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39
“그렇게 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단지 드러난 노천광맥만 적당히 개발해도 부채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 같습니다.”
섣불리 예단할 것은 아니기에 박시운 대표는 신중하게 대답을 했다. 그 정도는 이미 언론에 보도가 된 내용이라 굳이 감출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우리 은행에서 PF를 제공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고 장인걸 대표가 보스턴에 다녀온 후에 검토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었을 것입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광업공사에서도 투자나 융자가 가능하다고 하여 정책금융도 검토 중입니다.”
박시운 대표는 돈이 될 것 같으니 여기저기서 투자를 하거나 돈을 빌려주겠다고 요청한 사실을 이야기했다. 심지어 지방자치단체마저 지원을 해주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장인걸은 두 사람과 짧은 회합을 마치고 국내선을 갈아타고 저녁에 보스턴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 바로 출발했는데 비행시간과 시차 때문에 내리자 어두워져 있었다. 공항에는 사전에 예약한 기사와 경호원 둘이 딸린 렌터카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10인승 대형 밴을 대여한 상황이었다. 총 7명이나 되는 인원이 같이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니 행사를 다닐 때처럼 대형 밴을 빌렸다. 그들은 밴을 타고 호텔로 이동했고 첫날은 간단히 식사만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장인걸은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했다. 이미 사전에 운동할 장소까지 섭외해둔 상황이었다. 이원희와 장인걸이 운동을 하는 동안 김기현 대리와 황지현은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하여 훈련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다.
물론 고용한 경호원 둘은 다소 떨어진 곳에서 혹시라도 위험한 일이 벌어질 경우를 대비하여 경계를 하고 있었다.
훈련을 마친 이후에 휴식을 취할 겸해서 마라톤 코스를 답사하기도 했다. 직접 살피는 것이 주행계획을 세우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아무리 지도를 놓고 분석하여 계획을 세워도 실제로 달리면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장인걸은 아침과 오후에 훈련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코스도 답사하고 가벼운 시내 관광을 하기도 했다. 코스 답사를 하다보면 차량으로 따라가기 어려운 곳도 있었다. 그런 코스는 다른 곳을 거쳐서 코스로 접어들 수 있었다.
장인걸은 본격적인 관광은 하지 않았지만 훈련을 하지 않는 시간을 이용하여 유명한 명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대학이라는 하버드와 MIT를 가볍게 살펴보기만 했다.
당장 마라톤대회가 있기에 유명한 곳이지만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아 달리는 차안에서 슬쩍 살피는 정도에 불과했다. 마치 중고등학교 수학여행을 다닐 때 큰 공장을 관광버스에 탄 채로 둘러보는 방식과 비슷했다.
“총 3회 코스답사를 했는데 초반에 빠르게 질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3km 이내에 선두로 나서고 그 이후부터 빠르게 달려갈 생각입니다. 문제는 다른 선수의 방해일 것 같습니다.”
장인걸은 이원희 코치에게 마라톤 주행 중에 벌어지는 방해 행위에 대하여 조사를 부탁했고 그런 내용을 살피다가 최근에 그런 사고가 전보다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
“아프리카계 선수들이나 중국의 마라토너들이 충돌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는 유럽이나 일본 선수들이 많이 보고 있는데 그 지역 선수들이 주로 선두그룹에 끼어 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특히 그쪽은 레이스 도중에 일종의 팀플레이를 하는 경향이 있고 성적을 내도록 강하게 압박하는 경우가 많아 그런 일을 벌이는 것 같습니다.”
이원희가 레이스 방해 유형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가장 많이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는 급수대 근처입니다. 여기서는 어떻게 움직여도 고의성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고 선수들도 경계가 풀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급수대 근처에서 한 선수를 에워싸고 물을 마시지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급수대 방향으로 나란히 세 명의 선수가 달리면서 특정 선수가 물을 마시지 못하게 만들었다.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발생했다. 거기서 실수하여 물을 마시지 못해 그냥 달리다 갈증으로 인해 탈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커브를 도는 과정에서 바깥쪽에 서서 옆구리를 공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안쪽 코스를 고집하다가 피할 공간이 없어 충돌이 벌어지게 됩니다. 달리다 팔꿈치로 가격을 당하면 당한 사람만 바보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것까지 사례별로 살피면서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이상했지만 마라톤 레이스는 전쟁터나 마찬가지였다. 그 정도로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었다.
