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78
78화
분노한 풍전의 타구봉이 춤을 추는 사이.
송윤천과 양준혁은 시끄러운 개 짖는 소리를 멀리하고자 지부에서 한참 떨어진 객잔에서 식사를 했다.
“풍전 저놈은 원래 성격이 저랬나?”
앞에 놓인 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송윤천이 양준혁에게 넌지시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움? 움? 움?”
양준혁이 입안 한가득 음식을 머금은 상태로 우물거렸으니 그가 알아먹을 리가 없었다.
“됐다. 천천히 다 먹고 말해라.”
“움! 움!”
송윤천은 양준혁이 입을 벌리면 자신에게 뒤섞인 내용물이 튈까 싶어서 손을 저었다.
이들은 곤륜파에서 출발하여 이곳 격이목까지 거의 쉬지도 않고 달려왔다.
‘약한 녀석들과 함께 다니는 내가 너그럽게 이해해야지.’
하물며 송윤천과 풍전을 뒤에 두고 선두에서 쫓기듯이 달려온 양준혁이니 그럴 만도 했다.
실제로 객잔에 들어오면서도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부여잡을 정도였으니.
꺼억-
허겁지겁 달려들다시피 식사를 마친 양준혁이 거하게 트림을 내뱉었다.
“근묵자흑(近墨者黑)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
양준혁은 자타가 공인하는 명문가에서 나고 자랐고 한평생을 거의 북경에서 살았기에 기본적으로 예의가 갖춰져 있었다.
그런데 근래 풍전 옆에서 지내더니 예전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금방 닮아가는 게 아닌가.
“뭐, 여기에 알아보는 사람도 없는 데다 체면 차릴 필요가 있는 것도 아니니. 장주가 이해 좀 해주시오.”
양준혁이 그런 송윤천의 시선을 읽은 모양인지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제는 능청스러운 말투까지도 풍전을 닮아갔다.
“큼, 그런데 아까 뭘 물어본 것이오?”
“풍전 저놈 고약한 성격이 원래 그랬는지 궁금했다.”
사실 장원에서는 풍전이 막내기에 누군가에게 성질을 부리는 모습을 볼 기회 자체가 없다시피 했다.
그나마 월과 투덕거릴 때 투쟁심이 엿보였지만, 그것도 정도껏 했었고.
“원래라……, 사실 나도 녀석이 아주 어릴 때 어땠는지는 모르오. 다만 천산에서 처음 만났을 땐 저 정도는 아니었소.”
양준혁이 뒤늦게 체면을 차리며 길게 늘어뜨린 수염을 쓰다듬었다.
천산이면 정마대전을 뜻하는 건데 그때만 해도 중원을 기준으로는 이미 혼인을 하여 애가 한둘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다.
“저놈 옛날 별호가 백옥개였던 만큼, 처음에는 예의도 바른편이었소.”
“그건 의외로군.”
“나는 오히려 마석동이가 거지인 줄 알았소. 어디서 구르다가 온건인지는 몰라도 더러웠으니 말이오. 지금이야 두 놈 다 거기서 거기지만. 아무튼……, 이 세상이 저놈을 저렇게 만든 게 아니겠소?”
“그래, 세월이 무섭기는 하지.”
송윤천 역시 여러 사건을 겪으며 변한만큼 풍전을 이해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주변을 떠들썩하게 울리던 개 짖는 소리가 고요해질 무렵.
풍전이 지친 모습으로 객잔에 들어섰다.
“벌써 다 끝났나? 밤새 할 줄 알았더니만.”
“그러면 놈들이 다 죽으니 적당히 하고 끝냈다. 어이! 여기 술이랑 안주, 아무거나 좋으니 제일 빨리 나오는 거로 내다오.”
“예이-, 금방 내오겠습니다.”
풍전은 자리에 앉자마자 큰 목소리로 점소이에게 주문을 마치고는 둘에게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다.
“내 입으로 내 새끼들 욕하는 것 같아서 뭣하지만, 정말 답도 없는 새끼들 천지요.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이따위로 하는지 원.”
“그러면 세상에 멀쩡한 놈들만 있겠나. 멀쩡한 놈도 있고 모자란 놈도 있고 그런 거지.”
그리고 보통은 멀쩡한 놈보다 모자란 놈이 몇 배는 많은 게 정상이었다.
과거나 현재나 그랬으며 아마 미래에도 그럴 테고.
“……그렇긴 하다만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면 저런 놈들은 정말 수도 없이 죽어 나갈 거요.”
천살성이 죽었다고 해도 화양연화는 건재했다.
마교나 새외 역시 잠시 숨을 죽이고 있을 뿐이고.
“지금까지의 역사가 증명하듯 놈들도 곧 무슨 수작을 부릴 텐데.”
