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01
21. 미래를 위한 투자
안정만이라는 사람이 장유현의 소개로 이력서를 들고 찾아왔다. 이력서 내용을 살피던 장인걸은 고민이 되었다. 꽤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인물이기에 조금 자세히 살폈다.
“천하기획에서 광고기획을 담당했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한정화학 바닥재인 폴라리움의 광고를 기획하면서 장유현님과 친분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 나이 서른두 살로 막 입사한지 5년차의 갓 승진한 대리였다. 장인걸이 양지원 실장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 한 후에 안정만을 소개했고 회사로 찾아오라고 했다. 능력은 있는데 무슨 사정이 있는지 회사에서 명예퇴직대상자로 선정이 되었다.
“일단 광고기획자가 필요하기는 합니다. 포털사이트인 프리웨이는 알죠?”
“물론입니다. 사이트 검색과 뉴스서비스, 이메일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으로 압니다. 다른 것도 있지만요.”
“당장 거기서 배너 광고를 유치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언론사를 담당하여 뉴스서비스의 업무제휴를 추진해야 합니다. 또한 광고도 배너 광고 외에 다른 광고 방식의 개발이나 영업을 담당해야 합니다.”
“경영학과를 나왔기에 기본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마케팅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광고기획만이 아니라 카피라이터로 활동했기에 크리에이티브 전략 전반에 대한 업무를 담당할 수 있습니다.”
장인걸은 마케팅을 담당한 경험이 있기에 마케팅 업무 전반에 대해 알고 있었다. 신입을 뽑아서 일을 시키는 것보다 나을 것이기에 안정만을 채용하기로 했고 광고만이 아니라 마케팅 전반에 대한 일을 맡겼다.
“양지원 실장과 프로그래머들이 키워드검색에 대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그와 관련하여 광고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앞으로 프리웨이의 주 수입원이 될 것입니다.”
안정만은 키워드검색이 무엇인지 잘 개념을 잡지 못했고 광고 전략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감을 잡지 못해 결국 세세하게 설명을 해야 했다. 그래도 양지원이나 다른 프로그래머에 비해서 빠르게 이해를 했다.
“일종의 전화번호부 광고와 비슷한 개념인 것 같습니다. 유저의 관심분야를 체크하여 기술적으로 광고를 노출 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요.”
“맞습니다. 그렇기에 배너 광고가 가지는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광고시장의 저변을 거의 무한대로 확장할 수가 있습니다. 각 섹터별로 광고주를 개발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노골적으로 광고라는 것이 보이면 역효과가 발생하니 치밀한 기획이 필요합니다.”
배너 광고도 아직은 제대로 유치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우선 중요 기업을 다니면서 광고를 유치해야 했다. 간단한 것 같지만 워낙 걸린 곳이 많아 광고유치를 하려면 광고주와 광고기획사를 동시에 공략해야 했다.
“혼자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지 말고 필요한 인원이 있으면 사전에 먼저 면접을 보고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1차적으로 대략 4명 정도까지 인원을 충원할 수 있습니다.”
장인걸이 안정만에게 1차로 선임할 권리를 부여해준 이면에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부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이나 경력이 그보다 낮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젊은 사람을 채용하면 인건비도 낮을 수밖에 없었다.
“당장은 배너를 유치하는 일과 언론사에 다니면서 뉴스제공 업무제휴를 추진해야 합니다. 그 일을 하면서 내가 설명해준 다른 일까지 해야 합니다.”
장인걸은 인맥을 통해 배너광고를 유치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안정만에게 전담을 시키기로 했다. 일을 시켜보고 능력이 있으면 역할을 늘리고 부족하면 역할을 줄일 작정이었다.
나라가 무너지는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지만 연일 언론은 대선에 관계된 뉴스를 쏟아냈고 경제관련 뉴스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경제관련 뉴스를 내보내는 것은 일방적으로 정부, 여당을 비난하는 행위로 선거중립을 해치는 일이라는 해괴한 논리까지 등장했다.
언론에서 경제위기에 관한 뉴스를 보도하면 정부, 여당의 책임을 거론하는 것이고 그것이 여당후보에게 불리하다는 논리였다. 공정한 선거보도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지만 야당의 정부, 여당의 책임론이 점점 힘을 얻으면서 선거 판세는 정권교체로 가닥이 잡혀갔다.
