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25
‘몸 안에 있는 내공을 10% 정도만 사용하면서 최대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는 것이지. 바로 몸 밖에 존재하는 혼돈의 기운을 이용하는 것이지.’ 장인걸은 원경희와 헤어진 직후에 폭음을 하거나 흥청망청 할 상황이지만 그런 위기를 넘기는데 도움이 된 것이 혼자 집중할 수 있는 장르 소설과 만화였다.
직장에서 퇴근한 이후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아 허전한 마음에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웹툰을 발견했고 한동안 웹툰에 빠졌다. 하지만 웹툰은 그 수량이 한정적이었다. 두세 달이 지나자 읽을 것이 없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장르 소설이었다. 무려 2년을 봤어도 아직도 많은 소설이 남아 있었다. 아무리 읽어도 한 달에 20만 원 정도면 충분했다. 대여점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한 권을 대여하는데 싸면 500원에서 비싸면 1000원이었다.
그 때 읽은 소설 중에 판타지도 다수 있었는데 기사와 마법사에 관한 설정 중에 기사는 몸 안의 마나를, 마법사는 몸 밖의 기운을 주로 이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장인걸도 이런 내용이 저절로 떠올랐고 몸 밖에 있는 풍부한 혼돈의 기운에 자연적으로 눈이 갔다. 보통 내공으로 전환하는 일반적인 기운, 자연의 기는 도심이나 도로에는 그 밀도가 희박했다. 하지만 혼돈의 기운은 주변 환경에 상관없이 균일하게 분포했다. 그렇기에 자연의 기보다 사용도 용이했다.
처음에는 한 자리에서도 외부의 기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지만 나중에는 달리면서도 사용이 가능했다. 몸을 강화하는 것은 내공을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소모적으로 기운을 사용할 경우에는 외기나 내기나 큰 차이가 없었다.
장인걸은 천천히 내기를 일으킨 다음에 외부의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자 외부에 존재하는 혼돈의 기운이 몸안의 기운과 연결이 되었다. 사실 몸 안의 기운을 구심점으로 이용하여 외부의 기운을 조정하는 작업이었다.
내기가 외부로 뻗어가면서 가는 실처럼 퍼져나갔고 그런 실은 나뭇가지 형상을 갖추면서 주변에 외부의 기를 이용하여 무성한 잎을 만들었다.
그렇게 하자 주변에 대한 기감은 훨씬 더 넓게 퍼져갔고 뒤로 따라오는 모든 선수와 연도에 자리한 구경꾼들, 주변에서 움직이는 각종 차량까지 모두가 인식이 되었다.
장인걸은 내기에 이끌려 들어온 외기를 이용하여 기운을 북돋웠다. 그렇게 하자 보조를 맞춰 달리는 것이 아주 천천히 걷는 것처럼 힘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공으로 몸까지 강화한 상황이라 보통 사람이 걷는 것으로 인해 쌓이는 피로까지 다 날려 보내는 것 같았다.
장인걸은 선두그룹에 속해 달리고 있었다. 전에는 2진이나 3진 그룹에 속했지만 이번에는 기록을 단축하고 내심으로 우승도 노리고 있는 상황이기에 선두그룹에 속해 달렸다. 그런 모습은 다른 사람들 시선에는 악착같이 선두를 따라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 코치, 요즘 장인걸 선수의 컨디션은 어때요?”
이원희가 대회 본부에 마련된 지도자 대기실에 들어가자 강정 팀의 함진영 감독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함진영 감독의 표정에는 복잡한 감정이 서려있었다.
경쟁자이자 국내 마라톤 중흥의 기수로 장인걸이 떠오르기에 견제를 하기도, 그렇다고 응원을 하기도 곤란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저번에 아슬아슬하게 전영호가 이긴 상황이니 이번에는 역전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아주 좋아요. 겨울에 많은 훈련을 한 덕분에 더 잘 달리는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선두그룹에 섞여서 달릴 수도 있고요.”
