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4
5. 대학 입학
장인걸은 개강을 앞두고 자신이 돌아온 후에 했던 일에 대하여 뒤돌아보았다. 자잘한 것이지만 여러 가지 일이 많았다. 다 전에 없었던 일들이었다. 이런 변화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에 걱정이 되면서도 기대가 되기도 했다.
‘전에는 원경희를 만난 후에 모든 신경이 거기에 쏠려 아무 것도 살피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원경희를 만나는 대신에 여러 가지 일을 했다.’그간 했던 일을 살폈다. 특별히 크게 득을 본 것은 아니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인연을 맺을 수가 있었다. 당장 어떤 도움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도 같았다.
‘음악을 다시 할까? 본격적으로 배워 봐?’전에 음악을 하게 된 동기도 참 유치했다. 원경희 때문이었다. 대학로에서 데이트를 하는데 버스킹을 하는 가수를 보면서 멋있다고 하면서 장인걸이 기타 치면서 노래하면 좋겠다고 하여 결국 ‘기타 하나 둘러메고’ 라는 음악 동호인 동아리에 들었다.
그러다가 음악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속 활동을 했다. 원경희와 항상 붙어 있을 수는 없기에 공부하는 시간 외에 뭔가 할 거리가 필요했다.
‘음악은 계속 하자. 거기 있는 사람들은 누구보다 좋은 사람들이다. 순수하게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고 실력도 좋은 사람이 많다. 이번에는 전문가 수준으로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한다.’그가 동아리에 들어갔을 때에 3대 넘사벽이 존재했는데 그들의 수준을 뛰어 넘고 싶었다. 노래와 기타와 색소폰에서 동호회의 누구도 넘보지 못할 독보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대학 동아리 수준에서 뛰어나면 얼마나 뛰어날까 하겠지만 그들의 수준은 프로들도 인정하는 수준이었다. 보컬을 제외한 둘은 나중에 국내에서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 뮤지션이 되었다.
‘어느 한 분야라도 그들의 실력을 뛰어 넘고 싶었지만 졸업을 할 때까지 어느 것 하나 뛰어 넘지 못했다.’시작부터 원경희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었으니 음악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수단에 불과했다. 그러니 시간이 흘러도 실력이 크게 향상되지 않았다. 그저 흉내나 내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할 생각이었다.
‘기타와 키보드와 색소폰을 사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생활비를 절약할 수밖에 없나?’전에는 집에서 추가적인 용돈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여 그것으로 그런 악기까지 구입했다. 이번에는 그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기보다 공부를 해서 장학금을 받아 그것으로 악기를 구입할 생각을 했다.
‘1년 정도 노력을 하여 실력을 쌓은 다음에 장유현씨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선배들처럼 카페에서 공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실력을 높이는 방법이다.’음악을 한다고 하여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동호회의 사람들 중에 실력이 좋은 사람은 주말에 그런 공연을 하거나 결혼식장에서 축가를 하는 일을 하면서 용돈도 벌고 학교에 다녔다. 그러면서 학점도 좋아 장학금을 받는 사람도 많았다. 모든 것은 자신이 하기 나름이었다.
‘일단 기타를 구입하자. 그동안 여기저기서 받은 용돈으로 충분히 기타를 구입하고 남는다. 둘은 나중에 구하자. 곧 있으면 싼값에 중고가 많이 나올 것이다.’큰아버지부터 장유현이나 최유림이나 모두 꽤 많은 액수의 용돈을 주었다. 그런 목적으로 만난 것은 아니지만 모두 봉투를 하나씩 주었다.
‘키보드나 색소폰은 1학기를 마치고 준비하는 것이 좋지. 키보드는 동아리방에 있는 것과 같은 모델을 사고. 색소폰은 일단 알토 색소폰용 마우스피스나 하나 구입하자.’색소폰은 마우스피스를 교체하여 다른 사람의 것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자신의 악기가 없는 경우에 그런 식으로 남의 악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색소폰을 통째로 빌려서 부는 것은 위생상 좋지 않기도 했다. 보통 빌려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최소한 그 정도 준비라도 하는 것이 필요했다.
장인걸은 입학식에 참석한 후에 각 건물에 있는 게시판을 살폈다. 입학 첫날이라 수업이 없었고 신입생 환영회는 오후 여섯 시에 교문 앞에 있는 삼겹살집에서 하기로 되어 있었다.
게시판에는 각 동아리의 홍보 게시물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그 중에 익숙한 포스터 하나가 보였다.