이런 상황에서 앨범을 발매한 장인걸은 기말고사를 준비하면서 TV에 출연하는 것만 신경을 썼다. 하지만 방송시간이 수업과 겹칠 경우에 사전녹화로 대체했다.
그러면서 연말 시상식 무대를 꾸미기 위한 준비를 했다. 각 방송사마다 다른 콘셉트로 무대를 꾸며야 욕을 먹지 않았다.
KTV에서는 문라이트와 같이 락으로 편곡하여 15분간 무대를 꾸미기로 했고 MTV에서는 희망, Old & New라는 제목으로 트로트와 장인걸의 노래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희망에 대해 노래하기로 했다. STV에서는 경연방식이기에 타이틀곡 두 곡을 화려한 백댄서와 코러스를 동원한 화려한 무대를 꾸미기로 했다.
“다섯 과목은 통합시험이고 전공 두 과목은 개별시험이지?”
동아리방에 시험 중간에 온 장인걸에게 권세라가 물었다. 시험이 띄엄띄엄 있기에 중간에 비는 시간에 갈 곳이 마땅치가 않아 동아리방에서 대기했다.
“이번에는 교양과목 전부 통합시험이죠. 전공은 내일 오후와 모레 오후에 시험이니 이번에는 통합시험 끝나면 방학이죠.”
장인걸은 다른 사람이 있기에 선배에 대한 예의를 갖춰 적당히 존댓말을 했다. 괜히 반말로 편하게 이야기하다가 관계를 드러낼 위험이 존재했기에 주의했다.
“우리도 이번 연말 시상식에는 제법 방송에 나갈 것 같아. 너보다 못하지만.”
문라이트도 주류가 아닐지라도 제법 이름은 얻은 상황이라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주어졌다.
“우리나라는 밴드가 주류가 아니어서 그렇지 외국은 밴드가 더 인기가 많기도 하죠. 꾸준히 활동해서 인식을 바꿔야죠. 그보다 시험공부는 많이 했어요?”
“몰라. 이번 학기는 망할 것 같은데. 이대로 가면 내년에는 기숙사에서 쫓겨날 것 같아. 일찌감치 집을 구해야지.”
권세라는 시험이 끝나면 자신만의 집을 구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자신이 번 돈으로 집을 산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역시 장인걸도 방학이 되면 바로 집을 구해 이사를 갈 생각이었다.
“그보다 앨범은 잘 팔리는 것 같더라. 경제가 어렵다는데 네 팬들은 앨범 사는 것은 아끼지 않는 것 같아.”
20여 일 사이에 벌써 CD만 35만 장이 팔렸고 1주일 늦게 발매한 카세트테이프도 25만 개나 팔렸다.
“앨범 가격이야 별로 되지 않으니 용돈을 쪼개서 사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팬들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앨범 판매는 같은 기간의 1집의 판매량보다도 배나 많이 팔리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판매량에서 한계가 있겠지만 이대로 가면 1집보다 더 많이 팔릴 것 같았다.
“신인왕과 가수왕을 동시에 석권할 가능성도 점치더라. 전에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 너도 가능할 수도 있어.”
둘은 적당히 대화를 하다가 시간이 되자 일어나서 시험을 보러 갔다. 둘 다 같은 시간에 시험이 있었다. 오히려 시험 주간이 더 여유로웠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2학기가 종강되면서 장인걸은 학교에 얽매이지 않게 되었다. 그로 인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연말시상식에 참석해야 하지만 몇몇 중요한 연말행사를 뛰기도 했고 달맞이꽃에서 디너콘서트를 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면서 마침내 야당의 후보가 당선이 되었다. 국민은 외환위기를 초래한 현 정권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고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아울러 한국의 위기를 초래한 정치권과 경제계에 대한 강도 높은 개혁요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통령 당선자는 성급한 개혁으로 혼란을 초래하기보다는 일단 안정을 선택하여 혼란을 잠재우는데 주력하고 IMF와 공조하면서 구제금융의 조기집행을 통한 외화를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기존 대통령은 퇴임하지 않았지만 식물대통령의 상태가 되었고 당선자가 사실상의 대통령의 역할을 수행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실업자가 생길지, 얼마나 많은 기업이 무너지고 얼마나 많은 가정이 무너질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군.”