풍전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풍전 정도 되는 인물이 이렇게 쓴소리를 하고 한참 못난 녀석들을 훈계하고 다닐 필요까지는 없었다.
막말로 같은 개방 소속도 아니고 자신이 무림맹에서 직책을 가진 것도 아니지 않나.
하지만 그가 이러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놈들의 목숨이 걱정돼서였다.
워낙 구석진 곳이고 마교나 새외가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선 지도 오래되어 저들은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청해성은 엄연히 최전방이 아니던가.
무슨 일이 터지면 가장 먼저 당할 테니 이렇게 해서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기를 바랐다.
“양가야, 그러고 보니 옛날에도 그랬지 않았냐.”
“그래, 그때도 저런 놈들이 제일 먼저 죽어 나갔지.”
안타까운 사실은 본인이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깨닫지 못한다는 거다.
“그쯤 하면 충분히 되었다. 나머지는 다 제 운명이니 때가 되면 받아들여야지.”
송윤천은 속이 답답해서 죽으려 드는 풍전을 위로했다.
물론, 그 ‘때’라는 게 죽음이라는 말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 뒤로는 대화가 끊기고 말았다.
셋은 각자의 고민에 빠져 술잔을 기울이다가 날이 밝아오자 격이목을 벗어났다.
송윤천 일행은 청해성을 벗어나 감숙성을 지나친 뒤로도 쭉 이동하여 섬서성 서안에 도착했다.
바로 무림맹으로 향하지 않은 까닭은 북쪽으로 화양연화를 쫓으러 떠났던 나머지 일행과 접촉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들이 중원 너머 북쪽의 초원에 있던 까닭에 연락이 잘 닿지 않았고,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으려 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서안에 가까워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파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것도 참으로 다양하여 따로 특징지을 수 없을 정도라 풍전이 의심이 가득한 눈길로 관찰하다가 입을 열었다.
“장주, 뭔가 이상하지 않소? 무인만 있는 게 아니라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는데. 흠……, 잠시만 기다려보시오.”
물론 간혹가다가 이런 경우가 있기는 했다만.
지금은 전쟁이 난 것도 아니었고 반란이 난 것도 아니며 자연재해가 일어난 것도 아니다.
따로 의심할 만한 게 없으니 누가 봐도 이상한 상황.
“보시오, 젊은 친구. 서안에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소?”
풍전이 능청스럽게 주변에 지나가던 사내를 붙잡고 물어보자 깜짝 놀랄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엥? 노인장은 소문도 못 들으셨소?”
“무슨 소문인데 그러는 거요?”
“아이고, 답답하기는. 서안에서 진시황릉이 발견됐다고 하더이다!”
“아이고, 내가 살면서 진시황릉이니 뭐니 하는 헛소문은 수백 번도 넘게 들었는데. 이번에는 여기요?”
“이번에는 진짜라고 하오. 이미 보물도 몇 개 발견됐다니 그게 사실이 아니면 뭐겠소?”
사내는 그 무엇보다도 비밀스러워야만 하는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털어놓았다.
그런데 주변에 있는 모두가 신경도 쓰지 않고선 아무렇지 않게 제 갈 길을 갔다.
이 말인즉, 자신들 셋을 제외하고 여기 있는 모두가 이 비밀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
동시에 몇 걸음 떨어져 있었던 송윤천과 풍전의 시선이 맞닿았다.
진시황릉?
그것도 하필이면 이렇게 혼란스러운 시기에?
수상했다.
그것도 굉장히.
* * *
‘수작질을 부리고 있구나.’
송윤천은 진시황릉에 관한 소문을 강하게 의심하고 있었다.
아니,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만약 전 재산을 걸라면 걸 수 있을 정도로.
먼저, 장보도란 게 이렇게 널리 퍼지지는 않는다.
도굴하는 놈들이 머저리도 아니고 소문이 나서 좋을 게 하나도 없는데 왜 굳이 소문을 퍼트리고 다니겠는가?
혹여 어떤 의도를 가지거나 실수로 소문을 퍼트린다고 해도 그건 이미 뽑아먹을 건 다 뽑아먹고 난 후다.
게다가 지금 주변의 인파를 둘러보면 행색이 다르고 입에서 나오는 말이 모두 다르다.
저기 낭인으로 보이는 젊은 사내는 남쪽 끝자락 광서 출신.
저쪽에 떼를 지어 나타난 상인 무리는 동쪽의 절강.
바로 뒤에 있는 표국은 길림.
정말 천하 각지에서 이곳 서안으로 모여들었다.
‘아무리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하지만, 이건 말이 안 되지.’
진시황릉에 관한 소문이 각지로 퍼져 나가는 시간과 저들이 이곳으로 도달하는 시간을 합치면 이건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소문을 퍼트렸다는 결론이 나온다.
