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35
“네가 전에 산 산에서 몰리브덴 광산이 발견되다니. 전부터 알고 있었어? 필요도 없어 보이는 산을 사는 것이 이상했는데.”
저녁에 집에 들르자 아버지가 그렇게 말을 했다.
“그것 때문에 내려와서 현장을 보고 오는 길입니다. 그보다 텃밭 정지작업은 어떻게 되었어요? 예전처럼 복원하는 문제요.”
장인걸은 길게 이야기를 할수록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적당히 인정만 하고 화제를 바꾸었다.
자신이 구입한 고택이 곧 사적지로 강제로 지정되는 상황이 오는 것을 알기에 그 전에 적당히 필요한 작업을 먼저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 중에 한 가지가 집에 딸린 대지를 밭이 아닌 진짜 대지로 전환을 시키는 작업이었다. 나중에 하려면 그것도 번거로울 수가 있었다.
“집을 돌보는 홍석 양반에게 말을 했더니 전처럼 만들겠다고 하더라. 네가 준 통장에서 공사비는 댈 것이고. 바깥에는 평평하게 고르고 일단 자갈을 깔고 테두리에는 편백을 심기로 했다. 그리고 집안의 텃밭은 네 말대로 그냥 평평하게 고르기로 했고”
“거기에 원래 초가집 헛간이 있었다고 하는데 나중에 복원을 할까 합니다. 일단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보다 수리할 곳이 꽤 보이던데 그에 대해서는 말이 없던가요?”
“홍석 양반이 직접 하던 일이지만 나이가 들어 높은데 올라가지 못해 방치한 것들이 있는데 이번에 비계까지 설치하여 작업을 한다고 했다. 그런 일을 잘 하는 업자도 있다고 하더라.”
절이나 고택을 수리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기에 단가가 조금 비싸지만 그런 곳이 확실하게 일을 처리했다.
“그런데 꼭 회사를 차려야 하는 거냐?”
“고택을 관리하는 일을 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데 그것을 주먹구구로 하면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세금은 세금대로 내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더구나 각종 인허가를 받는 것도 개인이 내는 것보다 법인이 훨씬 유리하고요.”
장인걸은 고택관련 사업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가족들이 했으면 좋을 것 같아 그렇게 말을 했다. 사업이라고 하지만 일종의 가족의 휴식처로 만들 생각이었다.
“마라톤 때문에 며칠 후에 미국에 간다고? 조심해라.”
“걱정 마세요. 위험한 곳은 피할 것이니 말입니다.”
장인걸은 굳이 위험한 장소에 갈 생각은 없었다. 위험한 상황을 대비하여 현지 업체에 경호까지 의뢰할 예정이었다.
장인걸은 차를 타고 양진에 나왔다. 동생인 인숙이를 집에 데리고 가기 위해서였다. 모처럼 고등학교 다닐 때의 기분을 느껴불 생각으로 주변을 걷기로 했다. 시간에 여유가 있어 학교 옆에 있는 공터에 차를 세웠다.
아직 인숙이의 자율학습이 끝날 시간이 되지 않은 것 같았다. 30분 정도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장인걸은 차에서 내려 천천히 양진 읍내를 향해 걸어갔다.
“저기 뒤뜰로 가볼까?”
거기는 농협창고가 서너 개 모여 있는 곳으로 일종의 우범지대였다. 학교 다닐 때는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하는 지역이었다. 거기로 끌려가서 맞았다는 이야기도 가끔 들렸다.
하지만 주변의 경치가 제법 좋았다. 지대가 높은 곳이라 양진읍내가 내려다 보였고 산책을 할 수 있는 코스도 있었다. 장인걸은 조금 어둑하지만 성큼성큼 창고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산책코스로 접어들었다. 천천히 걸어가던 장인걸은 묘한 표정이 되었다.
“새꺄, 네가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고 있어? 제대로 말을 안 해? 뒈지게 맞고 말하지 말고 그냥 불어.”
어디선가 들어 봤던 목소리였다.
“몰라.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왜 나한테 그러는 거야?”
대답을 하는 자도 역시 들어온 목소리였다. 분명 같은 동창 중에 하나의 목소리였다.
“이게 지금 우리를 개X으로 아나? 네가 빼돌린 것 아니야? 같이 한 번 만나자는데 네가 나중에 혼자 갖고 놀려고 보낸 거잖아. 걔가 뭐 처녀라도 된다고 생각해? 양진바닥에서 노는 그렇고 그런 걸레잖아.”
