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st Powerful God in the World RAW novel - Chapter 94
94화
송윤천과 풍전, 마석동은 서안에서 대로를 타고 호북성에 진입했다.
“장주 그리고 풍전. 잘 부탁하네.”
아쉽지만 마석동은 이들과 함께 무당파를 방문할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친우인 태극의 끝을 함께 하고 싶었으나 그는 무림맹의 맹주.
자신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었다.
“걱정하지 마라. 무사히 전달하고 갈 테니까.”
무림맹의 기둥이자 중심이니 되도록 자리를 비우는 일은 없도록 해야 했다.
“조만간 또 보지.”
송윤천과 풍전 역시 무당산에서 일을 마치면 바로 무한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셋은 짧은 작별 인사를 마치고 각자 갈 길로 떠났다.
마석동은 무한을 향해 남동쪽으로 대로를 타고 사라졌다.
남은 송윤천과 풍전은 무당산이 있을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산과 들, 강을 넘다 보니 생각보다는 이른 시일에 무당산 초입에 진입하게 되었다.
“내가 방문했을 적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굉장히 시끌벅적해졌어.”
송윤천의 시선이 주변을 훑었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무당산 초입에는 송윤천이 알고 있었던 옛 모습이 그려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변화가 찾아온 모양이었다.
“무당산 주변이야 원래 이러지 않았소?”
풍전이 의문을 표했다.
무당산은 무림의 문파인 무당파로도 유명하지만, 예전부터 도교의 성지로도 명성을 떨쳤다.
그로 인하여 도를 좇는 도사들이나 무당산의 명성에 이끌려 온 양민이 많았다.
무당산 인근도 사람이 몰려 크게 마을을 형성했으며 이제는 균현이라고 명명된 거대한 도시로 거듭났다.
그러니 한참 먼 옛날에 방문했던 송윤천의 반응도, 수십 년 전부터의 무당산을 알고 있는 풍전의 반응도 정상이었다.
“당연히 내 기준에서 옛날이니 달라졌겠지. 저기 저 나무만 해도 그리 크지 않았는데.”
송윤천이 길이만 일곱 장에 달하는 거대한 나무를 잠시 바라보다가 무당산을 올랐다.
중턱 부근부터는 무당파의 도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다 보니 무당파의 해검지(解劍池)가 송윤천과 풍전을 가로막았다.
무당파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소지한 무기를 놓아두는 공간.
다른 쪽으로는 무인보다도 도사를 비롯한 양민들 역시 많기에 혹여라도 피를 보는 경우가 없게 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라고 흔히 알려져 있고, 무당파에서도 그렇게 주장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그냥 귀찮아서 만들어 둔 게 여태까지 있었나.’
무당파 입구에 해검지를 만들었던 이는 바로 송윤천이었다.
과거 장삼봉과 합을 맞추어 수련하다 보면 별의별 놈들이 다 찾아오는 게 아니던가.
무슨 천하제일인이 무당산 꼭대기에 있다.
아니다. 도사 두 분이 무당산의 영험한 기운을 받들면서 우화등선을 준비하고 계신다.
두 분께 가서 낡은 철검을 드리면 순은으로 만들어진 검, 순금으로 만들어진 검, 운철로 만들어진 검 중에 하나를 준다더라…….
그중에서도 가장 귀찮게 달라붙는 건 어디서 소문이 났는지 송윤천과 장삼봉에게 도전하거나 검법을 배우겠다며 찾아오는 무인들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송윤천과 장삼봉이 하루씩 번갈아 가며 해검지에서 도전해오는 놈들을 손봐주고 돌려보냈다.
나중에는 귀찮아서 제자들을 시켜서 해검지를 지키게 했고.
‘그나마 옛날보다는 조금 더 순하게 변한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도사들이라고 검을 부러뜨리고 쫓아 보내는 게 아니라 맡겨 놨다가 나갈 때는 돌려준다고 하니 말이다.
그에 따라 무당파의 도사들은 송윤천과 풍전에게도 무기를 내려놓고 입장할 것을 예의 바른 태도로 권유했다.
