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43
“세렝 부가티 선수가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하지만 그런 부상을 당했다고 하여 어떤 죄책감은 가지지 않습니다. 그 선수는 최선을 다했고 그렇게 하다가 다친 것입니다. 제가 직접 반칙을 하지 않은 이상 그런 생각을 가질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 자체가 최선을 다한 그 선수를 욕보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국에도 특종을 위해서라면 이상한 질문을 하는 기자는 부지기수였고 장인걸에게 세렝 부가티가 부상을 당하도록 만들어서 미안하지 않는지 묻기까지 했다.
“같이 달리던 선수가 쓰러졌는데 외면하고 달려간 것은 스포츠맨 정신에 위배되는 것 아닙니까?”
장인걸은 다시 한 번 이상한 질문을 던지는 기자를 향해 무심한 눈길을 던지고 난 다음에 무시하고 다른 기자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생판 모르는 남이 쓰러졌다고 레이스를 포기한다면 그것만큼 멍청한 짓이 없었다. 그것도 질문이라고 던지는 쓰레기 기자의 질문에는 대답할 가치가 없었다.
“장 선수는 이번에 상당히 좋은 기록으로 우승을 했습니다. 이번이 고작 네 번째 완주라고 하는데 특별한 훈련법이 있습니까?”
“저는 학교를 다니면서 가수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훈련하는 시간이 불규칙적입니다. 그것이 오히려 일종의 스트레스가 되어 몸을 강화시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물론 튼튼한 제 몸도 기록을 세우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봅니다.”
장인걸은 평범한 수준의 대답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자극적인 질문도 자주 등장했다.
“출발한 후에 바로 선두에 나섰는데 혹시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아직 완주한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춰 달리는 것이 답답합니다. 그래서 바람의 방향도 등 뒤에서 불기에 그냥 선두로 나선 것입니다. 그럴 경우에 선두에 나서도 크게 불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인걸은 상대가 원하는 답에 근접하면서도 약간 방향이 다르게 대답했다. 그러자 질문을 던진 기자의 얼굴이 찡그러졌다. 실수로라도 본심을 내비치기를 원했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프리카 출신 선수와 충돌이 발생할까 염려가 되어 그럴 여지 자체를 없애려고 선두로 나섰다고 대답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기자들은 장인걸이 그런 식으로 대답해 논란거리를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라이벌로 생각하는 선수가 있습니까?”
“특별히 누구를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같이 달리는 선수, 특히 기록이 좋은 선수들이 다 라이벌이라 생각합니다. 그들과 레이스를 벌여 이기는 것만 생각합니다. 제가 잘 달리면 이기는 것이고 제가 체력이 약하거나 컨디션이 나쁘면 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레이스를 할 때는 참가한 모든 선수를 다 이기고 우승하는 것만 생각합니다.”
장인걸은 그 정도로 대답을 하고 한국인 기자를 마지막으로 지정했다. 그러자 다행스럽게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물었다.
“참 어려운 상황입니다. 경제위기 속에 다들 힘이 들 것입니다. 전에도 그런 상황에서 많은 선배 마라토너들이 보스턴에서 낭보를 전해주어 힘든 사람들이 조금이마나 힘을 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저도 그런 선배들의 뒤를 이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한국에 계신 국민여러분, 모두 힘내십시오.”
장인걸은 한국어로 그렇게 말하여 우승자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장인걸은 우승상금의 처리를 페럴 해런드에게 부탁했다. 고액의 상금의 경우에는 소득으로 간주되어 세금이 부과되었다. 상금수령 시에 원천징수가 원칙이지만 장인걸의 경우에는 다른 소득이 있기에 일종의 종합소득세 신고대상이기도 했다. 혹시라도 그로 인해 문제가 없는지 전화를 했다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처리를 당부했다.
