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61
61화
“염병, 다 꼬라박아서 그런지 볼 맛이 안 나는구먼.”
“나도 그런데, 더 봐서 뭐하나. 하늘에서 황금 부스러기라도 떨어지겠어? 탁주나 한 사발 비우러 가세.”
“좋지. 그런데 탁주는 누가 사나?”
“내가? 전 재산을 팽 뭐시기에게 걸었는데 어떻게?”
“나라고 다른 줄 아나?”
모두가 기다리던 대망의 결승전이 시작되었음에도 정작 관람하는 이들 중 십중팔구는 전혀 관심이 없거나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남궁연과 남궁민수.
비무대에 오른 둘 다 유력한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그런 건 아니었다.
천하 어디에나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고 해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꾼도, 자신은 도박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 믿는 이도 있기 마련이다.
지금 이 자리에는 그런 이들이 무려 셋이나 존재했다.
그리고 아주 우연히도 송윤천 일행과 바로 옆자리에 앉은 사내가 그중 하나였다.
“제발, 남궁민수 소협. 아니 대협. 이기기만 한다면 평생의 은인으로 알고 매일 새벽 안휘성을 향해 삼천 배라도 올릴 터이니 제발! 제발!”
사내는 혹여 구겨지기라도 할까 조심스럽게 배당표를 들고 미친 듯이 중얼거리며 남궁민수의 승리를 기원했다.
바로 옆에서는 풍전과 곽범이 씩 웃어 보였다.
둘이 보기에 사내의 기도는 원시천존이나 옥황상제, 염라대왕이라도 들어줄 수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 둘은 남궁연에게 전 재산을 걸었다.
“곽 사형, 오늘 제가 크게 한턱내겠습니다.”
“풍 사제, 그게 무슨 말이신가. 당연히 이 사형이 사는 게 도리에 맞지.”
둘은 이미 남궁연이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거들먹거렸다.
객관적으로 남궁연의 상대는 곽범보다도 약했고, 남궁연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라도 일격에 처리할 수 있을 정도.
그러니 모든 걱정과 근심을 내려놓고, 결과를 보고서 배당을 받으러 가면 그만이었다.
비무를 지켜보는 이들 대부분은 이런 사정을 알지 못했다.
애초에 무인이 아니거나 남궁연보다 경지가 낮았던 탓이다.
그들에게는 남궁연이나 남궁민수나 무명(無名)의 후기지수에, 그저 천운이 따른 것으로 보일 뿐.
물론 중간마다 자리한 고수들의 시선에는 그렇지 않았다.
“원시천존께서도 나름대로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셨구려.”
“암! 부처께서도 다 큰 뜻이 있었던 모양이오. 이 미천한 중생은 그런 것도 모르고 괜히 화를 냈지 뭐요.”
“오대세가 중 최고봉이라 하지만 그 흔한 남궁을 이기지 못하는구려.”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도사와 스님들이 너무나도 기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크흠. 후배들이 저리 열심히 임하는데 다들 비무에 집중하게. 집중.”
“맹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당연히 그리해야지. 자, 다들 조용히 하고 즐깁시다. 즐겨.”
무림맹주 마석동이 괜히 듣기 민망하여 헛기침하며 이들을 자제시켰지만, 이 큰 목소리를 옆에서 못들을 리가 없었다.
“그런 본인들은 산골짜기에서 잡초만 뜯어 먹고 살았나…….”
“저쪽 제자들이 하나 같이 영~ 힘이 달려서 그런지. 결승에도 오르지 못한 걸 보아하니 이 남궁모는 팽 형의 말이 백번 맞는 것 같소!”
“제발 조용히 좀 하시게. 조용히! 다들 나이는 잔뜩 먹어서 애도 아니고 유치하게 왜들 그러고 있나.”
“맹주, 시작은 저기 말코와 땡중들이 먼저 했소만. 우리는 상당히 억울합니다.”
“하…….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으니 다들 그만 좀 해주게.”
마석동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그를 기준으로 우측으로는 오대세가의 인물들이, 좌측으로는 구파일방의 인물들이 자리했던 탓이다.
‘그러길래 좀 떨어뜨려 놓으라니까. 왜 이렇게 딱 붙여놔서는.’
마음 같아서는 다들 한 대씩 쥐어박고 싶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지금과 같이 만인 앞에서 맹주로서의 체통을 지키느냐고 자신보다 어린 녀석들이 말싸움해대는 것도 지켜봐야만 했다.
