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23
장인걸은 민수길 본부장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전날 장인걸의 식전 공연에 대한 연예계의 반응을 종합한 내용이었다.
“정부 여당을 지지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났고 그로 인해 정권 차원에서 뭔가 이권을 줄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장인걸이 취임식과 기념 리셉션에서 공연한 것을 두고 이야기가 많았다. 그저 당선자가 호감을 보여 초청을 받아 공연한 것인데 대부분 그런 오해를 하고 있었다.
“또한 프리웨이에 취임 축하 배너를 걸어놓은 것도 정부에 잘 보이려고 하는 행위라고 수군대고 있습니다. 일종의 정부·여당에 대한 아부로 받아들이는 자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가 없는 일이죠. 오해라고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을 것이고. 다른 이야기는 없었나요?”
장인걸은 그런 오해를 한다면 당분간 불이익은 받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들어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다. 정권의 비호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두어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물론 나중에 그로 인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그리고 언론 보도는 우호적입니다. 일단 어떤 의견을 표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프리웨이가 있기에 다소 눈치를 보는 것도 같습니다.”
언론사와 프리웨이는 서로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일부 언론사에서 기사링크를 거부하기도 했지만 회원 숫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기사제공을 거절하면 독자들에게 소외를 당할 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순순히 허락했다.
“뭐, 굳이 그런 것에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행사는 어떤가요? 여전히 하루에 하나를 넘지 않나요?”
“조금 문의하는 숫자는 늘었지만 3월 중순 이후라서 일단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태양의 계절의 촬영일정도 있고 서울국제마라톤대회도 있어 일정 잡기가 곤란합니다.”
장인걸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태양의 계절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하려고 하니 여러 가지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었다.
“일단 2학년 1학기 등록도 끝나고 수강신청도 마무리 하여 시간표가 나왔으니 참고하시면 됩니다.”
장인걸은 민수길에게 학교 수업시간표를 건넸다. 장인걸은 토요일에는 수업을 잡지 않았고 월요일이나 금요일의 수업도 빼려고 했지만 불가능해 이번에는 목요일의 수업을 뺐다. 그날은 전공 필수 수업이 없었다.
수업을 4일로 맞추다보니 보통은 하루에 6교시 정도의 수업을 들어야 했고 교양수업은 시간에 과목을 맞추는 상황이 벌어졌다. 교양과목이야 졸업하는데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는 목적이 컸고 어느 과목을 듣더라도 교양을 쌓는데 도움이 될 것이니 굳이 과목을 따지지 않았다.
수업시간표는 모든 일정을 잡는 지표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맞춰 향후의 다른 일정을 추가해야 했다. 물론 오후 5시 이후에는 시간이 비었기에 그리 문제는 아니었다.
“그리고 3월이 되기 전에 태양의 계절 기본적인 촬영 일정이 나올 것입니다. 그 때 이 시간표와 겹치지 않도록 세부 일정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모든 촬영을 목요일과 주말로 몰아서 잡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3월 14일에 서울마라톤이 있고 4월 11일에 보스턴마라톤이 있으니 그건 참조를 하시기 바랍니다. 서울 마라톤은 앞뒤로 3일 정도, 보스턴 마라톤은 앞뒤로 5일 정도 여유를 두었으면 합니다.”
드라마를 찍는 KTV에서도 마라톤에 출전하는 것이 드라마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기로 했다. 보스턴마라톤의 참가는 학교의 협조도 필요했고 그런 대회의 참가는 허용이 가능하다는 답변도 들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알고 조치하겠습니다.”
장인걸의 일정조율은 다른 연예인의 스케줄에 비해 단조로운 편이라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여름처럼 행사가 줄줄이 잡힌다면 모르지만 지금은 행사가 그리 많지 않아 여유가 있었다.
장인걸은 분당의 한 부동산 사무소에 나와 있었다.
“여기 320평이 평당 250만 원에 나왔습니다. 딱 8억에 나왔습니다. 작년 이맘때쯤이라면 평당 500만 원을 호가했을 것이지만 워낙 급해 이 가격에 나온 것입니다.”
