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06
22. 주변 정리
장인걸은 주천 병원에 있는 외할머니를 찾아갔다. 12월 초에 잠시 문병했을 때 해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는데 병원의 노력으로 인해 다행히 연말을 넘길 수가 있었다.
“기관절개술까지 했네요?”
저번에 면회 왔을 때는 입안으로 기관을 삽입했지만 기관절개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절개까지 했다.
“콧줄로 음식을 투입하는 상황이고 가래도 워낙 많이 차는 실정이고 턱 관절에 무리가 간다고 하여 어쩔 수가 없었다. 동네 아줌마들이 투병이 길어진다고 하지 말라고 하지만 얼마나 길어진다고 그냥 숨을 멎게 방치하는 것은 차마 못하겠더라.”
“이제는 말씀도 못하는 것 같네요?”
“얼마 전까지 의식이 있어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은 그것도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너를 알아보는 것 같다.”
장인걸은 외할머니를 보다가 밖으로 나왔다. 일종의 중환자실인 집중치료실은 내방객의 면회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잠시 보고 나와야 했다.
“외삼촌은요?”
병원에서 나와서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외삼촌에 대해 물었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에 외할머니네 집에 들어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 이상은 모르고 있었다.
“면회는 와요?”
“저번에 병실에서 난동을 부려 외삼촌은 면회금지를 시켰다. 병실에서 인감도장부터 통장까지 어디에 두었는지 물었다고 하더라. 대답을 하지 못하니 큰 소리를 치고 흔들어대고. 어쩔 수 없이 출입금지 조치를 취했어. 그랬더니 경찰서에 면회금지가 불법이라고 신고하고 난리쳐서 생 쇼를 다했다. 하지만 전과도 있고 그날 했던 행위가 있어 제 놈이 별 수 없었지. 이제는 동네 창피해서 병원에 가는 것도 부끄럽다.”
하여간 할 수 있는 추태는 다 부리고 있었다. 맨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짓을 하고 있었다.
“생활비는요?”
“하도 불쌍해서 용돈을 조금 주었다. 언제까지 저 꼴을 봐야할지 걱정이야. 맘 같아서는 지금도 그냥.”
꼴 보기 싫다고 하여 남처럼 관계를 끊는 것이 불가능했다. 아무리 남이라고 선언하고 등을 돌려도 혈연은 남아 있었다. 결국 자신의 도리를 하기 위해서라도 외면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밉고 보기 싫어도 손아래 동생이니 그렇다.”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지만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오늘 어떻게 할 거야? 바로 올라가?”
“일이야 항상 많지만 오늘은 자고 내일 외할머니를 한 번 더 보고 가려고요. 집에 가서 할머니도 보고요. 앞으로 설날에나 내려올 것인데 말이에요.”
장인걸은 외할머니의 상태가 좋지 않아 바로 올라가지 못했고 민수길에게 이후의 일정을 조정하도록 부탁했다. 외할머니의 상황이 좋지 못했다.
‘오늘 내일 사이에 돌아가실 것 같아.’ 장인걸이 병원에 면회를 온 것은 할머니의 임종이 저절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종의 예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느낌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시골집으로 돌아온 장인걸은 쉽게 잠을 들지 못했다. 뭔가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
‘왜 이렇게 혼돈의 기운이 강해졌지.’ 장인걸은 잠이 오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먼저 잠그고 준비하여 운기를 했다. 최근에 서울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주변의 기운이 확연히 증가하고 있었다.
‘뭐지? 기운이 증가했다면 이유가 있을 것인데? 경제위기로 사람들의 기운이 변했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장인걸은 어떤 변화가 발생하면 반드시 그 이유가 있다는 것을 믿는 공대생 중에 하나였다. 직접적인 연관을 없을지라도 최소 나비 이론에서 말한 간접적인 연관성은 존재해야 했다.
‘설마 내가 회귀하게 된 이유와 연관이 있는 것인가? 당시에도 기운이 증가한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느꼈는데. 그 때는 금강나한공도 몰라 기감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기에 그 차이를 더 확실히 느꼈는데.’ 장인걸은 맹렬하게 혼돈의 기운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여 추론했다.
‘빛보다 더 빨리 이동하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자역학의 범주에 들어가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빛보다 빠른 그 어떤 기운이 우주에 더 빨리 퍼질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언뜻 들었다. 장인걸은 외부에 있는 혼돈의 기운을 몸 안으로 받아들였다. 그 기운은 장인걸의 기운에 흡수가 되어 경혈을 돌기 시작했고 몸 안 깊숙이 잠들어있던 혼돈의 기운을 자극했다.
