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15
“알겠습니다. 그날 시간을 비워두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취임식 전에 리허설이 있습니까?”
“하루 전에 리허설을 할 예정이니 하루 전부터 이틀 정도 시간을 비워두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취임식 이후에 진행되는 기념리셉션이 있는데 그 때에도 축하공연을 했으면 하는데 가능합니까? 리셉션 분위기에 맞는 공연을 했으면 합니다.”
“가수가 무대가 있다면 공연해야죠. 알겠습니다. 그날은 전부 시간을 비워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공연 관련하여 상세 협의를 위해 인수위를 방문했으면 합니다. 필요하면 매니저를 동반해도 됩니다. 명절을 보내고 2월 5일에 시간을 냈으면 하는데 어떤가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간은 언제가 좋은가요?”
“일단 오후로 생각하시고 3시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정확한 시간은 2월 3일 오후에 통화하면서 정하도록 하죠.”
장인걸은 자신이 취임식에 축하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나름대로 자신의 격이 그만큼 오르는 것이기에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정부나 정보기관의 주목을 받는 일이기에 부담이 되었다.
“오빠, 대통령 취임식에서 공연을 해요?”
옆에서 전화하는 것을 듣던 은지가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달려와서 물었다.
“그럴 것 같은데. 당선자님께서 ‘희망으로’가 지금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봐.”
“오빠 말대로 대박이다.”
“일단 본부장에게 전화부터 해야 하니 그것 끝내고 이야기하자. 잠깐만.”
호들갑을 떠는 은지를 조용하게 시키고 민수길에게 통화했던 내용을 전달했다. 그런 다음 일정을 잡는데 참고하도록 했다. 대부분의 행사가 취임식 전후에는 없는 실정이라 일정이 없었다.
“여전히 ‘희망으로’가 1등이죠? 7주 연속이던가요?”
“그렇지, 뭐. 다른 신곡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유리한 면도 있어 보이네.”
신곡이 아예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기성 가수들 대부분이 새로운 앨범을 출시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시장이 좋지 않으니 기획사나 가수들이 출시를 뒤로 미루었다. 한두 사람이 그런 것이 아니라 다 그러니 그렇지 않아도 불황인 시장이 더 어렵게 변했다.
물론 아예 출시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출시한 그들의 앨범도 여러 가지 이유로 판매가 좋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고 장인걸의 앨범만 독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면 취임식도 참가하는 거야?”
“그래야 할 것 같은데. 아직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
장인걸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기에 말을 아꼈다.
설날 차례를 지내고 아침 식사를 하는데 전화 한통이 왔다.
“그나마 차례상은 올리라고 기다려 준 것 같다.”
아버지가 전화를 받고 나더니 그렇게 말을 했다. 다들 옆에서 통화하는 것을 들었으니 달리 묻지 않았다.
“새벽부터 열이 올라 지금은 40℃ 이상으로 올랐다고 한다. 의식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외숙모 전화였다. 결국 줄초상이 나게 생긴 것 같았다. 전날에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결국 정월 초하룻날 일이 터진 것 같았다.
“그러면 동서가 먼저 가. 굳이 우리야 서둘 것이 없고 천천히 성묘나 가면 되니.”
큰집식구가 집에 있겠다고 하여 장인걸과 아버지가 각각 차를 끌고 병원으로 갔다. 전에 택시를 타고 오느라 번거로웠던 기억이 있어서 따로 차를 가지고 갔다.
“엄마는 여기 있어. 우리는 나가 있을게.”
중환자실에 너무나 많은 사람이 들어가 있는 것도 문제이기에 외가 식구들만 남고 셋은 밖으로 나왔다. 폐렴이라 세균 감염문제가 있어서인지 음압실에 있어 면회하는 것이 조금 여유가 있어 보였다.
“위독해 보이는데···.”
밖으로 나와 장갑을 벗으면서 인숙이가 중얼거렸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발음도 약간 불분명했다.
“맥이 완전히 급박하게 뛰더라. 맥박수건 혈압이건 150에 육박하는 것을 보니 고비를 넘기기 어려워 보여. 그게 잦아드는 순간 끝이야. 지금 체온이 41℃가 넘어간다고 하고 그 사이에 폐에 물이 차고 복수마저 고였다고 하니.”
장인걸이 그렇게 말하고 중환자실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 때 막내 이모와 이숙도 당도했다.