“무량수불……. 방문을 환영하는 바입니다. 이곳 해검지에 소지하신 물건을 맡기고 가시면 추후에…….”
“장문인을 만나러 왔다.”
이번에도 송윤천을 대신하여 풍전이 앞으로 나섰다.
“예?”
대뜸 장문인과의 만남을 요구하는 방문객에 젊은 도사가 당황했다.
“가서 전하거라. 개방의 태상방주가 장문인을 만나러 왔다고.”
파지직-
자신이 풍전임을 드러내듯 앞으로 펼친 손바닥 위에 뇌기를 슬쩍 일으켜보았다.
“함께 가시지요.”
이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젊은 도사가 둘을 안내하고 나섰다.
금방 도착한 장소는 무당파의 장문인의 거처인 조사전이었다.
“손님을 모셔왔구나.”
우렁찬 음성과 함께 정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낸 이의 존재감은 가히 마석동에 버금갈 정도.
조사전의 문에 위로 그리고 옆으로 들어찰 정도의 거구와 도복으로는 온전히 가려지지 않는 근육.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면 도사가 쉽게 연상되지 않을 터.
막말로 무당산이 아닌 다른 산기슭에서 저 솥뚜껑처럼 크고 두꺼운 손에 도끼 한 자루만 쥐여준다면 산적 두목이 더 잘 어울릴 것만 같은 외형이었다.
“무량수불……, 오랜만에 뵙습니다.”
주인이 손님인 풍전에게 아는 척을 하며 도호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그래, 오랜만일세. 장문인.”
산적을 똑 닮은 도사의 정체는 무당파의 장문인 청송 진인이었다.
* * *
태극, 청운 진인과 무당파 장문인 청송 진인은 보이는 것처럼 청(淸) 자배의 같은 항렬이었다.
그런데 청운 진인의 나이가 일백이 넘었음에도 청송 진인은 그보다 한참 밑으로 보였다.
과거 그의 스승되는 이가 속가 제자 출신이었던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늘그막에 막내 제자로 맞이했던 까닭이었다.
청송 진인의 외형에 드러나 있듯 도사임에도 과한 예의나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꺼리는 성정이었다.
때문에, 제자들이 물러나고 조사전에는 청송 진인과 송윤천 그리고 풍전만 남게 되었다.
“잘 지냈던 모양이야. 덩치가 더 커진 게 이러다가는 조만간 마석동보다 더 커질 수도 있겠는데.”
“저야 한창때이니 나중에는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풍전 역시 개방 출신답게 성정이 비슷하여 둘은 옛 만남에 진작에 어울리며 형님·아우 하는 사이가 되었다.
“형님도 참 섭섭합니다. 한 번은 꼭 오신다고 해놓고 이게 대체 얼마 만에 보는 겁니까.”
“너야 무당파만 신경 쓰면 된다지만, 나는 천하 각지에서 할 일이 워낙 많았으니 이해해다오.”
“그럼요. 당연히 이 아량이 넓은 아우가 형님을 이해해야지요.”
송윤천이 옆에서 둘 사이에 오가는 대화만 슬쩍 들어봐도 둘의 친분이 드러날 정도였다.
짧게나마 서로의 안부를 물은 뒤, 청송 진인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이제는 본론을 꺼낼 차례.
청송 진인 역시 마음 같아서는 당장 무당산을 내려가서 합법적으로 맛있는 음식에 어울리는 곡차를 함께 나누고 싶었지만.
‘평생을 바쁘게 살아온 형님이니 아무 이유 없이 무당파를 찾아오지는 않겠지.’
분명히 무슨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리고 이 낯선 젊은이가 풍전과 함께 하는 이유도 있을 터고.
“이쪽은…….”
풍전과 함께 나타난 젊은이는 지금까지 입 한 번 열지 않았다.
그렇다고 또 자신을 보고 겁을 먹거나 긴장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무당의 보물을 돌려주기 위해 왔다.”
대뜸 반말을 내뱉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마주 보고 앉은 사내가 상 위에 올린 물건이었다.
