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31
안광현 회장이 개입한 덕분에 양성필은 도망가기 위해 자금을 빼돌리다가 발각이 되었고 망둥이 원성환이 나서서 일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물론 공권력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깨끗하게 처리했다.
“원스타기획이나 원스타 액션스쿨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의향을 물어오고 있습니다.”
안광현 회장은 태명주류를 인수하기로 하여 세부적인 거래조건을 조율 중에 있었다. 주류회사를 넘기는 일은 구역의 일부를 내주는 일이지만 돈이 급한 상황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거 껍데기만 남았다면서? 심지어 돈 되는 연예인들까지 전부 다 팔아치운 상황이라면서?”
양성필이 빼돌린 재산은 고스란히 원성환이 압수했고 그 중에 대부분은 부채상환 때문에 사채업자인 문성학의 수중에 들어가고 말았다. 문제는 껍데기만 남은 기획사의 처리였다.
“일단 양성필의 숨겨놓은 재산을 찾아내서 모든 빚을 다 갚는 방식으로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그 회사들인데 망둥이파의 사정이 좋지 않아 정리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양아치들이야 그냥 정리하면 그만인데 연예인들이나 매니저들은 어떻게든 보상을 해줘야 할 상황이니 정리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주어야 할 돈도 많고 계약을 해지할 경우에 위약금도 만만치 않고요.”
협상에 참석하는 최유림이 그쪽 상황을 보고했다. 빚을 다 정리하고 양아치들을 정리한 상황이니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지금처럼 연예계 전반이 불황인 상황에서는 회사를 운영할 여력이 없었다. 더구나 돈이 되는 연예인을 다 팔아치운 상황이니 껍데기뿐이었다.
“회사를 거저 주어도 맡을 사람이 없습니다.”
“혹시 다른 기획사에 넘기는 것은 어떨 것 같아? 히어로기획 같이 제법 장사가 되는 회사도 있잖아?”
안광현 회장의 말에 최유림은 곤혹스러운 기색이 되었다. 장인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런 제안을 하는 것은 해코지를 하려는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었다.
“망둥이가 운영하는 흥아 엔터나 흥아 음반도 그리 상황도 좋지 않은데 아예 하나로 묶어 이번에 정리하는 것은 어떤지 알아봐. 양아치 같은 애들은 다 철수를 시키고.”
안광현 회장은 태명주류를 인수하기 위해 상황을 살피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도 사업이라고 얼마나 지분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그것을 정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태명주류가 가진 지분 중에 흥아 엔터나 흥아 음반이 있었고 그것을 적정한 가치를 매겨 정리해야 했다. 인수를 하려면 그런 것들을 다 쳐내야 문제가 없었다. 더구나 각종 보증채무까지 얽혀 있어 정리가 쉽지 않았다.
“그 쪽에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주류와 건설, 업소 몇 개만 남기고 다 정리할 것이라 하니 받아들일 것도 같습니다.”
“개자식, 이렇게 엉망인 것을 그냥 넘긴다고 하더니. 이대로 받았다가 완전 덤터기를 쓸 뻔 했어.”
태명주류만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까지 해주어야 할 상황이었다. 각종 채권·채무 관계를 끊지 않으면 태명주류 하나로 인해 망둥이파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고스란히 광현이파로 옮겨올 수도 있었다.
“싹 다 정리해서 이번에 히어로기획에 넘기는 것을 이야기해봐. 아니 이런 일은 내가 이야기해야 씨알이 먹히지. 아마 이번 기회만 넘기면 연예계도 살아날 것이니 그리 문제는 아닐 것 같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일을 잘 한다고 하니.”
안광현 회장은 보고를 받다가 바로 전화를 들었다. 당장 말을 해서 정리해야 할 것 같았다.
“어, 날세. 이거 빨리 정리 안 해? 급하다면서 그렇게 미적거릴 거야? 잔금 받아야지. 그냥 칼같이 싹 끊어 버려도 상관없어? 싹 다 폐기한다. 보증은 너한테 무조건 다 넘기고.”
안광현 회장이 전화로 윽박지르기부터 했다. 상대가 뭐라고 대꾸하는데 다급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양치리 건은 네가 책임져야지 왜 우리한테 이야기를 해. 도망가는 것을 알려서 일을 수습하게 했으면 알아서 해야지 아예 보따리까지 내놓으라는 거야? 알아서 깨끗이 정리해야지.”
안광현 회장의 말에 상대는 쩔쩔매는 것 같았다.
