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20
“알았다. 하지만 팀장도 있고 부팀장도 있는 실정이라 지금은 그저 팀원으로 보내줄 수밖에 없어. 더구나 학교에 다녀야 하기에 정규직도 아니라서. 나중에 판단하자.”
“졸업하고 난 후를 보고 옮기는 것이지 당장 급한 것은 아니야. 아직 부족한 것도 많고. 나중에 사이트 운영자가 되고 싶어.”
강진경은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려는 욕심을 드러냈고 투자를 한 주주이기도 했기에 긍정적으로 이야기했다.
민지훈을 만나는 자리에 마태욱도 같이 자리를 했다. 셋은 실전관에서 운동을 한 후에 간단히 맥주 한 잔을 하기로 하여 자리를 같이 했다.
“마검과 살객이라고 들어 봤죠?”
민지훈이 먼저 같이 자리를 하자고 한 이유를 말하려는 것 같았다. 장인걸도 그들에 대해 모를 수가 없었다.
“들어는 보았죠. 그 둘이 우리나라 최고의 주먹이라면서요.”
“사실 이번에 종로와 강남에 있는 두 조직을 살피다가 명절 전에 두 사람이 만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조직과 연관이 있는 광현이파 조직원이 전에 있던 일에 대해 은근슬쩍 캐고 다니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마태욱의 말에 장인걸은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그들이 장인걸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그 말은 장인걸이 약점을 보이면 언제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이 총 7명인데 그들이 움직여서 납치를 할 수도 있기에 일단 주의를 준 상황입니다.”
광현이파에서 장인걸의 정체는 최고 수준의 비밀로 관리를 하고 있었다. 물론 언젠가 밝혀질 것이지만 최대한 그 시기를 늦추려고 했다. 하지만 알려지더라도 사실을 부인할 것이고 그러면 대중들에게는 그저 낭설로 알려질 것이다.
“그들이 직접 움직이면 곤란할 수도 있겠군요?”
장인걸을 제거하려고 마음먹고 직접 움직이거나 킬러를 보낼 수도 있었다. 막는 것도 귀찮고 그 과정에서 주변인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 어쨌건 좋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습니다. 그들과 은퇴한 우선출 이사는 교류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직접 접촉을 할 수도 있고 대신 복수를 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습니다.”
민지훈이 나서서 그들과 우선출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그들의 주먹 계보를 잇는 존재로 주목을 받고 있었다.
“명륜당이나 리버사이드파에 비하면 광현이파는 중소조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인원도 크게 차이가 나고 사업규모는 열 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우리와 광현이파 정도로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서울의 밤을 그 둘이 지배한다고 보면 됩니다.”
민지훈이 씁쓸한 어조로 말을 했다. 광현이파도 민지훈의 조직에 비하면 공룡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가장 큰 공룡이 나서는 판이라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급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 상황에서 움직이기에는 경제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뭔가 조사를 하고 여기저기 찔러보지만 노골적으로 나서지는 않을 것입니다. 만일 일정 수준 이상으로 행동한다면 응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 정도는 그들도 알 것이라 봅니다. 단순한 소문이라면 그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고 소문이 사실이라면 부딪쳐서 이득이 없을 것이니 한동안 움직이지 못합니다.”
장인걸은 두 사람을 우연히 얼마 전에 보았다. 우선출보다도 기운이 더 강한 자들 둘이 자리를 같이 하고 있었다. 박유환과 권이조를 만나고 주차장으로 가는 상황에서 한 음식점 옆의 주차장에서 막 악수를 하면서 헤어지고 있었다.
장인걸은 두 사람의 정체가 궁금해서 살폈는데 그들이 바로 마검 최용섭과 살객 임치형이었다. 그들은 장인걸을 보았어도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장인걸의 경지가 올라가면서 기운을 갈무리하는 능력이 향상되어 외부에 티가 나지 않았다.
