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03
집은 시중의 가격을 적용하여 구입했다. 상대의 급한 사정을 이용해 조금 더 낮은 가격으로 매매할 수가 있지만 권동환네 집안 사정을 알기에 자존심을 건들거나 야박하게 깎지 않았다.
“집 주인이 바로 이사를 가기로 했어. 필요한 물건만 챙겨가고 나머지 가구나 전자제품은 대부분 그대로 두기로 했어. 집안 상황이 나빠져서 급매물로 처리한 상황이라 가지고 가더라도 둘 곳이 없다고 하더라. 경제가 좋지 않으면 건물이나 집기의 가격은 거의 쳐주지 않는다더니 진짜로 그렇게 하더라.”
“너에 비하면 그렇지만 나도 다음 주에 이사해. 기숙사에서 방을 빼야 하는데 세를 들어가기도 어중간 하고. 방 세 개짜리 연립주택이야. 저번에 말했던 곳.”
나중에 가격이 조금 더 하락할 것이지만 권세라도 급매물로 나온 빌라를 구입했다. 떨어져도 크게 하락할 것은 아니고 계속 살 집인데 굳이 그렇게 할 이유도 없었다.
“연말시상식 끝나면 뭐를 할 거야?”
“연초부터 프리웨이를 손봐야 해서 일이 많아. 그동안 준비한 각종 게시판을 오픈해야 해서.”
“그건 어떻게 시작한 거야? 네가 그걸 만들었다고 하는데 처음에는 믿어지지가 않더라. 네가 못하는 것이 뭐야?”
“그냥 생각한 것을 현실로 옮기는 것이지. 돈이 조금 있으니 그냥 시작한 것이고. 특별한 것은 없어.”
“저번에 추가한 동창회 게시판이 되게 재미가 있더라. 나는 다 가입했어. 조금만 빨랐으면 고등학교 기별동창회 사이트를 먹었을 것인데 미애라는 애가 먼저 차지했어.”
“미애? 고등학교 동창이야?”
“응, 한성대 다니는 친구인데 여우같은 애. 고등학교 내내 미운 짓만 하던 애인데 언제 알았는지 동기회 게시판을 열었더라고. 잘못하면 탄핵투표를 하여 쫓아내야 하는데.”
탄핵투표라고 하여 모임의 대표이자 최종 게시판지기를 추방하는 절차가 게시판 한 쪽에 만들어져 있었다. 대표가 잘못할 경우에 교체할 수 있는 견제장치이지만 실제로 그 기능을 사용하려면 근거가 명확해야 했다. 물론 그 투표가 부결되면 투표를 제안한 사람은 자동으로 제명처리가 되었다.
“그런데 이거 나중에 문제 생기는 것 아닌지 모르겠어. 괜히 만나서 이상한 일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되더라. 첫사랑을 만나서 일이 벌어져 이혼하는 일도 생길지 몰라. 괜히 불륜을 조장하는 사이트라고 소문이 날 수도 있어.”
“일단 스토킹이나 각종 주의 사항에 대한 경고를 해놓은 것을 봤지. 그리고 주소나 전화번호는 아예 공개가 되지 않도록 한 상황이니 문제는 없을 거야. 물론 그렇게 하더라도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여 만날 사람은 다 만나겠지만 꼭 우리 사이트 때문에 벌어지는 것은 아니지.”
“주소나 전화번호 공개가 되지 않아 조금 답답하기는 하더라. 직접 물어야 연락이 가능할 것이니. 더구나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을 하기 어렵고.”
“게시판지기도 볼 수가 없도록 하여 개인정보 보호를 철저히 했어. 그 부분은 믿어야 할 것 같아. 거짓으로 사칭을 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 상황이고. 물론 프리웨이 운영진이 조회를 하면 가능하지만 그것도 내부통제장치를 마련하여 개인정보 조회 승인절차를 거쳐야 열람이 가능하도록 했어. 무분별한 정보유출을 못하도록.”
“하긴 약관에서 그런 내용을 본 것도 같다. 그런데 거의 매일 약관이 수정되는 것 같더라. 로그인만 하면 팝업으로 약관변경 동의를 요구하는 것 때문에 귀찮아.”
“미흡한 내용은 바로 수정하고 게시판을 추가할 경우에 그것도 반영해야 하니 어쩔 수가 없어. 우리가 일종의 산업표준을 만드는 거나 마찬가지이니.”
프리웨이는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새롭게 모든 것을 만들어 나가는 상황이었다. 개인 블로그나 동호회 카페, 동창회 모임 같은 것은 아직까지 다른 누구도 인터넷 공간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서비스였다. 거기에 소설연재나 웹툰 연재도 마찬가지였다.
