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27
“세렝 부가티나 몇몇 아프리카 선수들이 인터뷰를 했는데 보스턴에서 다시 한 번 승부하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아울러 그 때는 지금처럼 당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코스 이야기를 하더군요.”
“코스요? 서울마라톤이 그들에게 불리했나요?”
“세렝 부가티의 장점이 부가티 질주라고 하여 내리막길을 질주하는 것인데 사실 서울마라톤코스는 평탄해서 그런 질주를 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서울마라톤 코스와 달리 보스턴마라톤 코스는 경사가 큰 편입니다. 그래서 추월을 못했고 레이스 도중에 방해를 하지 못한 면도 있습니다.”
반환점을 돈 이후에 그들은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지만 장인걸이 추월을 당하지 않은 덕분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들이 반칙을 하려고 해도 잡히지 않으니 그것도 불가능했다. 반칙도 곁에 있어야 가능했다. 돌팔매질을 하지 않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레이스 도중에 종종 충돌이 발생하여 둘 다 실격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는데 그런 일도 근접해야 가능합니다. 아마도 다음에는 아프리카 선수와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강력한 라이벌과 동시에 자폭을 하여 동료의 승리를 돕는 경우도 있었다. 달리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 쌍방과실로 처리하여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충돌이 나면 무조건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보통 교통사고도 어느 한쪽의 과실보다는 쌍방과실로 판정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소 주의 의무 소홀이나 전방주시태만이라는 이유를 붙여서라도 7:3이니 8:2니 하는 식으로 판정을 내리는 것과 비슷했다.
“마라톤 도중에 선수들끼리 부딪쳐서 중도에 그만두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하죠?”
“그렇습니다. 유력한 우승후보가 레이스 도중에 접촉사고를 당해 레이스를 포기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합니다. 단순한 사고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종의 저격일 경우가 많죠. 마라톤만이 아니라 육상 종목 중에 오픈트랙 종목, 장거리 달리기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일이죠. 반칙으로 실격을 당하더라도 단순 실수라고 주장하면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경징계에 그치고 말죠. 설사 고의성이 입증되어도 레이스 도중에 승부욕이 지나쳐 실수를 한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원희는 그런 일이 없다고 할 수 없기에 그런 사실에 대하여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다. 스포츠 경기가 정정당당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허구였다. 이기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특히 마라톤에서 세렝 부가티 군단이 득세하면서 레이스 도중에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석연치가 않았다.
사고라고 해도 큰 사고가 아니라 레이스를 하다가 가볍게 접촉사고를 하는 정도였다. 서로 선두를 다투다가 가볍게 충돌하는 일이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면 밸런스가 파괴되어 두 선수 모두 좋은 성적이 나지 않았다. 설사 완주를 하여 순위권에 들더라도 접촉사고를 빌미로 하여 이의를 제기하면 둘 다 실격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저들도 단단히 벼르고 나설 것 같군요. 보이지 않게 자신들 외에 다른 자들은 배척을 하던데 말입니다. 중간에 누가 끼어들면 은근히 밀어내고요. 그러면서 신경을 건들면서 슬쩍슬쩍 달리는 것도 방해하고요.”
아마도 다음에는 초반부터 질주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실수를 가장한 충돌로 인해 실력을 당하거나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아프리카계 선수들에게 있어 상금은 유일한 소득원입니다. 사실 광고주들은 그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들을 내세워 광고를 해도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하는 실정이고요. 사실 우리 눈에는, 흑인은 그 얼굴이 그 얼굴이죠.”
아프리카계 선수들이 가진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었다. 광고모델로 그리 값어치가 없다고 했다. 광고는 소비자와 공감을 하는 것인데 인종이나 국적이 다른 그들이 등장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들이 득세를 하면서 마라톤이 국제스포츠 시장에서 외면을 받는다는 말이었다. 골드라벨대회도 그들이 득세하면서 스폰서가 끊기거나 지원금이 줄어 상금을 줄였다는 내용도 있었다. 심지어는 대회를 폐지한다는 이야기마저 나오는 실정이었다.
“그들은 다른 수입이 없어 상금에 목을 맨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들에게 새롭게 등장하는 경쟁자는 자신들이 받을 상금을 가로채는 도둑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장인걸은 마피아도 아니고 그런 커넥션이 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결국 그들 중에 누군가 나서 장인걸과 동귀어진 하여 양패구상의 상태를 만들 것이니 대비가 필요했다.
