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
The natural order –
결혼할 생각을 하던 고교동창이던 애인이 고교동창과 바람을 피워 배신감을 느꼈고 그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창피함에 고향에도 가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초신성의 폭발과 건강을 위해 호흡법으로 익힌 금강나한공의 조화로 인해 치욕스러운 상황을 벗어나려는 간절함을 이루기 위해 과거로 돌아왔다.
악연을 정리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며 그동안 무심함으로 인해 어긋났던 주변을 정리해 나가는데…
우주와 공간과 시간을 통찰하는 지혜를 얻어가는 그의 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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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장인걸이라는 이름은 참 촌스럽고 구닥다리 이름이다. 한창 개명의 열풍이 불어 조금만 이름이 맘에 들지 않으면 너도 나도 개명을 하지만 자신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인세의 영걸’이 되라고 할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었기 때문이고 30년 넘게 그 이름으로 살아온 상황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싶지는 않았다.
“어이, 자네, 이리 와보게.”
장인걸의 이름만큼이나 고지식한 팀장 오정환 부장이 장인걸을 손짓으로 불렀다.
“네, 부장님.”
팀장이라는 명칭보다 부장이라고 불리기를 원하는 오정환 부장이었고 현재의 마케팅팀이라는 명칭보다 판매기획부라는 2000년 조직 개편 이전의 부서명을 더 선호하고 있었다.
“며칠 후에 진행되는 동해안 마라톤 대회가 있는 것 알지?”
삼광식품은 국내 5대 식품회사로 천일신문과 CBN이 공동주최하는 동해안국제마라톤대회의 메인스폰서로 참여하고 있었다. 강릉에서 개최되는 동해안국제마라톤대회는 10년 가까이 유지가 되면서 제법 명성을 얻고 있었다.
그 업무를 마케팅팀에서 담당하였고 실무 담당자가 3년차 대리가 된 장인걸이었다. 광고홍보비 명목으로 행사비를 2억 원이나 지원하는 큰 이벤트이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엉겁결에 담당을 하게 되었다.
“네, 그래서 다음 주 화요일부터 현지에 나가서 강릉에 설치한 대회본부로 출근할 생각입니다.”
“사장님이 이왕에 스폰서를 했으니 우리 직원들도 뛰고 몇 명이라도 완주를 했으면 하는데 가능할까?”
사장인 육진원은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에 중장거리 육상선수로 활동을 했던 사람으로 여전히 관심이 많아 부사장이 된 후부터 육상연맹 이사를 맡고 있었다. 기회가 되면 부회장이나 회장을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삼광그룹의 오너이자 회장인 김광선은 육진원 사장이 육상연맹의 임원이 되는 것을 적극지지하면서 각종 행사에 회사의 비용으로 후원하는 것도 용인하고 있었다. 지금은 연간 10억 원 가량을 육상에 지원하고 있었다.
“마라톤 동호회에서 30여 명이 출전하는 것으로 압니다. 10km 10여 명, 하프 10여 명, 풀코스 10여 명이 출전한다고 하던데요.”
사장이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해주니 몇 년 사이에 마라톤 동호회도 그 규모가 급속도로 커져 고작 20여 명이던 숫자가 지금은 무려 100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 중에 절반은 마라톤에 관심이 있기보다 사내 정치활동의 일환으로 이름을 걸어놓은 면도 있었다. 그렇기에 신입들은 10km나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번에는 각 종목에 비슷한 숫자가 참여했다.
“자네도 뛰지 그래. 소년체전에서 장거리 은메달을 땄다면서.”
장인걸은 중3이 될 때까지는 육상선수를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육상선수는 아무리 잘해도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국내에서 난다고 해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 후에 스물다섯이 되기도 전에 은퇴를 하는 것이 보통이고 잘해야 지도자나 체육교사가 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니 부모님은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좋은 대학에 가기를 원했고 마침 육상코치와 훈련 방식으로 갈등을 빚던 상황이라 미련 없이 포기할 수가 있었다.
지치면 적당히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한계를 넘어야 한다면서 한계 이상으로 밀어붙였다. 물론 그렇게 훈련하여 성적이 향상되기도 했지만 신체 밸런스가 파괴되거나 조로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특히 장인걸의 경우에는 신체적인 문제로 과부하가 걸릴 경우에 복통이 발생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 다른 학생들처럼 달리라고 하여 문제가 되었다.
‘하여간 박춘삼 그 인간은 근성론을 신봉하였지. 애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그만두었고 같이 운동을 했던 자들 중에 누구하나 대학에 간 사람이 없었지.’중학교 육상감독인 박춘삼은 애들을 갈아서 성적을 내는데 목을 맸고 그렇기에 고등학교에 가면 줄줄이 부상을 당해 그만두는 것이 보통이었다.