“박 서방도 왔어. 일단 안에 들어 가봐.”
장재현이 막내 이숙을 보면서 그렇게 말을 했다. 막내 이모는 곧 울기 직전의 상태가 되어 있었다. 아무리 행동거지가 좋지 않아도 혈육이 아프다고 하니 평정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
“우리도 차례만 지내고 바로 오는 길입니다.”
“애들은 본가에 두고 왔나 보군.”
“폐렴이라는데 이제 초등학교 다니는 애들을 데리고 오기도 그래서 일단 두고 왔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벨을 눌러 사람을 호출했고 사정을 말하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2~3분이 막내 이숙이 밖으로 나왔고 이모는 안에서 대기하는 것 같았다.
“봉분에 손을 대고 장례도 거르더니 그래서 이런 일을 당한 것 같습니다.”
막내 이숙인 박정민은 미신이라 말하는 무속신앙을 신봉하는 면이 있었다. 그렇기에 봉분에 삽질한 행위나 외할머니 장례식에 참여하지 않은 일에 대해 상당히 격분하고 있었다. 그런 행위로 인해 다들 외삼촌 손성표를 사람 취급하지 않고 있었다.
“며칠 전에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묘에 가서 옷을 살랐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다들 좋다고 해서요.”
“잘 했네. 저번에 산일 할 때 봉분은 손을 봤지만 나도 맘이 불편했는데.”
장인걸도 장지에서 마음이 울적하여 천수경을 나직하게 외우기도 했었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하여 명복을 빌면서 액운이 사라지기를 기원했었다.
“의사 말로는 한두 시간을 넘기기 어렵다고 하던데 결국 줄초상이 나네요.”
막내 이숙은 손성표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외삼촌이 아버지 장재현은 손윗사람이라 함부로 대하지 않았지만 막내 이숙한테는 이놈 저놈은 기본이었다. 그동안 아내 때문에 참고 살았지만 최근에는 명분이 생기자 곱게 당하지 않고 맞받아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그간 당한 것에 대한 분풀이로 부족한 것 같았다. 여전히 앙금이 남았는지 죽어가는 상황인데도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순간 장인걸은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여전히 화를 내고 있는 막내 이숙의 주변의 기운이 싸늘하게 변하는 것 같았다. 물론 장인걸이나 아버지 주변도 마찬가지로 얼어붙은 기분이 들었다.
장인걸은 죽어가는 순간까지 앙심을 드러내는 것을 알자 화가 났고 결국 자신의 몸 안에 갈무리했던 기운을 내뿜었다. 그런 다음에 인숙이부터 아버지, 막내 이숙까지 기운으로 감쌌다. 그러면서 사악한 기운을 향해 일종의 적의를 내비쳤다.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우리를 그렇게 증오하는지, 참.’ 물론 장인걸부터 시작하여 모두가 다 그를 미워하기는 했지만 스스로 그런 대접을 자초했고 누구를 원망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적반하장으로 가는 상황까지 악기惡氣를 보내 일종의 저주를 하고 있었다.
장인걸은 악기를 소멸시켰다. 그런 기운을 내보냈다가 기운이 소멸되면 망자의 혼까지 타격을 입는다는 글을 보았지만 그에 대하여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임종을 한 것 같아.”
장인걸이 장인숙에게 나직하게 말을 했다.
“나도 방금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장인걸은 망자가 일종의 저주를 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밖에 있는 사람에게 저주를 뿌렸는데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더 강한 악기를 뿌렸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기에 일단 내뿜었던 기운을 갈무리하면서 다시 한 번 정화할 준비를 했다.
‘악기가 강하다고 해도 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고 운도 없어질 수가 있다.’ “임종했습니다. 들어가서 보고 싶으면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수간호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문을 열어주었고 각자 위생장갑을 끼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쪽에 있는 음압실로 가자 다들 시신을 둘러싸고 울먹이고 있었다.
장인걸은 재차 몸 안에 갈무리했던 기운을 내뿜어 그 자리에 있던 외숙모부터 외사촌 둘과 어머니, 이모까지 악기를 씻어냈다. 밖에 있던 사람보다 훨씬 악기의 침습이 심했다.
