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13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워낙 속아서 믿어지지가 않아.”
“목소리가 진짜 가래 끓는 소리였어요.”
외할머니가 죽고 난 후에도 슬픔을 이기지 못했는데 외삼촌마저 외면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어머니가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아 일단 헛걸음일지라도 가보기로 했다.
‘다 제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일이지. 느낌이 좋지가 않아.’ 장인걸은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기에 엄마를 졸라서 차에 태우고 둘이서만 가기로 했다.
“너는 사람들 시선을 받으면 불편할 것이니 나도 같이 가자. 무슨 일이야 없겠지만 나도 명절 앞두고 기분이 이상하다.”
장인걸과 손설향이 외갓집에 간다고 하니 아버지도 방에서 나와 같이 간다고 했다. 그래서 셋이 장인걸이 타고 온 승용차에 올라서 같이 이동했다.
주천은 차로 고작 20분 정도만 가면 되는 거리였고 세 사람이 외갓집에 도착하여 안으로 들어가자 냉골에 이불을 둘둘 말고 끙끙 앓고 있는 손성표가 있었다. 얼어 죽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몸을 흔들어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구급차를 불러야겠어요.”
일어날 정신도 없어 보였기에 결국 주천병원에 전화를 하여 구급차를 불렀다. 바로 앞에 있기에 5분도 걸리지 않아 도착했다. 그들이 병원에 당도하여 곧바로 검사에 들어갔는데 급성폐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위독합니다. 추운데 있다가 병원에 오니 열이 확 오른 것 같습니다. 항생제에 해열제를 최대한 쓰고 있지만 지금 열이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합병증으로 패혈증도 온 것 같습니다. 위장병으로 인해 식사를 제대로 못해 심한 영양실조까지 겹친 상황이라 면역체계가 붕괴된 상황입니다.”
장인걸은 의사의 진단에 어이가 없었다. 그러다가 쓰러지기 직전의 손설향을 보자 정신을 차렸다. 그 자리에 더 있어 봤자 속만 상할 것 같아 어머니를 이끌고 응급실 입구에 있는 보호자 대기실로 가서 자리에 앉게 했다.
“엄마, 정신 차려요. 일단 병원에 왔으니 어떻게든 살 겁니다. 그래도 연락 받고 바로 왔잖아요.”
장인걸은 집에서 손성표를 진맥하여 상황을 알고 있었다. 기공술로 치료를 하면 상세를 호전시킬 수 있어 보였지만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지 몰라 손을 쓰지 않았다. 외할머니의 경우에는 손을 쓸 수가 없는 지경이었지만 손성표에게는 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거야? 이런 결과가 예상되어 사업하는 것을 못하게 막았는데 결과는 비슷하니, 참. 결국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어떻게든 동일하게 만든다는 것인가?’ 장인걸이 회귀하기 전에도 이런 상황이 벌어졌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유산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망하고 말았다. 그 후에 이혼을 했는데 노숙자로 떠돌다가 결국은 겨울에 죽고 말아 경찰이 연락을 하여 시신을 인도받았던 기억이 났다.
회귀 전에는 원경희와 만나는 상황이기에 외삼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진짜 조문만 다녀왔다. 장례식장에 가서 잠시 있다가 다음날 학교에 가야한다고 그냥 올라오고 말았다.
왜 이혼을 했는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마도 사업이 망하니 그에 대한 화풀이를 가족들에게 하다가 결국은 그것이 빌미가 되어 이혼을 당했을 것 같았다. 더구나 장인걸이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자세한 내막을 알려주지도 않은 것 같았다.
“명절을 앞두고 이게 무슨 일인지.”
“저나 애들이 여기는 지킬 것이니 형님은 집에 가세요. 명절이고 집에 사돈 어른도 계신데요.”
외숙모와 사촌동생이 연락을 받고 당도했다. 외숙모는 이혼을 했지만 남처럼 외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당도하여 자리를 지키고 일단 응급조치를 한 상황이라 더 이상 있는 것도 이상해서 아버지만 병원에 두고 어머니를 집에 데려다 주었다.
큰집 식구들도 오고 명절 차례상을 준비해야 하기에 집을 비우지 않으려고 했다. 어머니가 자리를 비우면 할머니가 부엌으로 나와서 뭔가를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그것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다.
해질 무렵 손설향과 장인걸이 집에 가자 큰집 식구들이 도착해 있었다. 인숙이와 할머니가 집에 있었기에 빈집은 아니었다. 어머니와 큰어머니는 같이 부엌에 나가 음식을 준비했고 인숙이와 은지도 옆에서 뭔가를 거들었다.