이승찬의 무리였다. 더구나 닦달을 당하는 사람은 그들의 무리 중에 하나인 서정민이었다. 서정민의 뒤에는 이진석이 어깨를 붙잡고 있었고 김광일과 이승찬이 가슴과 배를 가격하고 있었다.
“지희는 그런 애가 아니야. 나 진지하게 만날 생각이야. 너희 보고 겁난다고 먼저 갔다고.”
“야, 우리가 언제 그런 것 따졌냐? 나도 니네들이 상민이 내놓으라고 해서 내놓았잖아. 더구나 니네들이 저번에 너무 험하게 다뤄서 신고까지 들어가서 주천을 떴잖아.”
김광일이 화가 난다는 듯이 서정민을 가격하기 시작했다. 대화의 내용을 들어보면 실로 인간망종이 따로 없었다. 죽일 놈들끼리 서로 싸우고 있었다.
“니네들 여기서 뭐하냐? 모여서 친목모임이라도 해?”
장인걸은 그냥 돌아가는 것이 정상이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앞으로 나서면서 인사를 했다. 인사할 상황이 아닌데 나타나서 인사를 해서인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곧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생각해서인지 얼굴이 험상궂게 변했다.
그들을 보니 전과 달리 왠지 왜소해 보이면서 뭔가 초라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초라한 양아치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제법 강한 주먹을 상대하다 아무런 느낌도 없는 사람을 만나니 시시하면서도 가소롭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 갈게.”
장인걸이 나타난 것을 기회로 삼아 서정민이 후다닥 도망을 쳤다. 어깨를 붙잡은 이진석을 뿌리치고 반대쪽으로 난 길로 달려가 버렸다. 서정민이 도망을 가자 쫓아갈지 그냥 있을지 결정을 못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승찬이나 다른 둘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장인걸을 노려보았다.
“야, 우리 슈퍼스타가 납셨네. 그런데 말이야 막 기분 좋게 한따까리를 하려는데 나타나서 판을 깨버렸어.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할까? 네가 대신 한따까리를 해야지 않을까?”
저런 무리들에게 폭력은 그저 유희였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기분에 따라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에 불과했다. 그 와중에 피해를 당하는 사람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장인걸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고려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김광일이 말을 하더니 다리를 걷어 올리더니 양말에서 숨겨둔 과도를 빼들었다. 마찬가지로 이승찬이나 이진석도 역시 몸에 숨겨놓았던 흉기를 하나씩 꺼내들었다.
장인걸은 난데없이 폭도로 변한 그들을 보자 어이가 없었다. 무기를 들고 설치지만 하나도 두려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들 셋이 제법 키가 크지만 장인걸에 비하면 왜소했다.
“지금 네들 뭐하는 거냐? 연장 들고 설치는 거야? 그거 감당할 자신이 있어서 그러는 거지? 주먹으로 싸우는 것은 그냥 주먹다짐으로 보지만 연장 들고 설치면 그만큼 책임도 크다. 니네들도 그런 것은 알잖아?”
장인걸은 그냥 물러나야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꼬리를 말고 도망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더구나 회귀 전에 당한 것이 있어서 그런지 생각과 다르게 말이 나오고 있었다. 오히려 도발을 하고 있었다.
‘회귀 전에는 원경희가 강제로 당한 것인가? 이놈들을 보니 그렇게 하고도 남는 놈들인데. 그것도 모르고 혼자 멍청한 생각을 한 것인가? 이승찬이나 다른 놈들이 도망친 것이 원경희가 신고할까 두려워서인가?’ 행실을 보면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자들이었다. 원경희가 그런 자들과 가깝게 지낼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과 같이 어울린 것은 협박을 당하거나 강간을 당했다는 의미였다. 장인걸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소문으로 듣게 된 것 같았다.
장인걸은 회귀 전에 벌어졌던 일들을 생각하다가 자신이 크게 오해한 것은 아닌지, 원경희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험한 일을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자신이 너무나 멍청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세 사람을 살폈다. 김광일이 가장 먼저 앞으로 나섰다. 칼로 거침없이 장인걸을 찔러왔다. 그런 일이 처음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렇기에 적당히 손을 쓸 생각을 지우고 본격적으로 처리하기로 작정했다.