또한 손성표의 시신에서 여전히 새어나오는 악기를 제거했다. 얼마나 강한 악기를 품고 있는지 한참동안 기운을 제거해야 했다. 물론 그렇게 하면서 기운을 넓게 펼쳐서 중환자실 전체에 퍼져있는 일종의 사기까지 잠재웠다.
이대로 시신을 영안실에 보관했다면 영안실마저 악기에 물들고 혹시 다른 시신이 있다면 거기까지 악영향을 끼칠 것 같았다.
‘하여간 굿이라도 했어야 하나. 진짜로 귀신이 붙었던 것 같아. 그나마 귀신은 저승사자가 같이 데려갔는지 보이지 않는군.’ “일단 옮겨야 하니 주 보호자분만 남고 다른 분들은 나가 주시기 바랍니다.”
수간호사가 외숙모와 경원이만 남으라고 하고 나머지는 밖으로 나가게 했다. 법적으로 경원이는 미성년자이고 외숙모는 이혼한 상태이기에 각종 절차를 밟으려면 두 사람이 같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장인걸은 죽어가면서까지 악의를 내뿜은 외삼촌 손성표를 노려보다가 엄마를 부축하여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와서 다시 한 번 기운을 내뿜어서 악기가 남아있는지 살폈다. 다행히 사기가 남아있지 않은지 달리 반응이 없었다.
‘내가 오지 않았다면 큰일이 날 뻔했군. 악기가 침투하면 그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니.’ 몸 안으로 사기가 침투한 이후에는 악기의 침습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악기가 세력을 키워 영향을 발휘할 때에야 기에 민감한 사람도 겨우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럴 경우 이미 몸과 하나가 된 상황이라 제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장인걸은 악기를 제거하느라 손성표가 죽은 것에 대하여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잘 죽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장인걸은 집에 전화를 걸어 외삼촌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큰집 식구들이 계속 집에 있겠다면서 할머니나 집은 걱정하지 말고 일을 보라고 했다.
장례식장은 외숙모가 살고 있는 은성이 아닌 주천병원에 마련하기로 했고 상황이 좋지 않기에 외부에 부고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특별히 집안사람이 아니면 조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 알린다고 해도 올 사람도 없으니 당연했다.
장인걸은 민수길 실장에게 집안일이 있어 명절 휴가를 하루 더 연장하도록 통보했다. 그냥 조문을 하고 올라가도 문제가 없지만 집에 있다가 묘지에 안장을 한 다음에 큰집 식구들을 데리고 같이 올라가기로 했다.
큰아버지는 설날 오후에 간단히 조문을 하고 저녁에 혼자 올라갔다. 다른 식구들은 명절동안 집에 있기로 했다. 일이 바빠서 다음날 출근해야 했다. 백제그룹 관련 채권단 회의가 연휴 끝나고 바로 열리기에 다음날 출근하여 회의 자료를 만들어야 했다.
채권단 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을 채권자들에게 통보하고 채권자 총회를 소집하여 의결해야 하기에 바빴다. 채권자 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되어야 백제철강의 매각이 가능했다.
“이거 전해 줘요.”
장인걸은 봉투를 하나 손설향에게 내밀었다. 외갓집 사정이 그리 좋지가 않았지만 전에는 그저 사촌들 용돈 하라고 백만 원 정도만 전달을 했다.
하지만 이제 외삼촌마저 떠난 상황이니 어느 정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장인걸이 크게 성공한 것을 아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니었다. 어쨌건 혈육인 외사촌이었다.
“3천만 원이나 준다고? 너무 많은 것 아냐?”
“먼저 주려고 했는데 어제까지 휴일이라 찾을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제가 전하는 것보다 엄마가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아까 잠깐 은행에 가서 찾았어요. 외숙모가 식당에서 일해 한 달에 10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빚도 조금 있어 보이고요. 경민이에게 슬쩍 물었더니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외할머니에게 받은 것은 경원이와 경민이를 위한다고 손도 대지 않고 있다고 하더군요.”
“알았다. 내가 고맙구나.”
장인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어머니가 챙겨준 짐을 차에 실었다. 인숙이와 은지는 짐을 챙겨서 같이 서울로 올라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개학을 하기까지 남은 시간 동안 뭐를 할 것인지 의논하고 있었다.
“남자는 앞에, 여자들은 뒤에 타면 딱 되겠네.”
장인걸이 운전석에 오르자 민기가 조수석에 앉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다들 차에 오르자 간단히 인사를 하고 출발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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