장인걸은 선두그룹 20여 명에 속해서 달리고 있었다. 그대로 따라만 간다면 좋은 기록이 기대되었다.
“춘마 때보다 몸은 더 좋아진 것 같아. 달리는 것도 가벼워진 것 같고 주법도 훨씬 깔끔해졌고, 하지만 키는 더 큰 것 같아. 190은 되어 보이는데.
단거리라면 몰라도 마라톤 선수로는 너무 큰 것이 아닌지 몰라.”
“저도 키가 크면 불리할 줄 알았는데 키가 크니 좋은 점도 많더라고요. 체력, 특히 지구력만 받쳐준다면 오히려 작은 선수보다 훨씬 유리한 면도 많아요. 전영호 선수나 강원탁 선수보다 훨씬 편하게 달리는 면도 있어요.”
이원희는 전방에 보이는 TV화면을 보면서 그렇게 말을 했다. 화면에 선두그룹에 속해서 뛰는 한국 선수 세 사람을 차례로 보여주고 있었다. 전영호나 강원탁은 피치를 빠르게 하여 달리는데 장인걸은 롱피치 주법으로 성큼성큼 달리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롱피치 주법으로 보일 것이지만 일반 주법이나 차이가 없어요. 오히려 일반적인 선수의 피치보다 조금 좁고 느리죠. 그 때문에 옆에 달리는 선수는 참 곤혹스러울 것입니다. 엇박자가 나는 상황이니 말이에요.”
함진영 감독은 이원희의 말에 무슨 소리인가 하는 표정으로 화면을 보는데 장인걸의 주변을 달리는 자들의 표정이 좋지가 않았다. 장인걸은 다른 선수들과 엇박자를 내고 있었다.
다른 선수가 여덟 번 가량 피치를 하는 동안 일곱 번만 피치를 내고 있었다. 그렇게 하니 은근히 장인걸의 움직임은 다른 사람의 리듬을 깨뜨리고 있었다. 자신과 달리 움직이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 신경이 거슬리는 것 같았다.
“본인은 신경을 쓰지 않지만 다른 사람은 신경을 쓰기 마련이죠. 물론 다른 사람과 달라서 장인걸 선수도 조금 어색한 면도 있지만 일상에서도 그런 경험이 많기에 그리 문제는 아닙니다. 평소에 일반인처럼 걸으면 일반인은 종종걸음으로 달려야 보조를 맞추는 실정입니다. 나나 다른 매니저들이 그것으로 인해 아주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이원희의 말에 함진영 감독은 말을 하지 않았다. 선수 증에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종의 왼손잡이 효과와 비슷한 경우였다.
“이번에 우리 강원탁이나 전영호를 제치는 것이 목표요?”
“저번에 다음에는 우승을 다투는 레이스를 한다고 했지 않아요? 이번에는 아프리카 선수들과 우승을 다툴 것입니다. 클라튼에서 나온 변속 러닝머신으로 1시간 이상 달릴 수가 있어요.”
그 회사의 변속 러닝머신으로 달리면 마라토너도 30분 이상 달리는 것이 불가능했다. 물론 속도를 낮추면 되지만 시속 20km, 100m에 18초로 달린다면 그 정도가 한계였다.
1시간을 달린다면 세계 정상급 선수라는 의미였고 불행하게도 국내에는 그런 선수가 없었다. 함진영 감독의 표정은 귀신을 본 것처럼 놀람이 가득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장인걸이 전영호나 강원탁의 수준을 이미 능가했다는 소리였다.
마라토너의 경우에는 전성기가 25세 이후에 오는 것이 보통이었다. 내구성과 지구력, 거기에 강인한 정신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 정도 나이가 되어야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
“정말이라면 다시 한국 마라톤의 대들보가 등장한 것 같습니다. 한국 기록도 경신할 수도 있고요.”