“그래도 다행이군요.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쓴 모든 경비가 비용으로 처리되어 공제가 된다니. 물론 어떻게 하건 비용처리는 가능하여 크게 상관은 없지만요.”
장인걸은 그런 사실을 말하지 않은 원천징수담당 공무원의 행위가 괘씸했지만 참았다. 보통 상금을 수령한 외국인은 출국하면 끝이기에 대회참석을 위해 쓴 비용은 나중에 공제받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출국 전에 비용의 추가신고를 통해 환급을 받아야 했는데 그런 안내 자체가 없었다.
물론 장인걸은 종합소득세 신고대상이니 그런 안내가 필요 없지만 다른 외국인이었다면 당하고 말았을 것 같았다. 물론 묻지 않은 것이 잘못이지만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은 괘씸했다. 나중에 신고가 누락될 경우에 탈세로 몰릴 수도 있었다.
“늦지 않게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일단 올해 소득에 합산하고 비용도 같이 합산하여 내년에 신고를 하겠습니다.”
장인걸은 당장 외환을 가지고 가지 않아도 되기에 그에 관련된 조치를 취하고 페럴 해런드가 관리하는 장인걸의 계좌로 입금한 후에 그것으로 몇 가지 주식을 사도록 통보했다.
‘IT버블붕괴, 3년 후에 도래한다. 이번에 투자한 것은 그 때 정리할 예정이다. 그런 다음에 주식이 폭락하면 제대로 된 주식 몇 가지를 구입한다.
지금 미국에 투자를 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 미국에서 번 돈은 미국에서 투자하고 한국에서 번 돈은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세금이나 각종 수수료를 고려했을 때 이익이었다.
이제 쉬고 이틀 후에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열흘간 미국에 있기로 했지만 왕복시간을 합해 1주일 정도면 충분했다. 대신 방학 중에 열리는 샌프란시스코마라톤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니 그 때에는 조금 더 여유롭게 미국에 머물면서 미국에서의 사업을 챙길 계획이었다.
그때에는 실리콘 밸리도 제대로 구경하고 인근에 있는 스탠포드대학교도 구경할 계획이었다. 또한 산호세라 불리는 새너제이도 둘러볼 계획이었다. 그러면서 향후 미국의 IT산업에 투자할 계획도 수립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려면 시장상황을 제대로 알아야 했다. 무조건 막연하게 나중에 뜨는 기업만 안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었다.
장인걸은 이틀을 호텔에서 머물면서 몸을 회복했다. 마라톤을 하고 난 후에 잘 쉬어주어야 후유증이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식사마저 룸서비스로 시키면서 휴식을 취했다.
사실 금강나한공을 운기조식하자 어느 때보다 빠르게 몸이 회복되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릴 필요는 없기에 다른 선수들처럼 행동했다. 그간 의서들, 심지어 의대에서 배우는 전공서적까지 섭렵을 하면서 인간의 신체에 대해 연구를 한 덕분에 금강나한공의 성취가 빨라졌다.
‘대단하군. 미국도 혼돈의 기운이 한국에 비해 차이가 없다. 이렇게 되면 다시 하나의 벽을 돌파할 수 있겠군.’ 장인걸은 자신이 정확히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애매했다. 절정인지 초절정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환골탈태가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니 화경에 이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기의 운용이 한 단계 발전한 것은 사실이기에 기분이 좋았다.
그러면서 혼돈의 기운을 몸 안에 가득 채우면서 기감을 확장시켜 미국의 진짜 모습을 살펴보았다. 그러니 굳이 밖으로 다닐 필요가 없었다.
올 때와 같은 경로로 이동을 하여 꼬박 하루를 걸려서 한국에 돌아왔다. 장인걸이 한국에 돌아올 때 공항에는 상당히 많은 기자와 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장인걸은 간단히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28. 중간 결산
장인걸은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 바쁘게 일정을 소화했다. 당장 학교를 일주일간 빠진 상황이라 밀린 공부를 체크해야 했다. 물론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점검이 필요했다. 바로 일주일 후에 중간고사를 봐야했다.
