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93
93화
[어머니의 손맛 객잔]
대체 누가 무슨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휘황찬란하기가 황궁이나 무림맹 부럽지 않은 거대한 객잔 간판부터.
-서안제일, 섬서제일, 천하제일, 고금제일, 우주제일 맛집.
-마석동 무림맹주님이 무려 ‘여덟 번’이나 찾아주신 서안 단골 맛집!!
-우리 아이 술안주, 우리 남편 우리 아내 영양간식으로 최고! 강력 추천!
-이영복 황궁숙수와 백중원 황궁숙수에게 배운 수제자가 직접 정성스럽게 만들어 상에 올립니다.
이상하다 못해 괴이한 이런저런 문구를 길게 적어 놓은 깃발 여러 개가 간판 좌우로 휘날리고 있었다.
객잔 내부로 들어서자 방문한 유명인들의 서명이 보였는데 그중에는 마석동의 것 역시 정중앙에 자리하고 있었다.
숙수의 손맛이 그리워 늘 찾아오는 객잔.
부디 천년만년 번창하시기를 기원하오.
-무림맹주 마석동 드림.
“어서오십쇼-! 몇 분이십니까? 식사만 하고 가십니까?”
일행이 마석동이 남긴 서명을 보면서 히죽거리는 사이에 점소이가 등장했다.
“아이고, 맹주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제 막 인중과 턱에 솜털 같은 수염이 자라기 시작한 점소이가 마석동을 알아보고 반가운 얼굴로 맞이해주었다.
“옜다.”
“위로 가시지요.”
마석동이 동전 하나를 던져주자 점소이는 알아서 일행을 잽싸게 안내해주었다.
잠시 후, 큰 상 위에 각양각색의 음식이 한가득 차려지고 술 역시 종류별로 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송윤천에게 집중되었다.
“다들 왜 그렇게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나? 배가 덜 고픈가 보지?”
송윤천이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된 이유를 몰라 물었다.
“장유유서(長幼有序)가 아니겠소? 모름지기 어른이 들어야 아랫사람도 드는 법이지.”
“암, 그렇지! 안 그러다가는 어디 가서 쌍놈 소리 듣기 딱 좋지.”
“다 늙어서 별 걸 다 신경 쓰는구나.”
그러고 보니 송윤천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상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 일단 들지. 다들 고생 많았다.”
송윤천이 먼저 술잔을 들자 모두가 따라 들었다.
“북방으로, 곤륜산맥으로……, 자네들도 정말 고생 많았네.”
“자, 일단 무슨 얘기를 하더라도 배부터 좀 채우고 하자고.”
나름 오랜만에 제대로 즐기는 식사인 만큼 모두 적당히 배를 채웠다.
거기에 반주도 두어 병 곁들여서 바닥을 보인 다음에야 본격적으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북방 쪽은 어떻게 됐나?”
허겁지겁 그릇을 비운 양준혁이 마주 보고 앉은 마석동에게 물었다.
한 층을 모두 빌렸으며 주변으로 엿듣는 이도 없어 목소리를 낮출 필요가 없었다.
“우리가 그나마 화양연화 놈들에게 접근했을 때는 이미 북원과 접촉했더군.”
“바로 포기했나?”
“그럴 리가. 가능한 만큼은 접근하여 지켜봤지. 안법을 쉬지 않고 구사했더니 덕분에 눈이 빠지는 줄 알았지 뭔가.”
“그래서 뭘 봤나?”
“북원의 대장 녀석의 천막에 들어가서 목도 팔다리도 잘리지 않고 멀쩡히 붙은 채로 살아 나오더군.”
마석동의 입에서 나온 말이 사실임에도 쉬이 믿기지 않았다.
이는 북방에 자리한 잔당들과 중원인은 서로 눈만 마주쳐도 잔인하게 상잔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
“화양연화가 천막 내부에 있는 인원을 몰살시키고 나온 게 아니라면 양쪽이 손을 잡았다고 봐도 무방하겠군.”
곧바로 해석을 마친 송윤천이 말하자 바로 진현 진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희도 그렇게 추측했지요. 역시 장주님이십니다.”
“그래서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나? 어째서 이곳 진시황릉에는 무학사와 홍일점만 나타난 게지?”
