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16
“좋은 차는 달라. 승차감부터 다른데.”
큰아버지의 경우 지점장이라 은행에서 승용차를 제공해 주지만 중형승용차였다. 그렇기에 최고급 국산 대형세단에 비해서는 차이가 있었다.
“업무상 필요해서 산 거야. 일하다보면 어쩔 수가 없어.”
장인걸은 그렇게 말하고 마을 진입도로에서 나와 아스팔트 도로로 접어들자 조금 속도를 올렸다. “고택 말이야, 거기에 뭐를 할 생각이야?”
“응, 일단 고민을 해봐야지. 함부로 손을 댔다가 파손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지금 사적지 같은 것으로 등록을 했다가는 아예 손도 못 댈 수도 있고.”
장인걸은 원형을 보존할 생각이지만 일부는 복원하고 주변을 정리할 계획이었다. 사적지나 보존지구로 등록되는 순간 뭐를 하려고 하면 허가를 받아야 했다. 허가를 받는 것은 좋은데 너무나 절차가 까다롭고 시일이 많이 걸렸다.
“관광지로 개발할 거예요?”
은지도 궁금한지 물었다. 약간 우문이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말하면 관광지로 만드는 것이지. 거길 잘 보존하면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이용할 것인지 그게 문제야. 고택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까 생각 중이야.”
“일종의 템플스테이나 민박 같은?”
“그렇지. 대신에 그냥 잠만 자는 것이 아닌 뭔가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아.”
나중에 대부분의 고택이 비슷한 아이템으로 비슷하게 운영이 되지만 그것이 최선의 방책이기에 다 그렇게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이 최선일까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오늘부터 언니랑 집에서 오빠가 해주는 밥을 먹어야지. 오빠, 그럴 거지?”
은지는 설날 내내 언제 그 집에서 잘 수 있을지 노래를 부르더니 결국 인숙이까지 동원하여 집 구경을 하자고 졸랐고 여름방학과 달리 이번에는 집이 크고 방이 많으니 은지도 집에 같이 있기로 했다.
“알았다. 내가 밥해줄 시간이 있을지 모르지만.”
장인걸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그렇게 수긍을 하고 말았다. 은지는 만족스러운 표정이 되어 있었다.
“그러면 침대를 새로 구해야 하나? 전에 살던 사람이 짐을 절반가량 더 가져가서 공간이 나는데.”
권이조 사장은 방 두 개짜리 빌라에 월세로 갔다가 이번에 회사일이 정리되자 방 세 개까지 30평대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동안 받지 못했던 채권을 회수하여 가수금 처리한 돈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러자 절반가량의 가구와 전자제품을 추가로 가져갈 수 있었고 남아있는 짐은 12자 자개장롱 두 개와 대형 냉장고 2개, 거실용 고급 소파세트, 서재용 책장 5개, 각종 다용도 수납장 5개, 그릇 같은 것을 포장한 박스 30여 개만 남아 있었다.
중고로 팔아도 상당한 가격이라는 말을 했다. 장롱 두 개만 해도 오천만 원을 호가하고 소파도 2천만 원은 된다고 했다. 나머지도 구하려면 몇 천만 원이 든다는 말을 했다.
“각종 세간이 빠졌다면 방이 휑하겠네.”
큰어머니도 관심을 보였다. 저번에 왔는데 장인걸이 쓰는 방만 비어있고 나머지 공간을 각종 세간으로 인해 달리 어떻게 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방 두 개가 추가로 비게 되었죠. 애들 쓰게 방 하나에 수납장 하나와 침대를 놓죠. 다른 하나는 침대가 불편한 사람을 위해 장롱이 아직 그대로 있으니 깨끗한 이불만 준비하고요.”
장인걸은 애들을 데려가면 바로 가구부터 구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큰집에 들러 큰어머니와 민기를 내려주고 은지의 짐을 간단히 챙기게 한 다음에 가구전문점으로 가서 두 사람이 사용하기 적당한 침대와 수납장을 구했다. 남아있는 수납장 중에 적당한 것을 쓸까 했지만 새로 구하기로 했다. 또한 이불도 구입을 했다. 나중에 집안 식구들이 와서 머물 때를 대비하여 넉넉히 샀다.
