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36
“회사를 정리하세. 한동안 남들 눈을 피해 있다가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박주성은 버티면 버틸수록 일이 더 커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번 먹잇감으로 찍힌 이상 벗어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성건설과 박주성이라는 표적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회사를 접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것도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합니다.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합니다.”
“어쩔 수 없지. 그런 기술자들에게 넘기는 수밖에. 지금 같은 시기에 제값을 받기란 불가능하지. 한 번 업자를 알아봐.”
주성건설의 상황을 안다면 제대로 된 사업가는 절대로 넘겨받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결국 시체처리업자라고 하는 폐업전문가에게 넘겨 모든 것을 없애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넘기면 한 푼도 건질 수가 없습니다.”
“아냐. 가지고 있으면 건지기는 고사하고 패가망신하고 끝내는 감옥으로 갈 수밖에 없어. 지금이라도 몸을 빼는 것이 좋아.”
박주성은 아무리 해도 벗어나기 어렵기에 결국은 회사를 넘기기로 했다. 그런 소식은 그들을 주시하던 누군가에게 알려지게 되었고 업자가 접근하여 주성건설을 넘겨받았다.
장인걸은 청룡도장 실전관에서 훈련을 마치고 민지훈, 마태욱이랑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회사를 넘겨받고 거기다 덤으로 상가건물까지 뺏어 내다니 대단하십니다.”
장인걸은 민지훈과 마태욱이 박상우의 아버지 박주성이 회사를 내놓고 사라지게 만들자 감탄을 하고 말았다. 일종의 거대한 사기를 치고 있었다.
“후환이 될 소지가 있는 자는 확실히 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구나 회사와 자금이 있으니 병역관련 제보자의 뒤를 캐려고 지랄을 하지 않습니까? 세상에 완전범죄는 없다고 캐다보면 단서가 드러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좋은 꼴을 보기 어렵습니다.”
민지훈은 그렇게 한 마디를 했다. 박상우의 병역비리를 터트린 배후에 대해 박주성 사장의 추적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자신에게 적대적인 존재가 누구인지 파악하려고 했다. 언제 또다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르니 먼저 제거하거나 그럴 수 없다면 사전에 대비하려고 했다.
그것을 알게 되자 마태욱이나 민지훈은 역으로 박주성을 끊임없이 곤란하게 만들었다. 당장 어려움이 닥쳐야 허튼 짓을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흔적을 지을 수 있었다.
가만히 있었으면 더 험한 꼴을 당하지 않았을 것인데 계속 찾겠다고 들쑤시니 민지훈이나 마태욱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박주성을 공격하여 끝내 몰락시켰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되니 민지훈이나 마태욱은 재기할 여지를 없애려고 하고 있었다.
“앞으로 그 회사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
“말 그대로 폐업 처리할 것입니다. 돈 되는 것은 다 팔아치워야죠. 제법 알찬 회사라 남는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멍청한 것인지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건지 몰라도 회사를 넘겨준 상황이라 그간 비자금을 조성한 증거를 고스란히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탈탈 털어서 겨우 먹고 살 것만 남기고 싹 뜯어낼 생각입니다. 그러면 더 이상 허튼 짓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박주성은 머리를 써서 증거인멸을 노렸지만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총무이사 한지석에게 접근한 폐업전문가는 민지훈과 마태욱이 수배하여 내세운 인물이었다.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에게 제대로 당한 상황이었다.
장인걸은 이런 것을 보면서 역시 민지훈이건 마태욱이건 양아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그런 그들과 알고 지내는 자신도 양아치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죄책감이 들거나 괴롭지는 않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장인걸은 용건을 슬슬 꺼내기로 했다. 그들과 만나려고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민지훈은 장인걸 덕분인지 아니면 사업적인 감각이 있는 것인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다른 조직의 사업장도 꽤나 인수했고 은퇴를 결심한 왕돌이 하태강이 운영하던 사업장도 전부 다 인수받아 그 세력을 키워나갔다.
“저번 건처럼 여기저기서 생긴 것도 있고 아버지가 태양건재를 확 정리하고 여유자금을 주변의 부동산을 매입하는데 투입하고 있습니다. 아는 곳이 이 바닥이니 이쪽에 묻어두는 것이 안전하죠.”
