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74
74화
여의주가 신비(神祕)를 부려 괴력난신 천살성과 동조하여 그를 과거로 젖어 들게 만들기 전.
심안 은소소, 시마, 혈화백 강휘는 천살성의 뒤를 따라 승천봉에 막 도달해 있었다.
승천봉 정상에서 들려오는 굉음과 충격이 아래까지 전달되는 상황.
셋의 시선이 모두 위쪽 어딘가 천살성이 난동을 피우고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지점으로 향했다.
“혼자 그렇게 먼저 앞서가더니만 벌써 시작한 모양일세.”
딱히 어디로 오란 말도 없었고, 여기가 어디쯤인지도 몰랐지만 길을 잃지는 않았다.
승천봉에 다가갈수록 천살성을 미칠 지경으로 만들었던 정체 모를 기운이 강하게 전달되었으니까.
“심안 자네는 저 힘이 뭔지 알고 있나?”
“전혀요. 그저 이런 환경이면 굉장히 귀한 영물이 아닐까 싶긴 하네요.”
시마 역시 그 기운의 정체를 짐작하지 못하여 심안에게 물어왔지만, 그녀 역시 가늠하지 못하여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여기가 어디인지는 몰라도 경치가 아주 좋구려. 시간이 난다면 한 장 남기고 싶은데.”
그 와중에도 혈화백은 별다른 관심이 없는지 주변을 둘러보며 그림을 그릴 궁리를 해댔다.
“일단 올라가시죠. 뭔지는 몰라도 가보면 알 테니까요.”
“좋다, 계획은?”
“공동산과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그래,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겠어.”
앞서 공동파를 멸살할 때는 화양연화에 소속된 여덟 명 전원이 나섰다.
이번에는 그 절반인 넷에 불과했지만, 수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구파일방이니 뭐니 하던 공동파조차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사그라졌으니.’
그나마 제법인 녀석들이 몇몇 있었지만, 그들도 결국 죽어 나갔다.
심지어 자신들이 전부 전력으로 나선 것 또한 아니었고, 천살성이 대부분을 처리해버렸으니.
그러니 생각하기에 곤륜파라고 크게 다를까 싶었다.
어차피 그들이 보기에는 둘 다 말코도사로 보였다.
“나는 이쪽으로 가지.”
둘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만 있던 혈화백이 먼저 좌측으로 수풀을 해치며 사라졌다.
“저는 이쪽으로 가겠어요.”
“그리하게. 정상에서 만나도록 하지.”
심안 역시 바로 우측길로 돌아 나섰다.
홀로 남은 시마는 빗길을 뚫고 가던 길을 그대로 오르다가 수상함을 감지하며 걸음을 멈춰 주변을 쓱 한 차례 훑었다.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사방이 온통 수풀이었다.
그렇다면 새소리든, 작은 짐승들이 움직이든, 벌레가 울든.
당연히 어떤 작은 소음이라도 들릴 법한데 여기는 그렇지 않았다.
시마가 주변을 살피면서 다시 한 걸음을 내디딜 때.
파지지직-
‘벼락?’
위쪽에서 들려오는 기이한 소음에 그의 시선 역시 위로 꺾였다.
그 순간, 한 줄기 굵직한 벼락이 정확히 시마를 향하여 맹렬하게 내리쳤다.
예상치 못한 기습에 시야 전체가 번쩍거리는 와중.
시마는 양팔을 들어서 기막을 펼치며 막아섰고, 그 위로 동시에 벼락이 꽂혔다.
벼락이 내리치는 것도, 이를 본능적으로 막아서는 것도 찰나.
휘잉-
한 차례의 강한 기습이 끝난 직후.
벼락이 사라진 자리에는 고기가 타는 냄새가, 흘러나오는 까만 연기와 함께 진동했다.
“대단하오. 죽일 생각으로 나섰는데 죽기는커녕 멀쩡해 보이니.”
시마 앞에 벼락의 주인인 풍전이 등장했고, 둘은 시선을 마주했다.
“소문은 익히 들었네. 뇌기를 다루는 자가 있다고.”
시마는 일격에 맞아 양팔에 중상을 입었음에도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풍전은 곧바로 그 여유의 근원을 알 수 있었다.
시마가 벼락에 맞아 검게 타들어 간 팔의 피부를 거칠게 뜯어버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 아래에서 빠른 속도로 새살이 돋아나더니 완전히 회복되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마공이 따로 없구나.’
이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 풍전은 뒤늦게 제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시마가 맞겠군.”
이는 지금껏 시마의 용모파기(容貌疤記)가 드러나지 않았던 탓이다.