김광일처럼 다른 자들도 흉기를 꺼내들었다. 이승찬은 과도가 아닌 군용 대검 비슷한 칼을 들었고 이진석은 쇠몽둥이로 보이는 것을 휘둘렀다.
장인걸은 그냥 두고 볼 상황이 아니기에 달려드는 김광일을 살짝 피한 후에 가볍게 주먹으로 어깨를 가격했다. 보기에는 가볍게 툭 친 것 같지만 흉기를 든 자들이라 금강나한공을 운용했다. 그래서인지 김광일은 그냥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김광일에 이어서 이승찬, 이진석이 차례로 달려들었지만 장인걸을 어떻게 하지 못하고 다들 피하고 한 대 치니 그냥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그들은 바닥으로 구른 후에 일어나려고 했지만 장인걸이 재차 가격하자 더 이상 반항하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셋을 확실하게 제압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다음 장인걸은 전부터 안면이 있던 양진 지서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받은 양진 지서장은 5분이 되지 않아 다른 경찰관들과 같이 출동했다.
“여기가 우범지역이라 얼마 전에 농협에서 감시카메라를 장착했습니다. 아마 말씀대로라면 촬영이 되었을 것입니다.”
문명의 이기가 어느새 시골까지 침투한 상황이었다. 장인걸의 진술을 듣고 흉기를 수거한 상황에서 농협 직원을 불러서 사정을 말했고 곧 모니터에서 현장의 동영상을 확인했다. 거기에는 장인 걸이 오기 전에 반항하는 서정민을 세 사람이 제압하여 패는 장면도 나왔다.
“하여간 촘촘히도 달아놓은 것 같습니다. 혹시 모르니 저도 하나 복사해 주십시오. 요즘 세상이 워낙 험해서요.”
창고에도 달아놓았지만 창고 외곽의 나무에도 몇 개의 카메라가 숨겨져 있었고 그렇기에 몇 개의 동영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것을 전부 다 복사해 달라고 부탁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으로 알고 소변이라도 봤다면 망신을 당했을 상황이었다.
“이놈들 그렇지 않아도 신고가 여러 건 있어서 수배를 해놓은 상황인데 마침내 잡은 것 같습니다. 작년 초에 폭행을 일으켜서 잡으려고 했는데 도망을 쳤습니다. 얼마 전에는 주천에서 집단강간을 했다고 신고가 된 상태입니다.”
장인걸은 혹시라도 바로 풀려나서 집안 식구들에게 해코지를 할까 걱정이 되었는데 여죄가 많이 있다고 하니 다소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그냥 두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회사의 일을 처리하는 변호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그들이 어떻게 처분되는지 계속 조회하라고 부탁했다.
주성건설은 건설회사 치고 제법 탄탄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IMF 외환위기 속에서도 그런대로 잘 버틸 수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연이은 악재가 터지면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한 번 문제가 생기니 여기저기서 조사가 들어오고 있었다.
“압수수색이라고?”
“그렇습니다. 누군가 신고를 한 것 같습니다.”
박상우의 아버지 박주성 사장은 검찰에 알고 지내는 사람에게 방금 전에 압수수색을 나갔다는 연락을 받고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한 번 문제가 터지자 경찰부터 세무서, 구청, 고용안정센터 할 것 없이 문제를 삼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니 현장에서도 분란이 끊이지를 않았고 자재상들이 어음마저 받지 않으려고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자금 상황마저 어려워지고 있었다.
“상일동 현장에서 횡령이 있었다는 제보가 들어간 것 같습니다. 증거가 잡힌 것 같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일어나는 횡령은 사실 잡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내막을 하는 자가 제보를 하면 드러날 소지가 컸다. 분명 원한을 가진 누군가가 기회가 되니 노린 것이다.
“한 이사, 결국 상우 녀석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이지?”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한지석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간 적지 않게 돈을 뿌려 인맥을 구축했지만 그것도 병역비리로 조사를 받으면서 결국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돈을 먹은 자는 소수이고 물려고 달려드는 자들은 다수였다. 한 번 약점을 보이자 끝도 없이 밀고 들어왔다. 그러니 돈을 먹은 자들도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 손을 쓰면서 막고 있지만 막는 게 쉽지 않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큰일이 날 수도 있어 보입니다.”
계속 좋지 않은 일이 닥치자 총무이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을 했다. 그도 얼마 전에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아 공식적으로는 해고가 된 상태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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