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05
장인걸은 민중건설이라는 언급에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장인걸이 살던 곳이 명석대 정문 쪽이라면 민중건설이 재개발을 하던 곳은 명석대 뒤편이었다. 그로 인해 외환위기를 매일 실감할 수 있게 되었다.
“거기 공사현장에 문제가 발생했죠?”
“그렇습니다. 총 4만 평에 달하는 재개발지구가 민중건설 부도로 인해 공사가 중지되고 말았습니다.”
민중건설은 도급순위 20위권 안에 드는 대형건설회사이지만 결국은 얼마 전에 부도가 나고 말았다. 그 여파로 모든 건설현장의 공사가 중지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럴 때를 대비하여 주택공제조합이 있지 않습니까?”
“그들이 개입하려면 최소 6개월, 길면 2~3년이 걸리죠. 당장 채권단, 재개발 조합과 협의가 되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죠.”
“구체적으로 뭐가 걸린 것입니까? 천광상사는 특별히 걸릴 것이 없는 것 아닙니까?”
“거기 재개발조합 전문정비업체가 염광개발이라는 곳입니다. 염광개발의 실질적인 전주가 회장님입니다. 정비용역비 70억 중에 40억 원은 시공사 선정 시에 회수를 했지만 잔액 30억 원은 물려 있는 상황입니다.”
“그 정도라면 타격이 있지만 나중에 준공이 되면 다 회수가 가능할 것이니 크게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만이라면 문제가 아니지만 사실 꽤 괜찮은 투자처라 생각하여 아파트와 상가의 입주권을 상당히 확보한 상황입니다. 분양권을 확보하면 돈이 되기에 차명으로 상당량 확보했는데 갑자기 폭락을 한 것 같습니다.”
순간 장인걸은 서민들이 피눈물을 흘린 하나의 케이스가 떠올랐다. 바로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도였다. 아파트 분양권은 법원의 경매나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 판결, 소유자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매가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경매로 가야 매매가 되는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미등기 분양권 전매를 허용했다.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상당수의 아파트 건설현장이 건설사의 부도로 인해 공사가 중지되었다. 그로 인해 부도난 건설회사의 아파트 분양권 가격은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반값으로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자금을 가진 사람은 수십 채의 아파트를 입도선매하는 방식으로 매입할 수가 있었고 나중에 준공이 된 후에는 상당한 면세혜택까지 받으면서 오른 가격에 처분할 수 있었다.
사실 분양권의 가격은 분양을 받은 후에 납입한 금액으로 표기가 되었다. 프리미엄이 붙거나 할인이 되어 거래가 되어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액면가 2억 원짜리 아파트 분양권을 공사 중지로 폭락한 9천만 원에 샀다가 나중에 2억 원에 전매해도 미등기 상태라면 명의만 변경하면 되기에 양도소득이 잡히지 않아 양도세는 내지 않고 그 수수료만 부담하면 되었다.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이미 납부한 돈의 절반도 건지지 못하는 엄청난 손실을 보았고 그런 사람은 평생의 한으로 남아 자신이 포기한 아파트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구칠 때마다 한숨을 내쉬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면 이번 기회에 사장님도 분양권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시죠. 준공이 될 때까지 크게 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떻게든 시공은 될 것입니다.”
이미 분양을 할 때와 중도금을 일부 납부한 상황이라 추가적으로 납부해야 할 금액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일부 조합원 입주권의 경우에는 준공을 할 때까지 경제적인 부담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단지 다른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입주권을 처분하는 상황인데 마침 공사 중지로 가격이 폭락한 상황이었다.
장인걸도 솔깃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규제가 남아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각종 아파트 분양관련 규제가 해제되어 미등기전매가 양성화되는 상황이 올 것이고 그 때를 노리기로 했다.
‘대략 6천만 원이면 30평대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융자금을 더하면 실제 거래가는 1억2천만 원 정도는 되지만.’ 장인걸은 새로운 투자처를 하나 물색해 놓을 수가 있었다. 당장은 아니지만 여유가 있다면 나중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아직은 미등기 전매가 풀린 상황이 아니었다. 그 때가 바닥을 찍는 시기이므로 부동산에 투자할 적기였다.