장인걸은 호텔에서도 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하고 마스크까지 착용한 덕분에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지 않았다. 보스턴에도 한인이 꽤나 있기에 번거로운 상황을 초래하고 싶지 않았다. 스텝들도 여전히 쌀쌀한 날씨 때문에 장인걸과 비슷한 차림을 하고 있기에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
장인걸은 사전에 예약해둔 체육관과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했다. 특별히 클라튼 사에서 발매한 러닝머신을 갖춘 곳을 골랐기에 외부에 나가지 않고도 코스를 달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방향성을 나타내는 램프를 점멸하고 감으로 속도를 맞춰야 합니다. 그런 정도로 속도감이 생겨야 레이스에서 변화하는 속도를 맞출 수가 있습니다.”
사실 서울마라톤이 끝난 후에 속도지시램프를 가리고 달리는 훈련을 했다. 안전을 위해 속도가 올라갈 때는 빨간등이, 속도가 줄어들 때는 파란등이 켜지게 되어 있었는데 그것을 보이지 않게 한 후에 달리는 훈련을 했다.
“사실 이런 훈련은 예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체 반응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줍니다. 대신에 항상 긴장을 하고 있어야 하기에 빨리 지치는 결과를 불러옵니다. 또한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체력이 저하되면 부상의 위험도 있습니다.”
장인걸은 속도지시램프가 보이지 않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힘들게 하는지 알게 되었다. 한 시간 정도 뛰고 나자 다리에 경련이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 훈련만은 장인걸에게도 버거운 수준이었다.
“이런 훈련은 어지간해서는 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훈련을 통해 반응속도를 높일 수 있고 주행 중에 일어나는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대로 적응한다면 레이스 도중 누군가 붙잡으려고 달려들어도 피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이원희는 장인걸이 조직적인 방해를 받을 경우 대응하는 것에 고심하는 것을 알자 기계의 속도지시램프를 가리고 달리게 했다.
“또한 100m를 17초대로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1만m 연습인가요? 16초는 5천m 연습이고요.”
“그 정도 거리를 굳이 연습할 이유는 없지만 스퍼트 능력을 키우려면 그렇게 훈련할 필요도 있습니다. 막판 2km 정도를 빠르게 달리면 17초대, 16초대까지 올라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보스턴마라톤코스는 춘마와 서마의 중간 형태의 코스입니다. 서마는 오르막길이 별로 없지만 보스턴마라톤의 코스는 몇 군데 긴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세렝 부가티의 주특기인 내리막길의 질주가 벌어지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코스의 경사가 작은 서울마라톤은 세렝 부가티나 아프리카 선수들에게 그리 유리한 코스가 아니었어요.”
이원희의 말에 장인걸은 세렝 부가티나 아프리카 선수들이 잘하는 내리막질주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했다. 사실 장인걸도 그런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따라하면 되었지만 그렇다고 훈련을 하지 않고 잘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차량 통행이 적은 지방도에 가서 내리막길 질주를 연습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내리막질주를 연습했기에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렝 부가티나 아프리카계 선수들만큼 능숙한 것은 아니니 조심해야 합니다. 내리막길에서 다리가 풀리면 대형사고가 나게 됩니다. 한 번 잘못 구르면 치명적인 중상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주의하도록 하죠. 30km 이후에는 내리막 주행을 할 때 속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하죠.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내리막주행을 하다가 몸의 제어를 잃어 큰 부상을 당하는 선수도 꽤나 된다는 것을 알기에 주의하기로 했다. 물론 그럴 위험은 거의 없겠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심지어 자폭을 하듯이 뒤에서 누군가 덮칠 수도 있었다.
보스턴마라톤대회는 왕복코스가 아닌 편도코스이고 전체적으로 다운힐 코스라는 점에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코스 전반적으로 내리막길 주행이라 세렝 부가티에게 유리한 것 같았다.