소설연재는 현재 개인 블로그 방식과 열린 게시판 방식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었다. 연재본을 올리는 것은 개인 블로그에 올리고 그러면 열린 게시판에 업로드 목록이 뜨도록 되어 있었다.
물론 조회수나 즐겨찾기 구독자 숫자를 통한 통계학적 순위집계도 가능하도록 되어 있었다. 여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즐겨찾기나 조회수가 달성되면 프리미엄 레벨로 승급이 가능하도록 하여 한국인이 좋아하는 계급상승욕구도 충족시키도록 했다.
“문라이트는 계속 활동할 생각이지?”
“2년 정도 더 활동하기로 합의했어. 그 후에 어떻게 할지 다시 정해야지. 그보다 4집을 준비해야 하는데 걱정이야. 3집보다 더 좋아야 하는데 그게 어려우니. 그렇다고 언제까지 너에게 부탁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
문라이트는 밴드라면 자작곡을 노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모두가 작곡을 배우는데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마음처럼 작곡이 되지 않아 4집에 들어갈 노래의 준비가 되지 않고 있었다.
“내가 작곡한 노래는 주지 않더라도 편곡은 도움을 줄 수가 있으니 필요하면 말해. 너도 그동안 몇 곡 만든 것 같던데.”
장인걸은 권세라가 같이 음악을 하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회귀 전에는 문라이트를 탈퇴하고 취미 차원에서 동아리에서 혼자 드럼을 연주했는데 지금은 계속 음악을 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들은 장인걸이 종종 사용하는 공간의 지하주차장에 당도했고 적당히 위장을 한 후에 비밀리에 사용하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장인걸은 세 방송국에서 모조리 다 신인상을 수상했고 KTV와 STV에서 가수왕과 인기가수상을 수상했다. 반면 MTV에서는 신인상만 수상을 하여 역시 장인걸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면을 보였다.
“MTV에서는 너보다 훨씬 인기가 적었던 HTX에게 대상을 주었는데 그 이유가 네 태도 때문이라고 하더라.”
장유현이 자리에 앉자 바로 그런 이야기를 꺼내었다. 뭔가 잔뜩 화가 난 모습이었다.
“태도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혹시 ‘아는 사람들’이란 프로그램에서 출연요청 받은 것이 있어? 추석 특집 말이야.”
“그런 적이 있는데 수업시간에 촬영이 있어서 고사했는데 그것으로 쪼잔하게 그랬다고요?”
장유현이 어디서 들었는지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MTV 시상식 이후에 가수들끼리 회식이 있었지만 장인걸은 가지 않고 한정수와 장유현을 만나서 따로 회식을 했다.
“그래. 박용하 PD가 극력 반대를 했고 예능국 문집환 국장이 동조하여 결국 HTX로 결정했다고 하더라. 학생이든 가수든 하나만 해야지 둘 다 하려는 것은 욕심이라고 했다더라.”
“그러면 HTX의 조이나 윤휴는요?”
그들도 학생신분이었다. 그런 기준이라면 장인걸만 적용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걔네는 날라리로 뭔가 있어 보이고 군대 미루려고 대학에 다니는 거지. 실제 출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시험도 리포트로 대체하고. 공부하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 것은 아니지. 그러니 문제가 아니라는 거야. 너야 진짜로 학교에 다니는 거고. 그러면서 딴따라는 딴따라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대. 더구나 마라톤을 하고 프리웨이까지 운영하는 것을 좋지 않게 말했다더라. 딴따라가 아닌 다른 곳에 욕심을 낸다고. 한번 딴따라면 아무리 해도 딴따라인데 딴따라 짓이 아닌 것으로 나대는 게 건방지다나.”
한정수마저 흥분하여 화를 냈다. 연예인을 비하하는 언급이었다. 연예인이 다른 분야에 진출하여 성공해도 딴따라라고 비하하는 심리와 일맥상통했다. 한 번 연예인은 영원한 딴따라이고 천시하는 심리가 그대로 드러나는 말이었다.
“그들이 그렇다면야 어쩔 수가 없죠. 뭐, 상을 받지 않는다고 크게 아쉬울 것도 없죠. 거기에 방송 출연하지 않아도 사실 큰 상관이 없어 보이는데요.”
장인걸은 MTV에서 불러주지 않는다고 해도 당장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 물론 가수만 하는 상황이라면 약자이기에 눈치를 봐야겠지만 장인걸은 마라토너이기도 했고 프리웨이라는 포털 사이트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이야 미미하지만 나중이 되면 방송국에 버금가는, 오히려 능가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것 때문에 장인걸이 성장하면 오만해 질 수가 있기에 예방 차원에서 길들이기를 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요구대로 고분고분하게 행동할 생각도 없었다.
