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09
물론 일부 남자들은 여자가 마음에 들면 쫓아다닐 수도 있고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대세는 그가 ‘나쁜 놈’이었다.
장인걸과 강진경을 어떻게든 응징하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자신을 도와줄 사람도 없고 혼자 강진경에게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었다.
그저 분노를 담아 드럼만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장인걸이 마라톤을 하고 학교 모델을 하고 춘천국제마라톤에서 좋은 기록을 내서 주목을 받으니 미칠 지경이었다. 뭐라도 해서 해코지를 하고 싶은데 그럴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다시 앨범을 냈는데 망하기를 바랐지만 1집보다도 더 성공을 할 것 같았다. 남을 칭찬하지 않는 세필드마저 ‘앨범은 기똥차네. 문라이트의 연주도 죽여주고 노래도 죽여주고.’ 그런 식으로 감탄을 했다.
세필드란 예명을 사용하는 유봉만은 앙앙불락 불평을 하면서 대학 동기인 장인걸을 험담하는 박상우를 보면서 혀를 찼다. 재능은 넘치는 녀석이 속은 밴댕이처럼 좁았다. 마치 청년기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가깝게 느껴졌다.
그나마 드럼에 재능이 보여 가르치는 대로 빠르게 습득을 하면서 실력이 상승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도 열심히 가르쳤다.
“야, 이번에 내가 아는 애들이 홍대 마르티나 클럽에서 밴드를 결성한다고 하더라. 제법 실력이 있는 애들인데 드럼을 구한대. 네 실력이라면 얼추 그들을 따라갈 정도는 될 것 같은데 거기서 한동안 몸담으면서 실력을 키워라.”
“마르티나요? 거기면 꽤나 괜찮은 곳인 것은 같은데, 진짜로 전망은 있어요?”
“다들 10년 가까이 음악을 하던 애들이라 너에게 도움이 될 거야. 나이가 조금 많지만 오히려 너에게 좋을 수도 있지. 거기서 한 2~3년 있으면서 실력 키우고 이름도 올리면 더 좋은 곳으로 갈 수도 있어. 여기 찾아가서 리더인 장현창을 만나 봐.”
박상우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헤매야 하는 자신의 처지가 안타까웠지만 학교로 돌아갈 상황도 아니기에 찾아갔고 ‘퀸즈바드’라는 락 밴드의 일원이 되었다.
‘여왕의 가수’라는 의미의 퀸즈바드는 락 음악을 추구하지만 헤비메탈이나 하드 락이 아닌 부드러운 곡조의 소프트 락, 락 발라드를 주로 노래했다. 드럼의 세밀한 연주가 필요해 매번 연습할 때마다 구박을 받았지만 쑥쑥 실력이 늘어갔다.
“학과의 여학생들이 스토커로 지목하여 블랙리스트에 올렸다고? 어떤 년이 그랬는데.”
퀸즈바드에 들어간 것을 알리고 놀러오라고 말하기 위해 과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박상우는 자신을 적대한 상대라고 생각하자 바로 욕부터 했다.
그런 말에도 친구는 그러려니 하는 반응이었다. 평소 박상우의 모습이 그러했고 그럴 것이라 예상한 표정이었다.
“과 여학생회에서 그렇게 결정했다던데. 이런 말하기 그런데 네가 여자애들에게 치근댄다고 소문이 난 것 같더라. 여자들에게 억지로 술 먹이려고 하고 술 먹으면 2차, 3차 가자고 붙잡고. 네가 직접 몸에 손을 댈 때가 많고 그럴 때마다 몸을 더듬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하더라.”
박상우는 1학기 때에는 그렇게 해도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는데 2학기에 그런 이야기가 도는 것은 스토킹 관련 소문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남이 보지 않을 때 적당히 사심을 채우기도 했지만 그것이 밝혀지자 성질부터 냈다. 세상에서 꼭 잘난 체 하면서 깨끗한 척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이 맘에 들지 않았다.
또한 자기한테 조금 당하고 살면 되는데 꼭 잘못을 지적하여 밝히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구질구질 귀찮게 하는 자들도 싫었다. 그런 자들에게 어떻게든 본때를 보여 다시는 자신에게 달려들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다.
장인걸은 모처럼 동아리에 들렀다가 박상우가 ‘퀸즈바드’라는 신규 밴드의 드러머가 된 소식을 들었다. 홍대 마르티나라는 클럽에서 주로 공연한다는 것도 들었다. 동아리에서 쫓아냈지만 회귀 전과 동일하게 상황이 흘러가고 있었다.
