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84
84화
과거 진시황이 친히 설계한 갖은 함정과 기관, 진법, 독 그리고 지금 진시황릉을 이 잡듯이 뒤지고 있는 군중.
송윤천은 그 수많은 존재 속에서 화양연화를 꼭 집어 찾아내는 게 목표였다.
‘잡다한 것들이 너무 많아.’
진시황릉은 거대한 기운의 집합체와 같다.
‘그놈도 기척을 드러내지 않고 있고.’
아무리 송윤천이라고 해도 천살성이 대놓고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는다면 온갖 잡다한 기운이 뒤섞여 있는 곳에서 찾는 게 그리 쉽지 않았다.
만약 풍전과 양준혁도 근처에 있지 않았고, 어디로 향했는지도 몰랐다면 지나쳤을 정도.
그런고로 천살성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건 절대 쉽지 않았다.
‘어디에서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더냐.’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송윤천은 조급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천살성 때문.
돌이켜 떠올려 보면 천살성을 정말 많이도 막았고 또 죽였더랬다.
여러 형태의 천살성을 접했지만,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송윤천에게 가장 끔찍하게 여겨지는 건 딱 두 번이었다.
‘그 두 번을 제외하면 솔직히 그리 어렵다거나 까다롭게 여겨지지 않았다만.’
그 두 번 만큼은 확실히 달랐다.
시간순으로 떠올리자면 먼저 천산산맥이라는 이름조차 붙지 않았던 당시 천산산맥의 지배자였던 곰으로 전생한 천살성이었다.
기후 역시 지금보다 훨씬 추웠으며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기에 온갖 영물과 영초 따위가 판을 치던 게 중요하게 작용했다.
놈은 주변에 있는 모든 걸 먹어치우고 강해졌으며 영물(靈物)이라는 말도 부족할 정도가 되었다.
길고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에 괴력과 속력.
송윤천의 그 어떤 공격도 막아내는 두꺼운 가죽까지.
당시의 천살성이 중원에 등장했을 때 거스를 수 없는 자연재해처럼 족히 수십 만에 이르는 생명이 놈에게 목숨을 잃었다.
‘만약 내가 불로불사가 아니었다면 그때 세상은 멸망했을지도.’
송윤천은 죽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하여 머리부터 잘근잘근 씹어 먹혔다.
그리고서 고통과 함께 내장에서 부활한 뒤 다시 수십 일에 걸쳐서 속을 완전히 헤집어 놓아 간신히 놈을 죽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조차도 두 번째에는 미치지 못했다.
온갖 미신이 판치던 시대에 사람으로 전생한 놈은 괴력난신, 정확히는 흡혈괴마를 신봉하는 광신도로 거듭났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신봉하던 흡혈괴마 마저 죽인 뒤 자신이 곧 신이자 교주가 되었다.
그때 놈에게 붙은 악명이 바로 혈마.
그 뒤에 따르는 게 혈교, 흡성대법이었다.
‘놈의 흡성대법 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시 혈마였던 천살성의 흡성대법은 지금 세상에 알려진 반쪽짜리 흡성대법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수준.
‘계속 기존에 비례하여 끝없이 강해지다니, 세상에 그따위 사술을 남겨둘 수는 없지.’
천살성이 전생(前生)을 기억하게 된 걸 극도로 경계하는 이유도 바로 혈마가 익혔던 흡성대법의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둘은 절대 천살성에게 접근하지 마라.”
공동에 다다른 송윤천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의 뒤를 따르던 풍전과 양준혁에게 충고를 건넸다.
“장주, 이런 말을 하기에는 좀 뭣하지만, 우리가 돕지 않아도 괜찮겠소?”
“나도 같은 생각이오. 목숨을 도외시해도 좋으니 솔직하게 말해주시게.”
풍전과 양준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답을 요청했다.
“내가 나서서 안 되면 여기 있는 그 누가 나서도 안 될 듯싶다.”
천살성은 본능에 충실한 녀석이지만, 그렇다고 머리를 쓰지 못하는 건 아니다.
놈이 따져볼 때 가망이 있으니 굳이 자신의 등장을 알렸으리라.