“헛산 건 아닌 모양일세. 무림에 명성이 자자한 구성의 풍전이 알아주다니. 영광일세.”
“내 명성이 아무리 높다 한들 그대의 악명만 하겠소? 마교의……, 아. 이제는 마인이 아니라 악인이라고 하는 게 맞겠구려.”
“과찬일세. 나야 이제 모두에게 잊힌 뒷방 늙은이에 불과하지.”
“뒷방 늙은이치고는 너무 화려하게 등장했던데. 어린 녀석들 사이에 껴서 화양연화니 뭐니, 세상이 참 시끄럽더군.”
둘 사이에 별 의미 없는 대화가 오고 갔다.
겉으로는 입을 계속 놀렸지만, 속으로는 각자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풍전은 주변에 누군가 숨어서 기회를 엿보는지, 위로는 누가 향했는지를 살폈다.
반대로 시마는 풍전의 등장에 저 위에서 전해지는 힘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다.
“서로에게 도움이 될만한 제안 하나 해도 되겠나?”
시마는 풍전에게 대뜸 선공을 당했음에도 공격할 의도가 없다는 걸 증명하듯 금방 멀쩡하게 회복된 양손을 올려 보였다.
“……어디 한 번 들어나 보지. 부디 허튼 수작질이 아니기를 바라오.”
“진정하고 들어보게. 서로 못 본 척하고 제 갈 길을 가는 게 어떻겠나?”
“지금 그게 진심으로 하는 말이오?”
“일단은 진심일세. 피를 보는 걸 꺼리지는 않지만, 필요치 않은 상황에서 피 보는 걸 즐기지도 않는지라.”
풍전은 두 귀로 똑똑히 듣고도 어이가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지금이야 배교(背敎) 했다고 하더라도 명색이 천마신교의 대장로였던 자가 할 말은 아닌듯한데.”
“그대가 진심으로 동의한다면 나 역시 그때는 진심으로 다가서지 않겠나? 진심은 통하는 법일세.”
시마는 온전히 풍전의 동의를 구하겠다는 듯 능청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떤가? 생각하기에 제법 괜찮은 제안인데, 이에 동의하는가?”
“하…….”
풍전이 다소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한번 생각해보시오. 내가 지금 뭐라 말할 것 같소?”
물론 이무기 용 노사의 승천을 전력으로 도와야만 하는 상황에서 이 말도 안 되는 거래가 성립될 일은 없었다.
벌써 풍전을 중심으로 얇은 명주실과 같은 뇌기가 조금씩 흘러나오는 터.
결과가 짐작이 갔다.
“이런……, 거절로 보이는데. 후회하지 않겠는가?”
반항기 어린 풍전의 표정을 읽은 모양인지 시마가 안타까움에 고개를 저었다.
“아, 다 시끄럽고, 한 판 제대로 붙어봅시다. 늙은 괴물.”
“허허, 서로 늙어가는 처지에 참으로 안타까운 일일세.”
“서로 늙어가는 처지라니, 이 거지는 당신의 절반도 살지 못했는데 말이야.”
“젊은이들이 보기에는 그쪽이나 나나 둘 다 늙은 건 마찬가지 아니겠나.”
시마의 말투는 살가웠지만, 이미 전신은 약간의 긴장과 함께 언제라도 맞대응할 준비를 마친 상태.
풍전의 기감에는 다른 사람이 나타난 것처럼 큰 변화가 일었다.
파지지직-
각오를 다진 풍전의 손바닥 위에 푸른 뇌기가 맺혔다.
“그러면 가장 늙은 당신부터 보내주겠소.”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이네만, 오는 데는 순서가 있어도 가는 데는 순서가 따로 없다네. 그러니 그쪽이 먼저 가시게나.”
농담과는 다르게 준비태세에 들어간 시마의 전신에 칠흑 같은 마기가 맴돌았다.
—–!
풍전의 거친 뇌기에 자연스럽게 마기가 주변의 공간을 채우듯 슬금슬금 뻗쳐 나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충격이 일었고 이어진 파동과 함께 끈적한 검은색 연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굳이 악수(惡手)를 두는 건 좋지 않은 판단인데.”
순간, 만반의 준비를 마친 풍전의 시야에서 시마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비록 시각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빠른 속도로 자신에게 접근하고 있음을 알았기에 풍전 역시 재빠르게 판단을 마쳤다.
쿠웅!
무릎을 꿇으며 지면을 내리치자 손바닥에 담긴 뇌기가 풍전을 중심으로 하여 사방에 휘몰아쳤다.
그러다가 문득 좌측의 어느 한 지점으로 뇌기가 집중되어 시선을 돌리니 한쪽 다리가 무릎까지 타버린 시마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문제는 그다음.