“아직 경험이 적어 그 정도는 모르지만 최소 2시간 11분은 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35km 지점까지 선두그룹을 따라갈 수 있다면 우승도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함진영 감독은 강정 육상팀에 장인걸 같은 유망주가 없는 실정이라 아쉽기 짝이 없었다. 더구나 최근에는 운동신경이 좋은 스포츠 유망주들이 힘만 들고 장래가 불투명한 육상보다 축구나 야구 같은 운동을 더 선호하고 있었다.
“발걸음이 가벼운 것을 보니 지난겨울 동안 훈련을 제대로 한 것 같습니다. 가수활동을 하면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을 보면 정신력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함진영 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장인걸을 칭찬했다.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억지로 하라고 하지 않아도 혼자 잘 합니다. 어떨 때는 저렇게 훈련을 하고 다음날 일어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합니다. 그렇게 하고도 다음날이면 쌩쌩하게 일정을 소화하고 다시 운동을 합니다.”
이원희는 장인걸이 급격하게 실력이 좋아지는 것은 강한 훈련 때문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그런 사실을 알렸다. 이원희와 함진영 감독이 대화를 하자 주변의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잇는 사람 절반은 선수를 따라온 지도자들이고 절반은 기자들이었다.
장인걸은 세렝 부가티와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과 선두그룹을 형성하여 반환점까지 같이 달려갔다. 한국의 전영호나 강원탁도 뒤처지지 않고 악착같이 따라오고 있었다. 국내 대회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충실하게 훈련한 것 같았다.
대략 15명 정도이던 선두그룹은 반환점을 돌자 1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세렝 부가티를 비롯한 아프리카 선수들이 일제히 속도를 올렸기에 힘들게 따라온 선수들은 뒤로 처질 수밖에 없었다. 장인걸은 아직까지 그리 힘이 들지 않았기에 무난하게 그들의 뒤를 따라갈 수 있었다.
‘반환점 기록을 보면 춘마 때보다도 더 좋은 것 같은데. 1시간 2분 30초대이니 이대로 달리면 2시간 7분대까지 가능할 것도 같아.’ 장인걸은 반환점을 돈 후에 그런 생각을 했다. 세렝 부가티를 비롯한 아프리카계 선수들이 속도를 올리자 같이 속도를 올려 따라갔다.
‘속도로 장난을 치겠군. 하지만 이들도 한 번 정도 당할 필요가 있어. 지금 속도를 16초대까지 올리다니 최근 기록이 2시간 7분대를 넘지 못하는 이유가 있군.’ 장인걸은 아프리카계 선수들이 우승을 노리는 주행을 하는 탓에 기록이 부진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봤는데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대회기록 경신 상금이 우승상금보다 적은 편이니 굳이 기록경신을 노릴 이유는 없겠지. 하지만 이런 자들로 인해 기록이 퇴보하는 것은 문제이다.’ 아프리카 선수들이 16초대로 200m 가량을 달리다 점점 속도를 줄였지만 장인걸은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을 무시하고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프리카 선수들이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냥 무시하고 빠르게 달려 나갔다.
속도를 막 줄이는 상황이라 그들은 대응이 늦었고 순식간에 3~4m 정도 차이가 벌어졌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5m 이상으로 벌어졌다. 조금 지나자 10m 정도까지 거리가 벌어지자 결국은 아프리카 선수들이 속도를 높여 장인걸을 뒤쫓았다.
‘한국 선수는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군. 전영호나 강원탁이나 뒤로 처지고 말았어.’ 선두그룹에서 갈라져 나간 2진 그룹이 30m 정도 뒤에 따라오고 있었다. 그들도 레이스를 포기한 것은 아니고 선두그룹이 지치면 언제라도 역전할 수도 있었다.
장인걸은 300m 정도를 더 달리다가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이미 기존의 선두그룹과는 15m 정도 차이가 나는 상황이었다. 장인걸은 아프리카 선수들의 동태를 살폈다. 전에는 그런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세렝 부가티는 스와힐리어와 영어를 사용하고 있었고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영어도 스와힐리어의 영향으로 인해 알아들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들이 내뿜는 기운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기에 대충 무슨 내용을 말하는지 짐작이 가능했다.
