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10
임치형이 소주잔을 비우고 난 후에 궁금한 것을 물었다. 임치형이 먼저 만나자고 하면서 직접 강남으로 건너온 상황이었다. 아마도 그 문제 때문으로 보였다.
“안광현이 밑에 있던 애 말이지? 마장동쪽에서 고기나 취급하던 안광현 녀석이 7대 세력으로 큰 것은 다 우선출 덕분인데 그동안 조금 컸다고 이번에 정리했다고 하더군. 먼저 모사꾼 차태근까지 치워서 완전히 제 세상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들 없이 얼마나 버틸지 궁금하군.”
“다들 이번에 장사가 되지 않아 힘들어 하는 상황이라 남의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모른 척 하는데 이러다가 양아치들에게 주먹 쓰는 애들은 모조리 다 쓸려나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모든 조직이 양지로 나간다고 하면서 장사꾼이 된다고 하는데 이러다가 진짜 양아치판이 될 것 같습니다.”
임치형의 말에 최용섭의 표정이 변했다. 둘 다 최고의 주먹이지만 한편으로 그들은 조직의 행동대장에 머무는 실정이었다. 물론 직급은 행동대장이 아니라 전무급이지만 직급만 올려놓은 것에 불과했다.
“조직에서 두목, 조직부장, 행동대장을 삼대 중책이라고 하지만 행동대장은 결국은 칼잡이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런데 안광현이가 새로운 칼잡이를 고용하여 우선출이를 잡았다고 합니다.”
임치형이 자신이 조사한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마음먹고 파고드니 대략적인 구도가 잡혔다. 의문의 칼잡이에 대한 정체를 아는 자가 거의 없어 그 부분이 불분명했지만 실력에 대해서도 파악이 되었다.
“그런 실력이라면 알려졌어도 오래 전에 알려져야 했는데 설마 안광현이 그놈이 외국에서 데려온 것은 아니겠지?”
최용섭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반문을 했다.
“야쿠자나 삼합회의 실력자를 데려온 것은 아닌지 살폈지만 그나마 그쪽과 연계된 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거기 내부에서도 모르는 것 같고요.
문제는 우선출이 제대로 대항도 못하고 무너진 것인데···.”
살객 임치형은 차마 뒤의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의 자존심도 문제지만 최용섭의 자존심마저 건드는 말이었기에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의문의 인물이 나타난 두 사건에 관련된 소문을 종합하면 자신들도 이긴다고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것은 국내 최고 주먹이라는 그들의 자존심과도 연결이 되는 문제였다.
“우선출이가 욕심이 과해 헛지랄을 하다가 안광현이한테 빌미를 준 것이지. 싸움꾼은 싸움꾼에 그쳐야지 언감생심 오야를 노리니 일이 그 지경이 되지. 제 깐에는 머리를 써서 차태근이한테 길을 열어주었다고 하더군. 세 살 먹은 애도 알 수 있는 짓을 하면서 그것도 머리라고 썼으니. 지금은 조직을 이끌려면 머리가 되어야 해. 두성이 형이 나보다 못한 것 같아도 양보를 한 것은 내가 맡아서는 말아먹을 것 같아서인데.”
마검은 리버사이드파 두목이 될 기회가 있었지만 양보를 한 면이 있었다. 반면 임치형은 두목이 되려고 했지만 세력에 밀려 결국은 포기한 면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둘은 비슷한 위치에 있지만 조직을 바라보는 입장이 달랐다.
“하지만 나중에 들어온 사채업자를 중용하는 것은 아니죠. 이거야말로 토사구팽이죠. 양아치 같은 놈에게 조직을 내주려고 하는데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죠.”
“지금 돌아가는 꼴을 봐. 장사라도 제대로 했던 자들이 조직을 맡으면 그런대로 운영이 되지만 그렇지 않고 행동대장을 하던 자가 보스로 올라선 영등포나 마포는 완전 개판이잖아. 거기는 사업을 완전 말아먹어 수백억을 밀어 넣어야 해결이 된다고 하던데. 잘못하면 파산하여 길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고.”
영등포 조직이나 마포조직은 방만하게 사업을 벌이다가 조직이 망할 상황에 처해 있었다. 조폭이라도 빚을 떼어먹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게 하다가는 공권력이 개입할 수가 있었다.
“일단 우선출이 잡은 애가 누군지 파악해야 합니다. 아무리 조직이 기업으로 변신하더라도 주먹세계는 주먹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우선출이는 한 수 배운 자가 아닙니까?”