“하여간 우리 오빠는 손이 삐뚤어졌는지 뭘 해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
장인걸과 민기도 옆에서 음식 장만하는 것은 돕는데 가장 능한 것은 장인걸이고 인숙이와 은지는 잘은 못해도 흉내라도 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민기는 돕는 것이 아니라 재료를 망치는 수준이었다.
“너도 뭘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인걸이에 비하면 너도 하는 것이 없으면서.”
사실 장인걸은 다른 세 명이 하는 것보다 두 배는 더 많이 재료를 손질하고 그러면서도 훨씬 깔끔하게 했다.
“인걸이 오빠는 못하는 게 뭐야? 진짜 우리 엄마보다도 더 잘 하는 것 같아. 그렇지, 언니?”
“응, 그런 것 같아. 하긴 저번에 서울에 갔을 때 오빠가 해준 음식을 먹고 정말 놀랐다니까. 후다닥 몇 가지 빠르게 만들었는데 정말 맛있었지.”
그 때 각종 재료를 다듬고 있는 곳으로 큰어머니가 왔다가 놀란 표정이 되었다. 각종 나물부터 싱싱한 야채, 고기, 심지어는 생선까지 있는데 대부분 손질이 되어 있었다.
“누가 이렇게 빨리 손질을 한 거야? 벌써 다 했네.”
커다란 대야에 담긴 채소와 음식재료는 만만치 않은 양이었다. 그럼에도 다 정리가 되어 있었다.
“인걸이 오빠가 했죠. 여기 채 썬 거 봐. 완전 다다다라니까. 저기 홍어 회 뜬 것 보이죠? 아빠보다도 더 잘 떠. 거기에 조기와 병어도 완전 잘 다듬고. 오빠가 다 했어.”
은지가 자신이 한 것도 아닌데 자랑스럽게 말을 했다. 은지는 만나기만 하면 장인걸 옆에 붙어서 같이 있으려고 했다. 인숙이보다도 더 따르는 경향이 있었다.
“동서, 벌써 애들이, 인걸이가 다 손질했어. 가져다가 바로 만들면 되겠네.”
명절음식은 차례상에 올릴 것도 있지만 며칠간 식구들이 먹을 음식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날 모인 사람이 저녁에 먹기 위해 만들 음식도 많았다.
“오빠가 음식도 정말 맛있게 하는데 이번에도 해줘. 진짜 오빠가 만든 음식 환상이라니까. 그렇지, 언니?”
은지가 자랑을 했지만 다들 믿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증인으로 인숙이를 내세웠다.
“오빠가 해 봐. 갈비찜도 잘 하잖아?”
인숙이마저 옆에서 부추겼다. 손성표 때문에 피곤한 어머니와 차를 타고 오느라 피곤한 큰어머니를 대신하여 저녁 음식의 일부를 장인걸이 장만하기로 했다.
장인걸은 수육도 삶고 홍어회도 무치고 갈비찜도 하고 새우젓과 조개젓까지 무쳤다. 그런 다음에 조기로 매운탕까지 끓여냈다. 물론 각종 나물도 직접 무쳤다. 손대다보니 어느새 부엌을 차지하고 주도적으로 저녁을 준비했다.
“명절이라고 냄새가 좋은데···.”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장재현이 들어오면서 말을 했다.
“일단 체열이 39℃ 안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오는 길이다. 의사 말로는 한고비 넘긴 것 같다고 하여 그냥 왔다.”
하긴 외갓집 식구들 사이에 있는 것도 어색할 것이니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하니 돌아온 것 같았다. 더구나 집에 큰집 식구들도 왔다고 하니 돌아오고 싶었을 것 같았다.
“잘 오셨어요. 택시타고 오신다고 하여 기다리고 있었죠.”
장인걸은 그렇게 말하고 자신이 한 음식들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장인걸이 요리를 한 덕분에 남이 한 음식을 얻어먹게 되었다면서 큰어머니나 어머니가 좋아했다.
하지만 옛날 사람인 할머니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서 음식을 하게 만들었다고 궁시래 거렸다. 하지만 장인걸은 할머니에게 요즘은 남자도 다 요리를 한다면서 맛있으면 된다고 말했고 각종 음식을 챙겨 주면서 먼저 맛을 보라고 했다.
“할머니, 정말 맛있죠?”
옆에서 인숙이도 거들었다. 은지나 인숙이까지 나서서 음식을 챙기니 기분이 좋아 보였다.
