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33
“한 번 국내가 아닌 외국의 대회에 도전하고 싶어서요. 더구나 보스턴마라톤 하면 마라톤의 성지이고 한국과 인연이 깊지 않습니까? 어려운 시절 보스턴에서 낭보를 전해 국민들에게 힘을 준 것처럼 이번에 제가 그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연예인은 관심을 받아야 했고 관심을 받을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무조건 하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자신의 개인적인 욕구보다 대의명분을 강조했다.
“이번에도 힘든 국민들에게 시원한 낭보를 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보스턴 갔다 오면 어린이날 한 번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날에 부른다면 저도 좋습니다.”
박민수는 어린이날 행사에 초청하겠다는 말이었고 장인걸은 그런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정치적인 의미가 그리 없어 부담 없이 참석하기로 했다.
장인걸은 그 자리에 참석한 각계 유명 인사들과 인사를 나눈 후에 행사가 시작되자 축가 형식으로 공연을 했다. 장인걸은 축가를 마쳤으니 떠나도 되지만 아는 사람 중에 인사를 하지 못한 사람이 있기에 행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여기는 영일그룹 김필근 회장님입니다.”
장인걸은 박민수 실장이 불러서 갔다가 그리 달갑지 않은 사람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아마도 특허 분쟁에 대해 이야기를 건네고 협조를 요청한 것 같았다. 박민수 실장이 장인걸의 배후 지원자라고 판단한 것 같았다.
“장인걸입니다.”
“난 영일전자 김성환 사장이요.”
장인걸은 내키지 않지만 인사를 했다. 그들도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주변을 의식하여 적대적인 언동은 하지 않았다. 박민수 실장이 양측을 소개를 하고 서로 좋은 이야기를 했으면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 말이 끝난 후에 다른 사람이 찾아와서 자리를 떠나자 한참 망설이는 것 같더니 말을 했다.
“잠시 이야기 좀 나누었으면 합니다.”
김성환 사장의 말에 장인걸은 거부하지 않고 한쪽 구석에 있는 자리로 따라갔다. 그들이 대화를 하자고 하는 이유는 분명 소송문제 때문으로 보였다. 장인걸은 자리에 앉아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두 부자만 그저 바라보았다.
“내가 말하지. 적당히 타협하세.”
옆에서 지켜보던 김필근 회장이 한 마디 툭 던졌다. 하기 싫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이런 자리에서 말할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관계자이지만 대표로 나설 위치는 아닙니다. 더구나 좋은 자리에서 큰 소리 내는 것은 예의가 아닙니다.”
장인걸은 그들과 이야기를 하면 큰 소리가 날 것이라 말을 했고 그것은 간단히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여기가 적당하지 않다면 자리를 옮기면 되는 것 같고 대표가 아니라면 가운데서 중재를 해주면 되는 것일세.”
김필근은 뒤로 미룰 생각이 없는지 바로 이야기를 하자고 말을 했고 행사장을 나와 인근의 커피숍으로 이동하여 마주앉았다.
“우리가 정말 멍청한 짓을 한 것을 인정하지.”
“그러면 그렇게 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아실 것입니다.”
장인걸은 상대가 녹음할 것을 전제로 하여 대화를 했다. 조폭이건 기업이건 책임이라는 면에서 상당히 비슷했다. 힘의 차이가 크지 않으면 명분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했다.
“맞는 말일세. 멍청한 짓을 했으면 세금을 내야지. 자네나 회사의 입장은 세금을 꼭 받겠다는 것이고?”
“그렇습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당연할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입장일 때 어르신이 하고 싶은 방향으로 우리도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장인걸의 말은 영일전자만큼 자신도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고 어중간하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통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희생을 하라는 말이었다.
“고약하게 걸렸군. 밑장 빼다 걸렸으니 손목은 잘라야 한다는 말이군. 그 정도면 되는 것인가?”
“그 정도는 되어야 어느 정도 보상을 받았다 생각할 것입니다. 비싼 수업료 내고 배우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장인걸은 말을 하면서 김필근을 노려보았다. 그의 관록에서 나오는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살기마저 내뿜고 있었다. 소리장도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기에 오히려 말이 통하는 면도 있었다. 상대에게 약점을 잡힌 것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기도 했다.
최유림을 만난 장인걸은 원스타기획, 원스타액션스쿨이 부도가 난 것을 들었다. 이미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세한 내막까지 알지 못한 상황이었다.