“우리 다음에서 가장 강한 자 중에 하나이지. 우리 나이가 되면 우리만큼 클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다면 그자도 뭔가 한 가지 기술을 익혔다는 말인데. 출신이 어디지?”
“소문을 종합해보면 국내이거나 중국계통이 아닐까 합니다. 움직이는 것이 일본 애들과는 달랐다고 합니다. 일단 그 정체가 뭔지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일이 생겨 우리 쪽까지 털리는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니 대비는 해야죠.”
“그놈아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것에 매달리는 것보다 급한 것이 일본 놈들이 들어오는 것이야. 부산 쪽은 이미 절반 가까이 그 시장이 넘어가버렸다고 하더군.”
마검은 의문의 주먹보다 외국자본을 더 걱정하고 있었다. 곳곳에 일본 자금을 받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고 일본계 사채업자가 곧 진출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부산의 자갈치 먹물이 거기랑 붙으면서 판이 이상해져 버렸죠. 이제 와서 우리가 손을 쓰기도 어려워졌고요.”
“서울까지 저놈들이 들어와서 활개를 치지 않게 해야 해. 아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지.”
“하지만 야쿠자 자본인 간또머니나 산요머니 같은 것들이 돈 싸들고 오면 정부에서 좋다고 받아들일 것인데 방도가 없죠.”
임치형의 말에 최용섭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공권력이 비호를 해주면 아무리 주먹들이라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지금 같은 외환위기 상황에서 무작정 외국 자본의 진물을 막다가는 어떤 꼴을 당할지 몰랐다.
박유환과 권이조는 모처럼 같이 자리를 했다. 나이는 권이조가 12살이나 많아 띠동갑이지만 둘 다 어려운 상황이기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죽이 잘 맞았다. 더구나 둘 다 공돌이 특유의 장인정신을 가진 사람이라 대화가 잘 통했다.
“영일전자에서 비슷한 제품이 나왔더군.”
권이조 사장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을 건넸다. 마침내 폴라텍스트의 서버를 카피한 제품이 출시가 되었다.
“일단 두고 볼 생각입니다. 6개월 후까지 버티고 있다면 특허침해로 고발할까 합니다. 우회특허까지 일단 출원해놓은 상황이니 빼도 박도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버틸지 모르겠습니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결함도 개선하지 못했을 것이니 물건이 나가고 나면 A/S 문제로 난리가 날 것입니다. 우리야 프리웨이에서 개선안을 도출해서 해결을 했지만 그들은 맨땅에 헤딩해야 할 것입니다. 물건 팔고 에러나서 문제가 생기면 도망도 못가고 미칠 것입니다. 영일전자 문 닫을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텐데 가능할지, 흐흐흐.”
박유환 사장이 잘 되었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했다. 중소기업도 아닌 중견기업인 영일전자가 물건만 팔고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초기에 납품한 제품은 케이스 빼고 다 교체를 했다고 봐야 할 정도로 문제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케이스도 뒷면은 방열에 문제가 생겨 교체를 했습니다. 그 중에 절반은 우리가 한 것이 아니라 장인걸 사장이 찾아낸 것이죠.”
“장 사장이요?”
“가수라고 생각하여 우습게보면 안 됩니다. 프리웨이라는 포털을 직접 만든 사람입니다. 가수라서 돈만 대고 직원들이 다 개발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알고 보니 실제 설계한 사람은 장 사장이고 직원은 시키는 대로 만들기만 했죠. 거기다 중요한 기술은 대부분 직접 시범까지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서버도 잘 알아 기본적인 운영프로그램은 사실상 장 사장이 다 손본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영일전자에서 이 바닥에 들어온다고 해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특허는 어떻게 됩니까?”
“그것도 철저해 무조건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면 특허를 출원하고 있습니다. 특허 출원비용만 3억은 들었을 것입니다. 장 사장 허락 없이는 우리는 제품도 사실상 출하가 불가능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부담할 특허료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장인걸은 자신과 프리웨이 공동명의로 서버에 관해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 폴라텍스트는 처음에는 외국의 기술을 카피했지만 이후에는 장인걸이 개선한 기술이 적용되었고 그렇기에 국내 특허의 적용을 받아야 했다.
“프리웨이에서 벌써 50여 대의 서버를 운영 중에 있습니다. 현재 계약한 물량만 해도 50여 대가 더 되고요. 국내 업체 중에 단일 사이트로 가장 많은 서버를 사용 중일 것입니다.”