둘 다 나이는 안광현과 비슷한 또래이지만 훨씬 기운이 강했고 더 젊어 보였다. 아마도 마태욱이 접한 정보도 그날의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분명 우선출보다는 기운이 강했지만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출 셋 정도면 한 명 정도는 상대가 가능해 보였다. 나라면 그들이 도주하지 않는 이상 10분 안에 제압할 수 있다. 그냥 죽이려고 한다면 5분 안에도 가능하고.’ 장인걸은 그렇기에 크게 겁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까지 금강경참오기를 제대로 통달한 것이 아니기에 어설픈 면이 있지만 그들을 상대하는 정도로는 충분했다.
더구나 최근 금강나한공에서 경신의 묘리를 발견하여 몸을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는 마라톤을 하는데도 엄청난 효용이 있는 것으로 싸울 때도 움직임을 민첩하게 해주기도 했다. 그래서 고수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야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이쪽 사람들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설마 했다가는 큰일 납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기분이 상하면 칼부림을 하려고 드는 자들이니 말입니다. 또한 온갖 치사한 수법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이쪽만큼 남을 공격하는데 공권력을 많이 이용하는 곳도 없을 것입니다.”
민지훈은 주먹이나 법을 앞세우는 그들의 성향을 알기에 주의하라고 말을 했다. 조금만 빌미를 주면 폭력과 모략을 사용하여 강압적으로 나설 수가 있었다.
“회사에 보안팀을 만들려고 생각중입니다. 사옥 경비를 하고 주요 인물에 대한 경호를 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을 담당하게 할 생각입니다.”
현재 프리웨이나 관련 회사에서 기술이나 정보를 빼내려고 하는 자들이 종종 있기에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했다. 그런 대비를 하지 않으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들이 주목을 하기 시작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그들이 주먹들이지만 어떤 치사한 방법을 동원할지 모르니 주의해야 합니다. 정체가 알려지는 순간 표적이 됩니다. 필요하다면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장인걸은 민지훈의 말에 한동안 대꾸를 하지 않았다. 앞으로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컸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들을 압도할 수 있는 배경이나 세력을 만들어야 했다.
“참, 잘 하면 전방으로 입대할 것 같습니다.”
마태욱은 대충 대화가 끝나자 뜬금없이 군대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누구라고 특정하지 않아도 무슨 이야기인지 다들 알고 있었다. 박상우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래요? 진짜로 아픈 것은 아닙니까?”
“사진을 바꿔치기한 검사관이 검찰에 입건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의사도 마찬가지로 입건이 되었습니다. 현재 압수수색을 벌여 진단서와 소견서를 발급한 기록을 토대로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나서서 책임을 지려는 것 같습니다. 아들을 위한 잘못된 모정으로 정상참작을 노리려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강제신검도 진행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브로커가 도주한 상황입니다.”
“어디로 간지 혹시 알고 있나요?”
장인걸은 마태욱의 말에서 뭔가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어 혹시 하는 생각에 물었다.
“강원도 춘천 인근으로 갔다는 것 같습니다.”
마태욱은 그 소문을 내기 전에 이미 소재를 파악하고 추적을 하고 있었다. 박상우나 그 집안사람이 확실하게 처벌받도록 만들기 위해 사전에 대비를 해두었다.
“적당한 시점에 아는 사람에게 알려 실적을 올리게 할까 고민 중입니다. 멀쩡한 얼라들 빼주는 놈을 봐줄 생각은 없습니다.”
장인걸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잘못한 것은 처벌을 받게 할 필요가 있었다. 자신을 해치려고 하는 미운 놈인데 그런 꼬투리를 잡았으니 당연했다. 없는 죄를 만들어 음해하는 것은 아니기에 죄책감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병역비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시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일 이번 일이 알려지면 큰일이 나니 절대로 꼬리를 밟히지 말아야 합니다.”
“흔적을 지웠고 그저 멀리서 모니터링만 하고 있습니다.”
마태욱도 사안의 중요성을 아는지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장유현과 한정수는 자주 어울리는 사이라 그런지 저녁 약속을 한 자리에 한정수도 같이 나왔다.
“축하드려요. ‘태양의 계절’이라는 드라마에 주연으로 들어가기로 했다면서요.”
“거의 1년만에 작품을 하는 것이라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렇지 않아도 너에게 문창명 감독이 만나자고 하는데 만나볼래?”
“왜요? 혹시 OST라도 같이 하자고 해서요?”