“네가 하던 흥아 엔터나 흥아 음반도 상태도 좋은 것 같지 않은데 싹 다 하나로 몰아 잘 할 사람에게 넘기는 것이 어때? 양아치 말고 진짜 제대로 된 애한테 말이야.”
안광현 회장의 말에 상대가 뭐라고 말했고 그렇게 말하는 것에 안광현 회장의 표정이 험악하게 변했다.
“정리한다고 말해 정신을 차린 줄 알았더니 정리할 생각이 아예 없군. 그런 식으로 해서는 절대 살아나기 어려울 거야. 잘 생각해. 욕심으로 되는 것은 아니니.”
더 말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보고를 하던 최유림은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안광현을 보았다.
“일단 가서 아까 말한 것을 설명해. 제 욕심을 버리려니 아까워서 지랄을 했지만 그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할 것이니. 제대로 된 곳이라야 몇 군데 없고 결국 누구에게 줄 것인지 나한테 물을 것이니.”
최유림은 안광현 회장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영일그룹은 외환위기가 왔지만 워낙 재무구조가 탄탄하기에 큰 어려움 없이 순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래의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는 영일전자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PC 부문은 내수 감소로 인해 판매가 부진했고 의욕적으로 시작한 네트워크 장비 분야는 출하한 제품의 하자로 인해 암초에 부딪친 상황이었다.
“야, 어떻게 된 게 내가 힘들게 영업해서 따온 거래처마다 원성이 자자하게 만든 거야? 발로 만들어도 그보다 낫겠다는데.”
회장인 김필근이 영일전자 사장인 김성환에게 고함을 내질렀다. 아들인 김성환은 그런 질책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만 푹 숙였다. 미래의 주력산업으로 PC외에 서버를 생산하기로 하고 대대적인 설비투자마저 했지만 기술부족으로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직접 개발한 것이 아니라 남의 제품을 카피한 것이라 하자가 발생하니 대책이 없었다.
“최영탁이가 장담을 했었는데 그놈아도 오라고 해.”
비서에게 최영탁 상무를 호출하게 했고 10여 분이 지나자 최영탁 상무가 안으로 들어왔다.
“넌 뭐하는 놈이야?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해결하지 못하고.”
김필근은 최영탁이 사무실로 들어오자 욕부터 하기 시작했다. 그룹의 주력인 영일화학에서 근무하던 최영탁을 영일전자를 설립하면서 영업부장으로 발탁하여 보냈고 그간의 공으로 이사 승진을 했고 최근에는 제법 성과를 내자 새로운 아이템인 서버사업의 책임자로 승진시켰다.
“너, 폴라텍스트를 인수한다고 하더니 어떻게 되었어? 거기를 인수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더니.”
김필근은 최영탁을 향해서 고함을 내질렀다. 폴라텍스트의 제품을 카피할 때부터 폴라텍스트를 흡수할 계획을 세웠다. 제품의 납품에 차질이 발생하여 회사가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면 적당한 가격에 인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생산차질을 유발하여 기업을 망하게 하는 것은 실패했다. 새로운 부품업체까지 수배하여 생산마저 원활하게 진행되자 폴라텍스트를 망하게 하여 흡수하는 계획은 실패하고 말았다.
더구나 제대로 된 제품이라 생각하여 생산한 서버가 하자덩어리였다. 납품을 하고 난 이후에 온갖 하자가 발생했고 그것을 바로잡을 능력이 없으니 대응할 방도가 없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지만 수습할 길이 없고 계약 조건에 따라 엄청난 배상을 해주어야 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방법이라면 제대로 대응을 하는 폴라텍스트에 협조를 구하는 수밖에 방도가 없는데 일방적으로 납품을 중지하고 몰래 제품을 카피한 상황에서 협조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니 화가 난 최영탁은 폴라텍스트로 가서 자신들을 함정에 빠뜨렸으니 책임을 지라고 협박을 했다. 그곳에 달려가서 협박하는 행위 자체가 사실은 카피한 것을 자인하는 행위지만 그 순간의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송구합니다.”
“왜 실패한 거야? 누가 달라붙었어?”
“프리웨이라는 포털 사이트에서 지원을 해준 것 같습니다. 서버만 주문한 것이 아니라 자금까지 지원했습니다.”
“프리웨이? 거긴 이메일 공짜로 주는 덴데. 거기가 무슨 돈이 있어서? 배너 광고 몇 개로 돈이 되어?”
