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24
장인걸은 2학년 1학기가 개강하자 학교에 등교하면서 아주 중요한 행사를 제외하고 마라톤 훈련과 연기연습을 하는데 주력했다. 겨우내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계속 훈련을 했고 금강나한공의 성취도 올랐기에 기록을 단축할 여지는 많았다.
장인걸은 전공과목이 네 과목이나 되기에 학교 수업에 집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전에 배운 내용이지만 시험을 보려면 충실하게 공부해야 했다.
보통 교재의 내용 중에 교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그 부분에서 시험을 출제했다. 그렇기에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으면 엉뚱한 곳을 공부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그렇게 하면 공부를 해도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다들 스터디를 한다고 하는데 너는 어떻게 할 거야.”
김진수가 다가오더니 물었다. 전공과목은 혼자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서너 명이 한 조가 되어 스터디를 했다. 더구나 대부분의 교재가 영어로 되어 있기에 그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만 해도 쉽지 않았다.
학과 스터디라고 하지만 실상은 교재번역 스터디라고 할 정도로 교재의 독해에 중점을 두는 실정이었다. 교재 내용을 해석하고 그것을 요약하여 발표하는 발제를 준비하는 것이 스터디의 주요 준비였다. 그런 요약본을 모아서 공부를 했다.
“나는 혼자 할까 생각 중이야. 다른 사람과 스터디 시간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해서. 수업을 듣는 것도 빠듯하고. 더구나 두 과목은 LAB까지 있어 시간이 만만치 않게 소요되기도 하고.”
수업만 할 경우 3학점이라면 1주일에 3시간의 수업을 하지만 실험은 수업의 두 배의 시간이 책정되어 있었다. 3학점짜리 전공의 경우에 수업 2시간에 실험 2시간이 배정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유기화학이나 기초화공학은 실험까지 있잖아. 시간이 없어.”
“혼자 할 수 있어? 교재를 이해하는 것도 어려울 것인데.”
“이동시간에 열심히 공부해야지. 1학년 때도 그렇게 했는데.”
장인걸은 전에 다 배운 것이란 사실은 말하지 않고 이동시간에 공부한다고 말을 했다. 1학년 2학기에는 열심히 시험을 준비했지만 과 수석을 결국 최미선에게 내주어야 했고 2등을 하여 수업료만 면제받았다.
아무리 열심히 하고 충실히 공부해도 모두 다 만점을 받을 수는 없었다. 더구나 가수를 하는 것으로 인해 은근히 차별을 받은 면도 있었다. 같은 답안을 적거나 더 내용이 좋아도 가수라는 것으로 인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조금 억울한 마음도 들었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 불이익을 가지고 따지는 것은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장인걸이 계속 과 수석을 차지하면 그것도 오히려 특혜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서울국제마라톤대회가 있는데 참가할 거야? 다른 곳은 멀어서 못가도 국내 대회이니 기회인 것 같은데.”
“이미 참가신청을 했어. 그리고 이번에 성적이 괜찮으면 보스턴마라톤대회도 참가할 생각이야.”
“보스턴마라톤? 학교는?”
“학과장님이나 학장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지 참가하라고 하더라. 본부에서 가수활동 관련해서는 편의를 봐주기 힘들지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허용해 준다고 하더라고. 규정상 허용 가능하다고 하더라고.”
그나마 마라톤은 학교에서 일종의 교과 활동으로 인정을 해준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가수로 활동하는 것은 상업행위라서 편의를 봐주기 그렇지만 마라톤대회 참석은 교육적인 예체능 활동으로 인정이 가능했다. 그렇지 않으면 학교수업을 무단으로 결석하고 참가해야 하는데 어쨌든 다행이었다.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그런 서류야 대회에 참가신청을 하고 참가하면 문제가 없었고 TV로 중계할 경우에 관련 영상이 있을 것이니 문제가 없었다.
장인걸은 백제화학 매각 입찰공고를 보자 바로 유덕환 상무에게 전화를 했다. 공고 내용을 보면 현장실사를 위해서는 3월 8일까지 채권단 사무실에 신청을 해야 협조를 받을 수가 있었다.
“공고를 확인했습니다. 바로 신청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채권단에서 배부하는 입찰안내문과 기업설명서를 수령하도록 할 것입니다. 입찰서류를 먼저 작성하고 현장조사를 하면서 필요한 내용을 확인하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 사무실에서는 경리책임자인 임식현 과장이 이번 일을 책임지기로 했습니다. 필요한 것은 그에게 요청하면 됩니다.”