둘을 무시하는 발언이지만, 이미 한 차례 화양연화를 겪었으며 또 송윤천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기에 감히 흘려들을 수 없었다.
“……, 알겠소. 우리 둘은 나머지 화양연화를 막고 있도록 하지.”
둘은 현실을 인정했다.
‘약자의 입장이 되었다는 사실에 가슴 한편이 조금은 씁쓸하다만.’
이건 애들 장난 따위가 아니기에 묻어두고서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조금은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은 가운데.
미로의 끝이 보이며 저 멀리서부터 밝은 빛이 모여들고 있었다.
빛 너머를 가득 채우고 있는 건 거대한 탐욕과 혼돈, 고통, 절망, 죽음.
바로 그 중심에 송윤천이 찾고자 하는 존재가 있었다.
* * *
현재 진시황릉에 진입한 화양연화는 천살성, 무학사, 혈화백, 심안, 시마까지 총 다섯.
거리를 두고 천살성을 관찰하기로 한 시마를 제외한 셋은 현재 천살성에게 나름대로 잘 협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비슷한 행동에 나서도 생각마저 비슷한 건 아니었다.
먼저 혈화백 강휘는 내심 불만을 품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었다면 말미를 두고 최대한 많은 무림인을 끌어들여 죽이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무학사 제갈유는 시마처럼 대놓고 천살성을 의심하고 관찰하지는 않지만, 그에게 신경을 기울이는 상태였다.
그의 일생에 걸친 목적이 고금제일의 무공을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천살성이 보여주는 흡성대법은 자신이 생각하는 고금제일이라는 기준에 합격하고도 남는 수준이었다.
애원하면 알려줄까 아니면 죽이고 빼앗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자신이 천살성의 무공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심안 은소소는…… 천살성에게서 전해지는 강한 갈증에 숨통이 조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는 그 갈증의 대상이 자신들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나 그리고 다른 이들.’
천살성의 집착에 가까운 관심이 심안 자신을 포함한 다른 화양연화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흡성대법……, 저건 위험해. 아니, 지금의 천살성 존재 자체가 위험해.’
그녀의 심안에는 확실한 차이가 전해졌다.
집중하면 전해지는 갈증에 목덜미와 팔뚝에 소름과 함께 털이 삐죽 설 정도.
죽어버린 사마성일 때의 천살성과 지금의 천살성은 같은 혼백을 가지고 있지만…….
‘저건 전혀 다른 사람이나 다름없어.’
사마성일 때의 천살성이 절제를 바탕으로 한 탐욕이었다면 지금의 천살성은 오직 끝없는 탐욕만이 가득했다.
그녀는 문득 어린 시절 부모에게 자주 들었던 괴담을 떠올렸다.
길림성의 부호가 죽어가는 새끼 호랑이를 주워다가 자식처럼 키웠는데 한 번도 사람을 향해 이빨이나 발톱을 세운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훌쩍 큰 호랑이가 어느 날인가 소리 소문도 없이 며칠을 훌쩍 사라졌다가 밖에서 사람 고기 맛을 보고 돌아왔다.
그렇게 고기 맛을 알아버린 호랑이는 결국 가족처럼 지낸 가축이나 사람마저 가리지 않고 뼈까지 잘근잘근 씹어먹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천살성은 사람 고기 맛을 본 호랑이가 된 걸까.
* * *
‘아직 부족하다. 조금만, 지금보다 조금만 더 강해질 수 있다면…….’
천살성이 떠올린 상대는 바로 송윤천.
매번 자신을 막아서고 또 죽였던 존재.
그가 약해졌는지 아니면 강해졌는지 그것도 아니면 그대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곤륜산맥 승천봉에서 마주했던 송윤천은 여전히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전생을 기억하지 못했던 사마성으로는 그 당시에 어떤 수를 썼어도 그를 이기지 못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그러니 지금 이 정도로는 그놈을 이길 수 없다.’
진시황릉에 들어선 이후 쓸모가 없는 놈은 죽이고 도움이 되는 놈은 흡수했지만, 그래도 부족하게 느껴졌다.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만 했나.’
뒤늦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쩌겠는가.
‘모두 그놈 때문이다.’