전에 임독양맥을 타통한 이후에 그 기운을 일깨우려고 했지만 기운이 움직이지 않았는데 장인걸이 의식적으로 혼돈의 기운을 받아들이자 움직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운을 내뿜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경혈보다 더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골수에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받아들이는 양이 점점 증가했지만 오히려 부족하다는 듯이 외부에 대한 영향력을 점점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거 우주의 기운마저 다 끌어올 기세인데.’ 장인걸의 자신의 감각이 점점 확대되는 것을 느꼈다. 운기를 하면 보통 10m 정도만 기감이 미치는 것이 보통인데 마을을 벗어나 양진 전체로 미치는 것 같았다.
‘기운이 외부와 연결이 되어 있다. 마치 지형지물처럼 기로 된 공간이 느껴진다. 그런 기 사이로 혼돈의 기운이 시냇물처럼 흘러 내 몸으로 이어지고 있다.’ 3차원의 공간 속에 장인걸이 존재하고 있었다. 단지 몸 아래에 존재하는 땅속으로는 기감이 연결되지 못하고 고작 5m 정도만 기운이 연결이 되고 있었다. 반면에 옆과 위로는 엄청난 거리까지 반구형을 이루면서 기감이 확장되고 있었다.
‘아직까지 지형지물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 같아. 마치 시야가 미치는 곳은 다 영향을 주는 것 같아.’ 장인걸은 신기한 기분이 들어 기감을 하단에 집중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대신에 장인걸이 통제가 가능한 기운, 일종의 혼돈의 기운은 멀리서부터 장인걸에게 줄기가 되어 다가오기 시작했고 가지가 퍼지듯이 주변으로 이어졌다.
마치 뿌리가 땅 아래로 퍼져나가는 것처럼 주변으로 이어져 있었다. 느낌상 그런 범위는 점점 확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무의식중에 장인걸은 혼돈의 기운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시간이 흐르자 더 이상 골수로 기운이 흘러가지 않았고 경혈로도 더 이상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었다.
‘몸 안 기운의 양이 포화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 더 기운을 압축할 수는 있어 보인다.’ 경혈로 기운을 돌리자 기운이 점점 압축이 되기 시작했고 단전에도 기운이 쌓이기 시작했다. 기운이 압축되어가자 뭔가 몸 안에서 터지는 느낌이 들면서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명치 끝 부분에 새로운 기운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중단전이라는 것인가?’ 중단전은 금강나한공이나 금강바라밀경에서도 약간 언급만 하고 있지 달리 다루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안광현 회장이 준 금강경참오기에서 다룬 깨우침에서 열반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다룬 해탈이나 열반이 비슷한 개념이었다.
‘불가에서 말한 해탈이나 열반이 중단전의 개통으로 연결이 될 수도 있군. 그러면 상단전도 있다는 말인가? 그러면 해탈이 중단전의 개통이고 열반에 드는 것이 상단전의 개통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인가?’ 장인걸은 그렇게 생각했고 중단전마저 기운이 가득 들어차면서 더 이상 기운을 흡입하지 못하자 기운을 돌리기 시작했다. 진정한 운기행공을 시작했고 곧 전보다 충만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운기행공마저 마치고 나자 역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을 느꼈다.
“자려고 했는데 몸이 찝찝해서 씻는 거예요.”
한밤에 자다가 나와서 샤워를 하니 어머니가 무슨 일이가 하여 나왔고 결국은 그렇게 적당히 핑계를 대야했다.
새벽에 병원에서 외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이 와서 가족들이 급하게 병원으로 달려갔다. 외삼촌은 임종이 임박했다고 연락을 해도 오지 않았다. 결국 장인걸네 식구와 이모네 식구가 왔고 심지어 이혼한 외숙모와 외사촌들까지 왔다.
“오늘 돌아가실 줄 알았어?”
장인걸이 다음날 아침 9시경에 병원에 가서 임종을 지켜본 후에 병원 로비로 나오자 여동생인 장인숙이 물었다. 방학 중이라 여유가 있었다.
“그럴 것 같아 내려온 거야. 엄마도 위독하다고 했고.”
“계속 장례식장에 있을 거야?”
“어쨌든 발인할 때까지 자리를 지켜야지. 외삼촌은 장례식에도 오지 않겠다고 하던데 걱정이네.”