‘문제는 이번에는 완전히 헛소문에 불과한 장보도와 다르게 실체가 등장했다는 점인데.’
어느 놈이 계획했는지는 몰라도 정말 머리를 잘 굴린 듯했다.
눈앞에 금은보화가 나타나면 그 누가 진시황릉을 앞두고 참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아직은 뚜렷한 증거가 없다…….’
“각자 알아보고 다시 모이도록 하지.”
서안에 도달한 송윤천은 곧장 하오문 지부를 찾았다.
마찬가지로 풍전은 개방과 무림맹 지부를, 양준혁은 인근의 금군과 고위 관리를 찾아갔다.
그렇게 몇 시진 후, 다시 모인 셋의 표정은 하나같이 심상치 않았다.
“소문의 출처는 알아봤나?”
“섬서성 출신의 주세형이라는 도굴꾼이라고 하오. 육십 줄에 들어섰는데 전적이 나름 화려하더이다.”
“그놈은 지금 어디 있나? 직접 캐묻는 게 가장 확실한 법인데.”
“며칠 전에 흑점에 도굴한 물건들을 몽땅 넘긴 직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던데…….”
“두 가지를 넘겼다고 하오. 하나는 무림 쪽 물건이라 하고 또 하나는 황궁에서 탐낼 만한 보물이라고 하였소.”
송윤천이 질문을 던지면 풍전과 양준혁이 대답했다.
사실 정보 자체는 주변에서도 누구나 들었던 것들이니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그런데 장주는 뭣 좀 알아냈소?”
“다른 건 너희들이 알아낸 정보와 똑같지만, 딱 하나 더 알아낸 게 있다.”
“그게 뭐요?”
“주세형이 가짜라는 증거. 몇 년 전에 어느 부호의 묘를 도굴하려다가 혀끝이 아주 살짝 잘려서 발음이 미묘하게 어색했는데 마지막으로 본 날은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하더군.”
“몇 년 전에 잘린 혀가 갑자기 멀쩡해질 리는 없을 테고…….”
“죽이고 꾸몄다는 거지. 그것도 아주 정교해서 바로 앞에서 봐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이건 누군지 모를 상대가 안이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이다.
혀가 살짝 잘렸을 줄 누가 알았겠나?
그리고 여기에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많이 수상하지 않나? 보통 이런 소문들은 살이 붙고 또 붙어서 들리는 말이 조금씩 다를 법도 한데.”
“어? 장주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거 같소.”
풍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각자 하오문, 개방, 무림맹, 금군, 관청에서 정보를 얻어냈다.
그렇다면 이들 다섯 세력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려 노력했을 터.
“모두 같은 정보만을 알고 있소.”
“그래, 마치 누가 의도적으로 소문을 내려는 것처럼 말이지.”
“설마 화양연화 그놈들의 수작질? 아니 그 녀석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와 같이 곤륜산맥에 처박혀 있었지 않소. 말이 안 되는데.”
양준혁의 말은 시기가 영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소문을 듣고서 서안으로 이렇게 인파가 몰릴 정도라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터이니.
게다가 천하에 이런 수작질을 부릴 놈들이 꼭 화양연화만 있는 건 아니었다.
최근 들어서 놈들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으니 눈에 띈 것뿐이지 조금만 찾아보면 여기저기에 구린 놈들이 많았으니.
“무조건 화양연화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배제해서는 안 되겠지.”
적당한 보상만 주어진다면 무슨 일이든지 하고도 남을, 배고프고 겁 없는 이들은 언제 어디에나 적지 않게 있었다.
“장주의 말이 맞소. 아직 누구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만, 의도가 좋지만은 않았을 건 확실하지.”
양준혁이 송윤천의 의견을 거들고 나섰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오. 그 주세형이라는 도굴꾼. 잔뼈가 굵을 대로 굵었을 터인데 소문이 이렇게 쉽고 빠르게 새어나갈 리가 있겠나……?”
평소 풍전의 언행은 이상했다만, 명색이 개방의 태상방주였다.
또한, 그 역시 무림에서 갖은 계략에 당하며 잔뼈가 굵었으니 의심이 여기서 끝날 리는 없었다.
“일단은 직접 가봐야 답이 나오겠어.”
“좋소, 그럽시다. 백 번 듣는 것보다는 한 번 보는 게 낫지 않겠소.”
송윤천 일행은 곧장 소문의 진원을 향해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진시황릉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굳이 어렵게 찾을 필요도 없었다.
수천, 수만.
아니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무리 지어 탐욕에 눈이 먼 채로 진시황릉으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이쪽인가 보오.”
그리고 도착한 진시황릉에는…… 재밌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