촤르륵-
뇌기에 완전히 타버린 피와 살점이 떨어져 나간 자리가 재생되었다.
“정말 괴물이 맞구려. 늙은 괴물.”
“음? 그게 무슨 망발(妄發)인가. 내 눈에는 뇌기를 다루는 그대가 괴물로 보이네만.”
“하. 그래. 계속 가봅시다.”
눈앞에 닥쳐오는 시마의 날카로운 공격에 맞서는 풍전이 뇌기를 한 층 더 끓여 올렸다.
‘초고속 회복? 저놈이 정말 강시라도 되는가?’
송윤천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괴력난신의 존재 여부를 몰랐다면 고민도 없었을 텐데 괜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뇌기가 제대로 적중해도 회복하고, 또 회복했다.
심지어 고통에 찡그리거나 지친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 없지…….’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지레 겁먹을 것도 없었다.
‘제대로 지져주마. 시마 네 놈의 숨이 끊길 때까지.’
전력에 다다르자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과 함께 풍전의 전신에 뇌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시마를 향해 펼쳐진 양 손바닥은 곧 항룡십팔장을 펼쳤으며.
거기에 풍전은 뇌기를 더했다.
콰가강-
시마를 향해 벼락이 내리치며 만들어낸 거친 굉음이 승천봉 저 끝까지 퍼져나갔다.
* * *
무림에 유명한 격언이 하나 있으니 바로 노인과 여인 그리고 아이를 조심하라는 말이었다.
여기에 제외된 젊은 사내는 어차피 조심해야 하니 쉽게 말하면 무림에서는 상대가 그 누구더라도 절대 방심하지 말라는 뜻이다.
‘상대가 누구든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 법.’
신창 양준혁 역시 평생 이러한 격언을 가슴 속에 새겨왔기에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다.
문제는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몰라도 그가 한평생 여인과 아이를 상대해본 경험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의 상대는 언제나 힘이 넘치는 젊은이 혹은 경험이 쌓여 노련한 늙은이들이 전부였다.
그런데 바로 지금, 양준혁은 생애 처음으로 여인을 상대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평범한 여인은 아니었다.
화양연화의 심안 은소소가 여인의 정체였으니 말이다.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여인을 관찰하니 역시 모양새가 조금 이상했다.
마치 보지 않아도 볼 수 있다는 듯 주변의 장애물을 피해 간다.
‘정말 눈이 멀었군.’
두 눈이 멀쩡해도 살아남기 힘든 무림에서 맹인이 살아남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상대는 살아남는 데에 멈추지 않고 정상에 발을 딛기까지 했다.
‘심안(心眼)이라……, 과연 그 별호에 감춰진 능력은 무엇일지.’
저 모습만 보아도 평범치 않다는 걸 알겠다만, 그 능력이나 강함까지는 짐작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허투루 넘어갈 생각은 없다.’
수풀을 해치고 양준혁을 마주하게 된 은소소가 걸음을 멈춰 섰다.
“물러난다면 쫓지 않으마.”
그 앞에서 양준혁은 짧은 경고를 던져왔다.
화양연화?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고 좋은 기회가 있다면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추격이 아닌 수비이며 보호이자 훼방이다.
당연히 마음에는 없는 제안이지만, 상대가 받아들인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네요. 기다리는 동료들이 있거든요.”
은소소는 살짝 웃어 보이며 양준혁의 제안이자 경고를 단박에 거절했다.
“참으로 안타까워.”
쐐애-
양준혁은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하여 대화가 통하지 않는 상대를 향해서 곧장 창을 움직였다.
양준혁의 별호는 유수(流水).
그의 창이 흐르는 물처럼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고 하여 그리 불리지만, 막상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피가 말릴 테다.
공격과 방어가 일체가 된 움직임을 보이는 창이, 상대가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노리고 날아온다.
그러다 만약에 작은 빈틈이라도 보이면 놓치지 않고 목숨줄을 끊어 놓는다.
어찌 본다면 단순하여 파훼하기 쉬워 보이는 이 한 가지 수를 가지고 양준혁은 천하제일창이라는 위치에 올랐다.
하지만 예부터 자신도 이러한 방식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있었던 게 사실.
송윤천과 만나 한 번 겪었으며 지금 심안 은소소를 상대로 또 한 번 한계를 마주하게 되었다.
‘마치 내 공격이 어디로 향할지 다 알고 있다는 것처럼 피하는데.’
양준혁은 재차 깨달았다.
상대의 별호, 심안(心眼)은 마냥 허풍이 아니었음을.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