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30
주류공급업체는 보통 구마다 하나나 둘을 허가 내주는 편이기에 한 회사가 몇 개 구를 아우를 수는 없었다. 조직에서는 바지 사장을 내세워서 이름을 달리하여 운영했다.
“망둥이가 100억에 넘긴다고 제안을 했는데 어떨 것 같아?”
“하지만 그렇게 하다가 인근의 리버사이드파와 충돌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일로 마검이 우리를 노린다는 말도 있는데 말입니다.”
김기정 실장이 반대의 의견을 제시했다. 반대쪽으로 진출을 하다가 본진마저 위험할 수도 있었다.
“지금은 옛날과 다릅니다. 한 번 면밀히 검토하고 다른 조직에 협조를 구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리버사이드파와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치성 전무는 다른 두 사람과 달리 찬성하는 것 같았다. 지금은 주먹으로 해결을 하는 시대가 아니었다. 조직들도 돈이 최우선 과제였다.
“일단 이야기를 해봐야지. 그보다 양치리 녀석도 사업이 되지 않아 부도를 내고 잠적하려는 것 같아.”
안광현 회장에게 당하고 난 다음에 양치리 양성필은 다른 전국구 조직인 망둥이파의 보호를 받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안광현 회장은 기존에 있던 한성기획을 비호하면서 견제를 했다.
“전주인 문성학이 자금의 여유를 주지 않고 배당을 받아가니 지금 같은 불경기에는 버티기 힘들 것입니다.”
문성학은 조직과 다소 거리가 있지만 전국구 사채업자였다. 그렇기에 전국구 조직들도 함부로 건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여러 업자들에게 사업자금을 대주고 배당을 챙겨 갔는데 그 조건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한 번 그의 촉수에 걸리면 영원히 벗어나기 어려웠다.
“용역업체를 만들어서 사업을 하나 더 하려고 했는데 지금의 사태가 벌어지니 손해만 커진 것 같습니다.”
문성학의 지배에서 벗어나려고 하다가 오히려 빚만 늘어난 상황이라 감당이 어려워지자 도망치려고 하는 것 같았다. 더구나 망둥이파마저 흔들리니 지금까지 덮어오던 문제마저 불거질 상황이었다.
“먼저 보내야겠군. 괜히 애꿎은 사람들만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망둥이는 완전 몰락할 수도 있으니. 물론 문성학이 가만히 있지도 않겠지만.”
밑의 녀석이 일을 저지르고 내빼면 도의적으로 망둥이 원성환이 책임을 져야 했고 그러면 망둥이파 전체가 문성학에게 잡혀 먹히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
폴라텍스트의 박유환 사장은 영일전자 최영탁 상무의 방문을 받은 다음에 너무나 어이가 없는 요구를 듣자 혀를 찼다.
“하시고 싶은 말씀이 그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귀사에서 하자가 있는 제품을 설계한 탓에 우리마저 엉터리 제품을 내놓아 A/S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 귀사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요?”
박유환 사장은 지긋이 상대를 노려보았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요구를 하고 있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런 요구를 하니 코웃음을 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무단으로 제품을 카피하여 생산한 상황에서 하자발생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요구를 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 하신 말씀은 귀사가 무단으로 우리 제품을 카피하여 출시한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행위이고 이는 엄청난 범죄행위라는 것을 자백하는 것인데 책임질 수 있는 말입니까?”
영일전자는 자신들과 거래관계에 있는 회사 10여 곳에 서버를 50여 대 가까이 납품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한 제품의 하자로 인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폴라텍스트는 그 원리를 이해하고 제품을 만든 입장이라 하자가 발생하면 자체적으로 해결이 가능했지만 그들은 그냥 복제한 상황이라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 결국은 원조인 폴라텍스트에 와서 행패를 부릴 수밖에 없었다.
“박 사장, 당신이 우리 엿 먹으라고 가만히 있었던 것 아니야? 우리가 생산하려고 하면 하자가 있다고 알리고 못하게 막았어야지. 더구나 부품의 납품도 못하게 막고 말이야.”