바로 침대와 수납장을 배달해 준다고 하여 주소를 일러주고 집으로 갔다. 꽤나 비싼 가구이니 조금 늦은 시간이지만 바로 배달을 해주었다. 장인걸의 집이 공동주택이 아닌 단독주택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인걸은 늦은 저녁을 먹고 쉬고 있다가 장태현의 방문을 받았다. 늦은 시간까지 채권단 회의를 하고 바로 찾아왔다. 은지나 인숙이가 집에 있었지만 따로 자리를 마련했다.
“보름 후 채권자 총회가 끝난 후에 백제화학에 대한 입찰을 3월 3일 공고하고 3월 11일부터 3월 15일까지 현장실사를 하도록 한 후에 3월 20일까지 응찰을 하기로 결정이 되었다. 그 사이에 채권단이 내부적으로 조치해야 하는 것은 바로 시행하기로 했고. 백제철강과의 연결고리를 끊는 작업이나 출자전환 등.”
“달리 바뀐 것이 있습니까?”
“전에 말한 내용과 거의 대동소이하지. 단지 복수의 응찰자가 없는 경우 1차 유찰을 하고 2차 응찰을 바로 받고 그 때도 업체가 없거나 한 업체만 나서면 채권단이 협상을 통해 수의계약을 하는 것으로 했다. 2차에 응찰한 업체가 하나라면 우선협상을 하기로 했다. 그러니 인수하려면 반드시 2차에 응해야지.”
장태현의 행위는 기밀유출이나 유착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일종의 유인행위나 영업행위로 볼 수도 있었다. 애매한 부분이 있기에 장태현은 조용히 찾아온 것이기도 했다.
“알았어요. 공고가 나면 준비를 해서 응찰을 할 게요. 현장실사는 특별한 제약이 없죠?”
“채권단에 정한 규정에 따라 5명 이내로 5일간 조사를 할 수 있고 채권단에서 제공한 재무제표를 검증하는 작업을 한다. 단, 외부의 공인회계사나 변호사 1명이 포함되어야 한다.” “결국 현장실사는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에 의뢰해야 한다는 말이군요.”
“그렇게 해야지. 네가 거래하는 공인회계사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을 거야. 아니면 내가 소개를 해줄 수도 있고.”
“얼마 전 프리웨이 분리 때문에 알게 된 회계사가 있는데 그 쪽에 맡길까 합니다. 일도 꼼꼼하게 하면서 제법 융통성도 있더군요. 이런 실사는 주어진 자료를 어떻게 분석하고 가공할지 그게 중요한 것 아닙니까?”
“그거야 그렇지. 실사를 나온다고 해도 볼 수 있는 것은 채권단에서 제공하는 자료가 전부이지. 그 외에 한다면 재고나 고정자산의 상태를 살피는 정도이고. 나중에 그 자료가 허위로 밝혀지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채권단이니 장난을 치기는 쉽지 않아. 단지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재고자산이나 무형자산의 가치인데 그 부분이 실사과정에서 중요해.”
장태현은 장인걸이 백제화학을 인수하려고 하니 장단을 맞춰주고 있지만 여전히 인수하는 것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렇기에 말을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옹호하기보다 부정적인 의미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말리고 싶은 것 같았다.
“일단 자료를 살펴보고 인수의향서를 작성해 봐야죠. 최대한 깎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깎고요.”
장인걸은 자산의 평가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기에 그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할 계획이었다. 무조건 후려칠 생각은 없지만 덤터기를 써서 호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인수가격도 문제지만 인수 후에 어떻게 경영할지 그것이 중요하지.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아무리 싸게 인수를 해도 사업전망이 불투명하면 몇 달 가지 않아 망할 수밖에 없지. 조건 중에 고용유지 3년이 있고 100여 명을 3년간 고용하려면 인건비만 최소 100억 원이야.”
장태현은 장인걸이 인수 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런 기색을 알지만 그에 대하여는 절대 말하지 않고 있었다. 큰아버지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아이디어가 알려지면 유출될 위험도 있었다.
“일단 국내에 몇 없는 희토류 전문 연구소이고 수입업체입니다. 특수금속에 관하여도 상당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고요. 그렇기에 정밀부품의 제작에도 일가견이 있고요.”
백제화학에 대해 다시 조사를 하자 소규모 제련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인데 그것을 이용하여 특수금속을 재료로 하는 소량의 정밀부품을 몇 개의 회사에 납품하고 있었다.