장인걸은 장인숙을 이끌고 기획사 식구들이 대기하고 있는 밴으로 갔다. 현재 스태프인 김기현과 황지현, 이원희도 같이 내려와서 양진에 머물고 있었다.
“장례식장이 결정되면 거기서 빈소를 지켜야 할 것 같아요. 물론 그 전에 집에 잠시 다녀와야 하겠지만요.”
장인걸은 스태프에게 그렇게 말하고 조금 고생을 해달라고 말을 했다. 외사촌을 상주로 하여 장례식을 치르고 외할아버지의 묘 옆에 마련된 가묘에 안장시키기로 했다.
그런 절차를 고인의 큰사위인 아버지 장재현이 준비해 나갔다. 장인걸은 서울에 있는 지인들에게 전화를 했다. 동아리 회장인 이미향에게 전화를 하고 따로 여자 친구인 권세라와 강진경에게도 전화를 했다.
물론 장유현이나 한정수에게도 전화를 하였고 최유림에게 전화를 돌렸다. 물론 고등학교 동기들에게도 연락을 했다. 마침 다음 주에 고등학교 동창모임을 양진에서 갖기로 한 상황이었다.
장례식장 한쪽 구석에서 아버지와 마주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밤 11시가 넘어가자 아버지 장재현의 친구 10여 명과 황명환을 비롯한 장인걸의 친구 10여 명만 장례식장에 남아 화투나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다.
장인걸의 인맥은 상당히 광범위한 편이라 조화만 해도 이미 30여 개가 당도하여 진열해 놓은 상황이었다. 아버지 친구 분과 이숙의 지인이 보낸 조화 몇 개를 제외하고 대부분 장인걸의 지인이 보냈다.
“바쁠 텐데 용케 시간을 내고 이렇게 내려와서 임종을 지켰으니 다행이다. 혈육에 대한 도리를 하지 못하면 나중에 다 마음에 한으로 남는다고 하더라.”
“이번에 보지 못하면 영영 못 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시간을 냈어요. 외삼촌은 만나봤어요?”
“싸가지 없는 놈, 집으로 가서 장례는 치러야 할 것 아니냐고 하니 욕을 하면서 우리끼리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 제 속도 아프겠지만 술 처먹고 입에 담기 어려운 욕을 하는데 맘 같아서는 그냥 개 패듯이 패고 싶더라. 사람이 어떻게 하면 저렇게 망가지는지. 불쌍하면서도 성질이 나는데. 그 자리에 더 있다가는 내가 사고를 칠 것 같아 얼른 네 엄마 데리고 왔다.”
“어쨌든 경원이가 제 아버지 대신 맏상제라고 앉아 있으니 참 딱하네요. 외숙모도 할 도리 한다고 와서 일을 보고.”
외숙모는 이혼을 했으니 시집에 발걸음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는데 와서 며느리의 도리를 하고 있었다. 법적으로야 관계가 끊어졌지만 며느리로 산 세월이 있으니 그 도리를 한다는데 안 된다고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하니 모양새가 외숙모 대신 외삼촌이 쫓겨난 것이나 다름이 없어 보였다.
“외할머니가 유언장도 작성을 했다면서요?”
“얼마 전에 나한테 묻더라. 그래서 변호사 불러 법에 맞춰 작성을 했다. 당신이 죽고 나면 외삼촌 때문에 문제가 커질 것이라 생각하여 조치를 취한다고 하시더라. 죽고 난 후에 네 외삼촌이 어떤 분란을 일으킬지 몰라 경원이네를 위해서라도 확실히 정리한다고 하시더라. 분란의 여지를 남기지 않고 원망도 자기가 감당하겠다고.”
그러면서 외삼촌 몫에 해당하는 재산의 상당부분을 경원이 몫으로 돌려놓았다고 했다.
“나야 그 재산 받지 않아도 되는데 네 엄마는 절대로 몫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갖고 있다가 나중에 경원이에게 줄망정. 그런 패륜을 저지른 놈에게는 절대 양보 못한다고.”
“엄마나 이모의 입장에서 보면 용납이 되지 않겠죠. 지금도 자식으로 할 짓이 아니죠.”
위독하다고 하는데도 오지 않고 장례식장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 행위 자체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유산 문제로 넘어가면 자기 몫을 챙기겠다고 나설 것이 뻔했다. 그런 행위를 못하도록 아예 유언장으로 못을 박아놓은 것 같았다.
“네 엄마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한 상황이지만 막상 닥치니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니 너도 옆에서 지켜보면서 너무 상심하여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살펴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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