이 매물은 장유현에게 먼저 제의가 들어왔지만 장유현은 별로 이득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거절했다. 다시 한 번 급전이 필요하다고 중개사가 전화를 하자 장인걸에게 연결을 해주었다.
당시에는 상가나 주택의 대지를 분양받고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않은 공지가 꽤나 있었다. 그런 토지가 반값에 매물로 나왔다. 분양가 밑으로 거래가 되었다. 건설회사가 무너지는 상황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
“조금만 깎아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8억은 너무 높은 것 같고 7억5천만 원이라면 생각해 보겠습니다.”
처음 제시한 가격이 8억 원이니 깎을 여지가 있었다.
“그 가격도 분양가보다 2억은 낮춘 것입니다. 일단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을지 이야기는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3천만 원을 깎아 7억7천만 원에 320평의 주상복합건물의 용지로 분양이 된 대지를 매입할 수 있게 되었다.
‘2001년 정도에 직접 건물을 지어서 분양을 하거나 아니면 오른 가격에 처분하자. 그 때면 30억 정도까지 오를 수도 있으니. 분양가 이하로 하락을 하다니.’ 장인걸은 자신이 구입한 토지가 나중에 폭등할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물론 판교의 토지도 그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으로 폭등할 것이니 만족스러웠다.
“그보다 조치원 인근 연기라는 곳에 5천 평의 토지가 나왔는데 4억5천만 원이면 판다고 합니다. 원래는 물류센터 부지로 쓰려고 했는데 경제위기가 오면서 현금이 급해 급매로 처리한다고 합니다.”
부동산업자는 장인걸을 생각한다는 듯이 말을 했다. 하지만 눈치를 보니 장인걸을 일종의 호구로 생각하여 팔리지 않는 매물을 떠넘기려는 것으로 보였다.
“땅은 직접 가서 상황을 살펴야 그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오늘 등기서류를 넘겨주고 가서 직접 살펴보도록 합시다.”
장인걸은 나중에 세종시로 편입이 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직접 가서 살펴야 알 수가 있어 보였다. 장인걸은 회귀 전에 세종시 건설현장에 갔던 기억이 있기에 현장에 가서 보면 그 가치를 알 것도 같았다.
장인걸은 부동산업자와 같이 차를 타고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조치원으로 이동했고 마침내 해당 토지가 있는 곳에 당도했다.
‘위치가 별로인데. 고속도로에서 꽤나 떨어진 곳이고 이곳이라면 2억, 높아도 3억 정도면 충분하다. 저곳이라면 몰라도 이곳은 의미가 없다.’ 그 지역의 토지가 세종시에 편입이 되지만 당장 개발이 되지 않는 지역이기에 그런 가격으로 구입할 생각이 없었다.
“고속도로에서도 너무 멀고 외집니다. 여기는 그저 논이나 밭으로 사용하는 것 외에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더구나 절반가량은 절대농지라서 개발은커녕 거래도 불가능한 토지입니다.”
멀리 건설 현장이던 지역이 보였다. 온통 논밭이라 어디가 어디인지 알기 어려웠지만 금강과 주변의 산을 보니 대충 감이 왔다. 금강과 미호천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하류 방향으로 2~3km 정도 떨어져 있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안 논산 간 고속도로가 나면 교통이 아주 좋아질 것입니다. 그러면 여기 가격도 아주 폭등할 것입니다. 사놓으면 무조건 오릅니다.”
“천안 논산 간 고속도로는 이곳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 도로는 여기가 아니라 강 아래로 한참 떨어진 곳, 공주 쪽으로 길이 나는데 무슨 말씀입니까?”
부동산업자는 장인걸이 모를 것이라 생각하는지 얼마 전에 착공한 고속도로를 언급하여 현혹을 하려고 했다. 장인걸은 헛걸음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 토지를 비싸게 살 생각은 없었다. 반 가격으로 판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굳이 살 이유가 없었다.
장인걸은 백제화학을 인수하기로 마음먹고 박시운 소장을 먼저 만났다. 그 자리는 큰아버지인 장태현 지점장이 만들었다.
