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59
59화
언제나 사람이 붐비는 무한이었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족히 몇 배는 붐비는 듯했다.
그 이유는 바로 승천당 수료식.
삼 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이 날은 무림맹이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날이었다.
각지에서 가족과 친지 또는 동문이 지난 삼 년간의 성장을 응원하고, 또 축하하기 위해 무한을 방문한다.
그리고 굳이 친지가 아니더라도 수료식을 반기기는 마찬가지다.
잠시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무인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편하게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이런 순수한 목적으로 수료식을 찾는 건 아니었다.
무한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 수료식을 위해 임시로 지어진 행사장 주변은 온통 눈이 반쯤 돌아간 도박꾼들로 가득했다.
“자~,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어디에 거시렵니까?”
“하북팽가의 팽규호! 팽 소협에게 걸어주시오!”
어떤 점소이는 몇 년 전 된통 당한 기억을 잊은 듯 전 재산을 끌어모았다.
“나는 신창양가의 양주은 소저에게 걸겠소……!”
어떤 포목점의 주인은 가게를 내놓았고.
“백기 소협! 백기 소협 앞으로 전부 걸어주시오! 백기 소협이야말로 이 무림의 미래가 될 것이오!”
또 어떤 흑도는 자신이 선택한 정파의 후기지수가 승리하기를 그 누구보다 간절히 기도했다.
“거, 다 필요 없고 남궁세가의 신동이라 불리는 소협이 있다고 했는데…….”
“남궁민수?”
“맞아!”
“신동이라니? 금시초문인데.”
“그러게나 말이야. 큼, 솔직히 그쪽은 가망이 거의 없지 않나……?”
“이봐, 남들 다 거는 데 걸면 몇 푼 벌지도 못해. 자네가 도박의 묘미를 알아? 어? 아냐고? 인생 똑바로 살아.”
누구는 동전 몇 개를, 누구는 은전을, 누구는 전낭을 통째로 걸어왔다.
그런데 그 누구도 남궁연이라는 이름 앞으로는 걸지 않았다.
남궁세가와 같은 남궁을 쓰고 있지만, 남궁세가 출신은 아닌 듯하며 삼 년 동안 이렇다 할 활약이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 자-! 마감까지 정확히 일각 남았습니다! 종 치면 안 받아요. 삼 년에 한 번 찾아오는 인생 역전의 기회!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다고? 당신들만 손해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호객꾼들이 소리쳤다.
바로 그때 홀쭉하게 큰 사내와 유독 잘생긴 노인이 등장하여 각자 손에 들린 두둑한 전낭을 보이며 말했다.
“남궁연에게 모두 걸어주시오.”
“나도 그쪽으로.”
“예, 그럼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눈먼 돈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신청받는 사내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 피눈물 나게 고맙다, 이 자식들아.’
가끔 이런 멍청한 작자들이 있었다.
자기는 보는 눈이 다르다며 가망이 쥐뿔만큼도 보이지 않는 쪽으로 거는 이들 말이다.
하지만 곽범과 풍전은 그런 도박꾼을 불쌍하다는 듯 쳐다보고 뒤로 물러났다.
“흐흐……. 곽 사형, 오늘부터 우리는 부자요.”
특히 연초값을 감당하지 못해서 매번 송윤천에게 구걸하고 다니는 풍전의 표정은 한없이 해맑았다.
“곧 수료식이 시작될 터이니 모두 착석해 주시오-!”
둘은 곧 수료식이 시작된다는 외침에 냅다 일행이 맡아놓은 자리로 달려갔다.
“왔나?”
“사제들 어서 여기 앉아. 곧 시작한대.”
남궁연은 수료식에 참가하여 없었고 송윤천, 월, 남궁헌이 그들을 맞이해주었다.
“약골, 거지 어딜 그렇게 다녀와?”
월이 다급히 자리를 비웠던 둘을 타박했다.
“사부, 앞으로 거지라 부르지 마시오. 아무래도 내일부터는 거지가 아닐 것 같으니까.”
풍전이 당당하게 남궁연이라는 이름과 금액, 배당이 적힌 증표를 내밀며 말했다.
“오래 살고 볼 일일세. 이러다가 천하에서 가장 돈 많은 거지가 탄생하겠어.”