장인걸은 그동안 콘서트를 하라는 요청을 받아도 1집 앨범에 수록된 12곡으로 콘서트를 하는 것은 불가능해 나중으로 미룬 상황이었다. 지금은 2집을 내어 자작곡이 24곡이나 되고 문라이트가 발매한 곡이 2곡 있기에 이제 충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콘서트를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특히 한국 특유의 집단정서 우선주의가 이번 외환위기 상황에도 적용되고 있었다. 국가부도가 난 상황이니 근신하며 자중하라는 사회적인 요청이었다.
“조금 있다가 여름에 한 번 생각을 해보죠. 분위기가 콘서트 할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장인걸은 콘서트를 하자는 민수길의 제안을 거절했다.
“사회 분위기가 너무 어수선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언론에서 이상한 방향으로 몰고 가면 이미지가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몰지각한 인간으로 매도되어 콘서트 티켓이 팔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수익적인 면을 고려해도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았다. 티켓 가격도 높게 책정이 불가능했고 기업의 후원도 많지 않을 것 같았다.
콘서트에서 티켓만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각종 캐릭터 상품의 판매부터 기업에서 각종 후원을 받아 수익을 내기도 했다. 콘서트 명칭 광고부터 티켓광고, 각종 팸플릿 및 소품 광고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수가 1집과 2집을 연속으로 성공하면 콘서트를 했습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팬들도 콘서트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팬클럽 홈페이지에도 콘서트 관련하여 매일 두세 개의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 경제의 사정은 최악입니다. 다들 금모으기 운동을 하는 상황인데 소비적인 콘서트를 하는 것은 그렇습니다. 물론 금모으기 관련 무료콘서트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그건 버는게 아니라 돈을 쓰는 일이고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장인걸은 금모으기 운동이 취지는 좋지만 그리 좋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라 돈을 써 가면서 이벤트를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행사비를 올리지 않으면서 들어오는 행사만 충실히 뛰는 것이 최선일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 방향으로 일정을 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2집 앨범을 내고 난 후에 한창 활동을 해야 하지만 경제상황이 좋지 않으니 행사도 그리 많지 않았다. 단가마저 200만 원 이상으로 상승한 상황이라 그렇게 비싼 몸값을 감당하면서 부르는 경우는 드물었다. 단가가 올라가니 행사 숫자가 줄어 오히려 총수입이 감소했다.
“지금은 욕심을 부리기보다 지켜보는 것이 최선입니다. 어려운 시절은 이제 시작입니다. 98년, 99년은 최악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 시간 동안 자중하며 그 이후를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장인걸은 히어로기획의 운영방향에 대해 거론했다. 외형적인 성장보다 내적으로 준비를 해 나가기로 했다. 자신 외에 다른 연예인도 일부 영입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장인걸을 수행하는 팀을 제외하고 사무실의 인원은 여유가 있었다. 프리웨이가 같이 있을 때는 그쪽 일을 하느라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장인걸의 연예활동에 관한 업무만 처리하기에 일이 별로 없었다.
그렇기에 연예인 두세 명 정도를 더 영입하여 사무실에서의 비용을 분산하는 것이 이득일 수가 있었다. 이런 일은 장인걸보다 민수길이 먼저 나서고 최종적인 결정만 하는 것이 좋았다.
“2집을 냈기에 3집을 바로 내기보다 싱글을 몇 개 낼 생각입니다. 정규앨범으로 내면 절반 이상의 노래가 묻히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그건 제 능력을 남용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장인걸이 작곡하는 노래는 사실 회귀 이전에 크게 히트했던 노래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노래는 무한한 것이 아니라 한정적이었다. 거기다 장인걸에게 어울리지 않는 노래도 많았다. 무작정 사용하는 것은 기회의 낭비였다.
“그리고 올해는 마라톤을 본격적으로 할 생각입니다. 국가대표가 되어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물론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장인걸은 아시안게임의 출전만이 아니라 그 이상을 원하고 있었다. 회귀 전처럼 군대에 가는 것도 좋겠지만 당장은 병력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굳이 현역입대를 고집하고 싶지 않았다.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자. 이후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세계시장에 진출할 때 일종의 프리미엄을 획득할 수 있다.’ 한류는 아직도 한참 시간이 흘러야 나올 말이었다. 그 때를 대비하여 준비할 필요도 있었다. 가장 필요한 것이 외국어였다. 물론 영어는 가능하지만 일본어나 중국어는 할 줄 몰랐다. 물론 중국어는 약간 할 수도 있지만 고등학교에서 제2 외국어로 배운 수준에 불과했다.