“열심히 훈련하여 압도적인 실력을 갖추는 것이 최선일 것 같군요. 한 번 정도 압도적인 능력을 보이면 그 후에 허튼 수작을 벌이지 않을 것입니다.”
장인걸은 다음에는 초반부터 최대한 빨리 선두로 나서 압도적으로 레이스를 주도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계주가 아니기에 선두에 나서면 그 후에 부딪치는 사람은 그만큼 빠르게 달려와야 한다는 점이었다.
서울마라톤에서 달리는 것처럼 선두에서 달리면 코미디가 벌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행위를 적당히 회피하면서 의도를 드러내 보인다면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것도 같았다.
‘개가 사람을 물면 평범한 뉴스이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해외토픽이 되지. 그것처럼 반칙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럼에도 극적으로 회피하고 우승한다면 모두에게 나를 알릴 수도 있다. 한국이 아닌 국제적인 수준의 인지도가 필요하다.’ 장인걸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보스턴에서 어떻게 레이스를 운영할지 고심하기 시작했다.
장인걸이 서울마라톤에 출전하는 동안 공인회계사인 유덕환 상무는 백제화학에 대한 실사를 마쳤다. 실사한 자료를 토대로 입찰관련 서류의 초안을 작성하여 히어로기획에 제출했다.
장인걸은 아직 몸이 정상으로 돌아온 상황이 아니지만 집으로 불러서 1차 보고를 받았다. 겉으로는 힘들다고 했지만 사실 일요일에 집에서 운기를 계속하여 이미 회복이 된 상황이었다.
학교에 가서도 별로 아프지도 않지만 아픈 것처럼 느리게 움직였다. 사람들은 당연히 아파야 정상이라는 시선을 보내니 억지로라도 아픈 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쪽 외에 현장실사를 나온 업체가 있었습니까?”
“다른 업체는 없었습니다. 채권단에서 입찰안내서를 수령한 업체도 없는 것으로 압니다. 조사를 해보아도 크게 메리트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실사를 한 결과 자산을 보수적으로 산정할 경우 55억 원, 최대한 무형자산의 가치를 반영해도 68억 원에 불과합니다.”
유덕환 상무가 조사한 내용을 설명했다. 자산을 제외하고는 현장실사 과정에서 달리 파악할 내용은 없었다. 부채는 이미 채권단에서 확정한 상황이니 손을 댈 것이 없었다.
“부동산의 경우에 감정평가회사에 의뢰를 하여 받은 평가서가 있는데 이것은 경제위기가 오기 전에 받은 것이라 지금은 20% 정도를 디스카운트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백제그룹이 부도가 난 직후에 받은 감정평가였다. 그렇기에 제대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반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면 자산 60억 원을 기준으로 하여 110억 원의 부채 탕감을 요청하도록 하죠.”
장인걸은 나중에 10억 원 정도 더 자산 가치를 인정할 수도 있지만 일단 최저가에 근접한 가격으로 응찰하기로 했다. 물론 이번 응찰에서 다른 업체가 나서지 않으면 유찰이 되고 그러면 20%의 추가 인하요인이 발생할 것이지만 2차 입찰까지 유찰되면 나중에 수의계약 단계에서 불리할 수도 있었다.
“혹시 추가 융자를 받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채권단에 의하면 운영자금 명목으로 10억 원 정도는 융자를 해줄 것도 같습니다. 물론 고용유지나 부가 조건이 있겠지만요.”
순간 장인걸은 어떻게 박시운 박사가 3억 원으로 30%의 지분을 확보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도 융자를 받아서 운영자금을 확보한 덕분에 유상증자를 하지 않고 회사를 운영한 것 같았다. 물론 10억이 아니라 20억 정도를 융자받은 것 같았다.
“이번에 유찰이 되면 다음에 20억 원의 운영자금 대출을 요청하는 방향으로 합시다. 우리가 그렇게 해도 백제철강을 매각하기 위해 백제화학을 정리할 것입니다. 신정부로서는 공적자금을 투자해서라도 부실기업을 정리하려고 할 것입니다. 채권단도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려면 빨리 처리하려고 할 것이고 말입니다.”