월이 뭔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남궁헌의 사수인 구성주가 중앙에 설치된 간이 비무대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무림 동도 여러분 그리고 수료식을 찾아주신 분들 모두 반갑습니다! 금일 사회(司會)를 맡은 구성주입니다!”
역시 그 말 재변은 어디 가지 않았는지 말이 끊이지 않고 나왔다.
“수료식을 진행하기에 앞서 미리 밝힙니다. 의심이 가는 행위를 일절 금지하며 만약 적발될 시, 그에 따른 처벌이 있을 것을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자 그러면 첫 번째 순서로는 언제나 맹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시는 무림의 영웅! 구성(九星)! 참월(斬月)! 마석동 맹주님을 앞으로 모시겠습니다! 힘찬 박수와 뜨거운 환호로 맞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맹주님이시다!”
“와아아아-!”
“영웅이시여-!”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 함께 모두의 시선이 허공으로 집중되었다.
“어……?”
“어라……?”
힘찬 박수가 어느새 멈춰졌다.
사방에 떠들썩하게 울리던 환호성 역시 고요해졌다.
“맹주님이! 맹주님이 하늘을 걸어 다닌다-!”
“서, 설마 허공답보(虛空踏步)?”
무림맹주 마석동.
그 거구의 사내가 허공을 걸어서 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지난 삼 년, 송윤천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그의 주변은 변했다.
남궁연은 무려 열두 살의 나이에 일류를 넘어 절정에 이르렀다.
게다가 이게 한계가 아니라는 듯 여전히 뛰어난 재능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다.
괴력난신 체의 내단으로 이루어진 영약을 섭취하여 천천히 자신의 것으로 만든 동생 남궁헌은 내공만큼은 이미 한 갑자를 넘어섰다.
장원의 최약체인 곽범은 여전히 월이 약골이라고 불러대지만, 일류에 이르렀다.
이제 막 일류에 도달하였으나 적어도 흑도 사이에서 흑야차의 창술을 무시하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풍전은 비록 경지의 상승은 없었으나 이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진보하였다.
월 역시 그런 풍전에게 질 수 없다, 여겨 이 백 년 넘게 게으름만 피우던 모습을 뒤로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쌓인 세월을 무시할 수는 없는 모양인지 여전히 월은 장원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나 다름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심심하면 장원을 찾아와 송윤천이나 월, 풍전과 어울리던 무림맹주 마석동은 목표로 했던 성취를 이뤄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지금 만인 앞에서 당당하게 선보이는 허공답보였다.
그러나 완벽하지는 않아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으나 속으로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좋아, 거의 다 왔다.’
마치 보이지 않는 계단을 내려가듯, 마석동은 천천히, 신중하게 허공에서 한 걸음씩 아래로 발을 디뎠다.
그런데 그 모습조차도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대단하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맹주님께서 조만간 우화등선하실 모양이야.”
“이 정도면 구성(九星)이 아니라 달(月) 아래에 팔성(八星)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는데?”
“그건 좀 너무 멀리 나가지 않았나? 저기 안휘의 창천 대협께서는 검으로 하늘을 뒤덮으시는 분이신데.”
“심지어 저기 화산에 매화 대협께서는 겨울에도 천지에 매화를 피우는 분이시거늘.”
“게다가 풍전 대협께서는 어쩌고? 못 들었나? 그분께선 손짓 한 번으로 하늘에서 벼락을 내리꽂는다지 뭔가.”
수료식이 진행되는 행사장이 잠시 시끌벅적해지다가 구성주의 외침에 다시 숙연함을 되찾았다.
“지금부터 맹주님의 훈화 말씀이 있겠습니다.”
구성주가 몇 걸음 뒤로 물러나고 연무대 중앙에 선 마석동이 사자후를 내지르듯 크게 외쳤다.
“반갑소. 먼저 수료식을 찾아주신 분들께 맹을 대표하여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소. 최근 무림에 조금씩 사건 사고가 발생하며 혼란스러워지는 가운데. 맹은 절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을 다시 한번 밝히는 바이며…….”
따듯한 날에 딱 어울리는, 지루하고 길게 이어지는 훈화였다.