자신이 내린 섣부른 판단에 대한 후회보다는 또 앞을 가로막는 송윤천에 대한 분노가 끓어올랐다.
도망이란 건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송윤천이 불로불사인 불멸자인 것처럼 천살성 자신도 다른 의미에서 보면 무한히 전생하는 불멸자가 아니겠는가.
단지 한 번의 생을 이어가느냐, 계속해서 다른 생으로 바꾸며 이어가느냐 정도의 차이일 뿐.
만약 이번에도 자신이 부족하여 송윤천을 죽이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나는 다시 돌아오리라. 그리고 다음에는 반드시 네놈을 찢어 죽이리라.’
지금을 포함한 모든 실패는 다음에 맞이할 성공의 밑거름이 될 테니.
천살성은 자신에게 전생(前生)과 전생(轉生)이 있는 한 마지막 승자는 자신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 정 안된다면…….’
제물로 삼을 것들이 아직 남아 있지 않던가.
그것도 주변에 무려 넷이나.
천살성이 화양연화를 떠올리며 계산에 들어갔다.
‘역시 동료로서의 효용보다는 먹잇감으로서의 효용이 더 높지 않을까?’
생각에 몸이 반응하듯, 손이 마구 떨려왔다.
충동.
여기까지 천살성을 이끌어온 그 참을 수 없는 감정에 물러남은 없다.
그리고 마침내.
충동은 기어코 천살성의 몸을 움직이게 했다.
푸욱-
흐려진 시야 사이로 천살성의 왼손이 누군가의 복부를 뒤에서 파고들어 단전을 움켜쥐었다.
마찬가지로 오른손 역시 다른 누군가의 단전을 움켜쥐었다.
“……. ……. ……. ……!”
왼편에서는 뒤늦게 느껴지는 통증에 들려오는 신음이 전해졌다.
“……? ……! ……!! ……!”
오른편에서는 배신감과 분노가 뒤섞인 고함이 천살성의 귓가를 마구 찔러댔다.
천살성에게도 익숙한 음성.
누구지?
잠시나마 충동이라는 본능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었던 천살성이 제물의 정체를 확인하고자 눈을 몇 차례 깜박이다가 시선을 좌우로 돌려보았다.
‘어라?’
충동이 해소되자 내 몸이 아닌 듯 흐려졌던 천살성의 감각이 뚜렷이 돌아왔다.
눈으로는 더없이 익숙한 얼굴과 복장이.
귀로는 고통과 분노를 호소하는 익숙한 목소리가.
코로는 비릿한 피 냄새가.
손으로는 익숙한 촉감이.
“아, 그래……. 잠시 잊고 있었다. 네놈들이었지.”
그 정체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동료라 여겼던 화양연화.
무학사 제갈유와 혈화백 강휘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흡성대법의 제물이 되어버렸다.
둘은 분명히 천하를 이 잡듯 샅샅이 뒤져봐도 좀처럼 보기 힘든 수준의 고수.
하지만 그조차도 천살성의 흡성대법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용건을 마친 천살성이 양손에 들린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털어냈다.
마치 가뭄 아래 메마른 갈대처럼.
반항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내공과 선천지기를 강탈당한 혈화백과 무학사의 시체가 그들이 쌓아 올린 시체 위에 떨어졌다.
“둘로는 부족해. 조금만 더.”
아직 천살성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은 듯, 끝없이 중얼거렸다.
그러던 중 천살성의 시선에 들어온 건 심안과 시마.
그중에서도 더욱 눈길이 가는 건 혈화백과 무학사가 당하는 걸 보고 도주하는 시마 쪽이었다.
“어딜-!”
천살성은 광기 가득한 표정으로 순식간에 시마에게 접근했다.
흡성대법을 시전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어디든지 한 번만 잡을 수 있다면.’
화악-
천살성이 다른 건 도외시하며 전력으로 도주하는 시마의 오른 손목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이걸로 끝이……!’
그 순간, 시마는 일말의 미련도 없이 바짝 세운 왼쪽 손날로 오른쪽 팔꿈치 부근을 단번에 잘라 버렸다.
그리고.
콰아아앙-!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