홍일점이라는 말만 꺼내도 아직 아물지 않은 이마의 상처가 지끈거리는 듯 양준혁이 이마를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홍일점은 우리도 모르겠다. 그놈은 애초에 북방에서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으니. 무학사는 곧바로 금군의 포위망을 피하여 중원으로 남하했고…….”
“나머지 두 명은 어찌 되었나?”
“파안대소 도경은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북원에 합류한 것처럼 보이더군. 마지막으로 소수마녀는 북상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했네.”
“북방에서 더 올라가면 목적지는 분명히 북해겠군.”
“십중팔구. 아니 백이면 백 그럴 테지.”
이 또한 이상하지 않았다.
소수마녀가 그 유명한 소수마공을 기반으로 하는 빙공을 사용하며 외모 역시 새외 혹은 혼혈임이 널리 알려진 까닭이었다.
“파안대소 도경 그놈은 사람을 손으로 찢어버리는 미친 작자이니 어디로 튈지 모르겠네.”
“결국에 둘은 떨어지고, 무학사와 홍일점 단둘만 진시황릉에서 보였구먼…….”
“알아낸 건 그게 전부인가?”
“아쉽지만 이게 전부라네.”
멀리 북방까지 추격에 성공하였지만, 제대로 된 정보는 얻지 못하여 정말 아쉬웠다.
하지만 이들을 비판할 수도 없었다.
당장 세 명이 추격에 나섰는데 막상 도달하니 저쪽은 사방에 널린 전사만 수십 만에 달하지 않는가.
북원과 화양연화가 사이가 좋든가 아니면 동맹을 맺었든가 하는 정보를 추측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했다.
“이쪽은 이만하면 대답이 된 것 같은데. 진시황릉은 대체 어찌 된 일인가?”
마석동과 그 일행은 송윤천 일행보다 한참은 뒤늦게 도착한 까닭에 진시황릉에 대한 소문을 접한 것도 뒤늦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늘 딱 도착하니 상황은 마무리되어 있었고.
“진시황릉에 화양연화 중 여섯이 있었다네.”
“북쪽에 머무는 둘을 제외한 전원이?”
“그렇게 됐지. 하…….”
양준혁이 다시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그래서 그놈들은 다 어떻게 된 건가?”
“우선 무학사, 혈화백, 심안은 거기서 숨을 거뒀네.”
“……!”
“자네 둘이 했나? 아니면 설마 송 장주가 손을 쓴 건가?”
“둘 다 틀렸네. 우리는 손도 대지 않았어. 오히려 그 셋은 천살성이 죽였지. 천살성 그놈이 동료들을 상대로 흡성대법을 구사하더군.”
“마교에서도 금지되었다는 마공을? 여러모로 대단한 놈일세.”
“그렇다면 나머지 셋은 어찌 되었나?”
“홍일점은 행방불명, 시마 역시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천살성에게서 도주했으며 그 뒤로는 행방불명일세.”
“천살성은? 살았나 아니면 죽었나?”
“천살성은 죽었다.”
이번에는 천살성을 죽인, 정확히는 혼백을 봉인시킨 송윤천이 확고히 답을 주었다.
‘이들의 기준으로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닐 테지.’
최소한 수천 년, 아니 그 이상의 세월을 누구도 찾지 못하며 홀로 나올 수도 없는 폐쇄된 공간에 봉인되어 있다.
그러니 이들과 천살성이 다시 마주할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었다.
“장주가 녀석을 직접 죽였소? 정말 다행이오. 참으로 잘됐소!”
마석동은 가슴에 눌러앉은 체기가 싹 가라앉듯 표정이 밝아졌다.
무림맹이나 정파를 떠나 천하의 시선으로 봐도 화양연화가 얼마나 큰 골칫덩이였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마석동이 무림맹주로서 화양연화의 천살성을 막기 위해 얼마나 부단히 노력했던가.
자신이 해낸 일은 아니지만, 결과만 따지고 보면 화양연화가 몰락했다는 건 같으니 마음속에 뿌듯한 감정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건…….”
하지만 이어지는 송윤천의 행동으로 인하여 들뜬 분위기가 차갑게 식어버리고 말았다.
타악-
송윤천이 제 앞에 한 자루 검을 올려놓았다.
“너희와 같은 구성, 태극의 유품이다.”
이들과 함께 생사를 넘나들며 구성의 태극이라 불린 영웅, 청운 진인의 송문고검이었다.
