
이는 송윤천이 긴 세월을 영위하며 깨달은 진리 중 하나였다.
그래서 송윤천은 하나를 받고 하나를 내어주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공평한 거래를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너희에게 제안하마. 내 곁에 머물며 지내거라. 필요한 것이 있다면 모두 제공하지. 기한은 다음 개기일식(皆旣日蝕)까지다.”
“개기일식이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려 천하가 온전히 어둠으로 물드는 현상을 말한다.”
“그래서 그게 언제까지인데요?”
“천문학에 능통한 학자의 의견에 따르자면 대략 칠팔 년 정도 남았을 것 같구나.”
이는 송윤천이 예전에 박학다식(博學多識)으로는 천하에서 제일로 손꼽히는 만통자를 통해서 알아낸 정보였다.
‘물론 그놈이라고 해서 모든 일을 완벽하게 알고 예측하지는 못하지만, 얼추 비슷하겠지.’
“칠팔 년이라면…….”
남궁연의 나이가 올해로 아홉, 그녀보다 두 살 어린 동생인 헌의 나이가 일곱이었다.
그러니 둘 다 성인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쁘지 않아.’
아니, 만약 그때까지 송윤천이 약속한 대로 자신들을 보살펴 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물론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무리이니 그보다 조금 더 짧을 수도, 길어질 수도 있겠지.”
“그런데 왜 일식까지인가요?”
“일식은 양기가 약해지는 동시에 음기가 극에 달하는 순간이다. 너희가 가진 신력은 여기에 반응할 거다.”
“저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누구도 알지 못한다. 결과는 그때 가서 알게 되겠지.”
분명한 것은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사실 뿐이었다.
“……알겠어요. 그러면 저희는 그때까지 뭘 하면 되나요?”
남매 역시 송윤천의 제안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았기에 거기에 따르는 대가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너희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해도 된다. 필요한 게 무엇이든 지원해주도록 하지.”
송윤천은 진심으로 그들에게 무언가를 강요할 마음이 없었다.
자신이 무언가를 강요하게 된다면 그들을 관찰하고자 하는 의미가 사라지게 될 테니까.
“그게 전부인가요?”
“그래. 내가 이게 너희에게 원하는 거래다.”
이에 잠시 자리를 피하여 대화를 나누는 남매였다.
송윤천은 멀찍이서 한가로이 기다렸다.
‘저들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일 테니까.’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까?
자신 역시 한때 굶주림에 시달려 봤기에 남매의 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좋아요.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남매가 송윤천 앞에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훌륭한 판단이다. 옆에 이 녀석은 월이라 한다.”
“반갑다.”
소개받은 월이 남매를 향해 짧은 인사를 건넸다.
“이 녀석이 너희가 머물 공간과 장원의 시설을 안내해줄 것이다. 당분간은 휴식을 취하도록.”
월이 송윤천의 말에 남매를 안내하고 나섰다.
“예, 예. 자, 이리 오너라.”
“네, 월 아저씨.”
“어허, 월 아저씨가 아니라 월 총관이다. 총관. 내가 누구라고?”
“월 총관 아저씨?”
“쓰읍! 아저씨 아니고 총관이라니까!”
“네, 아저씨.”
“……, 됐다. 어서 이쪽으로 오너라.”
월은 남매의 단호한 표정에 고개를 저으며 등을 돌렸다.
뒤에서 보이는 남매의 발걸음은 유난히 가벼워 보였다.
후우-
홀로 남게 된 송윤천은 연초를 꺼내 물었다.
뿜어낸 자욱한 연기가 서서히 지기 시작하는 노을빛을 가려냈다.
‘이번에는 내게도 안식이 찾아오려나.’
그들에게 밝히지 않은 사실 한 가지.
자신은 남매의 나아감에서 자신의 물러남을 원했다.
저들이 가진 불완전한 신력이 완전해지는 순간.
저들은 어느 형태로든 완전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남매는 무엇을 얻고 무엇이 되려나.
인간인가 혹은 괴력난신인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가?
또 자신은 거기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당장 마음 같아서는 답답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서두르라 재촉하고 싶었지만, 정해진 순리는 변치 않는다.
“이 또한 금방 지나갈 것이다.”
송윤천이 살아오며 가장 익숙한 행위가 바로 기다림이었다.
그러니 이번 기다림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 * *
지난 며칠.
남궁연, 남궁헌 남매는 한적한 장원 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남매는 여기에서는 누구도 그들의 음식을 빼앗아 가지 않고, 잠들어 있는 그들이 위험에 빠지지도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로 인해 경계의 눈빛 또한 완전히 사라졌다.