그들은 당황한 기색이었고 상당히 분노한 상태였다. 자신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장인걸이 움직인 것으로 인해 일종의 응징을 하자는 의견이 분분했다. 결국 그들은 장인걸을 추월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장인걸은 그들이 속도를 높이려고 하자 다시 한 번 속도를 높였다. 뒤돌아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신들의 의도를 아는 것처럼 다시 속도를 높이자 그들은 더 거리가 벌어지기 전에 따라잡고자 악착같이 쫓아오기 시작했다.
장인걸은 적당히 달리다가 속도를 약간 줄였다. 대충 300m 정도 달리자 5m 정도까지 거리가 좁혀졌다. 더 빨리 달려 도망갈 수도 있지만 일부러 그 정도까지 거리를 좁혀 주었다.
장인걸은 순순히 그들에게 잡혀줄 생각이 없었다. 그들 중에 한 사람이라도 추월을 한다면 교묘한 방식으로 진로방해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몇 사람이 번갈아 가면서 방해를 하면 당장 짜증이 날 것 같았다.
장인걸은 따라잡히지 않기 위해 도망가는 것처럼 다시 속도를 높였다. 그렇게 추격전이 전개되었고 장인걸은 따라잡히지도 그렇다고 아예 그들과 거리를 벌리지도 않은 상태로 25km 지점을 통과했고 그들과 몇 번 추격전을 벌이는 사이에 30km 지점까지 통과를 했다.
그들은 잡힐 듯 하면서 도망을 치는 장인걸로 인해 열이 받은 것 같았다. 심지어 소리를 듣고 도망간다고 생각했는지 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다가오기까지 했다. 하지만 기감으로 그들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장인걸이기에 그런 행위는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장인걸은 다른 선수들과 최대 20m, 최하 5m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앞에서 달려갔다. 더구나 바람마저 등 뒤에서 약하게 부는 상황이라 선두로 달려가는 것이 그렇게 손해는 아니었다.
장인걸은 기록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30km 통과시간이 1시간 31분으로 그리 나쁜 기록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장인걸이 장난질을 한 덕분인지 선두그룹에 있던 10여 명의 아프리카계 선수가 이제는 고작 네 명으로 줄었다.
유력한 우승후보인 세렝 부가티는 여전히 그들 사이에 있었고 그들은 장인걸을 뒤쫓아 오고 있었다. 장인걸은 18초대로 달려가다가 뒤에서 쫓아오면 속도를 조금 올렸다. 그들은 몇 번 추격하다가 추월에 실패하자 장인걸을 무시하고 자신들끼리 일정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예 장인걸을 무시하는 것 같았다.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무시하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장인걸이 제풀에 지치거나 데드포인트에 도달할 때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장인걸은 데드포인트가 그리 두렵지가 않았다. 아예 그런 순간을 겪지 않고 완주할 정도의 체력을 가지고 있었다. 더구나 내공과 혼돈지기를 이용하여 체력을 비축한 상황이니 전처럼 머리가 멍한 상태도 아니었다.
장인걸은 30km를 지나고 아프리카 선수들이 무시하자 17초 중반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자 조금씩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장인걸이 속도를 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앞으로 계속 치고 나가니 너무나 거리가 벌어질까 걱정이 되는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장인걸은 급하게 속도를 올려 따라오는 아프리카 선수들을 보면서 내심 미소를 지었다. 속도를 높여도 거리가 줄어들지 않으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장인걸은 1km 정도를 동일한 속도로 달렸고 20m 정도 벌어졌던 거리가 40m 가량 벌어지게 되었다. 그 정도라면 따라오기 어려운 거리는 아니지만 10km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거리였다.
장인걸은 조금 속도를 줄여 18초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장인걸은 기감을 축소한 상황이라 끝자락에서 다른 선수들의 종적이 느껴지는 정도였다. 일단 그 정도의 거리를 계속 유지하면서 달릴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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