자신이 등장하여 상황을 여러 가지 바꿨지만 대세는 바꾸지 못한 것 같았다. 어떻게든 일어날 일은 일어났다.
“박상우가 너에게 감정이 그리 좋은 것 같지 않더라.”
동아리 동기인 김민재와 최동수가 박상우의 동향을 말했다. 방학인데도 동아리에 나와서 합주를 하면서 실력을 키우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박상우와 연락을 하고 지내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하여 굳이 그들에게 만나지 말라고 할 권리는 없었다.
“그리고 이왕 음악을 하는 상황이니 아예 학교를 그만 둔다고 하던데. 꼭 그것만은 아닌 것 같지만.”
박상우가 강진경을 스토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2학기에는 학교에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 학점도 좋지 않을 것이고 자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군대 문제를 물으니 자기는 6방이라고 하더라. 그러니 문제없다고 하던데. 영장 나오면 그냥 빨리 마치겠다던데.”
김민재와 최동수가 궁금한 부분에 대하여 먼저 설명을 해주었다. 건장한 박상우가 6개월 단기사병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뭔가 보이지 않는 비리가 있어 보였다.
‘전에도 6방이었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뭔가 이상해. 겉으로 보기에 문제가 없는데 6방이라니. 집안이 좋았던가? 아니면 뭔가 질병이 있던가?’ 둘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병이 있는 것은 아니니 조상님 덕분에 정당한 방법으로 혜택을 보거나 아니면 어떤 농간으로 병역을 회피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친구들과 헤어진 다음에 6개월 단기 사병이라는 말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야료가 없다면 그런 결과가 나올 수가 없었다.
‘자세한 내막을 한 번 알아볼까? 그렇지 않아도 민지훈 사장이 정보팀을 가동한다고 하던데. 팀장으로 마태욱을 임명하고 자금을 대주어 흥신소를 차렸다고 했으니.’ 장인걸은 마태욱이 몇 사람을 모아서 일종의 해결사사무소를 연다고 들었다. 태양정비용역이라는 이름을 가진 심부름센터, 일명 흥신소이지만 실제 모습은 바로 민지훈의 정보팀이었다.
장인걸은 청룡무술도장에 들러 마태욱을 찾았고 근처의 사무실에 있다가 찾아온 그를 지하주차장에서 만났다. 사무실을 마련하고 체계를 잡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박상우라는 애의 모든 것을 한 번 알아봐 주세요. 우리 학교 경영학과 1학년이고요 홍대 마르티나란 클럽에서 공연하는 퀸즈바드란 밴드의 드러머입니다. 특히 6방을 받았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그 내막을 자세히 알아 봐주세요.”
“알았어요. 내가 그놈아 물건이 어디로 휘어졌는지, 빤스 색깔이 무엇인지까지 확실히 알아봐 줄게요.”
장난스럽게 말을 했지만 사실 마태욱은 일종의 스토커 기질이 있는 자라 조사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전문가였다. 공고 전자과 출신이라 그런지 최신 장비에도 관심이 많아 도청이나 도촬에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경비관련 장비에 관심이 많아 모든 업소에 CCTV를 설치하는 작업도 하고 있었다. 또한 도망간 채무자를 찾아내는 능력이 있어 사채 추심에도 일가견이 있었고 이번에 꺽쇠를 비롯한 습격해온 자들이 미아리 쪽에 숨어있는 것을 사전에 찾아내고 그 동태를 파악하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멀쩡하거든요. 집이 그런대로 산다고 들었어요. 돈을 쓴 것도 같고요.”
“뒤로 뺀 것이라면 확실히 알아내도록 하죠. 나도 군대에서 뺑이를 쳤는데 우리 사람이 그런 것은 가만히 두고 보지는 못하죠. 제대로 파헤쳐야죠. 이게 바로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거죠.”
마태욱은 병역비리일 것 같다는 말에 흥분을 했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대략적인 내막을 알아낼 수가 있었다. 얼마나 조사를 했는지 내용이 수십 페이지에 달했고 사진도 수백 장이나 되었다. 심지어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한 내용까지 상세하게 조사가 되어 있었다.
사진 중에는 일반 사진관에서 찾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심부름센터를 하다보면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사진이 있기에 직접 인화장비까지 갖추고 있었다.