물론 부도가 난 이후에는 납품을 하지 못해 거래가 끊긴 상황이지만 가격경쟁력이 뛰어나 국내의 거래처에 납품하는 것은 가능했다.
장인걸은 출근을 한 후에 프리웨이의 신규게시판 오픈을 점검하고 무료게임을 시범적으로 서비스하는 ongame.com을 론칭했다. 그동안 시장을 분석한 후에 프리웨이에 속한 게시판이 아닌 별도의 사이트를 만들었다.
물론 프리웨이에 게임 관련 리뷰 게시판을 만들어서 게임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하지만 게임 자체를 서비스하는 것은 프리웨이에 포함하는 것이 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결론이 나서 별도의 사이트로 독립을 시켰다.
대신 프리웨이에 사이트 목록으로 등록하여 관련성을 밝혀놓았다. 이를 위해 두 사이트에서 서로 이동이 가능하도록 링크를 만들었다. 물론 나중에 계열분리를 대비하여 부서 간 업무협조에 관한 내용을 명문화시켜 공식화했다.
“게임 사이트를 오픈함과 동시에 유료화에 대비한 업그레이드를 준비합니다. 이를 위해 내부 결제 시스템인 프리페이 시스템과 연동될 수 있도록 작업을 해야 합니다.”
“아울러 회원공유 및 공동 아이디 시스템도 준비 중이죠?”
“물론입니다.”
양지원 본부장이 준비한 것에 대하여 설명을 해나갔다.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한쪽 사이트를 가입하면 프리웨이나 온게임 사이트를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프리페이는 히든 사이트 형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입니다. 별도의 사이트 체제를 도입하여 내부결제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현재 시험 중인데 가끔 시스템 충돌이 발생하고 그럴 경우 사이트가 다운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사이트의 보안을 높이면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그러면 시스템 충돌이 발생해 에러가 날 확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에러가 나면 시스템이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지기 일쑤였다.
“그러면 언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운영프로그램(OS)을 검토하여 용량을 줄이고 시스템이 오작동하는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서비스를 추가할 것이고 시스템이 더 복잡해질 것인데 지금 바로 해결해야 합니다.”
장인걸은 일종의 더미 프로그램, 버그를 삭제하는 작업을 제안했다. 각종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짜깁기하여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보통인데 그렇게 하다보면 필요 없는 명령어가 곳곳에 남아 있고 그것 때문에 오작동이 발생했다. 평상시에 잘 작동하다가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작동을 하여 사이트를 다운시키고 심지어는 변형이 일어나 바이러스로 진화하기도 했다.
“급하다고 하여 그냥 적당히 땜질식으로 수정을 하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입니다. 초장에 잡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프로그래머의 실력을 키워야 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하지만 프리웨이가 포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현재의 인력으로 불가능하면 능력 있는 프로그래머를 영입해야 합니다. 어쨌든 지금 유능한 프로그래머들이 많이 풀려나온 상황이니 필요한 인원을 확보하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나도 시간이 되는대로 코드를 살펴볼까 하니 내 명의로 접근코드를 하나 발급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인걸은 자신의 능력으로 불가능할 것 같지만 모르면 배울 생각으로 상시적으로 각종 프로그램을 열람할 권한을 확보했다. 회귀 전보다 훨씬 머리가 좋아졌기에 어려운 내용도 쉽게 이해가 되었고 한 번 본 내용은 대부분 기억이 가능했다.
장인걸은 IT관련 사업을 시작한 이후에 각종 프로그램과 코드에 대하여 공부하고 있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사이트 제작이나 운용, 각종 시스템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가지게 되었다.
장인걸은 양지원 본부장과 ‘학교가 좋아’의 실무 담당자인 오석진 부장과 별도의 자리를 만들었다. 간부들 전부를 모아 이야기를 하면 너무 의견이 분분해 결론이 나지 않았다.
“포털에서 ongame.com처럼 분리를 하자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아이디공유시스템을 이용하면 회원의 이탈은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접근편의성이 떨어질 수가 있습니다. 일단 기술적인 검토를 해보도록 합시다.”
장인걸은 분리가 답이지만 아직은 만족할 정도의 회원을 확보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보다 지금 프리웨이 회원수가 얼마나 되죠?”
“340만 정도 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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