민지훈은 장인걸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을 하자 자금의 출처에 대하여 언질을 주었다. 민지훈이나 마태욱에게 공돈이 생기기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괜히 자금이 묶여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까 걱정이 되어서요. 그보다 마태욱 실장님, 한 가지 일 좀 살펴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서 양진에서 충돌한 이승찬 무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고등학교 동창이지만 그들의 행위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다고 말을 했다. 그렇기에 다시는 그런 행위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으면 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사실 이런 말을 하는 자체가 일종의 폭력을 청부하는 행위라서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정도는 문제 되지 않을 정도의 관계였다. 그들과 다시 엮이고 싶지 않았다.
“경찰서에 변호사를 보낸 것은 잘 한 일입니다. 지역 유지라도 하나 나서서 무마를 하려고 하면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변호사가 개입하면 허튼 수작을 부리다가 들통 나면 난리가 나기에 조심을 하게 됩니다.”
마태욱이 변호사에게 알린 것은 잘했다고 했다.
“일단 그놈들이 했던 일을 그 지역에 소문을 내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피해자도 없어지고 그들을 비호하려던 자들도 몸을 사리게 됩니다. 그런 소문이 나면 창피해서 아는 체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애들 한둘 보내 작업을 하지요.”
“거기도 제법 실력 있는 주먹이 하나 있습니다. 괜히 부딪치지 않도록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마 실장님과 호각을 이룰 정도는 될 겁니다.”
장인걸은 그 동네의 주먹으로 통하는 최영석이 생각나서 주의를 주었다. 이승찬의 무리가 주천으로 옮겨갔던 이유도 최영석에게 걸려 응징을 당할까 두려웠기 때문이기도 했다.
장인걸의 말에 마태욱이 눈을 빛내었다. 지방에 있는 주먹이 그 정도 실력이라면 꽤나 괜찮은 수준이었다. 최근에 민지훈이나 마태욱이나 한 단계 정도 실력이 올라 마태욱도 발경의 초입에 이르러 기를 다루기 시작했다.
“경찰이나 검찰이 싫어하는 것이 진실이 알려지는 것입니다. 그놈들은 그런 거 엄청 싫어해요. 그러면 무조건 법대로 해야 하는데 그러면 자신들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지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누구 부탁으로 엉뚱한 처분을 내리면 욕을 먹기 마련이고 그러면 결국 누군가 귀찮은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민지훈도 일단 사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장인걸의 이름도 좀 팔아야 한다고 말을 했다.
“그렇게 양아치 짓을 하고 다녔어도 지금까지 크게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은 그 배후에 누군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경찰이 마음만 먹으면 그런 놈들 바로 처리할 수 있죠. 안 그런 것은 봐주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마태욱의 말에 장인걸도 이해가 되었다. 그들이 제법 잘 사는 집의 애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경찰까지 움직이기에는 뭔가 석연치가 않은 면도 있었다. 그러다가 이진석의 삼촌이 서울에서 고위 공무원으로 있다는 소문이 기억났다.
“회장님에게도 이야기를 하여 상황을 살펴보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민지훈이 그런 말을 했고 장인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었다. 장인걸은 없던 일을 날조하여 소문내는 일이 아니기에 말리지 않았다.
바로 양진에 장인걸이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폭행을 당할 뻔한 사실이 파다하게 퍼져나갔고 이승찬 일당이 벌인 각종 악행이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승찬 일당이 행한 일만 소문이 났다면 금방 수그러들었을 것이지만 장인걸을 폭행하려고 했던 자들이라는 수식어가 붙자 그 소문은 날개를 달고 퍼져나갔다. 양진 사람들은 장인걸이 양진 출신이라는 것에 한층 자긍심을 느끼고 있었는데 고향을 방문했다가 폭행을 당할 뻔 한 일이 알려지니 난리가 갔다.
경찰이나 검찰에서 관심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수사를 했다. 심지어 지역 언론까지 집중적으로 취재를 하여 보도를 했다. 아울러 장인걸이 양진산에서 몰리브덴 광산을 발견하여 개발하려고 하는 사실도 같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로 인해 장인걸은 다시 한 번 양진에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심지어 장인걸이 광산개발을 하려고 하자 누군가 그것을 노리고 폭력을 행사하여 방해하려고 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백제화학을 인수한 이틀 후에 폴라텍스트가 영일전자에서 네트워크시스템사업부를 양도받았다. 물론 56대의 서버를 영일전자의 납품처에 대신 납품하는 계약도 동시에 체결했다.
