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89
89화
화산의 자하신공과 무당의 태극혜검은 그 뿌리가 도가에서 시작되어 흡사한 면모가 있었다.
그나마 송윤천이 창조한 자하신공은 기타 무공과 같이 조금 더 직관적인 면이 있었으나 태극혜검은 그러지 않았다.
애초에 장삼봉이 만상의 근원이라는 태극에서 심상을 떠올려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면모를 담은 무공.
그게 바로 장삼봉이 태극혜검에서 추구하는 바였다.
그리고 지금.
바로 그 결과가 송윤천과 천살성에게서 드러나고 있었다.
무당파의 무공답게 기본은 유(流).
즉, 부드러움이라 여기에는 무엇이든 더할 수 있었다.
천살성이 날카롭게 베어오는 선공을 송윤천이 놓치지 않고 막아서며 반격에 나섰다.
천살성의 공격적인 본성이 가미된 검은 반격에서도 빈틈을 찾아 안쪽으로 파고들며 어깨를 찔러왔다.
이에 송윤천은 반격을 포기하고 그대로 검을 아래로 내리치며 손잡이 아랫면으로 검날을 걷어냈다.
그로 인해 검을 잡은 팔이 내려앉아도 천살성은 물러나지 않고 손목을 지그시 눌러 목표를 하복부로 바꿔 빠르게 찔러 왔다.
이에 송윤천이 검이 찔러 들어오는 방향에 맞춰 사선으로 한 걸음 물러나며 피해버렸다.
송문고검이 낸 성과는 고작 해봐야 송윤천의 옷깃의 끝자락을 조금 자르는 정도에서 그쳤다.
송윤천은 천살성의 앞으로 굽혀진 상체가 제자리로 돌아가기 전에 왼손으로 그의 어깨 뒤쪽을 가격했다.
쐐애애애-!
이어서 송윤천이 발등을 세워 안쪽을 향해 반월을 그리려 했다.
그러자 천살성은 어깨 부근에 통증이 닥치기도 전 나려타곤의 수법으로 강하게 내려앉은 몸을 굴렸다.
송윤천의 오른발 끝에 스친 탓에 천살성의 뺨 한 편이 길게 금이 가듯 벌어지더니 피가 터져 나왔다.
송윤천과 거리를 벌리고 몸을 일으킨 천살성이 다시 검을 겨눴다.
여기까지가 현재 천하의 정점에 있는 존재들의 한 호흡.
모르는 이가 본다면 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합을 잘 맞춰 놓은 검무(劍舞)로 착각할 만큼 자연스럽게 연결되었으며 모든 동작에 품위가 넘쳐났다.
단순히 서로의 태극혜검을 확인하는 비무가 아닌 목숨을 걸고 임하는 생사결.
당연히 간을 보는 탐색전 따위는 양쪽 모두 건너뛴 상황.
분명히 둘 다 구사하는 게 태극혜검임에도 똑같지는 않았다.
같은 무공 혹은 같은 동작을 한다고 해도 그 안에 담긴 의도가 무엇인지에 따라 극심한 차이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촤르륵-
천살성의 송문고검에 청색을 띤 기운이 실처럼 흘러나와 착 달라붙었다.
천살성은 청운 진인의 혼백에게서 받아들인 태극혜검을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자신만의 태극(太極)을 그려냈다.
여기에 질 수 없다는 듯, 그와 마주 보고 있는 송윤천 역시 정면에 크게 반원을 그려나가면서 태극혜검의 일부를 선보였다.
이번에는 송윤천이 한걸음에 거리를 좁히며 천살성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천살성 또한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저 발부터 멈추게 만들어야 한다.’
송윤천을 증오하며 원망했지만, 절대 그를 낮게 보지는 않았다.
여기서 일격에 죽일 수 있다면 진작에 죽였을 터.
그러니 차분하게 한곳씩 공략하며 숨통을 조여가야 했다.
파팟- 팟- 팟- 팟-
마치 높은 언덕 위에서 명궁이 쏘아낸 화살이 연달아서 날아가듯, 천살성이 일직선으로 쏘아낸 검격이 송윤천의 발목을 노리고 날아갔다.
그리고 날아가는 검격의 뒤꽁무니를 바짝 쫓듯, 무릎을 구부렸다가 피면서 거칠게 땅을 박찬 천살성이 앞으로 몸을 띄웠다.