“그것도 있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조연 중에 밤무대 가수역이 있거든. 그 역할을 네가 했으면 어떨까 싶어서 추천했어.”
그러면서 대본 하나를 건넸다. 대본의 내용은 70년대 초반 상경한 고졸 청년이 사업을 하여 성공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 특유의 삼각관계가 등장하고 뒷골목 건달들과 밤무대를 무대로 하는 암투가 존재하고 있었다.
장인걸은 빠르게 대본을 살폈다. 고작 20분만에 3화 대본을 다 살폈다. 책을 읽는 속도가 누구보다도 빨랐다.
“박대필이라는 인물인가요?”
“맞아. 겉으로는 가수지망생으로 밤무대에서 노래를 하지만 실제로는 동파시장의 뒷골목을 장악한 태산파의 숨겨진 보스, 아울러 주인공을 암중에서 돕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조직원과 부딪치는 것을 방관하기도 하면서 극중의 조율자 역할을 하는 인물이지.”
“아울러 신의 유희를 패러디한 면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맞아. 그리스 신화 중에 나오는 디오게네스의 일화에서 영감을 얻어 창조한 캐릭터라고 하더군. 더구나 뒷골목 보스가 된 사연도 조금 어이가 없지. 주인공이 고 2때 겉으로 드러난 보스인 윤태산과 길거리에서 부딪쳐 싸웠고 결국 윤태산과 부하 다섯을 같이 굴복시키고 암중보스가 되는 내용도 2화에 나오지.”
“재미는 있겠네요. 그런데 내용을 보면 액션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직접 해야 하나요?”
“직접 하면 좋지만 위험하거나 불가능하면 대역을 써야지. 액션연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고난이도의 액션 연기는 박대필이 신분을 감추기 위해 얼굴을 가리고 그러면 대역을 쓰니.”
숨겨진 보스답게 얼굴을 가리는 경우가 많아 대역을 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기에 배우가 액션을 꼭 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종종 카리스마를 드러내는 장면이 있는데 연기력이 상당히 필요할 것 같아요. 내가 그 정도로 분위기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을까요?”
“가능하지 않을까? 저번에 회의 진행을 하는 장면을 보니 대단하던데. 완전 직원들을 압도하던데.”
한정수가 옆에서 끼워들어 부추겼다. 그가 약속시간에 맞춰 오는 동안 먼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다.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연기에서 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아. 너는 발성이나 카메라 워크는 어느 정도 되어 있기에 나에게 연기의 기본 몇 가지만 지도받으면 되는 일이고.”
하지만 장인걸은 박대필을 연기할 자신이 없었다. 겉으로는 허당끼가 있으면서 낙천적인 청년의 모습을 연기해야 했고 뒤로는 거친 깡패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연기해야 했다. 두 가지 성격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더구나 가수로 60년대, 70년대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 있는 가수가 드물어. 비틀즈, 아바, 엘비스 프레슬리, 톰 존스, 리차드 버튼, 잉글버트 험퍼딩크 등의 팝송도 잘 부르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런 인재가 드물어. 결정적으로 박대필처럼 키가 큰 사람이 필요한데 가수들 중에 인물이 좋으면서 키 큰 사람이 없어.”
장유현이 한정수에게 그런 사람이 없는지 문의를 했고 결국 한정수는 장인걸을 추천한 것 같았다. 장유현은 장인걸을 생각했더라도 선뜻 추천하지 못한 것 같았다.
가수이면서도 몸이 좋은 사람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물론 그런 사람이 있지만 옛날 노래를 제대로 부를 가수는 드물었다.
“알았어요.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죠.”
가수로 인기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우로 인기를 얻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었다.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게 만들 수 있었다. 더구나 3집은 연말에 낼 생각이기에 그 사이에 공백을 매울 필요도 있었다. 물론 마라톤을 할 생각이지만 박대필의 분량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었다.
대충 촬영은 3월 초에 시작하여 8월 정도까지 잡혀 있는데 박대필의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 몰아 찍어도 가능했다. 물론 그런 요구를 하기에는 장인걸의 경력이 짧지만 가수로서의 인기나 다른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가능할 수도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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