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8
8화
지난 며칠.
송윤천과 월은 스승의 역할을 다했다.
이는 남매의 성장 속도가 달랐기에 홀로 둘을 살피는 것보다는 따로 한 명씩 맡는 것이 좋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무공을 익혀 강해지고 싶다는 의지 만큼이나 남궁연의 성장 속도 역시 앞섰다.
‘역시 재능의 차이겠지.’
동생 남궁헌은 무공에 있어서 범재(凡才)와 수재(秀才) 사이 그 어딘가 정도로 판단되었다.
쉽게 표현하자면 평범한 이들보다는 조금이나마 낫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특출난다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다만 기본적으로 머리가 나쁜 편은 아니었다.
암기에는 자신이 있는지 며칠 만에 자신의 가르침에 적응했으니까.
송윤천 자신을 포함한, 수재보다 한참 뒤떨어지는 지극히 평범한 범재나 그보다도 모자란 둔재(鈍才)와 비교하면 뛰어나다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남궁헌과 같은 부모를 두고 몇 년 일찍 태어난 누나 남궁연은?
‘천재(天才)라……. 오랜만에 보네.’
하늘이 내렸다는 재능.
한 시대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축복이다.
그래서 녀석은 가히 수재보다 훨씬 뛰어난, 압도적인 재능을 자랑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바와 같이 고작 며칠 만에 보법을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체화(體化)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남궁연은 여전히 동생과 함께 발을 맞추어서 장원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마치 완벽에 완벽을 더하려는 듯이.
게다가 동생이 부족한 면을 보이면 다정하게 다가가 도움을 주기도 했다.
지닌 재능만큼이나 인성도 좋은 아이였다.
이렇게 남매는 노력해서 앞으로 나아갔고, 송윤천은 이를 옆에서 응원하며 기다려 주었다.
어느 정도 기초가 쌓이고, 이제는 자신의 신체를 가누게 되었으니 공격하는 방법을 익힐 시간이 다가왔다.
월이 아이들을 지켜보는 사이, 송윤천은 아주 오랜만에 창고 깊숙이 박혀있었던 자신의 애검을 뽑아 들었다.
“이게 대체 얼마만 인지.”
스르릉-
한때는 너무나도 익숙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다소 낯설어진 감각이다.
가끔가다가 생각이 나면 검을 꺼내어 면포로 검날을 닦아주기만 했을 뿐.
무공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위해 검을 써먹은 게 대충 떠올려도 수백 년 전이다.
“제법 오래됐어.”
얼마 후면 가르쳐야 하니 그 전에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다.
“마지막 상대가……, 아 그 미친 땡중 녀석이었나?”
그가 중원을 벗어나 남쪽으로 멀리 여행을 떠났을 때.
자신이 생불(生佛)이자 부동명왕(不動明王)이라며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여대던 밀교의 광승을 베어낸 일격이 검을 사용한 마지막 경험이었다.
물론 흐려진 기억을 더듬다 보니 이렇게 짧게 설명되지만, 당시에는 나름 치열했다.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사술을 부린 것인지 몰라도 송윤천이 며칠에 걸쳐서 수천 번을 죽인 끝에야 완전히 죽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오랜만이니 조금은 익숙해질 필요가 있겠지.’
당연히 몸에 습관처럼 배여 있기에 눈을 감고도 완벽히 펼쳐낼 수 있지만, 이를 말로 풀어내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스승이 된 도리로 제자 앞에서 창피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일.
야밤.
달빛 아래에서 송윤천의 손에 들린 한 자루 검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휘잉-
위로, 아래로, 좌로, 우로, 또 사선으로, 찌르고, 베고…….
검은 하염없이 빠르다가 하염없이 느려졌고 강해지다가 약해졌으며 쉼 없이 움직이다가 미동도 없어지기를 연이었다.
송윤천은 잠시 잊고 있던 감각을 깨어내며 검으로 담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허공을 화폭 삼아 그려 내려갔다.
한때는 신검(神劍)이라 불리며 천하를 구원해 빛냈으며, 다른 한때는 마검(魔劍)으로 불리며 세상을 파멸로 이끌었던 바로 그 검의 일부였다.
‘과연 이번에는 신검이 될 것인가, 마검이 될 것인가.’
터억-
송윤천은 검무를 마치며 문득 떠올렸다.