‘아래로 시선이 집중되는 사이에 위를 찢어주마.’
하지만 송윤천은 어찌 보면 뻔하디뻔한 천살성의 술수에 넘어가지 않았다.
스윽-
태극혜검의 원리를 응용하여 천살성이 쏘아낸 검격에 검을 갖다 대고 그대로 휘어잡았다.
거기에 회전력을 가하니 다섯 개의 검격은 터져나가지 않았다.
오히려 검날을 타고 끝없이 돌며 형태가 변하더니 마치 회오리처럼 빙글빙글 회전했다.
“돌려주마.”
이번에는 송윤천이 회전하며 더욱 강력해진 검격을 앞으로 쏘아냈다.
피하기에는 서로에게 향하는 속도가 너무 빠른 상황.
코앞으로 닥쳐오는 매서운 반격에 천살성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정면에 소태극(小太極)을 그려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응이 조금 늦었다.
―――!
소태극에 흡수되고도 남은 기운들이 검을 타고 흘러들어와 쥐고 있는 손을 마구잡이로 휘저어 놓았다.
“크윽-.”
손바닥 근육이 길게 찢어졌으며 손가락 마디마디에 남은 기운의 잔재가 잘리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주었다.
천살성은 이를 악물고 검을 놓치지 않았으나 이미 손에 난 상처에서 피가 뚝뚝 흘러나왔다.
다행히도 그가 가진 신력으로 인하여 손에 입은 중상조차도 급속도로 회복했지만, 통증과는 별개.
천살성은 여전히 머리를 찔러오는 통증을 억눌렀다.
그 빈틈을 놓치지 않은 송윤천이 날려 보낸 흑백의 태극에 같은 태극으로 응전했다.
드드드득-
송윤천의 검으로 형상화된 태극이 천살성을 집어삼키려 들었으나 그 역시 태극.
‘쉽지 않겠어.’
송윤천은 천살성을 인정해야 함을 느꼈다.
천살성이 만들어낸 태극은 단순한 흉내 내기처럼 어설프지 않았으니.
‘완성된 태극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구나.’
아무래도 천살성이 빙의하기 전의 청운 진인은 태극혜검의 경지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한 모양이었다.
‘평생에 걸쳐서 이륙한 이 눈부신 성과가 천살성의 손에서 펼쳐지니 안타깝구나.’
살아 숨 쉬는 매 순간을 갈증과 분노에 빠져 살아야만 하는 천살성에게 안식을 주기 위해서.
천살성이라는 절대적인 악이 사라지고 아주 조금이라도 더 평화로워질 세상을 위해서.
친우이자 제자였던 막역지우(莫逆之友) 장삼봉과 청운 진인 그리고 무당파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언젠가는 괴력난신이 아닌 사람으로 되돌아가 평범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자신을 위하여.
송윤천은 천살성을 반드시 봉인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이 굳은 다짐은…….
거대한 태극으로 발현되었다.
“이건……?”
천살성은 자신이 만들어낸 태극이 송윤천의 태극에 상대가 되지 않음을 직감했다.
‘이대로는, 이대로는……!’
자신은 저런 태극을 그릴 수 없다.
그렇다고 여기서 다 내려놓고 포기할 수도 없다.
천살성은 질이 아닌 양으로 상대하기 위해 계속해서 태극을 그려냈다.
하지만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다.
태극(太極)은 우주 만물의 근원.
만물은 태극에서 시작되어 태극으로 돌아간다.
이 이치에 따라 송윤천의 태극이 천살성의 모든 공격을 무(無)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무방비 상태가 된 천살성을 감싸더니 그가 흡성대법으로 흡수한 모든 기운마저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비록 송윤천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 무림의 절대자라는 화양연화나 구성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막대한 신력의 소유자가 바로 천살성이었다.
그로 인하여 천살성을 감싼 태극은 한 시진 가량을 끊임없이 회전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송윤천이 만들어낸 태극은 소임을 다하고 사라졌다.
이제 천살성에게 남은 건 오직 그가 빙의한 청운 진인의 선천진기뿐.
일말의 내공도, 신력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안돼……. 안돼.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단 말이다-!”
천살성은 믿을 수 없는 현실과 전신을 덮쳐오는 무력감 속에서 비틀거리며 괴성을 질러댔다.
송윤천이 묵묵히 절망에 빠진 천살성을 바라보는 가운데.