마침내 상대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니 말까지 반말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속내를 그대로 드러내고 말았다.
“할 말이 없으니 돌아가시지요. 이제 와서 사실 관계마저 부인하려고 하다니. 영일전자를 특허법 위반으로 고소할 것입니다. 스스로 자인한 이상 가만히 둘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 그냥 있으면 직무유기이니 말입니다.”
“하, 우리 영일이 우습다는 말이지? 우리와 해보자는 것인데 이대로 당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크게 오산하는 거야. 영일전자만이 아니라 영일그룹 차원에서 대응을 할 거야. 누가 이기는지 두고 보면 알 거야?”
최영탁 상무는 얼굴이 빨갛게 변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상대를 때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어디 가서 이런 대접을 받지 않았는데 대거리를 하니 정신이 없어 보였다.
“우리 회사는 국내 1위 포털 사이트인 프리웨이 협력업체입니다. 전에야 아무런 힘이 없으니 영일전자에 그냥 당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박유환 사장은 굳이 감출 내용이 아니기에 최영탁 상무에게 프리웨이와의 관계를 알려주었다. 영일전자가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포털 사이트인 프리웨이를 어떻게 할 능력은 없었다. 더구나 장인걸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니 두렵지가 않았다.
이미 장인걸이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예측하고 대비책마저 마련해둔 상황이었다. 최영탁 상무가 와서 말한 모든 것은 이미 다 녹음을 해둔 상황이었다.
물론 납품계약 관련하여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내용은 사전에 충분히 근거를 마련해 놓은 상황이었다. 영일전자에서 일방적으로 납품계약을 해지한 것도 증거를 확보해 놓았다.
“맘대로 해. 당신들이 의도적으로 우리를 엿 먹인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거야. 우리가 이대로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최영탁 상무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지 끝까지 윽박을 지르고 떠나갔다. 박유환 사장은 이제 응징을 할 때라고 생각하여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했다.
장인걸은 전화를 받고 폴라텍스트를 방문했다. 설마 했는데 진짜로 와서 협박을 하고 갔다는 말에 녹음본까지 확인하기도 했다. 자신의 죄를 자인하면서 뻔뻔스럽게도 책임지라고 말하고 있었다. 여전히 자신들이 강자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심지어 경찰에 고발하지 않아 자신들이 더 많은 제품을 생산하도록 방치했다는 헛소리까지 하는 것을 보면 내부에서 궁지에 몰린 것 같습니다.”
“영업본부 부품영업 담당이사였는데 이번에 서버를 생산하기로 하여 네트워크시스템사업부로 독립을 했습니다. 이 자가 모든 일의 원인이었는데 제대로 걸린 것이죠. 적당히 우리 것을 베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A/S 문제가 빠바박 터지니 난리가 났고 잘리기 직전의 상황에 몰리니 보이는 것이 없는 거죠.”
“영일전자에서 판매된 서버가 얼마나 됩니까?”
“대충 50대는 넘고 100대는 못될 것입니다. 들리는 소문에는 이번에 데이터통신에 20대를 납품했는데 서버가 모두 터졌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난리가 났죠.”
“데이터통신에서 얼마 전에 통신 장애가 났다던데, 인터넷이 먹통이 되고 여기저기 맘대로 가고. 설마?”
“맞습니다. 저들이 납품한 것에서 서버에러가 발생했죠. 더구나 초기에 발생한 데이터 혼선현상이 제대로 발생했습니다. 그에 대한 A/S를 해줘야 하는데 사실 쉬운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폴라텍스트도 그런 문제가 발생해 며칠 동안 제대로 잠도 못자고 매달려서 해결한 경우가 허다했다. 서버가 잘 작동하다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먹통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경우라면 차라리 낫지 작동은 되는데 이상한 사이트나 게시판으로 이동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원인을 조사하면 하드웨어가 문제이기도 했고 소프트웨어가 문제이기도 했고 때로는 둘 다 문제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그나마 지금은 쓸 만한 서버를 만들 수가 있었다.
