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19
“어, 네가 웬일이야? 전화를 다하고.”
“내일 고등학교 졸업이라 학교에 가서 축가를 하기로 했다. 가서 준비해야 할 것도 있어 오늘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간 김에 한 번 보자. 저녁에 시간 좀 비워두어라. 그리고 우리 반 친구들 중에 연락이 되는 애들은 거기 오라고 좀 해주고. 오늘은 내가 모두 살 테니.”
장인걸은 너무나 친구들과 소원하게 지낸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다. 더구나 외할머니 상을 당했을 때 많은 동창들이 조문을 왔는데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감사인사도 하지 못했다. 설날에라도 인사를 했어야 하는데 외삼촌 문제로 인해 친구들을 만날 여유가 없었다.
장인걸은 연락을 한 후에 스텝들과 같이 양진으로 이동을 했다. 음향장치를 설치할 인원도 다음날 새벽에 오기로 했다. 졸업식을 하기 전에 작업을 완료해야 했다.
장인걸은 양진에 내려가서 약속장소를 찾아갔다. 양진화로갈비라는 이름을 가진 음식점이었다. 전에 장유현과 같이 가서 식사를 했던 곳이기도 했다.
장인걸이 약속시간에 맞춰 당도하자 이미 황명환이나 진성민을 비롯하여 10여 명의 친구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부르라고 했지만 절반은 다른 반 동창들이었다.
“이정숙, 오랜만이네.”
진성민의 연락을 받고 왔는지 명석대에 다니는 친구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장인걸이 당도하고 난 직후에 10여 명이 동시에 올려오기도 했다.
“저번에 모일 때 오지 못해 미안하다.”
장인걸은 동창회 집행부들이 나타나자 연초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사과했다. 시간을 내려고 하면 낼 수 있겠지만 그런 자리에 가서 웃고 떠들 심적인 여유가 없었다.
“이렇게 모인 것은 내가 조금 바쁜 관계로 동창들 모임에 참석을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야. 마음은 있는데 상황이 그렇지 못하기에 기회가 될 때마다 번개모임을 할 수 있는 것이 고작인 것 같아. 더구나 저번 집안일에 동창들이 많이 와주었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못한 것 같고.”
장인걸은 그 정도로 인사를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상당한 인원이 모였다. 더불어 다음날 후배들의 졸업식에 참석하여 축가를 해주기로 한 사실을 알렸다.
‘물론 엉뚱한 사람들이 왕창 몰리는 것은 문제지만 그렇다고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이 평상시 졸업식과 같으면 그것도 또한 문제이지. 적당히 소문이 나고 적당히 사람이 모이는 것이 좋지. 그렇게 하려고 강당만이 아닌 운동장에도 스피커를 설치하기로 했다.’ 장인걸은 그렇게 말하고 다음날 시간이 나면 학교에 오라는 말도 했다. 장인걸은 꽤나 비용이 들었지만 후배들에게 축가를 해준 것으로 인해 학교와 동문 가족, 지역 주민들 사이에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 수가 있었다. 그 덕분인지 얼마 후에 보고된 앨범 판매실적에서 양진에서의 판매량이 폭증했다.
24. 질주
장인걸은 3월의 서울국제마라톤대회와 4월의 보스턴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 신청을 했다. 다행히 공식대회인 춘천국제마라톤대회의 기록이 있기에 출전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여권은 기존에 만들어 두었기에 미국 비자만 신청했다. 물론 이원희 코치나 민수길 등 몇몇 스텝도 같이 비자를 신청했다.
“서울마라톤 코스는 기존의 코스를 그대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물론 도로보수 문제로 인해 새롭게 계측을 하여 반환점을 조금 조정하겠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기존 분석을 참조하면 될 것입니다. 앞으로 한 달 조금 더 남았는데 실전을 대비한 훈련으로 전환할 것입니다.”
장인걸은 실전훈련이라도 해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기에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훈련의 강도는 조금 낮아진 면도 있었다.
“그리고 몇몇 업체에서 후원계약을 체결하자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잠깐 쉬는 시간에 이원희가 스폰서 문제를 언급했다. 공식적인 제의를 하기보다 비공식적으로 슬쩍 사전에 이야기를 흘려 반응을 살피는 경우도 많았다. 거절을 당하면 그 자체로 마이너스 효과가 생길 수 있기에 신중했다.