장인걸은 뉴스를 들으면서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그러다가 봉투에 든 등기권리증을 보았다. 얼마 전에 판교에 있는 3천 평에 달하는 땅을 받을 수가 있었다. 물론 매매계약서와 매매대금 영수증까지 정상적으로 작성이 되어 첨부되어 있었다.
등기를 하려면 그것이 필요했고 그와 관련된 모든 비용은 안광현 회장이 부담했다. 물론 개인의 돈이 아니라 광현이파의 자금을 사용했다.
‘시가로 30억 원 정도 간다고 했던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몇 년 지나면 그 가격이 다섯 배는 뛸 것이니 그냥 꼭 가지고만 있어도 부자가 되겠군.’ 판교개발은 그동안 자주 거론이 되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에 개발이 검토된다고 했지만 경제가 어렵게 되면서 다시 무산이 되고 말았다. 장인걸의 기억에도 회귀 직전에야 판교개발이 진행되었다.
장인걸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재산이 생긴 것에 만족을 했다. 물론 약간 찜찜한 면이 있어 꺼림칙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챙길 건 챙겨야 했다.
‘결정적으로 광현이파 내부에 나를 막을 존재가 없다. 다른 조폭이 사업상 귀찮게 할 경우에 동원할 힘을 갖춘 것이기도 하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지낼 계획인데 그것이 쉽지 않겠지. 앞으로 자본이 세상을 지배하는 야만의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원초적인 폭력에 대항할 힘을 가진 것은 커다란 무기를 획득한 것이기도 하다.’ 장인걸이 활동하는 연예계나 새로 시작하는 사업은 온갖 귀계가 난무할 것이고 그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무기가 필요할 것 같았다.
‘광현이파가 진짜 양지에 나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여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들도 양지로 나오려고 했지만 요령이 부족하여 지금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경비용역업체로 변신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합법적으로 활동하려는 시도로 보였다. 어둠 속에 있는 자들을 양지로 끌어내고 그들을 경제활동에 참여시키면 앞으로 하려는 일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일단 앨범 대금이 정산되면 양진산의 임야를 매입하고 백제화학을 인수하자. 돈이 많이 필요하지만 감당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장인걸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을 할 생각이었지만 더 많은 기회를 잡고 싶었다. 그렇게 하려면 빈틈없는 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일을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
외환위기 속에서 대기업들마저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대는 황량한 벌판에 벌거숭이로 서 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장인걸이 세운 히어로기획은 그런 상황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당장 발매한 앨범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었다. 한 달 전에 오픈한 포털 사이트 프리웨이는 100만 명의 가입자를 돌파했다. 실로 무서운 성장세였다.
장인걸이 세운 일정에는 내년 3월 정도에 프리웨이를 히어로 기획에서 분리하고 투자자를 모집할 생각이었는데 장유현이 그 사실을 외부에 알리자 여기저기서 투자하겠다고 나서니 조기에 분리작업을 단행하고 투자를 받았다.
너무나도 이질적인 두 파트를 같은 회사에 두는 것도 어울리지 않았다. 모든 것이 장인걸의 일정에 맞추는 매니지먼트 파트와 프레웨이를 운영하는 인터넷 사업파트는 이질적이었다.
“사장님도 투자하실 줄은 몰랐네요.”
한정수도 프리웨이에 3억 원이나 투자하여 1%의 지분을 확보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 (주)프리웨이기획을 히어로 기획에서 분리했다.
히어로기획의 지분을 조정하여 100% 장인걸의 소유로 했고 직원이 소유한 5%의 지분은 프리웨이의 지분으로 대체했다. 장인걸의 명의로 프리웨이 지분 24%를 소유했고 히어로기획은 프리웨이의 지분 51%, 20%는 일반 투자가에게 공개했다.
장인걸은 프리웨이의 투자를 받으면서 구주 10%의 판매와 신주 10%의 발행하는 방식으로 하여 30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구주 10% 판매한 금액은 장인걸의 개인자금이 되었다.
30억 원을 개인자금으로 마련한 것은 추가적인 투자를 하기 위한 대비였다. 많은 기회가 있는데 그 돈이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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