“맛은 있구나. 학교 다니면서 가수한다고 하던데 언제 음식도 배웠대? 갈비에 맛이 제대로 뱄구나. 젓도 잘 담았고.”
할머니도 장인걸의 요리 실력을 인정해주었다. 어쨌든 저녁을 맛있게 먹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전에는 가족을 귀찮은 존재라고 생각하여 멀리했는데. 지금 조금만 신경을 써도 다들 좋아하잖아. 수신제가치국평천하란 말도 있듯이 집안이 평안해야 다른 일도 할 수 있지.’ 장인걸은 회귀 전과 다른 집안의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달라진 것으로 인해 집안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과 달리 모이면 화기애애하게 어울렸다.
장인걸은 밖에서 한창 설거지를 하는 사이 방으로 찾아온 장태현과 마주 앉았다. 따로 조용히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일은 잘 되고 있는 거냐? 경기가 워낙 어려운데 계속 일을 벌이는 것이 걱정스럽구나.”
장태현은 장인걸이 프리웨이를 창업하고 집을 사고 여기저기 투자하고 시골에 임야와 고택마저 산 것을 들으니 걱정이 되는 것 같았다.
“적당히 조절을 하고 있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정도만 투자하고 있습니다. 2집 앨범도 절반가량 정산 받았고 프리웨이 지분 일부를 정리하여 예비자금도 확보한 상황이고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어쨌든 조금만 상황이 나빠져도 치명적일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해.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그런데 네가 전에 말했던 백제화학을 인수할 생각이 있는 거야?”
그러면서 백제화학의 박시운 소장이 지점으로 찾아왔던 일을 말했다. 워낙 사정이 어려워서 임금체불 근로자를 상대로 하는 긴급 정책자금 대출을 해주었다는 이야기도 했다.
현재 백제철강 인수협상을 하는 한동그룹에서 백제화학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통보한 사실마저 언급했고 채권단 내부에서도 백제철강에서 백제화학을 분리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말했다.
“방식은 100% 감자를 하는데 백제철강이 가진 백제화학 지분 100%를 백제화학이 가진 외상매출채권 35억 원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것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물론 이것도 법률 자문을 거쳐 채권자 총회에서 의결을 거쳐야 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통과될 것이다.”
“그러면 재무재표가 어떻게 변하나요? 대차대조표상 자산과 부채가요?”
“이렇게 변한다. 자산이 대략 120억, 부채가 170억, 50억 가량 자본잠식 상태로 나타난다.”
수기로 간단히 작성한 대차대조표를 보여주었다. 아마도 장인걸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억을 토대로 만든 것 같았다. 내부자료 유출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 그런 것 같았다. 외부에 유출되어도 백제화학의 재무제표라는 것을 알아볼 내용은 없었다.
“이러면 50억을 받고 기업을 인수해야 하는 건가요? 결국 부채 탕감을 해야 하는데 얼마나 하는 건가요?”
“일단 밀린 임금을 주고 퇴직금 충당금을 비롯하여 운영자금이 필요하니 부채를 출자전환해야지. 최소 30억 가량 출자전환을 할 예정이다. 그렇게 하면 부채가 150억 가량 되는데 50억을 탕감해 주면 남은 부채가 100억 가량 될 거야.”
“그러면 인수대금으로 최소 30억 원이 필요하다는 말이네요. 하지만 장부에 적힌 자산이 그 정도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군요.”
부도난 회사의 자산은 사실상 청산가치로 평가할 수밖에 없는데 채권이나 재고, 비품, 무형자산은 거의 가치가 없다고 봐야했다. 가치가 있는 것은 부동산 정도인데 그렇게 따지면 자산은 60억 원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그거야 협상을 해봐야 하는 것이지. 자산이 60억 원이라면 출자전환 10억 원 정도 하고 부채를 50억 원으로 맞춰야 하는데 110억 원을 탕감하는 것은 쉽지 않아.”
“그러면 자산 70억으로 맞추고 부채를 100억 정도 탕감하면 되겠군요. 이정도가 채권단의 마지노선이겠네요.”
“내가 봐도 그 정도가 최선이겠지. 인수할 의사가 있다면 곧 매각공고를 낼 것인데 입찰에 응하는 것도 방도일 거야. 입찰자가 없거나 단독입찰을 하여 두 번 유찰이 되면 수의계약으로 처리하는 것은 알 거야.”
둘은 백제철강의 처리에 대하여도 이야기를 했다. 회귀 전에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보다 부채 규모가 작았다. 그러다가 부도가 난 시점이 3개월 정도 더 빠른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모든 것이 3개월 정도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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