“굳이 후원계약을 체결하여 얽매일 필요가 있을까요? 내가 훈련비가 없는 것도 아니고요. 지금 후원계약을 맺으면 잘해야 1년에 몇 천만 원일 것인데 성과를 내고 최소 억 단위는 넘는 것이 이미지를 유지하는 길인 것 같아요.”
“사실 대부분 영세한 중소 스포츠 용품 회사들인데 사정을 하는 상황이라 거절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종의 국산품 애용이나 중소기업 진흥에 일조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홍보모델로 나서달라는 식이죠? 대부분 각종 협회 관계자들을 통해서요?”
이원희는 장인걸이 직설적으로 묻자 곤혹스러운 기색이 되었다. 심지어 그런 논리로 강요하다가 거절하면 돈만 밝히고 살지 말라고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품질이 좋다면 몰라도 제품도 좋지 않은데 국내 업체라고 하여 무조건 광고모델이 될 생각이 없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서 좋은 성적을 내면 100만 달러 이상의 스폰서도 가능한데 그 전에 서둘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장인걸은 이원희의 성향을 알기에 선을 그었다. 이원희는 은근히 국수주의적인 성향을 보였다. 그런 생각은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회사마저 외면하는 행태로 나타나고 있었다. 그저 손해를 보더라도 국내 업체를 선택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었다.
“일단 보스턴 마라톤을 출전한 다음에 스폰서를 받도록 할 것입니다. 두 번의 기회를 통해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아예 나중으로 미룰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육상협회를 통해 들어오는 각종 스폰서를 그냥 무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실상 육상협회에 대한 스폰서와 연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종의 끼워 팔기 형태로 협회에 지원금을 내겠다고 하고 있었다. 장인걸에게 광고료 5천만 원을 준다면 협회에 별도의 지원금을 2천만 원을 주겠다는 식이었다. 결국 협회는 그 지원금을 받기 위해 선수를 압박하여 계약을 맺도록 했다.
그런 효과를 노리고 업체는 협회에 접근했고 협회는 업체의 수작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이권을 확보하기 위해 직접 업체와 접촉하여 중간에서 농간을 부렸다.
제값을 주면 1억을 주어도 거절할 것인데 지원금을 준다는 제의를 통해 7천만 원에 계약을 맺는 얄팍한 수작이었다. 이런 양아치 행태에 동조할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그건 그들의 일입니다. 그들까지 우리가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협회가 선수를 지원해 주어야 하지 선수가 협회를 위해 희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협회라면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장인걸의 말에 이원희는 달리 말을 하지 못했다. 협회는 장인걸이 육상협회의 이익을 위해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일방적인 희생을 그런 식으로 포장하고 있었다. 그것을 이원희에게 은근히 요구하는 상황이었다.
“만일에 그런 요구를 하고 협박을 한다면 그냥 당하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기가수이고 한편으로 국내 최초이자 최대의 포털 사이트인 프리웨이를 운영하는 최고경영자이기도 합니다. 육상협회에 비해 결코 약자가 아닙니다. 그런 사실을 그들이 모른다면 그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줄 용의도 있습니다.”
장인걸은 자신이 명절에, 집안 일로 바빠 외부 활동을 신경 쓰지 못하는 사이에 뭔가 기분 나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쨌든 협회에서 불온한 일을 꾸민다면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확실하게 통보하기 바랍니다.”
장인걸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이원희는 장인걸의 단호한 표정의 얼굴을 보면서 오래지 않아 한 번 사달이 날 것 같아 불안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도발할 인사들이 협회에 수두룩했다.
‘문제가 없으면 좋겠지만 그게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 결국 대비를 해야겠군. 양보를 하라거나 협회를 위해 특정 업체의 광고에 강제로 나가거나 협회 간부의 사익을 위해 동원하려는 시도를 하고도 남는다.’ 지금까지의 각종 스포츠 단체의 행태나 회귀 이전의 행태를 살펴보면 그런 경우가 허다했다. 특정 학교나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패거리 문화는 스포츠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거기에 이권을 노리고 이루어지는 치졸한 행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에 반격하고 나아가 그런 자들을 응징할 힘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프리웨이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아울러 인터넷 신문을 키울 필요도 있다.’ 포털을 소유한 상황에서 온라인 언론을 성장시킬 필요도 있었다. 그렇게 하려면 기존 언론과 대립할 수도 있지만 적절하게 대응을 한다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었다.