특히 양성필에 관련된 내용은 듣지 못한 사실이었다. 횡령을 하려고 했던 사실이 파다하게 소문이 났지만 그저 소문에 불과했다. 현재 운영자금마저 고갈된 상황이라 부도가 난 것만 알려지고 있었다.
같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두 조연이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되어 계약조건 변경을 시도했지만 엄연히 기획사가 있는 상황이라 아무 것도 못하고 있었다.
“흥아 엔터나 흥아 음반까지 네 개의 회사를 하나로 합친다는 말이군요. 그런 후에 양아치들을 모두 정리하여 깨끗하게 만든 다음 매각한다는 말이군요.”
“매각하는 것이지만 지금 같은 불경기에 제 값을 받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냥 손을 터는 것이지. 가지고 있어봤자 인건비만 나가는 상황이니 깨끗이 정리하는 거야.”
“그러면 누가 인수하는데요?”
“매각하려고 하지만 B급, C급 연예인만 20여 명이라 누구도 인수하려고 하지 않아 문제야. 만일 네가 생각이 있다면 공짜로 넘겨주고 암중에 운영자금의 일부까지 지원해줄 수 있어. 사실 회장님이 나서서 하는 일이라서.”
그러면서 주식의 가치를 최소로 책정하여 거의 공짜로 넘겨준다고 했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안광현 회장이 태명주류를 100억 원에 인수하는 조건이라는 말도 첨언했다.
“대신에 남아있는 연예인들은 문제가 없는 자들이야. 문제 있는 애들 색출하는 것은 이 바닥에서 일도 아니니.”
“잘 만들었으니 뜨는 것만 남은 사람들이겠군요.”
장인걸은 연예인 리스트를 보았다. 나중에 크게 뜨는 연예인이 절반은 되어 보였고 나머지도 대부분 한 번 정도 TV에서 얼굴은 본 사람들이라는 것을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연예계에서 비주류라 칭하는 실력파 배우들만 남겨놓은 것 같았다. 당장 큰돈은 되지 않아도 나중에는 엄청난 가치가 있는 자들이었다.
“형이 이런 일도 해요?”
“영등포 망둥이파의 일을 하다 보니 그쪽으로 가고 있다. 태명주류를 정리하는데 거기 자회사로 흥아 엔터와 흥아 음반이 있고 심지어 원스타의 지분도 20%나 되니 그걸 쳐내다 보니 이일까지 맡게 되었다. 지급보증 문제가 걸려 꼭 정리해야 해서.”
그러면서 문성학이라는 사채업자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문성학이란 사람이 양성필의 배후 전주라고 말을 했다. 그 때문에 양성필의 후견을 맡은 망둥이의 입장도 곤란해졌다는 이야기였다. 그가 개입하면 상황이 더 곤란해지니 이번에 깨끗이 정리하기로 했다는 말이었다.
“전국구 사채업자이니 아무리 조직이라도 두려울 수밖에 없어. 사채를 염왕채라고 하는데 죽어도 벗어나기 어렵다는 말이지. 아무리 큰 조직도 그자에게 걸리면 풍비박산이 나고 말아.”
망둥이가 맘에 들지 않지만 여러 조직에서 도움을 주는 이유는 문성학이 망둥이의 조직을 장악하는 사태를 피하고자 그렇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른 조직에서도 관여한 상황이었다.
“조직이 없지만 그들은 사채조직을 갖추고 있어. 이치성 전무가 움직이는 돈은 그자가 움직이는 돈에 비하면 푼돈이지.”
억대가 아닌 조에 가까운 자금을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권력도 무력도 없기에 한계가 존재했다. 조직들도 견제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금력이 막강하기에 명분만 있다면 무력을 갖추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정리가 되면 적당한 가격에 인수하도록 하죠. 이렇게 밥상을 마련해 주었는데 거부할 이유는 없죠.”
히어로기획에 비해서는 엄청나게 규모가 크지만 그리 걱정이 되지 않았다. 적절한 경영진을 영입해야 하지만 그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전과 달리 인맥이 넓어졌기 때문이었다.
3월 20일 백제화학 매각을 위한 1차 입찰 결과 역시 장인걸의 히어로기획만이 응찰을 했고 3월 23일 단 3일의 여유를 두고 2차 입찰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2차 입찰마저 유찰이 되면서 사실상 히어로기획이 협상대상자로 선정이 되었다.
“협상은 히어로기획의 대리인으로 선임이 된 제가 주도할 것입니다. 물론 의뢰주인 히어로기획의 임식현 과장도 참여하여 최종적인 조율을 할 것입니다.”