잠시 후, 천살성은 간신히 이성을 되찾았다.
“다음을 기약하겠다. 맹세하마. 널 뛰어넘는 그 순간 네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너를 죽이고 또 죽여주마. 내가 죽은 만큼 너를 죽이겠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다음 생에는 지옥을 선사해주겠다는 말.
다른 이가 들었다면 지독한 저주와도 같은 외침에 전신에 소름이 돋았을 테지만, 송윤천은 아니었다.
“다음을 기약하겠다고?”
“이것이야말로 우주가 내게 부여한 숙명(宿命)! 반드시 돌아와 만물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리라.”
천살성의 두 눈에서 실핏줄이 잔뜩 터져 피눈물이 흘러나왔다.
“숙명이라……. 그런데 내가 한 말은 기억하지 못하나? 분명히 그만 끝내자고 했는데.”
“감히 너 따위가 감히 우주의 뜻을 거스르겠다는 말이더냐? 나는 너와 같은 영원불멸의 존재! 절대 죽지 않는다. 내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은 모든 생명이 죽음을 맞이한 다음이거늘!”
천살성은 자신의 숙명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기에 협박이 협박으로 들리지 않았다.
“서로 간에 오해가 있었던 모양이야. 분명히 내가 너를 죽이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는데.”
“네 이놈! 끝까지 말장난을…….”
“말장난이 따위가 아니다.”
송윤천이 선천진기만이 남아 평범해진 천살성의 육신을 끌어올렸다.
“으윽-!”
뿌리치려 했지만, 발버둥조차 쉽지 않았다.
움직이면 무형의 기운이 더욱 강하게 천살성을 옥죄여왔다.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허공에 떠오른 천살성은 폐허처럼 변한 공동의 정중앙까지 옮겨졌다.
준비를 마친 송윤천은 이전과 같이 반쯤 부서진 여섯 개의 병마용을 차례대로 파괴했다.
쿠구궁-
부서진 잔해가 치워지며 천살성의 아래에 감춰진 문이 드러나고 문을 열자 다시 거대한 황금관이 우뚝 솟아났다.
“크흐흐흐- 생각한 게 고작 이따위란 말이냐?”
고개를 숙이자 드러나는 광경에 천살성이 가소롭다는 듯 송윤천을 비웃어댔다.
“나를 여기에 가두어둔다고 하여 이 육신이 얼마나 버틸 것 같더냐? 몇십 년? 길어야 백 년도 되지 않을 테지.”
겁이 나지 않았다.
불멸자인 송윤천에게나 천살성에게나 백 년은 딱 그 정도의 시간에 불과했으니.
다만, 천살성의 예상은 방향이 조금 엇나가고 말았다.
언제나 자신의 힘만을 믿었기에 진법에 대한 지식이 없다시피 한 탓이다.
황금 관이 열리고 얼마 전까지는 진시황의 시신이 누워있던 그 자리에 천살성이 눕혀졌다.
“나는 여기서 쉬고 있을 터이니 내가 없는 시간을 마음껏 즐기고 있거라. 언젠가 반드시 죽음에서 다시 돌아올 터이니.”
여전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천살성은 위로 투명한 관 뚜껑이 닫히는 순간까지 송윤천을 향한 비아냥을 멈추지 않았다.
“……?”
그런 천살성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입을 다물게 된 건 송윤천이 관 위에 손을 올린 채 신력을 풀어내어 무한팔괘진을 재작동 시킨 직후였다.
우우우웅-!
마치 성난 벌떼가 사방에서 달려드는 듯한 소음이 천살성이 누워있는 황금관을 중심으로 시끄럽게 울려댔다.
송윤천의 신력이 들어차기 시작한 무한팔괘진에서 비롯되어 사방에서 전해지는 신묘한 기운이 진법의 핵심인 황금관으로 모여들었다.
무한팔괘진은 청운 진인의 육신과 천살성의 혼백을 완전히 분리하기 시작했다.
“안돼-! 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는! 멈춰!”
청운 진인의 육신을 벗어나며 천살성의 혼백이 지르는 고통에 찬 비명이 황금관 내부를 시끄럽게 울려댔다.
“길어봐야 백 년의 휴식이라 했었나?”
송윤천은 천살성의 비명을 무시하며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조곤조곤 설명해 주었다.
“짧아 봐야 수천 년의 기다림이 될 것이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