* * *
본디 아이들이란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에 호기심을 가지는 법이다.
오죽하면 미운 다섯 살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끝없이 던져오는 질문에 부모가 정신이 쏙 빠질 지경이라지 않던가.
다만 남궁연, 남궁헌 남매가 지금까지 그러지 않았던 까닭은 당장에 먹고 살 걱정이 태산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지금.
남매는 그게 무엇이든 모르는 것이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송윤천과 월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장주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뭐든 좋으니 말해 봐라.”
“며칠 동안 저희가 배운 것은 심법과 보법뿐인데, 권법이나 검법 같은 것은 왜 알려주시지 않는 건가요? 공격하는 방법도 배워야 하지 않나요?”
“좋은 질문이다.”
송윤천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질문을 귀찮다 여기며 혹은 버릇이 없다며 다그치지 않는 좋은 스승이고 어른으로 다가갔다.
“먼저 기초를 제대로 다지고 나서야 비로소 다음 단계를 완벽히 익힐 수 있는 법이다.”
수천, 수만 그 이상의 관찰과 경험이 어우러져 완성된 송윤천의 지론이었다.
이는 굳이 무공이 아니더라도 모든 분야에 해당하는 말이다.
“저희는 남들보다 빠르게 익힐 수 있는 데도요?”
“그렇기에 더욱 기초에 충실해야만 한다.”
특히 남매와 같이 재능이 뛰어난 이들이 기초를 제대로 쌓지 않았다가 가진 재능마저 초라해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았다.
‘모든 만물은 기초 위에 쌓이기 마련이지.’
오랜 세월, 송윤천은 그러한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경험했다.
그렇기에 지난 며칠 동안, 그는 스승으로서 남매에게 무공의 기초 중에서도 기초라 할 수 있는 심법과 보법만을 익히게 하였다.
“또한, 보법을 익혀 나아가면 상대와 겨루며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불리한 상황에서는 신속히 도주할 수도 있지.”
“아, 그렇군요!”
다행히도 남매는 이러한 송윤천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았다.
먼저 그들은 무인이니 무공이니 하는 것들을 여기저기서 주워듣기는 하였으나 실체를 알지 못한 까닭이었다.
두 번째로 그들에게 있어서 송윤천은 감사한 은인이고 보호자였으며 능력 있는 스승이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는 고작 며칠 사이에 수련의 성과를 몸소 체감한 덕분이다.
* * *
“자, 시작해라.”
“예!”
타앗-!
남궁연이 본능적으로 용천혈에 기를 집중함과 동시에 제자리에서 발을 굴렀다.
부웅-!
그러자 자신의 신장보다 높이 훌쩍 뛰어오르더니.
차악-!
늦가을에 떨어지는 낙엽과 같이 가볍게 담장 위에 착지했다.
연이어 옆에 있던 남궁헌 역시 조금은 아슬아슬했지만, 같은 성과를 내었다.
그리고는 마치 담장을 타고 넘나드는 도둑처럼 담장 위를 빠르게 타고 달렸다.
타다다닥-
한 발을 온전히 딛고 서 있기에도 힘든 좁은 폭에도 운신에 무리가 가지 않았다.
또한, 담장 윗면을 가득 메운 기왓장에는 실금조차 가지 않았다.
남매가 그저 단순히 육신의 힘이 아니라 단전의 신력을 활용하여 심법과 보법을 시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심법이 부족했다면 발을 내디딜 때마다 담장의 기왓장이 박살이 났을 것이고 보법이 부족했다면 얼마 가지 못하고 담장 아래로 떨어졌겠지.’
타앗!
남궁연이 앞장서고 남궁헌이 뒤따르는 형태로 마침내 장원 한 바퀴를 돌고는 어렵지 않게 송윤천의 앞에 섰다.
“합격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구나.”
짝짝짝-
담장 아래에서 지켜보던 송윤천이 손뼉을 치며 이들의 발전을 축하해주었다.
“우와아!”
한 장이 넘는 높은 담장 위에 올라선 남매는 높은 시야에서 더 멀리 사방을 바라보며 기뻐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발전이 빨라.’
송윤천이 스승이 되어 이들 남매의 수련에 임한 지도 고작 며칠이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저 남매는 흔히 범재라 불리는 이들이 족히 몇 달 혹은 몇 년은 소요하는 일을 해내었다.