‘3년 전에 대량으로 만든 신입생 모집 포스터인데 계속 사용하여 내가 졸업할 때도 같은 포스터를 사용했지.’3년 선배, 현재 군대에 가 있는 일중이 형의 집이 인쇄소를 했는데 당시 주문을 받았던 선배의 아버지가 100장을 1000장으로 알아 500장짜리 두 묶음이 배달이 되었고 그가 들어갔을 때도 한 뭉치는 개봉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음대 뒤편에 있는 동아리방으로 향했다. 학생회관에는 일반 동아리방이 있고 음대 뒤편에 별도의 동아리방이 있는데 주로 공연관련 동아리방이 있었다.
‘공연 동아리가 시끄럽다는 말이 많아 아예 뒷산 아래 한적한 곳으로 처박았다는 말도 있지. 사실 공연관련 동아리들이 시끄럽기는 하지. 연극만 해도 발성 연습한다고 소리를 질러대니. 거기에 각종 악기들은 소음이 따로 없지.’“실례합니다.”
동아리방의 위치는 눈 감고도 찾을 정도로 익숙했기에 바로 찾을 수가 있었다.
“신입생?”
안에 여자 두 명이 앉아서 이야기를 하다가 장인걸을 보더니 그렇게 물었다.
‘이미향, 권세라 선배이군. 지금은 이 두 선배가 동아리 자체이지. 총무와 섭외부장이던가?’2학년에 올라간 선배였다. 첫날인데도 동아리방에 있는 것을 보니 전형적인 동아리형 대학생이었다. 과 활동은 최소한의 활동만 하고 주로 동아리에서 모든 생활을 하는 학생도 꽤나 되었다.
“네, 그렇습니다. 포스터 보고 왔습니다.”
“그래요? 첫날 이렇게 오는 경우는 드문데 음악을 좋아하나 봐요. 노래? 아니면 악기?”
“그냥 적당히 노래도 하고 기타와 키보드도 조금 다룰 줄 알아요. 다른 악기도 조금 배워 보고 싶고요.”
장인걸은 자신의 실력이 동호회 수준에서 중위권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 대답했다. 지금부터 다시 연습하면 이번에는 상위권에 이를 수도 있었다.
“나는 2학년 영문과 이미향이에요. 이번에 총무를 맡기로 했어요.”
“나는 사회학과 권세라. 나는 섭외부장을 맡았어요.”
앞에 두 사람이 사실상 동아리를 이끌어가는 사람이기도 했다. 회장은 3학년인 정민철이 맡았는데 이상하게 별로 활동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집안에 사정이 생겼다고 들었던 것 같았다. 외환위기 직전이니 기업이나 가게가 부도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경우였던 것도 같았다.
“이번에 화공과에 입학한 장인걸입니다.”
“현역이죠?”
“네. 올해 졸업했습니다.”
신입생일지라도 재수생에 삼수생도 많기에 그런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
“일단 여기 동아리 가입원서가 있어요. 그런 다음 신고식으로 기타 치면서 노래 한 번 해봐요.”
이미향은 초면이라 존대를 하고 있지만 상당히 외향적인 성격으로 조금 안면이 있으면 바로 말을 편하게 하고 연습을 하라고 닦달을 했다. 또한 조금만 나쁜 버릇을 보이면 그 자리에서 지적을 하기도 했다.
키보드를 잘 다루기도 했고 노래도 잘 불렀지만 진짜 뛰어난 분야는 편곡 능력이었다. 매년 서너 번의 공연을 하는데 연주자의 능력과 특성에 맞도록 편곡을 해주었다.
반면 권세라는 선이 조금 굵은 체격으로 성격이 괄괄하여 드럼을 쳤다. 일반적인 악기는 그저 기본만 하는 편이고 노래도 멜로디에 약했다. 대신에 말발이 좋았고 술을 아주 잘해 어지간한 남자들도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장인걸은 가입원서를 작성한 후에 기타를 들고 노래를 골랐다. 악보가 꽤 있었기에 거기서 한 곡을 골랐다. 동아리에서는 주로 7080 세대의 포크송이나 발라드를 부르는 편이었다.
장인걸은 일단 기타의 상태부터 살폈다. 조율을 해놓았다고 해도 온도나 습도가 달라지면 미묘하게 음이 달라지기에 조율이 필요했다.