자신 앞에 쭉 미는 걸 보니 직접 확인하라는 뜻이거니 하고 손을 댔다.
감싸고 있는 하얀 천을 풀어내니 풍전이 직접 나무 한 그루를 잘라서 만든 기다란 목함이 드러났다.
조심스럽게 목함을 열자 청송 진인에게 너무나도 익숙했으며 이렇게 보고 싶지는 않은 물건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물건의 정체는 청송 진인의 큰 사형, 태극 청운 진인이 평생 사용한 송문고검.
청운 진인은 돌아오지 않고 그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애검만이 다른 사람을 통해서 무당으로 돌아왔다.
“…….”
홀연히 큰 사형이 무당산을 떠났을 적에도 어느 정도 이별을 예감하기는 했더랬다.
하지만 막상 예감이 현실로 닥쳐오자 가슴이 먹먹해지고 말았다.
청송 진인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이 또한 원시천존의 뜻입니까.’
저 멀리 사시사철 안개가 자욱하게 껴있어 보이지 않았던 천주봉이 오늘만큼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하늘이 내려앉지 않도록 떠받들고 있다고 하여 천주(天柱)라는 이름이 붙은 천주봉.
무당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이렇게 덩그러니 검 한 자루만을 남겨 두고 영원히 무당산을 떠나버린 청운 진인이 머물렀던 거처였다.
선명하게 보이던 천주봉이 점점 희뿌옇게 변해갔다.
청송 진인은 스승을 떠나보낸 이후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 * *
땡- 땡- 땡- 때앵-
청아한 종소리가 저 멀리서 바람을 타고 조사전까지 불어왔다.
무당파의 시작과 함께 만들어진 종은 마치 청운 진인이 가는 길을 배웅하듯.
수백 번을 끊이지 않고 울려댔다.
“…….”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듣게 된 청송 진인은 여전히 생각에 잠긴 채로 천주봉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처음보다는 많이 가라앉은 상태이지만 원래 이별을 완전히 받아들이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법이었다.
송윤천도 풍전도 당사자가 아님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기에 묵묵히 그를 기다려 주었다.
잠시간 시간이 지나자 심신의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덕인지, 청송 진인은 무너지는 마음을 붙잡을 수 있었다.
“기다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선……, 무당파를 대표하여 감사드립니다.”
청송 진인은 자세를 바로 하며 일어나 송윤천과 풍전에게 한 차례씩 고개를 푹 숙였다.
슬픔은 슬픔이고 공적으로 자신은 무당파의 장문인이니 당연히 무당파를 대표하여 감사를 표시함이 옳았다.
그러자 풍전이 나서서 청송 진인의 슬픔을 위로해 주었다.
“신경 쓰지 말아라. 청운과 나는 젊은 날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 넘나들었던 사이이니 이 또한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쉬운 일은 결코 아니지요. 무당파는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이후 다시 자리에 앉은 청송 진인이 식어서 미지근해진 옥로차를 한입에 비운 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자세한 사정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였으니 청운 진인이 떠나갔음은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중요한 문제가 하나 남아 있었다.
청운 진인이 목표로 하던 것처럼 우화등선하였는지.
그게 아니라면 사람으로서 수명이 다하여 죽었는지.
그리고 사람으로서 죽었다면 그건 편안한 죽음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건지.
“최근에 섬서성 서안 부근에 진시황릉이 발견됐다는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겠지.”
“예, 소식을 듣기는 했습니다만.”
“진시황릉은 처음부터 화양연화가 꾸민 계략의 일부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풍전이 말을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송윤천을 찾았다.
그 역시 송윤천에게 청운 진인의 최후를 전해 들었을 뿐이니 더 자세히 알지는 못했던 탓이다.
청운 진인의 죽음을 설명할 수 있다면 그건 세상에 오직 한 명.
송윤천뿐이라고 생각했다.
“청운 진인은 화양연화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천살성에게 맞서다가 장렬히 산화했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무인다운 최후였다.”
송윤천이 자연스럽게 풍전의 말을 이어나갔다.
청송 진인은 송윤천의 말을 듣자마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천하제일 괴력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