“태극, 청운 진인은 천살성에 맞서다가 장렬하게 산화하였다.”
송윤천의 통보에 듣고 있던 모두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했다.
물론, 사실과는 다르다.
하지만 천살성의 혼백을 봉인하기 위해 청운 진인의 육체 역시 관에 봉인하였으니.
‘이 또한 넓은 의미에서 본다면 희생이라고 여길 수 있겠지.’
그 누가 뭐라고 해도 청운 진인과 천살성에 대해 완전한 진실을 아는 이는 천하를 통틀어서 오직 송윤천뿐.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와도 증거는 남아 있지 않으니 그게 곧 진실이 될 터였다.
또한, 송윤천은 청운 진인에 대한 존경을 담아서 그의 숭고한 희생을 조금이라도 더럽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이건 단순히 청운 진인과 태극에 국한(局限)되는 사건이 아니었다.
‘만약에라도 천살성이 청운 진인에게 빙의했다는 소문이 퍼지기라도 한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태극, 더 나아가서는 무당파를 비난하고 들 테다.
대중에게는 태극이 곧 무당파이며 무당파가 곧 태극이기도 했으니.
또 누군가는 이 소문을 듣고서 살에 살을 붙여가며 오해에 오해를 낳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자면 태극이 미쳐버려서 혹은 배신하여 천살성에게 동조했다든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파고들면 말도 안 되는 소리가 광기에 힘입어 진실로 둔갑한 적이 수도 없이 많았다.
이런 이유들로 인하여 송윤천은 마지막이라도 청운 진인의 무인으로서의 명예를 지켜주고 싶었다.
“별 하나가 먼저 저물고 말았군…….”
젊은 날에는 무림의 최전선에서 살아가느라, 나이가 들면서는 여러 이유로 주변을 먼저 떠나보낸 이들.
타인의 죽음에 익숙해진 이들마저도 청운 진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구성(九星)에서 태극이라는 별이 하나 줄어들어서 팔성(八星)이 되어 버린 셈.
“청운 이놈이 나보다 먼저 떠났구나. 천년만년 산골짜기에 박혀 살다가 우화등선할 줄 알았건만…….”
풍전이 창밖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어두운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았다.
“녀석에게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보내버린 게 아쉽구먼.”
마석동은 앞에 놓인 술병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켜 한 번에 털어 넣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달큼하게 느껴졌던 술맛이 갑자기 쓰디쓴 사약처럼 변해버렸다.
“장주, 태극 그 말코도사 녀석의 마지막 모습은 어땠소? 기억하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딱 하나다. 분명히 태극은 최선을 다했다.”
“정말 그 녀석다운 최후였구려.”
어느새 회포를 풀기 위해 마련된 자리가 풍전, 매화, 참월, 유수가 떠나간 태극을 추모하는 자리로 변해버렸다.
“푹 쉬고 내일 아침에 떠나도록 하지.”
송윤천은 이들이 서로 간에 쌓았던 추억을 기리는 자리로 만들어 주기 위해 먼저 일어섰다.
“장주, 청운 녀석의 검은 어찌하겠소……?”
풍전이 송윤천이 상 위에 올려둔 송문고검을 멍하니 바라보며 물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다.
“무당에서 왔으니 당연히 무당에 돌려줘야 하지 않겠나.”
송윤천의 시선이 남쪽 어딘가 무당산이 있을 곳을 향하며 답했다.
“무당에 돌려줘야겠지.”
단순하게 유품만을 전달하는 자리는 아닐 터.
희생에 따른 명예 그리고 청운 진인이 닿았으며 그보다 더 높이 닿은 송윤천이 가진 태극혜검까지.
원한다면 모두 돌려줄 생각이었다.
다음 날 아침.
“오랜만에 다 같이 모이니 즐거웠다만, 또다시 모일 일은 되도록 없었으면 좋겠군.”
구성이 모인다는 건, 무림에 큰 사건이 난다는 뜻이니.
되도록 보는 일이 없는 게 모두에게 좋았다.
“다들 잘 가게.”
화양연화가 일단락되어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매화 진현 진인은 가장 가까운 화산으로.
유수 양준혁은 북경의 신창양가로.
참월 마석동은 무림맹으로.
그리고 송윤천과 풍전은 무당산으로 향했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