“하여간 MTV는 문제야. 밑에서 이상한 짓을 하면 못하게 막아야지. 문집환 그 인간은 젊었을 때는 괜찮더니 CP되면서 점점 이상하게 변하고 국장에 오르니 농간을 부리는 것에 재미가 들린 것 같아.”
장유환의 말에 장인걸은 얼굴이 굳어갔다. 농간을 부리는 것에 존재의 의의를 찾는 자들이 종종 있었다. 보통 그것은 변덕이라 표현하고 갑질로 나타났다. 결국은 장인걸에게 대상을 주지 않는 것으로 일종의 권력을 과시하고 경고하려는 것 같았다.
“그게 잘 하는 짓이라고 믿는 것 같더라. 나도 그래서 MTV에는 출연하지 않으려고 한다. 뭐랄까 가수나 배우를 완전 장난감 취급하려는 것 같아.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존재로 만들려는 것 같아.”
한정수마저도 불평을 하였다. 위에서 권력에 취해 농간을 부리니 밑에서는 더 심한 짓을 자행하는 자들이 많았다. 상층부의 임원들의 기조 자체가 길들이기를 하려는 분위기로 흐르니 아래에서 갑질이 만연해졌다.
“어쨌든 맘에 들지 않아. 우리야 나이도 있고 이름값도 있어 문제가 아니지만 인걸이 너는 아직 어리니 조심해.”
장유현은 그 정도만 이야기하고 더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프리웨이의 소설이나 웹툰이 갑자기 뜨던데 문제는 없는 거야? 출판사에서 몇몇 작품은 출판을 제의하고 그것으로 말이 많던데.”
“문제될 것이 뭐가 있어요. 그냥 작가들에게 맡겨야죠. 괜히 뭔가 하려고 나서면 그것이 더 문제죠. 지금 조회수 5천이 최고인데 3만 정도가 되면 유료화를 시도해 봐야죠.”
장인걸은 나중에 시도하는 유료화의 방향이 어떤 것인지 대략 알고 있었다. 그가 회귀할 때까지 유료화는 되지 않고 있었다.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아, 특히 출판사와 대여점이라는 걸림돌로 인해 유료화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들의 힘이 미미할 때이니 전격적으로 유료화를 할 생각이었다.
“그게 가능할까?”
“어렵죠. 하지만 책값보다 싸게 한다면 가능성이 충분하죠. 대여료보다는 높겠지만요. 그게 가능해지려면 어떤 식으로든 결제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장인걸은 제약으로 작용하는 환경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지금이라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물론 유료화를 하여 충분한 수익이 나지 않을 수도 있고 불법복제가 만연하여 실패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작가를 후원하려는 사람도 많았다.
“동창회 모임으로 유인이 된 회원을 다른 것으로 붙잡아야죠. 지금은 동창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시들해질 것입니다. 그들이 계속 관심을 가질 콘텐츠를 제공해야죠.”
“그게 소설과 웹툰이고 음원이며 게임, 동영상이라는 말이지. 게임이나 동영상은 아직 기술력 때문에 한계가 존재하지.”
“맞습니다. 하지만 환경이 갖춰질 것이니 준비는 해야죠. 그러면서 창작자들이 먹고 살 수입을 창출해 주어야죠. 그것이 유료화입니다. 무료와 유료가 적절하게 공존하면서 창작할 환경의 조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성급하게 유료화하다가 다른 무료사이트로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무료화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프리미엄 작품을 유료화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니 개념이 조금 다르죠. 무료는 그대로 두고 유료화를 원하는 작가나 제작자만 유료화로 보내는 것이니 무료게시판은 영향이 없죠. 오히려 무료에서 인기를 얻으면 유료화를 할 수 있기에 작가나 제작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있죠. 물론 성급하게 유료로 가서 무료 고객이 이탈하여 망할 수도 있지만 각자의 선택으로 맡겨야죠.”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면서 일방적으로 이끌어가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좋은 의논상대가 되어 주었다.
“게임은 어떻게 할 거야? 거긴 관심 없어?”
장유현이 게임은 서비스하지 않는 것이 궁금한지 물었다.
“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당장 해결되지 않는 몇 가지 문제가 있어서 지금 준비 중에 있습니다. 사실 상당부분은 하드웨어 문제를 해결할 소프트웨어가 미흡한 것 때문이죠. 궁극적으로는 좋은 게임을 얼마나 유치하는지 여부에 따라 포털의 승패가 갈릴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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