히어로기획에는 민수길 본부장이 있지만 자금관리나 회계분야는 잘 몰랐다. 그렇기에 사실상의 지주회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상황에서 재무담당자를 고용했고 그가 임식현 과장이었다.
그는 얼마 전까지 부도가 난 청구그룹 재무파트에서 근무하던 사람으로 자금관리나 회계처리에 능통했다. 경제위기 전이라면 그런 사람이 올 리가 없지만 지금은 실업자로 놀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프리웨이의 일도 같이 했기에 이번일도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단 이번에 알아둔 채권단 사람들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것입니다.”
괜히 엄청나게 비싼 가격으로 인수할 필요는 없으니 정보 수집은 필수였다. 2개의 업체가 나서지 않는다면 1차는 유찰이기에 인수할 수 있는 적절한 가격으로 응찰하는 것이 좋았다.
“그보다 10억 원만 투입하고 유상증자를 하지 않는 방안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그냥 부채로 두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유덕환 상무는 유상증자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 대신에 부채를 그대로 두고 3년 후에 갚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3년 거치를 하는데 무이자로 하는 상황이니 부채를 두는 것이 무이자 대출을 하는 것이라는 소리였다.
“그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채권단에서 참가가 예상되는 업체에 대한 정보가 없었습니까?”
“그런 정보는 아직까지 접한 것이 없습니다. 없을 수도 있고 말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그런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사실 지표만 봐서는 굳이 인수해야 할 메리트가 없습니다. 더구나 3년간 고용승계 80% 이상을 맞추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권고사항이자 우대조건이지만 그런 조건을 맞추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더구나 희토류에 대한 인식도 아직 부족하고 그 가치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경제위기 상황에서 부실기업을 인수할 기업은 없었다.
“무리하게 인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적당한 값을 지불하고 인수할 수 있다면 인수하려는 것입니다.”
장인걸은 남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라는 말처럼 유덕환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을 했다. 하지만 당장 몰리브덴 광산을 개발하려면 반드시 백제화학이 필요했다. 그것이 없다면 굳이 백제화학을 인수할 필요가 없었다.
“최대한 꼼꼼하게 살펴 좋은 조건으로 인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니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유덕환 상무가 적당히 알아서 일을 추진할 것이기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통화를 마쳤다. 이미 수임계까지 작성해준 상황이니 굳이 자신이 더 나설 이유는 없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마침내 서울국제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하여 집을 나섰다. 지방에 행사를 나가기 위해 새벽에 출발한 경우가 많기에 매니저들도 익숙하게 움직였다.
출발 1시간 전에 당도하여 대회 본부에 최종 접수를 완료하고 차분하게 준비운동을 하면서 출발을 기다렸다. 이원희는 옆에서 몸을 푸는 동안 적절하게 코치를 하면서 그간 소홀히 했던 급수대 음료도 주최 측에 접수하여 문제가 없도록 했다.
장인걸은 이번에도 가장 우승이 유력한 선수가 세렝 부가티라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작년에 총 8개의 국제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여 무려 우승 7회와 준우승 1회를 기록했다.
준우승한 것도 갑자기 폭우가 내리면서 온도가 10℃ 이하로 떨어진 것 때문에 아프리카 출신인 그가 적응을 못한 탓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때 스웨덴 출신의 마라토너가 2시간 16분대의 기록으로 우승을 했다.
“비는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원희가 비를 언급했다. 세렝 부가티를 비롯한 아프리카 선수들이 차가운 날씨에 폭우가 쏟아지면 약세를 보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날씨를 주목하기도 했다.
“비가 오면 기록이 좋지 못합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우승보다 기록입니다.”
장인걸의 1차적인 목표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는 기록을 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우승을 한다고 해도 기록이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실패라고 할 수 있었다. 최소 2시간 11분대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였다.
“훈련을 충분히 했기에 10분대 안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세렝 부가티를 반환점까지 따라가고 그 이후에 컨디션에 따라 따라갈지 뒤로 한 발 물러날지 결정하면 됩니다. 만일에 40km까지 따라갈 수가 있다면 그 이후에는 스퍼트를 하여 따돌리면 됩니다. 막판 스퍼트에서 승부를 보면 됩니다. 세렝 부가티가 막판 스퍼트 능력이 다소 취약합니다.”
이원희는 매일 하는 일이 그런 일이기에 나름대로 전문가였다. 이미 몇 번이나 들었기에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이원희는 다시 한 번 상기했다.