“그 정도 서버를 운용중이라면 전용 IDC가 필요할 것인데 그건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각 전화국에 있는 IDC를 사용 중입니다. 지금은 서버를 한군데 두는 것보다 분산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합니다. 자체 IDC를 설립한 후에도 서버를 전부 다 통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프리웨이는 서버 운영에도 상당한 기술이 있습니다. 우리보다도 더 서버에 잘 알고 있습니다.”
회귀 전에도 장인걸은 젊은 사람이었고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회사 홈페이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각종 이벤트나 홈페이지 개편의 키는 마케팅팀에서 가지고 있었고 실무적인 기획은 광고팀과 홍보팀이 담당했고 실무는 전산팀에서 담당했다.
공대출신인 장인걸은 팀원의 무한한 기대 때문에 강제로 IT전문가가 되어야 했다. 상급 부서에서 귀찮은 일을 하라는 지시가 떨어지면 실무부서에서는 무조건 안 된다고 했고 그렇기에 실무자들에게 하는 법에 관해 시범을 보여야 했다.
그 때 익힌 것들이 홈페이지를 만들고 프리웨이를 만드는 기반이 되었다. 그가 입사할 당시에는 인터넷을 이용한 마케팅이 도입되던 시기라 직접 할 수가 있어야 실무 부서에서 안 된다고 하지 않고 움직였다.
“아이고, 제가 좀 늦었습니다.”
장인걸은 장례식에 두 사람이 직접 찾아온 상황이라 그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여 자리를 마련한 상황이었다. 물론 사업적으로 서로 만날 필요도 있었다.
“우리가 먼저 와서 기다린 것이죠. 아직 10분이나 전인데요.”
나이는 장인걸이 한참 어리지만 그 자리에서 갑은 장인걸이었다. 두 회사의 지분도 각각 30%나 가지고 있었다. 또한 매출액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으니 갑중에 갑이었다.
“요즘 한창 노래가 뜨고 있는데 그리 바쁜 것 같지 않습니다. 앨범이 뜨면 부르는 곳이 많아서 정신이 없다는데.”
“지금 때가 때라서 흥청거리는 행사는 모조리 다 취소가 된 상황입니다. 그러니 오라는 곳이 별로 없습니다. 더구나 나라가 망하게 된 판국에 웃고 떠드는 것이 말이 되냐고 하여 개그프로그램도 다 사라져서 개그맨들이 굶어죽는다고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분위기를 고조시켜야 하는데.”
외환위기는 연예계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있었다. 연예인은 일자리를 잃었고 영세한 기획사는 문을 닫아야 했다. 장인걸도 방학이지만 하루에 행사 하나를 잡기가 어려웠다.
“어려운 상황이기는 합니다. 기업 중에 제대로 돌아가는 곳이 드뭅니다. 주력이 수출인 회사 몇 개 빼고는 다 죽어나갈 판입니다. 우리 폴라텍스트도 프리웨이가 아니었다면 진작 폐업해야 했을 것입니다.”
“일단 신정부가 경제 활로를 중소기업과 IT로 잡는다고 하니 거기에 기대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장인걸은 정부정책은 별로 기대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확실하다고 생각하여 그런 언급을 했다. 신정부가 내수를 진작하고 IT붐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었다.
물론 그로 인해 나중에 카드대란이 일어나 외환위기로 타격을 입은 서민들에게 다시 한 번 커다란 시련을 주어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경제위기가 외환위기로 대변되지만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각종 병폐는 사실상 정리하지 못한 면도 있었다. 오히려 위기극복과정에서 심화가 된 면이 많았다.
갑작스러운 부동산 폭락과 그 이후에 찾아온 부동산 폭등은 부의 쏠림을 가속화시켜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기도 했다.
“홈페이지를 구축한 대기업이나 웹호스팅 업체에서 서버구입에 관하여 엄청나게 문의를 하고 있습니다. 문의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봅니다.”
“곧 PC방 열풍이 불 것입니다. 그러면 IT 생태계가 구축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게임이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온라인게임 열풍이 불면 그 혜택은 네트워크 장비 제작업체가 볼 것입니다.”
박유환은 게임이라는 말에 눈을 빛내었다. 서버용량을 많이 차지하는 것이 바로 게임이었다. 게임 산업이 발달할수록 그만큼 서버가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IT산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라는 말도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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