“가수 분이 프리웨이를 만들었다고 들었을 때는 돈으로 사람을 고용하여 일종의 유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이룬 것을 보면 돈만 투자한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박시운 소장이 그렇게 말을 했다. 장인걸과 박시운 소장은 식사를 하면서 프리웨이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가 화공과에서 배우는 것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백제화학의 취급품목인 희토류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되었다. 박시운 소장은 장인걸의 지적수준이 뛰어난 것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사실 장인걸은 백제화학에 대해 조사하면서 희토류 분야에 대하여도 공부를 했다. 희토류에 대한 서적이 그리 많지 않아 전자공학과나 금속공학과에 가서 해당 자료를 구하기도 했다. 이런 일에 유진영 교수나 과 친구들의 도움이 컸다.
“백제화학을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아직 검토 단계이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인수를 한다면 희토류 수입 및 그와 관련된 희토류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 전문 기업으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물론 희토류나 희귀광물의 개발에도 투자하여 자원전쟁에 대비하도록 할 것입니다.”
장인걸은 자신이 희토류에 대해 상당히 알고 있는 것을 보여주었기에 그 정도 언급만 했다. 그 말에 박시운 소장의 표정에 기대감이 잠깐 드러났다 사라졌다.
“회사의 인수와 관련된 문제는 채권단과 협상을 할 것이고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는 인수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입니까?”
“맞습니다. 소장님이나 현재의 직원들의 거취가 어떨 것인지, 이후에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 알고 싶습니다. 연구원의 개발계획이나 연구역량은 서류에 나와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백제화학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백제특수금속이라고 해야 회사에서 하는 일과 정확히 매치가 될 것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백제철강 초창기에 제철이나 제강에 필요한 화공약품을 수입하는 업체로 출발한 것 때문에 그런 이름을 사용했고 이후에 백제특수강이라는 특수금속을 생산하는 회사가 생기면서 사명변경을 하지 못한 것까지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특수금속이나 희토류를 취급하고 특수금속에 어떻게 희토류를 첨가하여 생산할 수 있는 생산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희토류에 관한 전반적인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연구파트는 크게 특수금속과 전자소재로 나눌 수가 있고 2~3년 전부터 전재소재에 더 중점을 두고 있고 수입되는 희토류도 전자관련 회사에 더 많이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연구개발도 그 쪽으로 진행 중인 것입니까?”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연구개발예산은 대부분 특수금속에 관련된 부분에 잡혀 있고 연구는 전자소재 분야를 사이드로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러면서 희토류를 수입할 경우에 관련 분야에 대한 가공기술을 알아야 영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전문적인 기술영업의 분야이기에 전문가나 연구원이 필요했다.
“그러면 희토류를 사용하는 전자소재 생산업체에 기술까지 제공한다는 말인가요?”
“일정부분 그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에 대한 대가는 희토류를 판매하는 가격에 일정부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현재는 희토류의 사용을 줄이면서 성능은 그대로, 아니 개선이 된 전자소재를 생산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 중이고 몇 가지는 특허를 출원한 상태입니다.”
그러면서 박시운 소장은 백제화학이 보유하거나 출원한 특허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하지만 특허의 가치에 대하여는 제대로 가치의 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그 가치에 대하여는 평가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도체 소재에 사용하는 희토류를 절약하는 것에 대한 연구는 이미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군. 연구개발비가 없는 상황에서 사이드로 연구하여 그런 성과를 거두다니 놀랍군.’ 부도나기 전에 연구개발예산은 연간 대략 30억 원 가량 책정이 되어 있었다. 대부분 백제철강의 외주용역을 수행하는 것으로 특수금속의 개발관련 건이 대부분이었다.
전자분야에 대한 연구는 예산을 신청해도 배정이 되지 않았다. 철강회사의 자회사이니 당연한 것인지도 몰랐다. 설사 배정을 하더라도 연구예산이 아니라 도서구입비 수준에 불과해 몇 백만 원 정도가 고작이었다.
백제화학에 대한 자세한 상황을 듣게 되자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연구원들을 착취하는 것이 될 수도 있기에 추가적인 보상 방안을 수립해야 하겠지만 어쨌든 인수할 경우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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