부실채권을 무조건 상각 처리할 수는 없고 절반가량 공적자금으로 지원받았다. 그냥 받는 것이 아니라 정리가 끝나야 신청이 가능했다. 공적자금 수백억, 수천억 원에 비하면 20억 정도는 아주 작은 금액에 불과했다. 누군가 부실기업인 백제화학을 떠맡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었다.
“그렇게 하죠. 20% 가격인하보다 추가융자를 요구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런 방향으로 서류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조성된 40조의 공적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다들 매각을 서두르고 있으니 이번 기회를 이용해야 합니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이 된 공적자금은 취지와 달리 눈먼 돈 취급을 받고 있었다. 부실기업 하나당 수천억 원까지 지원을 받는 상황이었다. 이런 지원은 부실기업을 인수한 기업과 채권단의 배를 불려주는데 사용이 되었다.
“대충 백제철강에 지원되는 공적자금이 4천억 원에 달할 것입니다. 물론 나중에 반환을 해야 하지만 다양한 이유를 붙여 상환하지 않고 미적거릴 것입니다.”
유덕환 상무도 이미 정보를 파악한 상황이라 그렇게 말을 했다. 이번에 지원되는 공적자금 대부분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탕감이 이루어져 결국 회수를 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절반 이상의 금액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장인걸은 몸이 조금 회복되자 학교에 가서 유진영 교수를 찾아갔다. 어떻게 보면 가장 말이 잘 통했다.
“다음에는 보스턴에 간다고?”
“그럴 계획입니다. 학교에서도 그 기간 동안 출석인정을 해준다고 하던데요.”
“너야 학교 수업을 빠지지 않으니 교수들도 입장이 곤란하지 않아 다행이지. 야구부 녀석들 때문에 경영학과 교수들 경고 먹었다고 하더라.”
“들었어요. 시합기간도 아닌데 훈련한다고 수업을 아예 빼먹었다면서요. 그런데도 학점은 B학점 이상을 주었다면서요.”
“B학점 이상이 되어야 장학금 수여자격이 되니 어쩔 수 없지. 오늘은 인사를 할 거냐? 본부에서 총장님이 너 좀 얼굴 보자고 나한테 연락을 했더라.”
“교수님에게요?”
“네가 교수 취급 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고 소문이 나서 그런 것 같아. 다른 교수들은 아예 인사도 다니지 않잖아.”
“그거야 친하게 지낼 이유가 없으니 그렇죠. 더구나 제 성향과 맞지 않는 면도 많고요. 굳이 말을 섞다가 생각이 달라 얼굴 붉힐 이유는 없죠.”
“하여간 너도 문제다. 벌써 어린 애가 꼰대 기질은 다분해서.”
“꼰대요?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그런 사람인데요.”
“너는 꼰대 맞아. 진짜 꼰대. 네가 싫어하는 사람은 남에게 엄격한 사이비 꼰대이지. 정말 피곤한 스타일이야.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하고, 아쉬운 소리 할 상황을 피하려고 기를 쓰잖아.”
“알았어요. 총장님이 왜요?”
“학교의 명예를 드높였잖아. 네가 유니폼에 명석대학교라고 앞뒤로 붙은 글자가 34분이나 나왔다고 하더라. 본부 홍보과에서 시간까지 쟀대.”
“그래요? 소속이 없어서 그래도 학교 이름이라도 붙여야 허전하지 않을 것 같아서 붙였는데요. 그렇다고 프리웨이를 붙이자니 너무 속이 보여서요.”
“좋은 거지. 그런데 광고 들어오지 않았어?”
“이번 우승하기 전에는 마라톤을 취미생활로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지 스폰서가 붙지 않더라고요. 이제야 몇 군데 큰 건이 들어와서 협상 중이에요.”
“하긴 연예인이 인기 얻으려고 골프니 축구니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겠다. 그러면 이제 학교 이름은 이제 안 달겠다.”
“당장 타결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보스턴까지 갔다 와서 계약하는 것이 이득일 것 같아서 그 후로 미룰 생각입니다.”
“그래? 음, 거기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자신만 있다면 그것이 더 좋을 수도 있지. 세계적인 스포츠웨어와 손잡으면 수백만 달러도 받을 수 있으니. 시간 되지? 학과장님에게 연락을 할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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