기본 체력을 다지거나 기본기를 가르치기보다 단기간에 기록을 내는데 치중했고 그 결과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년체전이나 중학수준의 육상대회에서 우승을 하거나 각종 메달을 딴 학생이 많았지만 자신의 역량 이상을 발휘하다보니 망가지는 것이 당연했다.
“15년 전에 육상을 그만두었는데요.”
“대회 준비야 육상연맹과 주최 측이 하니 자네도 한 번 나가 봐. 공장이나 영업소 인원만 나가는 것보다 본사 인원도 좀 나가야지.”
장인걸은 관리파트라고 할 수 있는 본사 인원이 나가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얼마 전까지 판매지원부, 지금의 영업지원팀의 박강성 차장이 있었지만 마라톤을 하다가 인대부상을 당해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장인걸은 동해안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강릉으로 왔다. 강릉에서 출발하여 속초 방향으로 달리다가 남애 인근에서 반환하는 코스였다.
장인걸은 현지로 가서 대회본부의 우경원 차장에게 자신이 출전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당장 사장님의 지시로 풀코스에 출전해야 한다고 말하니 접수기간이 마감되었다고 난색을 표명했지만 결국은 출전이 허용되었다.
끝까지 안 된다고 하면 마지못해 출전하지 않을 수가 있는데 출전이 가능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출전해야 했다.
“미치겠네. 규정상 안 된다고 하면 그 핑계로 안 나가도 되는데 그럴 수도 없고. 적당히 한 10km 정도 뛰다가 중간에 포기해야 할 것 같아.”
장인걸은 마라톤을 뛰어야하기에 현지에 내려온 이후에 적당히 몸을 풀어주면서 이틀을 보내었다.
현지에 도착하여 금전 외에 삼광식품에서 후원하기로 한 생수와 빵의 입고를 챙기는 외에 할 일이 없기에 모든 시간을 훈련하는데 사용할 수가 있었다.
“죽겠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로 인해 미국에서 리먼과 메릴린치마저 넘어가고 AIG와 시티은행마저 위험한 상황이 되면서 난리가 아니다. 이러다가 한국까지 외환사태가 번질까 걱정이다. 직원들은 비상대기 상태이고.”
증권회사에 다니는 황명환이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요즘 시간이 없다고 말을 했다. 시장상황이 좋지 않으면 금융권이 가장 먼저 긴장을 했다.
10여 년 전에 터진 외환위기가 재발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금융권을 비롯한 각 기업은 외환의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덕에 미국에서 위기가 오지만 한국은 여유로운 면도 있었다.
“그 때 하도 데워서 그나마 준비를 했던 것 같던데. 우리나라도 힘들겠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닐 것 같아. 그보다 회사에서 마라톤에 나가라고 해서 걱정이다.”
“열심히 뛰어 봐. 완주는 못해도 최선을 다해야지.”
푸념을 하는 장인걸에게 친구인 황명환이 격려를 해주었다. 그러면서도 어조에 담긴 장난기를 감추지 않았다. 마치 잘 되었다는 듯이 전화하는 내내 웃음을 보였다.
“이 나이에 마라톤이라니 어이가 없어서.”
“그래도 3년 전에 양진고등학교 개교 40주년 기념 마라톤에서 3등을 했지 않아. 어린 친구들과 같이 뛰어서. 다들 장인걸이 아직은 죽지 않았다고 했잖아.”
“야, 그것은 고작 10km 정도에 불과했고 그것도 네 삼촌이 강제로 명단에 올려서 어쩔 수 없이 나간 것이지.”
황명환의 작은 아버지가 양진고등학교 총동문회 부회장인 황현준이었다. 그렇기에 황명환이나 장인걸은 졸업 직후부터 억지로 동문회에 끌려 다니고 있었다.
요즘 동문회는 나이 40대가 되어야 참여를 했고 그 또래는 아예 참석을 하지 않았다. 대학에 다닐 때에 술을 몇 번 얻어먹은 덕분에 동문회에서 일하는 황준현의 호출에 직장에 취직한 이후에도 나가고 있었다.
“그래도 너야 몸이 좋지. 그보다 원경희 다음 달 초에 시집간다더라.”
황명환의 말에 장인걸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같은 양진고등학교를 졸업한 동창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진학하면서 사귀기 시작해 2년 전까지 만나던 여자였다.