맹주의 화려한 등장에 환호하던 이들이 하나둘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자면! 크흠, 잠시 후 진행될 수료식에 있어서 승자와 패자는 중요치 않으니 모두를 응원해주시기를 바라오. 이만 짧게 마치겠소.”
마침내 이 각에 걸친 지루한 훈화가 끝났다.
그리고 구성주의 사회와 함께 본 행사가 시작되었다.
별 기대를 받지 못하는 후기지수들이 나와 비무를 펼쳤다.
필시 검을 잡고 땀을 흘리는 날보다 술에 젖어 드는 날이 많은 녀석이었다.
무인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지루했지만, 양민들이 보기에는 이조차도 멋들어졌다.
“지친다, 지쳐. 연이는 언제 나오려나.”
월이 지루함에 코를 후비적거렸다.
“어? 사부. 우리 누나 저기 나온 것 같은데요.”
남궁연을 발견한 남궁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
“저기요.”
송윤천과 그 일행도 별 관심 없이 대충 지켜보다가 남궁연이 나올 차례가 되자 반쯤 감겨있던 눈을 부릅떴다.
“다음 순서는 하북팽가의 팽규호 소협과 남궁연 소저! 앞으로 나와 주시오.”
송윤천 일행이 남궁연의 등장을 반기는 와중, 다른 이들은 팽규호의 등장에 환호했다.
“역시 이번에는 수석으로 팽 소협이 유력하지 않나?”
“아무래도 그렇겠지.”
“끝났구먼. 안 봐도 알겠어.”
모두가 팽규호의 승리를 점쳤다.
하북팽가의 소가주이자 맹호(猛虎) 팽무석의 증손자로서 어릴 적부터 그 재능이 남달라 직접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하물며 승천당에 입당하기 전부터 하북에서 소호(小虎)라는 별호가 붙을 만큼 뛰어난 후기지수가 바로 팽규호였다.
그에 반하여 이름 석 자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남궁연에게 기대하는 이는 없다시피 했다.
“열 합이 되기 전에 끝나겠군.”
“암, 그렇고말고. 맹호께서 인정하신 재능이니 당연히 그러지 않겠나?”
그리고 그중에서도 유독 큰 목소리들은 남궁연에게까지 들려왔는데, 오히려 그녀에게는 좋은 자극이 되었다.
‘그깟 비웃음들……, 환호성으로 만들어 주면 그만이지.’
연무대 중앙에 선 팽규호와 남궁연이 시선을 마주했다.
팽규호 역시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전혀 긴장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당연히 자신의 승리를 예상하는 듯했다.
지난 삼 년.
남궁연은 장원을 벗어나 남들이 보는 앞에선 전력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오늘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장주님,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연아,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있단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알려진다는 뜻이지. 하지만 최대한 늦게 알려지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단다. 그러니 적당히 하거라.”
“적당히요?”
“그래, 이 세상 어디서든지 너무 뒤처지거나 너무 뛰어난 놈들은 곤란을 겪기 마련이거든. 어딜 가나 중간만 하는 게 가장 편하지. 물론 네게 강요하는 건 아니다.”
남궁연은 오늘 아침 송윤천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적당히 하자. 적당히.’
대회의 막을 여는 순간이지만,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스릉-
검집에 가려져 있던 운철검이 모습을 드러냈으나,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모르니 여기에 감탄하는 이는 없었다.
반대로 팽규호가 하북팽가를 상징하는 호랑이 문양이 새겨진 도집에서 도를 꺼내자 주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남궁연의 검과 팽규호의 도가 서로를 향해 기울어지고.
“준비됐으면 시작하지.”
심판으로서 몇 장 옆에선 장로의 무심한 선언에 첫 시합이 막을 올렸다.
“흐읍-.”
팽규호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자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거대한 발에 힘이 들어가자 이를 지탱하고 있던 바닥에 금이 가며 그의 신형이 앞으로 쏠렸다.
하지만 사선으로 거칠게 휘둘러진 도는.
쿠웅-
너무나도 쉽게 가로막히고 말았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팽규호는 조금 놀란 듯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자신의 도를 막아선 검 너머.
남궁연의 시선에서는 작은 흔들림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