이는 영일전자에서 제품을 복제한 것에 대한 배상을 받은 것이었다. 사업부를 양도받을 때 분사를 먼저 했고 부채가 하나도 없는 깨끗한 회사를 인수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직원도 기존에 근무하던 직원 중에 거래하는 동안 문제가 없는 직원만 선별하여 받아냈다.
이런 일괄 타협을 통해 영일전자는 골치 아픈 하자문제를 처리할 수 있었고 복제로 인한 특허침해 문제를 해결했고 제품개발 실패로 인해 발생한 유휴설비와 인력을 정리할 수 있었다.
워낙 증거가 많아 소송을 하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만큼 골치 아픈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기에 그 정도에서 타협하기로 했다. 사실 56대 분의 서버에 대한 위약금이나 대체 납품을 하려면 그 비용이 만만치가 않았으니 영일전자도 다급한 상황이라 빠르게 일이 진행되었다.
박유환 사장이나 장인걸은 기판의 제작기술을 확보하는데 상당히 공을 들였고 영일전자도 당장 PC조립부문에 필요한 인원이 아니기에 순순히 지목된 인원을 보내 주었다.
“영일전자가 너무나 쉽게 사업을 포기하고 협상에 나서 오히려 의아한 기분이 듭니다. 영일그룹도 악명이 자자한데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저에게도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해서 역으로 힘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그 자리에 박민수 비서실장도 있기에 힘으로 누를 수 없다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며칠 전에 김필근 회장을 만났던 이야기를 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자 박유환은 왜 일이 이렇게 진행되었는지 이해를 했다. 공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잘못한 사람이 그만큼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법대로 처리하게 되면 영일전자에서 감당이 쉽지 않았다.
“원래는 일을 키울까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영일전자 문제를 까발려 영일그룹마저 힘들게 만드는 것은 우리 경제에 득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이 정도로 양보했습니다. 지금은 쓸데없이 그들과 싸울 때도 아니고요.”
박유환 사장도 이 정도라도 대가를 챙긴 것은 다 장인걸이 있기 때문임을 알기에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소송으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영일전자와의 문제가 해결된 직후에 최유림에게 만나자는 연락이 왔고 적절한 타협을 통해 흥아 엔터를 인수했다. 원스타와 흥아 관련 4개 회사를 하나로 합병한 흥아 엔터 지분 100%를 5천만 원에 인수했다. 사실상 증여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제가 같이 갔으면 좋을 텐데 이렇게 되니 결국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민수길 본부장은 상당한 규모의 흥아 엔터를 인수하게 되자 보스턴에 같이 갈 수가 없게 되었다. 국내에 남아서 인수한 흥아 엔터를 정비해야 했다.
“히어로기획과 흥아 엔터는 합병을 하지 않고 별도의 회사로 존재할 것입니다. 그러니 민수길 본부장이 흥아 엔터의 대표를 겸직하고 거기서 넘어온 왕민구 지원실장과 같이 경영을 담당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흥아 엔터는 회사 체계가 제대로 갖춰진 상황이라 굳이 손을 더 댈 필요는 없었다. 최유림은 전에 장인걸을 만났을 때 적절한 조언을 받았고 이런 일에 전문적인 컨설턴트 회사와 계약을 맺어 작업을 했다.
더구나 소속 연예인이나 매니저 중에 말썽을 부릴 소지가 있는 경우 다 정리가 된 상태였다. 평판만 대충 파악해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고 여기에 마태욱까지 나서서 조사를 하자 철저하게 옥석을 가릴 수가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유선학이나 안태환, 박동섭의 이름을 찾아보았지만 그들의 경우에는 행실에 문제가 있어 다른 회사로 이적을 시킨 상황이었다.
마태욱이 조사한 보고서를 보면 그들은 술버릇이 나빠 폭행사건을 자주 일으켰고 후배 연예인이나 매니저를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있어 사고의 위험이 컸다. 심지어 성매매까지 대놓고 하는 실정이라 언제 문제가 될지 몰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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