이제 자리를 잡았으니 결혼할 생각을 하던 참에 애인이 난데없이 고등학교 동기와 바람을 피운 덕분에 순식간에 병신쪼다가 되어 고향에 가지도 못하는 불쌍한 놈이 되고 말았다.
“그 이야기는 하지 말자.”
계속 이야기를 할 것 같아서 다른 말이 나오기 전에 말을 잘랐다. 곧 결혼을 할 것이라 생각했던 원경희가 배신인지 실수인지 모르지만 고등학교 동기모임에 갔다가 동창인 이승찬과 바람을 피웠고 그것으로 관계는 파탄이 나고 말았다.
그 모임은 서울이 아니라 고향인 양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장인걸은 가지 않았는데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승찬은 장인걸과 얼굴이나 아는 정도이지만 꽤나 인물이 좋은 타입이었다. 하지만 대학도 진학하지 않고 서울에 올라와서 바로 취직을 했다가 가게를 열어 제법 성공했다는 말을 듣던 사람이었다.
그와 몇 달 만난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싸우다가 헤어졌고 건너건너 서로 근황만 듣고 있었다. 그러더니 지난 설에 조용히 시골에 갔다가 날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간 워낙 안 좋은 소식이 들리더라. 애가 왜 그런지. 네 멘탈이 나갈까 걱정이다.”
원경희에 대한 이야기는 고등학교 동기들 사이에서 워낙 흉흉했다. 같은 동기인 이승찬을 시작으로 하여 평이 좋지 않던 김광일, 이진석, 서정민 등과 만나면서 온갖 추문을 다 흘리고 있었다.
“왜, 너도 한 번 어떻게 해 보려고?”
동기들 사이에 워낙 쉬운 여자로 알려지면서 같이 자지 못한 사람은 등신이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고 애인이던 장인걸만 병신이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승찬이 놈한테 당하고 걔가 멘탈이 무너져서 그런다는 말도 있더라. 그러다가 맘 잡고 시집간다는 말도 있고. 이승찬이야 술 취한 여자가 무방비하게 있으니 일을 저지른 것이라는 말도 있고.”
황명환은 어떻게든 장인걸이 진정되기를 바라는지 변호를 해주었다. 장인걸과 원경희가 사귀는 것도 가까운 친구들만 알던 상황이어서 일이 터지고 난 후에도 한동안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결국은 동창들 사이에 파다하게 소문이 나고 말았다.
이승찬도 원래 장인걸과 원경희가 사귀는 사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가게마저 접고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말았다. 혹시라도 장인걸이 보복하러 찾아올까 걱정하여 잠적한 것이다. 다른 녀석들도 일이 커지자 모두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황이었다.
“이제는 나와 상관이 없는 이야기니 그만 하자. 그런 일로 더 이상 시달릴 이유도 없고. 그런데 통화 상태가 갑자기 좀 좋지 못한 것 같다.”
“그러게. 아까 TV에서 멀리 떨어진 초신성 폭발이 감지되어 전자파 교란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태양의 흑점마저 폭발하여 지구의 통신 이상이 발생한다던데.”
“끊고 나중에 통화하자.”
장인걸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객지에 나와 있는 상황에 마음이 허전했는데 그런 이야기마저 들으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울적해지고 말았다. 친구가 아니라 원수가 따로없는 것 같았다.
장인걸은 마음 같아서는 술이라도 진탕 마시고 싶지만 토요일에 마라톤 대회에 나가야 하기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경포대와 오죽헌 중간에 위치한 경포그린호텔에 숙소가 있기에 나가서 한 잔을 할 수도 있지만 참아냈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그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달래면서 자기혐오를 삭이는 수밖에 없었다.
인간인 이상 자신의 여자를 누군가에게 빼앗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헤어지고 그런 일이 생긴 것도 아니고 사귀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 것은 병신쪼다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자식이 쓸데없는 소리로 잘 있는 사람 속을 뒤집어 놓고.”
잊을 만하면 원경희에 관한 이야기가 들렸고 그럴 때마다 그의 속은 뒤집어졌다. 원경희에 대한 원망과 수치스러운 감정이 일어나서 참기 어려웠다.
장인걸은 이불을 차고 일어나서 한동안 어둠 속에서 앉아 있었고 그러다가 결국 가부좌를 틀었다. 그나마 화가 날 때마다 명상을 한 덕분에 무너지지 않을 수가 있었다.
어릴 때에 육상을 하다가 달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배운 명상호흡법이었다. 육상을 그만둔 후에도 가끔은 했는데 최근에 자주 했다. 원경희와 헤어진 이후에는 매일 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맨 정신으로 살아가기 어려웠을 것이지만 2년간 무너지지 않은 것은 그 덕분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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