“남부병무청 관할 신검장이었는데 6방 사유로 가벼운 척추측만증이라는 이상한 질병인데 아는 의사말로는 그런 질병이면 겉에서 보면 꺼벙하게 걷는다고 합니다. 내가 봐도 멀쩡했는데 사진을 본 의사가 분명 가라 진단서를 내고 사진을 바꿔치기 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확실히 병역비리라는 말이군요.”
“그렇다고 봐야죠. 보통 멀쩡한 사람인 경우에 면제보다 그렇게 빼야 나중에 저절로 좋아졌다고 말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면제는 완전 장애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사회생활 하는데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많아 그 정도에서 타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면제는 가끔 표적조사를 받아 발각이 되는 경우도 있어 위험한 면이 있어 6방을 택하는 게 안전하다네요.”
며칠 사이에 마태욱은 병역면제관련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공부를 통해 병역비리의 유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고 이런 일은 브로커가 끼는 것이 보통이라고 했다. 그래야 내부자와 조력자를 섭외하여 근거 서류를 바꿔치기 할 수 있었다.
“그러면 보다 구체적인 증거를 찾아봐야죠. 촬영한 사진의 출처가 어딘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아봐 주세요.”
“이미 알아봤습니다. 사진이야 내부 담당자가 맘만 먹으면 언제라도 다른 사진으로 바꿔치기를 할 수 있다고 하니 일단 소문만 흘려보도록 할까 합니다. 그렇게 하면 진짜로 놓자니 판정이 문제이고 그대로 두자니 가짜이니 들통이 날 수가 있어 골치가 아플 것입니다. 학교, 클럽, 주치의가 근무하는 병원 주변에서 그 정도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마태욱은 장인걸이 왜 박상우를 알아보라고 한 것인지 조사과정에 알 수 있었기에 왜 그래야 하는지 묻지 않았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정이 다 드러났고 박상우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장인걸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낸 것까지 확인한 상황이었다.
그의 입장에서 그냥 적당히 손을 봐주는 것이 간단할 것도 같은데 병역비리에 대하여 문제를 삼으니 번거로웠지만 달리 말이 없기에 장인걸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도 했다. 더구나 정보팀의 능력을 보일 기회이니 일단 정석대로 움직였다.
박상우가 병역비리로 면제를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학교와 밴드가 공연하는 클럽에 났고 박상우에 대한 진단서와 소견서를 발급한 구로중앙병원에서는 주치의인 우성우 외과과장이 가짜 사진과 소견서로 멀쩡한 사람을 병역면제 시켜주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났다.
더구나 척추측만증이라는 구체적인 병명까지 적시한 상황이라 소문에 연루된 자들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지고 말았다. 조사하면 다 나올 상황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재검은 확정입니다. 병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사실이 아니라면 현역으로 가야겠죠. 그 집안도 감옥에 가지 않더라도 입건이 되어 한동안 속이 꽤나 시끄러울 것입니다.”
마태욱은 자신이 작업한 결과가 마음에 드는지 자화자찬까지 했다. 장인걸도 비리의 여지가 다분한 결과를 그냥 두고 볼 생각은 없었다.
강남 리버사이드파의 중간 보스 마검 최용섭은 종로의 명륜당파의 대표주먹인 살객 임치형과는 개인적으로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이는 임치형이 두 살 적어 후배이지만 조직이 달라도 친구처럼 종종 자리를 같이 하기도 했다.
“골치가 아프군. 일본의 암흑가 자금이 이번 기회를 노리고 밀려오는 상황이니.”
최용섭의 탄식에 임치형의 얼굴에도 곤혹스러움이 어렸다. 지금까지 일본 야쿠자들의 한국 진출을 적절하게 차단했지만 외환위기가 오면서 그들을 차단할 방도가 없었다.
야쿠자들의 자금이 금융기관으로 위장하여 합법적으로 진출을 하고 있었다. 전에는 공권력이 나서서 차단을 했지만 지금은 반대가 되었고 그들에 빌붙으려는 자들이 줄을 서 있었다.
“독약인 줄도 모르고 덥석 일본 놈들이 내민 자금을 받는 자들 천지이니 어떻게 할 방도가 없어. 죽어가는 상황에서 그런 것을 따질 수도 없겠지만.”
최용섭의 말에 임치형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했다. 그런 상황에 그리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보다 우선출이가 은퇴를 했다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들었습니까? 그나마 후배 중에 주먹을 쓸 줄 아는 자였는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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