그나마 저들도 마석동의 성격이 그리 온순하지만은 않은 것을 알기에, 다들 작게 중얼거리는 정도에서 멈췄다.
물론 그중에서도 남궁연의 진가(眞價)를 알아채고서 그에게 슬며시 다가오는 이도 있었다.
“맹주님.”
“오, 자네는…….”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친우인 남궁겸을 똑 닮은 손주 중 한 명이었다.
마석동이 그를 보고도 이름이 가물가물하여 기억을 더듬으며 눈을 살짝 찌푸렸다.
“저 남궁표입니다. 오랜만에 뵙지요?”
“아, 그래. 남궁표였지. 잘 지냈나?”
물론 손주라고 해도 이미 중년이었고,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머리가 제법 비상한 편이라 남궁세가에서도 중책을 맡은 인물이었다.
“예, 그럼요. 그런데 맹주님은 혹시 저 남궁연이라는 여아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음? 그건 왜 궁금하나?”
“가능하다면 양녀(養女)를 제안해볼까 합니다.”
둘 사이에 따로 엄청난 친분이 없음에도 접근한 까닭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역전을 노릴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제안.
하지만 남궁연이 누구와 지내며 누구의 제자인지 알고 있는 마석동으로서는 전혀 먹히지 않을 것을 알기에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당연히 알려줄 수는 있지만, 그 제안은 실패할 것 같군.”
“으음, 그렇습니까?”
남궁표 역시 마석동의 말에서 대충이나마 상황을 짐작하고 일단은 물러나기로 했다.
‘맹주의 반응을 보니 남궁연이라는 아이의 배경에 뭔가 대단한 게 있는 모양이로군. 제대로 알아봐야겠어.’
대화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간 남궁표의 시선이 다시 남궁연에게 향했다.
‘저 나이에 이미 절정의 초입을 넘어섰구나. 우리 가문에 저만한 아이가 있었나?’
떠올렸지만, 그 누구도 없었다.
조카뻘인 남궁민수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남궁연이 그를 한참 봐주고 있기에 가능한 비무였다.
‘어쩌면 저 아이야말로 남궁세가의 다음 세대를 책임질 인재일 지도.’
피가 중요하다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아무리 그 출신이 흔해 빠진 ‘남궁’이라 하여도 재능이 있다면 그들의 혈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니까.
‘조부님께서 이 아이를 직접 보셔야 했는데……. 안타깝게 되었어.’
남궁표는 아직 남궁연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비무가 끝나고 즉시 조부이자 태상가주인 남궁겸에게 전서를 보내리라 다짐했다.
남궁세가의 검을 더욱 완벽하게, 아니 더 높이 하늘로 인도할 인재를 찾은 것 같다고.
그런데 이런 생각은 남궁표만 하는 게 아니었다.
‘우리 무당파에 딱 어울리는 아이로군. 장문인께 적극적으로 추천해봐야겠어.’
‘과연 청성의 검이 더해진다면 크게 될 인재로다!’
‘역시 남궁보다는 팽이라는 성이 더 잘 어울리겠어. 팽연? 제법 잘 어울리는군.’
이 비무를 지켜보는 이들 가운데 남궁연의 진가를 어느 정도 알아본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 시각, 남궁연은 이런 상황도 모른 채로 상대에게 완전히 집중하고 있었다.
* * *
남궁연이 생각할 때, 적어도 이 비무가 열리는 자리에 제대로 된 무인은 많지 않았다.
하나 같이 다들 의지박약.
분명히 무공이 뛰어남은 맞다.
자신보다는 모자라나 부족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를 악물고서 달려들지 않는다.
앞서 유력한 우승 후보이자 첫 상대였던 팽규호만 보더라도 그랬다.
그가 하려는 마음만 충분히 있었다면, 남궁연을 상대로 족히 수십 합은 더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팽규호는 그러지 않았고, 다른 상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단지 몸이 조금 지쳤다고, 내공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물러났다.
조금만 아프거나 다치면 쉽게 포기했다.
피를 조금 흘리면 당장 죽을 것처럼 비명을 지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이들에게 무공이란 존재는 일종의 자랑거리에 불과한 것일까.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면 저들이 정상이고 내가 잘못된 것인가.’
어쩐지 자신만 치열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무공에 임하는 것만 같아서 기분이 조금은 맹숭맹숭했다.
그런 남궁연 시선에 문득 남궁민수의 지친 모습이 들어왔다.
그는 다른 후기지수들의 잔뜩 겉멋이 들어간 화려한 동작들과는 다르게 오직 기본에만 충실했다.