‘단순하게 심법 혹은 보법을 수련하고 시전하는 거야 어렵지 않다. 다만…….’
남매는 이 둘을 동시에, 그것도 어렵지 않게 해냈다.
두 가지 일을 나누어 해내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것은 초심자에게 쉽지 않다.
재수가 없으면 빈틈이 생겨 머뭇거리다가 상대에게 나가떨어지기도.
더 재수가 없으면 스스로 이뤄낸 혼란 속에서 기혈이 꼬여 주화입마에 빠지기도 한다.
타악-
남매는 올라설 때보다 한결 수월하게 땅 위로 착지했다.
“누군가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수련에 불과했다. 하지만 적어도 너희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
“명심하겠습니다.”
“예! 장주님!”
남매 역시 이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강해지기를 원했고 무인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주님.”
“음?”
“이렇게 수련해서 계속 보법의 경지가 높아지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거리를 떠돌다 보면 자신의 활약상을 자랑하고자 떠드는 이들이 수도 없었다.
초상비(草上飛)로 풀을 쓰러트리지 않고 그 위를 달렸다니, 답설무흔(踏雪無痕)으로 눈 위를 뛰어가도 발자국이 남지 않거나 등평도수(登萍渡水)로 물 위를 냅다 달려 호수 반대편에 안착했다니…….
과장이 대부분인 이런 말들을 오다가다 슬쩍 들은 남매는 문득 그게 정녕 사실인지 궁금했다.
이렇듯 순수한 호기심을 앞세워 물어오는 남궁헌에, 송윤천은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기로 했다.
그들에게 있어서 세상 제일 강한 사람은 송윤천이었으니 말이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좋을 테지.”
휘익-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송윤천은 사람의 머리통보다 거대한, 족히 백 근은 될듯한 돌덩이를 들고 있었다.
“잘 보아라.”
“예? 아, 네!”
남매는 눈을 부릅뜨고 송윤천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송윤천이 갑자기 팔을 슬쩍 뒤로 당겼다가 앞으로 밀어냈는데, 그 동작은 지극히 평범했으나 담겨있는 힘은 평범치 않았다.
퍼어어엉-!
마치 화포를 쏘는 듯 엄청난 파공성이 장원을 중심으로 널리 울려댔다.
사람의 손아귀를 떠나 쏘아 나가는 돌덩이는 어느새 수십 장 너머 허공에 있었다.
“월아.”
“예?”
“앞으로.”
송윤천은 고개를 까딱거리면서 곁에 있던 월을 찾았다.
“어휴, 힘들고 귀찮은 건 죄다 나만 시키신다니까.”
“맞고 할래? 아니면 말로 할 때 그냥 할래? 어서.”
“예, 예. 갑니다. 가요. 약한 게 죄지. 죄야.”
귀찮음에 한 차례 구시렁거리기는 하였다만, 월은 끝내 송윤천의 말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휘잉-
파바밧!
월의 신형이 사라진 자리로부터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남매는 그 때문에 팔을 눈높이로 들어서 막아내며 간신히 눈을 떴다.
그들의 시선 끝에는 훌훌 허공을 쏘아 나가는 돌덩이와 이를 잡기 위해 쏘아 나가는 월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쿠웅!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월이 돌덩이를 내려놓았다.
만약 무인들이 이러한 장면을 보았다면 식겁했을 것이다.
중원을 통틀어도 이 정도 수준의 움직임을 보이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이니 말이다.
“지금 보았듯이 이렇게도 할 수 있다. 화살처럼 빠르게 쏘아 나가는 게지.”
“와아!”
“그리고 여기서 몇 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면, 이런 것도 할 수 있단다.”
그 몇 걸음이 대부분에게는 수명이 다해도 모두 내딛지 못할 만큼 클 테지만, 굳이 그 부분까지 밝혀가며 설명하지는 않았다.
타악-
송윤천이 자연스레 한 걸음을 내디뎠는데, 여기서 문제는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당연히도 이를 지켜보는 남매의 눈은 더없이 크게 뜨였다.
“어……?”
“……!”
하늘과도 같은 스승이 한 걸음씩 땅 위가 아닌 허공을 밟아가며 하늘 위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주륵-
남매는 사람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놀라면 입이 자동으로 벌려지고 침이 질질 흐른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