유덕환 상무는 협상대상자로 지정이 되자 채권단과 마련한 자리에서 장인걸 대신에 그가 협상에 나선다고 통보했다.
“알겠습니다. 장인걸대표가 대리인을 선임하여 통보한 이상 굳이 나서지 않아도 상관은 없습니다.”
협상대표로 나선 이연식 이사가 떨떠름한 어조로 대답을 했다. 대표인 장인걸이 첫 협상에 대리인을 내보낸 것이 맘에 들지 않아 보였다. 이런 행위는 채권단을 무시하는 조치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유덕환 상무는 장인걸에게 협상전략 차원에서 나서지 말 것을 조언했고 큰아버지인 장태현도 그 자리에 장인걸이 나서는 것이 득이 아니라고 말을 했다.
“곧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라 훈련을 해야 하고 오래 전에 잡힌 스케줄이 있어 시간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유덕환 상무의 언급에 이연식 이사가 달리 말을 하지 않았고 양측은 굳은 표정으로 협상에 임하였다. 일단 이연식 이사는 히어로기획이 1차로 접수한 서류를 꺼냈고 유덕환 상무는 2차로 접수한 서류를 펼쳤다.
“2차로 접수한 서류가 최종제안이니 그것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하면 될 것입니다. 1차는 유찰이 되었으니까요.”
유덕환 상무는 이연식 이사가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이야기를 했다. 유찰을 지적하여 우위에 서려고 했다.
“1차 제안과 2차 제안은 내용상 달라진 것이 거의 없고 20억 원의 운영자금의 대출만 다를 것입니다.”
협상은 입찰 서류의 적정성을 따지는 것이 전부였다. 그 중에 은행과 히어로기획이 평가한 자산의 가치에 대한 평가에서 이견을 좁히는 것이 우선과제였다. 부동산도 평가금액이 차이가 컸고 무형자산의 평가금액도 상당히 차이가 컸다.
여기에 직원의 퇴직금 충당금도 차이가 컸다. 채권단이 산정한 것은 너무나 낮게 산정한 면이 있었다. 실제 퇴직금보다 낮으니 결국 인수한 후에 추가로 충당금의 적립이 필요했다.
“시간이 흘렀기에 주변의 부동산가격이 하락한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각종 연구개발성과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큽니다.”
“특허의 가치도 상대적입니다. 대부분 특수금속에 관련된 것들인데 백제철강에 납품을 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타 업체에서 로열티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그 금액은 사실상 미미할 것입니다. 천만 원을 책정한 것도 과하게 잡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양측은 자신이 산정한 금액이 옳다고 우겨댔다. 이런 과정은 반드시 필요했다. 채권단도 외부에 최대한 가격을 높이려 노력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부채탕감을 110억 원이나 주장하면서 다시 20억 원의 운영자금을 요청하다니 무리한 요구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이건 숫제 인수가 아니라 공짜로 넘겨받으면서 덤까지 챙기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런 조건이라면 매각하지 않고 그냥 청산을 하는 것이 이득일 것입니다.”
“하지만 고용 80%, 유책이 아닐 경우 해고 금지조항을 생각하면 과한 조건이 아닙니다. 청산을 하더라도 인건비나 퇴직금을 떼어먹을 것이 아니라면 손해는 아닐 것입니다.”
그런 유덕환 상무의 주장에 이연식 이사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백제철강에서 백제화학을 분리하는 순간 백억 원 이상의 손해를 보는 상황이었다. 그 결과 백제철강의 가격마저 하락을 하고 있었다.
유덕환 상무는 고용의 문제마저 거론하여 채권단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음을 적시했다. 그렇게 매번 논리에 밀리니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어쨌든 빠르게 결정해야 합니다. 시간은 금이라고 했습니다. 하루가 지날수록 비용은 점점 증가할 것이고 우리의 조건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덕환 상무는 결국 원안대로 관철을 시켰다. 약간 단수에서 양보를 했지만 큰 틀에서 달라진 것이 없었다. 특히 20억 원의 운영자금 대출을 관철시킨 것은 커다란 성과였다.
결국 채권단으로 돌아간 이연식 이사는 협상결과를 보고했고 백제철강의 매각을 서두르는 상황이라 원안대로 승인이 났다. 3일 후에 장인걸이 최종적으로 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백제화학의 인수가 마무리되었다.
장인걸은 인수가 결정되고 각종 등기절차마저 마무리가 되자 제일 먼저 박시운 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자신은 비상근 이사로 선임했다. 그런 다음 곧바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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