물론 남궁연과는 경우가 조금 달랐다.
‘쟤는 오직 저것만 할 줄 아는 거야.’
남궁연처럼 화려함을 내려놓고 기본에 충실한 게 아니라 기본밖에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떤 화려함보다 위력적이었다.
‘결국, 검의 본질은 상대를 찌르고 베는 게 전부니까.’
이건 송윤천이 남궁연에게 늘 했던 말이었다.
그래도 이제는 슬슬 결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호기롭던 남궁민수는 남궁연이라는 철벽에 완전히 가로막혔다.
손에 들린 검은 천근만근 같으며 가만히 있지 못하고 조금씩 흔들렸다.
상체는 앞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으며 다리는 후들거렸다.
하지만 남궁민수는 검을 놓지도, 자리에 주저앉지도 않았다.
이 모습이 남궁연에게는 그리 낯설지 않았다.
‘내 모습이랑 똑같아.’
마치 송윤천을 만나기 전의 자신과 같았다.
나약한 힘으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미친 듯이 발버둥 치는 모습 말이다.
‘어쩌지.’
툭 치기만 해도 나가떨어질 것 같은 상대를 앞에 두고 고민에 빠졌다.
‘내가 남궁민수를 이겨서 무엇이 남을까?’
남궁연은 간신히 돌 사이를 비집고 자라나기 시작한 잡초를 여기서 뽑아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송윤천이 자신에게 빛이자 길이 되어주었던 것처럼.
남궁민수에게는 지금 이 한 번의 승리가 세상 그 무엇보다 필요하겠다 싶었다.
남궁연은 저런 상대를 가지고 놀고 싶지는 않았다.
툭-
남궁연은 검을 내려놓고 손을 들었다.
“내가 졌어요.”
축제의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승천당 이번 기수의 수석(首席)은 남궁세가의 남궁민수요-!”
“내가-! 내가 맞췄다! 내가 맞췄다고! 으아아-! 어머니! 아버지! 여보! 애들아아-!”
그 선언에 유일하게 남궁민수에게 걸었던 한 도박꾼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열렬히 환호했다.
그렇게 좋을까?
지친 와중에 쉰 목소리로 떠나가라 외치는 모습이 애잔했다.
반대로 남궁연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전 재산을 몽땅 걸었던 풍전과 곽범은 침이 질질 흐르는 것도 모르고 입을 쩍 벌려댔다.
“사, 사저가 왜……, 왜. 어째서어-!”
“이건 꿈이야. 꿈……. 사저께서 그럴 리가 없는데…….”
옆에선 월이 실실거리며 그 둘을 놀려댔다.
“부자 거지가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거지가 돼버렸네. 패가망신한 기분이 어떠냐 제자들아?”
결국, 그 둘은 시무룩한 채 장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로부터 며칠, 남궁연은 의도치 않게 늙은 사제들의 원망이 담긴 눈빛을 받기도 했다.
* * *
축제는 성황리에 막을 내리며 무림맹은 정파의 건재함을 만천하에 알렸다.
때로는 이러한 것들이 그저 허장성세에 불과하다는 평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란 게 중요하게 작용할 때도 있었다.
특히 최근처럼 천하를 어지럽히는 무리가 여럿일 때는 말이다.
축제로 들떴던 분위기가 어느 정도는 가라앉은 다음 날.
무림맹의 구중심처에는 진중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원탁에 자리한 인원은 총 다섯.
무림맹주 마석동.
새외를 담당하는 외당주.
중원을 담당하는 내당주.
무림맹 내부를 담당하는 승천당주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보를 담당하는 와룡당주였다.
평소라면 이대로 회의가 진행되겠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그래서 참가하겠다는 녀석들은?”
“참가 의사를 밝히신 분들은 총 네 분이십니다.”
회의가 시작하기까지 반 각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마석동이 입을 열자 와룡당주가 즉시 답했다.
“넷이라……, 그렇다면 나까지 다섯이군. 그래도 절반은 어떻게 넘었어.”
“그러게 말입니다. 솔직히 이렇게 많이 동의하실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그런데 어째서 한 분도 오시지 않는지…….”
제 잘못도 아니건만 초대장을 보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괜히 초조해진 와룡당주였다.
괜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모습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들을 걱정하는 듯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은 아니겠지요?”
“그놈들에게? 농담도 그 정도면 재미없지. 과한 걱정은 됐으니 그만 자리에 앉아라. 저기 한 놈은 도착했구나.”
마석동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굳게 닫혀있던 문이 번쩍 열렸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