“그리고 나도 외국어를 배울 것이지만 스태프들도 외국어를 배워두길 바랍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회화정도는 할 수 있어야 나중에 해외 공연을 나갈 때 같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이 기회일 것입니다. 필요할 경우 회사비용으로 교습비도 지원을 해줄 것입니다.”
장인걸의 말에 민수길도 찬성을 했다. 이미 일본에서도 진출할 의향이 없는지 문의가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장인걸의 인기가 높아지면 해외에 진출할 기회가 올 것 같았다.
장인걸은 칼 막스턴에게서 온 팩스를 보다가 탄성을 내질렀다. 무려 30여 개의 도메인을 추가로 매각했고 6만 달러의 현금과 30만 달러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했다.
지분을 획득한 업체를 보면 나중에 상장을 하는 업체도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눈에 익었다. 사실 그런 회사의 도메인을 획득한 것이니 당연했다. 하지만 절반 정도는 생판 보지도 못한 업체가 있기도 했다. 회귀 전의 원주인이 아니었다. 한편으로는 나중에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궁금했다.
“매각 대금으로 받은 현금을 한국으로 송금할 수 있나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소득세를 납부하고 각종 수수료나 경비를 처리해야 하는데 그것을 정산하면 대략 1~2만 달러 밖에 남지 않을 것입니다.”
일종의 무형자산 처분 소득에 해당이 되기에 소득세를 납부해야 했다. 방식은 현물출자이지만 그 과정을 명확히 하기 위해 도메인 매매계약과 투자계약으로 나누어서 계약을 하였기에 양도소득세가 발생했고 그에 대한 세금은 피할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현재 확보한 지분은 모두 로펌에 인도하여 관리하고 있죠?”
“계약대로 이행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 시간이 되면 미국에 한 번 오시죠? 지금까지 진행된 일에 대하여 결산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조만간 LA에 갈 기회를 만들어보죠.”
장인걸은 서면으로 계약을 했지만 한 번도 대면을 하지 않은 상황이라 미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대신 장인걸은 미국에 방문하기 전에 지분을 확보한 회사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프리웨이란 포털에 적용이 된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미국에도 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아이디어가 참신한 것 같습니다.”
칼 막스턴은 새로운 일거리를 찾았다고 생각했는지 특허출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부분은 검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혹시 해당분야의 특허출원목록을 확보할 수 있다면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특허가 등록되기 전에는 출원한 목록만 간단히 알 수 있고 그 내용에 대하여는 알기 어려웠다. 물론 등록이 된 이후에도 자세한 내용을 열람하는 것은 자격을 갖춘 경우에 가능했다.
“그것도 다 비용이 청구되는 것은 알고 있죠?”
“물론입니다.”
장인걸은 프리웨이만이 아니라 폴라텍스트나 명진전자에서 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의 특허 출원도 점검할 생각을 했다. 투자를 하여 대주주가 된 이상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 아이디어 특허나 사업모델 관련 특허는 인정을 받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나라가 달라지면 법규가 달라지기에 그대로 적용이 불가능하고 그런 차이 때문에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주도권이나 원조라는 면에서 마케팅 측면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칼 막스턴은 장인걸이 내키지 않아 보이자 그런 설명을 했다.
“프리웨이보다 다른 회사가 특허와 관련이 큽니다. 제가 관계하는 회사가 네트워크 관련 장비를 생산합니다. 그 회사의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그러면 특허 문제가 복잡할 것 같습니다. 최대한 많은 특허를 출원해야 합니다. 국내에라도 일단 출원할 수 있는 모든 특허는 다 출원해야 합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연구개발 인력을 확충하면서 특허관련 업무를 전담할 부서도 설치하여 특허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습니다.”
“장이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이었다면 훨씬 더 큰 기회를 잡았을 것인데 아쉽군요.”
칼 막스턴이 치켜세우자 민망하여 그저 듣기만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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