장인걸은 자신의 경제력이나 영향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음을 절감했고 이번 식전 공연이나 기념 리셉션 공연은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였다.
오전에 은지네 졸업식을 다녀왔다. 가서 축가를 불렀다. 소문이 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지만 역시 평상시의 졸업식이라고 보기에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축가가 끝나자 상당수의 사람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서울의 학교이지만 음향상태가 좋지 못한 관계로 역시 별도의 음향설비가 필요해 별도의 작업을 했다. 졸업식이 끝나자 은지를 비롯한 큰집 식구들과 같이 식사를 하고 회사로 들어왔다.
회사로 들어온 장인걸은 강진경을 프리웨이 사무실에서 따로 만났다. 직원들은 둘이 대학교 동아리 친구라는 것을 알기에 가끔 만나도 그리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매입할 집을 골랐어?”
강진경이 후보로 선정된 다섯 곳을 보여주었다. 다들 고급주택이라 위치를 표시한 지도와 집의 외관을 찍은 사진, 내부 구조도가 첨부되어 있었다.
“모두 마음에 들지만 이곳이 가장 유망할 것 같은데.”
장인걸은 앞으로 집값이 가장 많이 상승할 지역에 있는 집을 골랐다. 도심에 있지만 교통편이 좋고 도심의 고급주택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2002 월드컵을 전후하여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
“알았어. 여기로 계약하도록 할게.”
강진경은 장인걸이 고르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바로 결정했다. 설명도 듣지 않고 따르니 오히려 장인걸이 당황했다.
“나도 여기가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 가장 가격이 많이 폭락한 곳이기도 하고. 더구나 집주인의 운영하는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아 급매물로 내놓은 곳이기도 하고.”
“그렇게 해. 아마 3~4년 정도 지나면 가격이 급등할 거야. 그보다 언니는?”
“강남에 아파트를 하나 산다고 하더라고. 나머지는 성수대교로 인해 폭락한 로데오거리 쪽의 작은 상가를 하나 구한다고 하더라. 나야 프리웨이에 3억을 투자해서 이 집을 사면 끝이지만.”
“언니도 괜찮은 선택을 한 것 같아. 그런데 프리웨이에서 근무할만해? 근무 시간이 끝난 후에 공부한다면서?”
“재미있어. 그보다 나 부서를 옮겨 줄 수 있어?”
강진경은 현재 해외협력팀에 근무하면서 외국과 발생하는 다양한 종류의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학생이라 정규직원이 아니라 일종의 프리랜서나 마찬가지였다.
“어디로 가고 싶어서?”
“웹툰과 웹소설을 관리하는 쪽이 재미있을 것 같아. 지금은 무료연재만 하지만 조금 지나면 유료연재를 하고 이북도 취급한다면서. 더구나 나중에 자회사로 독립시킨다면서?”
“그럴 계획이지만 거기는 당분간 한계가 있지 않을까? 유료연재가 활성화되어 흑자전환이 되어야 독립이 가능할 거야.”
“물론 그렇지만 유망해 보이던데. 앞으로 콘텐츠를 가진 업체가 유망하다면서.”
“그런 것들은 다 어디서 들은 거냐?”
“회사 안에 조직개편과 사이트 개편에 대한 이야기가 돌고 있어. 더구나 얼마 전에 유료화 관련한 업무회의에서 세법과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사이트 분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고.”
장인걸은 사이트 분리가 답이기에 일종의 로드맵을 간부들에게 말했는데 그것이 사원들에게 다 알려진 것 같았다. 물론 굳이 비밀로 할 필요는 없기에 입단속을 하지 않았다.
“거기서 무슨 일을 하려고?”
“무슨 일을 하긴. 사이트 관리하는 일을 하려는 것이지. 다른 사이트에 비해 적용된 기술이 어렵지 않아 보여. 게임이나 음원, 동영상에 비해 게시판 보드도 간단한 것 같아. 나도 지금 게시판 최적화 방법이나 포스팅 방법을 배우고 있거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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