거기에 절반 정도를 지나면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반복되는 코스라서 다소 걱정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어려운 코스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출발지에 당도하여 몸을 풀면서 엘리트 부문 출발을 기다렸다.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서울마라톤에서 봤던 선수도 제법 보였다. 그 사이에 회복이 된 것 같았다. 특히 세렝 부가티를 비롯한 아프리카 선수들은 대부분 다 참여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그 때보다 숫자가 몇 명 더 증가한 것 같았다. 서울마라톤에 참가하지 않은 선수들까지 새롭게 합류한 것 같았다. 그들은 장인걸을 노려보면서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심지어 적의마저 보이는 자들이 있었다.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군. 저런 기세라면 진짜로 자폭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군. 아주 조심해야 할 것 같아.’ 장인걸은 걱정이 되었지만 그런 것은 일단 접어두고 최대한 몸을 풀면서 물을 사전에 충분히 마셔 레이스 도중에 갈증이 나지 않도록 했다.
‘초반에 질주하여 거리를 벌리도록 한다. 더구나 육지에서 바다로 바람이 부는 상황이라 그런지 뒤에서 바람이 부는 것 같아 선두에서 달리는데 어려움은 없어 보이는군.’ 맞바람이 분다면 선두로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지만 뒤에서 바람이 분다면 독주를 할 때 바람을 헤치고 가는 것으로 인해 손해를 보지 않아도 되었다.
장인걸이 출발지에 도착하여 한 시간 정도 준비를 하는 동안 이원희는 옆에서 몸을 푸는 것에 대하여 가볍게 코치를 해주었다. 이미 사전에 다 말한 내용이지만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것도 있고 긴장을 풀어주는 면도 있었다.
출발 예정시간 10분 전에 모이라는 안내방송이 있었고 장인걸은 자신에게 지정된 곳으로 이동했다. 하필이면 아프리카 선수들 사이였지만 맨 앞에 설 수가 있었다.
그런 자리도 최근 2년 동안의 기록을 기준으로 배정을 했고 10위 이내이기에 앞에 나설 수가 있었다. 대략 20위권까지 앞에 배정을 해주고 나머지는 뒤로 적당히 줄을 서도록 했다.
장인걸은 정렬이 끝나자 준비 자세를 취했다. 그동안 많은 훈련을 하면서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서울마라톤대회를 뛴 경험을 더해 새롭게 준비한 것도 많았다.
특히 이번에는 스퍼트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했기에 어느 대회보다 좋은 기록을 낼 자신이 있었다. 서울마라톤보다 기록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았다. 코스 자체가 전제적으로 보면 내리막길이라서 왕복코스보다 유리한 면도 많았다.
장인걸은 출발신호와 함께 힘차게 달려 나갔다. 선두로 나설 생각에 100m를 달리는 것처럼 스퍼트를 했고 300m까지는 대략 13초대로 달려 나갔다. 그런 다음 조금씩 속도를 줄였다. 장인걸처럼 무작정 빨리 달린 자들이 있었지만 장인걸을 앞지른 자들은 없었다.
장인걸은 뒤에 따라오는 자들에게 추월을 당하지 않을 거리를 유지하면서 달려갔다. 속도가 어떻건 다른 선수와 무조건 5m의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니 1km 지점까지 15초대로 달렸다.
‘초반부터 눈에 띄기 위해 무작정 달리는 자들이 있군. 더구나 나를 저격하려는지 두 명의 아프리카계 선수가 기를 쓰고 쫓아오는군.’ 장인걸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지만 기감으로 이미 확인하고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지면 속도를 높이고 거리가 멀어지면 속도를 줄였다. 아직 2km도 달리지 않았는데 선두그룹과 거리가 40m 이상 차이가 나고 있었다.
선두그룹과 장인걸 사이에 대략 다섯 명의 선수가 있었고 두 명의 아프리카 선수가 바로 뒤에서 기를 쓰고 쫓아오고 있었다. 둘은 서울마라톤에서도 반환점까지 선두그룹으로 달리던 선수였다. 하지만 막판에 힘이 떨어져 10위 이하로 처지고 말았다.
장인걸은 그 둘이 얼마나 속도를 높여서 쫓아올지 궁금했다. 그 둘을 페이스메이커 삼아서 달리면 될 것도 같았다. 아무리 빨리 달린다고 해도 1만m 레이스 속도보다는 느릴 것 같았다. 그 정도라면 오히려 속도가 높아질 것이니 다행일 수가 있었다.
끝ⓒ
(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