사람마다 음을 감지하는 능력이 다른데 장인걸이나 이미향은 그 차이를 감지할 수가 있었고 권세라는 미와 파의 차이도 구분을 잘 못했다. 반면에 박자는 귀신같이 알아 조금만 템포가 달라도 그 차이를 잡아냈다.
이미향은 장인걸이 조율 상태를 점검하면서 기타 줄을 튕기는 것을 살피고 있었다. 그것만 보아도 실력이 어떤지 알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몇 번 아르페지오 주법을 연습한 후에 연주를 하기 시작했고 노래를 시작하자 권세라가 놀란 표정이 되었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장단을 맞추기 시작했다. 간단한 비트이지만 상당히 기교가 느껴져 기타를 연주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오, 신입 기타에 노래에 아주 잘 하는데. 내가 드럼 치는데 조만간 한 번 맞춰보자.”
“저도 그러면 좋죠.”
“꽤나 잘 하는데요. 이번 축제 때에 연주를 해도 될 실력이네요. 나쁜 버릇도 별로 없고요. 악기는 있어요?”
“아직은 없어요. 이번에 새로 기타를 구할 생각입니다. 시골에서는 동네 형들 것으로 연습을 했거든요. 거기서는 악기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요.”
“그러면 우리가 공동구매를 하는데 그 기회를 이용하면 싸게 구할 수 있어요. 몇 개 동아리가 연합하여 여러 악기를 한꺼번에 구하거든요. 그러면 시중 가격보다 싸게 구할 수 있어요.”
전에는 4월 중순에 동아리에 들어간 상황이라 공동구매를 이용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찌감치 가입했기에 싸게 살 기회를 이용할 수 있었다.
최유림은 조직의 외곽에 있는 박상길의 보고에 어이가 없었다. 고작 200만 원을 가지고 한수찬이란 자가 도망을 치고 말았다. 한수찬 명의의 계좌를 받아서 초도 자금으로 받은 1500만 원 중에 200만 원을 입금했는데 찾아서 도주한 것이다.
통장과 인감을 받고 비밀번호까지 모두 자신이 가지고 있기에 안심을 했는데 은행에 가서 분실신고를 한 후에 인출하고 잠적한 것이다.
물론 대졸 신입사원 두 달 월급이니 꽤나 큰 금액이지만 조직과 연관된 자의 돈을 훔쳐서 도주하는 자가 나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잡아 와.”
“이미 사람을 보냈습니다. 수상하게 생각한 망치가 움직였습니다. 아마 곧 붙잡힐 것입니다.”
박상길은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박상길이 아는 것은 그 돈이 최유림의 돈이라는 것이었다. 두목의 비서인 최유림의 돈을 훔쳐서 도망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것들이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상길이 너 애들 관리 이 따위로 관리할 거야? 이렇게 해서 차 부장에게 소개시킬 수가 있을지 모르겠군.”
차 부장은 식음료를 담당하는 천광유통의 담당자로 외곽조직을 관장하는 일도 겸하고 있었다. 박상길은 아이다라는 클럽에서 웨이터를 담당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조직 내부로 들어갈 기회를 잡으려고 최유림에 줄을 댄 상태였다.
“죄송합니다. 분실신고를 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 돈이 궁해지자 손을 댄 것 같습니다. 나중에 들어온 애라 자세한 것을 알려 주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대포통장을 사용하는 경우에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명의의 주인이 욕심을 내고 돈을 찾아서 튀는 경우였다. 그렇다고 금융실명제가 되어 죽은 사람의 명의를 사용할 수도 없으니 대책이 별로 없었다.
초반이라 액수가 적은 200만 원이어서 그렇지 그 금액이 천만 원이 넘고 억대였다면 훨씬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잡아다가 응징을 하고 가로챈 200만 원은 어떻게든 회수를 했지만 불안감이 커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함부로 차명계좌를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의 계좌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다.
일이 터지고 나자 비자금을 관리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곰곰이 생각하니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할 것 같았다.
‘내 명의로 넣을 수도 없고 창고에 현금으로 보관할 수도 없는 일이고 어떻게 하지? 그렇다고 위에다 어려워서 못하겠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김기정 실장이나 이찬혁 부장도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고 나름대로 비자금을 관리하고 역시 두목인 안광현도 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도태된다는 의미였다.
‘믿을만한 녀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누가 좋을까?’억대의 돈에도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요구에 어느 정도 부합하면서 비밀을 지켜주어야 했다. 그런 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 그의 주변에 없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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