김필근도 프리웨이가 떠오르자 조사를 지시했고 겉으로 보기는 몇 백만의 회원수라고 떠들어도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그냥 무시를 했다. 수익모델이라고 해야 배너 광고가 전부였다.
“거기가 요번에 마라톤까지 한 장인걸이라는 가수가 하는 곳입니다. 작년에 앨범 두 개가 대성공을 거두어 백억 이상을 벌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폴라텍스트에도 그동안 십억 원을 투자했다고 합니다. 또한 진명전자라는 컴퓨터 기판 조립업체도 소개를 시켜 주었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납품을 일방적으로 끊고 난 이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보고를 했다. 적당히 조사를 하니 그 내막을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이 한 일은 생각하지 않고 업체를 가로채고 납품을 가로챈 파렴치범으로 매도했다.
“하자가 있는 제품이었고 그것을 우리는 생산을 해서 좋다고 납품했고 저들은 그 꼴을 보면서 박수를 치고 있다는 말이네?”
김필근은 자신들이 역으로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두 사람을 보면서 빈정거리는 어조로 반문을 했다. 화가 잔뜩 난 표정이라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야, 이 바보새끼들아, 우리 영일이 놀림감이 되었다는 말이 아니냐? 밖에서 우리를 보고 찧고 까불고 있을 것 아냐? 거기 풀 한포기도 남기지 말고 다 때려 부숴야지. 제 놈들이 우리를 보면서 얼마나 비웃었을지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군.”
김필근의 말에 두 사람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재계 50위권에 불과한 영일그룹의 역량으로 중소기업이지만 프리웨이나 가수 장인걸을 어떻게 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더구나 마라톤에서 우승을 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고 언론의 주목을 받는 상황이라 허튼짓을 하기도 곤란했다.
“아무리 이름이 있어도 딴따라야. 가서 애 엄마에게 봉근이네 가게에 가서 총장 안식구 옷 좀 사주라고 해. 그런 다음에 털 것 털게 하고 우리 건도 처리하게 만들고.”
검찰총장 부인이 공짜 선물을 좋아한다는 소문이 도는 상황이었다. 그것을 어디서 들었는지 김필근이 김성환에게 옷 로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여권 실세들과 선이 닿아있기에 잘못 손을 쓰다가는 우리가 다칠 수도 있습니다. 그건 조금···.”
“쌍, 폴라텍스트에서는 뭐라고 해? 갔다 왔으면 보고를 해야 할 것 아니야?”
김필근이 최영탁를 보면서 윽박지르듯이 말을 했다. 하지만 최영탁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내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겁도 없이 협박을 하면서 사실상 불법적인 행위를 자인하고 말았다. 혹시라도 녹음을 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컸다. 그런 사실을 지금이라도 알려야 하는데 그 사실을 말했다가 닥칠 일을 생각하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소송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자신의 제품을 카피했다면서?”
“증거는 있고? 제깟 것들이 우리가 제들 것을 카피했다고 어떻게 증명할 것인데? 적당히 몇 푼 집어 주면 알아서 무혐의 때릴 것 아냐? 돈 싫다는 놈 없어.”
김필근의 말에 김성환은 고개를 저었고 최영탁은 얼굴이 파랗게 변했다. 그런 최영탁의 반응에 김필근은 난리를 피다가 최영탁을 노려보았다.
“설마 가서 헛소리를 씨부린 것은 아니지? 네들이 엉터리를 만들어서 우리가 힘들다고? 하, 이런 돌대가리새끼를 봤나?”
김필근은 갑질의 기본은 부당함을 알면서도 당하게 하는 것이라고 떠들었다. 그렇기에 영일그룹 사람들은 협력업체에 대놓고 갑질을 했다. 마음대로 하라면서 뒷감당할 자신이 있으면 고발하건 소송을 하건 마음대로 하라고 윽박질렀다.
“내가 말했지?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으라고. 쓸데없이 나대다가 괜히 가만히 있는 사자 코털 뽑는 짓은 하지 말라고.”
김필근은 약자에게 강하게 나가지만 강자에게는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뭔가 한 방이 있는 자는 건들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하여간 제대로 하는 놈이 없어. 녹음이라도 했으면 옳다구나 고소를 하겠군. 형사에, 민사에 쌍으로 들어오겠군.”
최영탁은 김필근의 말에 움찔한 표정을 지었다. 제 성질대로 분풀이를 하고 왔지만 그것은 죽을 자리를 찾아간 행위였다. 뒷감당을 할 생각을 하니 암담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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