장인걸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트레칭을 하는데 주력했다. 다 알지만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은 심기일전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일종의 이미지트레이닝 효과를 주었다.
시간이 흐르자 주최 측의 인원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출발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장인걸도 주변에 몸을 풀던 사람이 겉옷을 벗기 시작하자 역시 겉옷을 벗고 복장을 점검했다. 사전에 번호표를 받아 유니폼에 부착했는데 다시 한 번 점검했다. 그런 것으로 실격을 당할 수도 있으니 철저히 살펴야 했다.
“기록이 있기에 이번에는 뒤가 아니라 앞쪽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출발순서도 중요합니다.”
“초반부터 뒤를 따라가면 맥이 빠지기는 하더군요. 물론 그리 큰 차이는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기도 하고요.”
장인걸은 그렇게 말하고 주최 측에서 모이라고 하자 마지막으로 충분히 물을 마신 연후에 출발선 쪽으로 이동했다. 그가 가자 몇몇 선수가 웅성거렸다. 장인걸을 주시하면서 아는 사람들과 뭐라고 이야기를 했다. 주로 장인걸도 참여했다는 이야기였다.
장인걸은 세렝 부가티를 비롯한 비슷한 모습의 아프리카계 선수들을 주시했다. 그들은 출발지점 가장 중간에 모여 있었다. 대략 10여 명이 세렝 부가티를 호위하는 형상으로 섰다.
그들은 일명 부가티 군단이라고 하여 최근 국제대회에서 상위권을 휩쓸고 있었다.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는 중요 마라톤 대회에 그들은 참여를 했고 상금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었다.
장인걸은 그들 옆에 서서 출발 신호를 기다렸고 마침내 신호가 울리자 빠르게 뛰어 나갔다. 초반에 선두에 서지 못하고 뒤를 따라가려면 쉽지 않았다. 더구나 속도가 빠르지 않은 자들을 좁은 공간에서 추월하는 것은 상당히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장인걸은 선두그룹에서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속도가 대략 100m에 15초대로 달리는 것 같았다. 그 정도 속력으로 달리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기에 처지지 않고 보조를 맞춰 달려갔고 1km 정도 달려가자 다들 평소의 속도로 속도를 낮추었다.
그런 속도로 1~2분만 더 달리면 사실 무리를 하는 것이기에 이후의 주행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기에 다들 속도를 줄였다.
그렇게 달리는 가운데 장인걸은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다가 그렇게 달리는 것이 하나도 힘들지 않아 이상했다. 전에는 조금 숨이 차는 느낌이었는데 편안했다. 그렇기에 오히려 주변에 달리는 사람을 살필 여유가 생기기도 했다.
‘아프리카 선수들이 잘 달리는 이유가 있군. 대부분 숨소리가 안정적이고 폐활량이 크다. 이러니 덜 지치는 것이겠지.’ 장인걸은 자신에게 그런 여유가 생긴 것 자체가 신기했다. 또한 기감을 펼쳐 주변을 살피자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감지할 수가 있었다. 자신의 중심으로 그의 주변에 있는 사람의 움직임이 보는 것처럼 감지가 되었다.
‘속도를 올리려고 하는군. 지금 속도가 18초가량 되는데 다들 미세하게 보폭을 넓히면서 피치마저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또한 몸의 기운을 전보다 더 끌어올리고 있다.’ 장인걸도 그들의 변화에 맞춰 달리는 속도를 변화시켰다. 그러자 약간 엇박자가 발생하여 느껴지던 위화감이 사라졌다. 그러면서 최근에 터득한 혼돈의 기운을 불러왔다.
장인걸은 몸 안의 내공을 사용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기운의 소멸을 불러왔다. 내공을 사용하여 질주를 하면 대략 30분, 길어야 한 시간 정도면 몸 안의 기운이 모조리 고갈되었다. 단지 마라톤을 달리는 속도라면 완주를 할 수 있지만 속도를 빨리하면 역시 무리가 갔다.
그렇기에 내공을 사용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힘이나 속도를 높일 수가 있지만 무리가 가는 일이었다. 그저 나중에 후유증이 없도록 신체를 강화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장인걸은 한계가 있다고 하여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몸 안의 내기가 아닌 다른 기운을 사용할 생각을 했고 체외에 무한할 정도로 존재하는 혼돈의 기운을 주목했다. 그리하여 혼돈의 기운을 이용할 방법을 강구했고 완전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효율적인 방안을 찾아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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