“결국 환불해 주고 위약금을 물어주거나 새로운 서버로 교체해 주어야 하는데 외국 서버는 단가가 맞지 않으니 결국 우리 서버로 교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 물밑작업의 일환으로 협박을 하려는 것입니다.”
박유환은 그런 소식에 속이 후련한지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전에 영일전자에 당한 것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상황이었다.
“일단 특허침해로 고소를 한 후에 협상을 하도록 하죠. 그래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을 알고 태도가 바뀔 것입니다. 그전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을 것입니다.”
“2~3일 안으로 고소를 할 것입니다. 최영탁 상무가 한 발언이 있으니 더 이상 발뺌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증명이야 가능하지만 명시적으로 인정할 물증이 없어 준비만 하고 있었는데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장인걸도 자신이 투자한 회사이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별도의 응징을 하지 않아도 하자문제로 충분히 벌을 받고 있지만 보상을 받지 못한 상황이니 보상도 받아야 했다.
“그보다 이번 기회에 영일전자에게 제대로 보상을 받도록 하죠. 민사소송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특허침해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외에 달리 받아낼 것이 있습니까? 자칫 잘못하면 강제조정절차에 들어갈 위험도 있습니다. 대기업의 수작에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강제조정절차라는 제도는 특허침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였지만 그 취지와는 반대로 특허침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제도로 변질이 되고 말았다.
특허권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게 하면서 특허의 사용권을 침해업체에 부여해주는 법적절차이지만 로열티 산정이 너무나 작아 중소기업이 소송에 이겨도 사실상 패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피해자가 적절한 로열티를 받도록 하는 취지에서 도입이 되었지만 사법부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대기업이 쥐꼬리만 로열티로 특허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제도로 변질이 되었다.
“강제조정절차라고 해도 침해한 특허에 대해 효력을 발휘하지 침해하지 않은 기술까지 효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저들이 침해하지 않은 새로운 기술까지 제공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장인걸도 강제조정절차라는 제도를 접하고 너무나 황당해서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사용금지처분을 내릴 경우 특허를 침해한 업체에서 받을 경제적 타격이 너무나 크기에 합리적인 수준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특허권을 사용하도록 해주어 사실상 면죄부를 주었다.
“그러면 지금 사용하는 하자있는 기술만 해당이 된다는 말씀이군요. 우리가 개선한 것은 저들이 기술을 개발할 때까지 해당사항이 없고요.”
“맞습니다. 그들에게 로열티를 받는 것도 좋지만 아예 이번에 네트워크시스템사업부를 통째로 가져오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저들도 소송과 무관하게 처치곤란일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진명전자도 있는데 중복이 되지 않을까요?”
“진명전자와 합병을 시키고 최종적으로 두 회사가 합병을 하는 것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더구나 메인보드 기판의 제작기술이 없어 외주를 주는 실정이고 말입니다. 핵심 부품은 직접 제작해야 기술이 유출되지 않습니다.”
기판의 제작은 어려운 기술이 아니지만 제대로 제작을 하려면 메인보드의 설계도가 있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서버 제작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이 유출될 수가 있었다.
영일전자에서 서버사업에 뛰어든 것도 바로 그 설계도가 유출이 되었기에 가능했다. 납품하는 부품의 하자여부를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운용하는 각종 소프트웨어마저 유출이 되고 말았다.
만일 하자가 없는 설계도였다면, 하자를 다 개선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본색을 드러냈다면 꼼짝없이 기술을 빼앗길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을 예방하려면 지금이라도 기판까지 직접 제작하는 것이 좋았다.
“알겠습니다. 형사고발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그 사업을 넘겨받거나 싸게 인수하자는 말씀이죠?”
“그렇습니다. 적당히 땅값만 주고 공장까지 다 인수하는 것이죠. 그렇게 하여 다시 재기할 싹을 제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폴라텍스트의 경우에 생산능력이 딸려 주문 들어온 서버를 납품하지 못하는 실정이고요. 설비도 그대로 사용이 가능하고 종업원들도 숙련공이니 추가적인 교육이 필요 없고요.”
장인걸은 아예 화근이 될 수 있는 영일전자 네트워크 장비 부문을 인수하자고 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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