“자, 낮잠도 즐겼으니 허기가 질 테고, 그러면 이제 배를 채워야겠지? 왼쪽부터 담가채(譚家菜), 저거는 서시설(西施舌), 계혈탕(鷄血湯), 열간면(熱干面)…….”
“여기 이건요?”
“나머지는 나도 모르겠는데. 아무튼, 너희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객잔에서 이것저것 사 왔다. 이번에는 사정이 있어서 사지 못했다만, 다음에는 단골 객잔에서 사다 주마. 어서 먹어라.”
또한, 월 총관이 나름대로 신경 써서 제공하는 적당한 식단과 휴식이 반복되면서 남매는 심신에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다녀오마.”
“저는요?”
“장원이나 지키고 있거라.”
그러던 중, 송윤천이 대낮부터 가득 찬 배를 두드리고 있던 남매를 이끌고서 장원 밖으로 나섰다.
별말 없이 이끄는 곳으로 걸음을 따라 옮기다 보니 포목점이었다.
“장주님, 여기는 왜요?”
남궁헌의 질문에 송윤천의 시선이 둘을 한 차례 쓱 훑었다.
“지금 그 복장으로는 뭘 해도 불편해 보이는구나.”
“네?”
남매는 그때 서야 시선을 내려 자신들의 행색을 살폈다.
“그런데 이게 왜요? 찢어진 구석도 별로 없고 멀쩡한데요. 냄새는……, 조금 나네요.”
둘은 순수하게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여전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송윤천은 자신이 잠시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고아로 떠돌던 녀석들이다.
‘그러니 복장 따위를 신경 쓸 여유는 없었겠지.’
송윤천의 시선이 다시 남매를 훑었다.
여러 번 접어 올렸지만 조금만 움직이면 흘러내려 불편하게 생긴 의복.
장원에 들어서기 전, 흑점의 점원들과 다툰다고 찢겨나간 의복은 진작에 버리고 남는 의복을 수선하여 준 것이었다.
물론 보는 것과 같이 허리춤에도 오지 못하는 마른 체형의 남매에게는 전혀 맞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무어라 말을 해도 남매는 좀처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저 변화를 통해 느끼면 될 뿐.’
이는 남매가 의복에서 오는 편리함을 겪지 못했기에 당장의 불편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송윤천은 그리 생각하며 남매와 함께 포목점 내부로 들어섰다.
부유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무한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포목점답게 사방이 각종 면포와 의복으로 가득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돌아가는 와중에 등장한 사내와 뒤따라 오는 아이 둘.
근처의 눈치가 빠른 점원들은 이들을 빠르게 훑었다.
앞장선 송윤천의 장삼은 흑색이며 따라오는 아이들은 거지꼴 그 자체였다.
중원에서 좀 산다 싶은 이들은 백색을 선호하며 그렇지 못한 이들은 오래 입어도 괜찮은 황색이나 흑색을 선호한다.
그러니 이들은 부유함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전형적인 양민의 행색이라 할 수 있었다.
먹고 살기가 쉽지 않아서 몇 년에 한 번 의복 한 벌 마련할까 말까 하는 그런 이들 말이다.
그리고 이런 손님은 당연히 돈이 되지 않으니 점원으로서는 꺼려지기 마련.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뽑아먹을 게 없어 보이는 놈들인데.’
‘그냥 두면 적당히 보다가 나가겠군.’
‘전낭은 가지고 왔나 몰라.’
‘그래도 몸에서 악취를 풍기는 놈들은 아니니 내버려 두면 대충 둘러 보다가 알아서 꺼지겠지.’
‘도둑놈일 수도 있으니 시선을 떼면 안 되겠어. 손장난하다가 걸리기라도 한다면 죽지 않을 만큼 매타작을 해주마.’
부자가 많기로 유명한 무한이라고 하여 다들 전낭이 두둑한 것만은 아니었다.
사지는 못하니 구경이나 할 생각으로 들어와 훑어만 보고 나서는 이들 역시 많았다.
게다가 바쁜 틈을 타 옷감이나 의복 따위를 몰래 훔쳐 가는 놈들도 간혹 있었다.
점원들은 송윤천을 향해 알게 모르게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이는 이들의 편견이자 착각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금방 드러나고 말았다.
“어? 저……, 저게 무슨 일이고!”
송윤천의 손 위에는 어느새 두둑한 전낭이 나타나 있었기에.
그리고 적어도 이런 포목점에서 두둑한 전낭은 천자보다 위대했다.
“어서 오십시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