장인걸은 시급히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서두르지 않으려고 했다. 아무리 급하다고 할지라도 신중하게 검토하여 결정했다. 그러는 가운데 채권단 이연식 이사의 방문을 받게 되었다.
“광산 지분의 30%를 120억 원에 판매할 생각입니다. 그 돈의 용도는 광산개발자금입니다.”
“그러면 1%의 가격이 4억이고 총 30구좌를 판매할 계획입니까? 수익률은 얼마나 예상하고 있습니까?”
“개인이나 법인 할 것 없이 최대 2%, 2구좌까지 판매할 생각입니다. 판매대상은 저와 관계가 있는 지인이나 법인을 대상으로 할 것입니다. 채권단도 필요하다면 5% 정도 배정할 수 있습니다. 수익률은 대략 500%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흔히 금광을 노다지라고 하는데 광산도 그러했다. 제대로 개발이 된다면 엄청난 돈을 벌 수가 있었다. 그것을 알기에 다들 한발 걸치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채권단에 5%를 배정한다는 말은 우리 쪽에서 20억 원을 투자받겠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은행 명의도 좋고 개인 명의도 좋을 것입니다. 광고주들 중에 몇몇과 통화를 했는데 대부분 기업 명의가 아닌 오너 일가의 명의로 투자하기를 원했습니다.”
장인걸은 이것도 일종의 뇌물이나 비자금 조성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투자자가 광산개발의 방패 역할만 충분히 한다면 문제가 아니었다.
이연식 이사도 무슨 의미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정경유착에 도덕적 해이로 인해 지금의 상황이 벌어졌는데도 여전히 뒤로 뭔가를 챙기려고 했다. 이번 투자 건도 은행 명의보다는 임원 명의로 투자하기를 원하는 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것을 허용할 상황은 아니기에 금융기관이 직접 투자할 것 같았다.
“그런데 원광석의 제련은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몰리브덴 제련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이연식 이사의 말에 장인걸은 대답을 할 것인지 보류할 것인지 고민을 했다. 방식은 원광석을 판매하는 방식과 제련을 맡기고 가공비를 주는 방식이 있었다.
“일단 제련은 위탁가공방식을 택할 것이고 그에 대하여는 얼마 후에 입찰을 통해 선정할 예정입니다. 물론 원광석의 생산이 가공능력을 초과할 경우에는 초과분은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장인걸은 국내에 3개 업체가 몰리브덴 제련을 할 수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필요하다면 기술과 생산능력이 뛰어난 일본의 제련업체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
“위탁가공방식을 택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몰리브덴은 지구상에 그리 희귀한 금속은 아니지만 경제성 있는 고준위의 원광석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그렇기에 원자재를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중에 수급불균형이 벌어지면 가격이 폭등할 소지가 큽니다.”
원광석을 파는 것이 자금회전이 빨라 투자 금액을 회수하는 시기가 빠를 수도 있지만 그것도 길어야 6개월 정도 차이였다. 제련에서 얻는 수익을 생각하면 위탁가공이 답이었다. 물론 몰리브덴 가격이 폭락하면 위험은 더 커지지만 그것도 준위가 3% 정도일 경우에 해당이 되었다.
더구나 금속이나 전자산업이 발달하면 할수록 몰리브덴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고 가격이 폭등할 소지가 컸다.
리버사이드 파의 마검 최용섭은 안광현 회장과 만나고 있었다. 그리 친하지는 않지만 제법 안면도 있었다. 그간 부딪칠 일이 없었는데 천광상사가 태명주류를 인수하면서 이제는 접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태명주류까지 인수를 하시다니 놀랍습니다. 이런 경제상황에서 인수할 여력이 있다니 말입니다.”
“작년에 망하기 직전의 상황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다행스럽게 내부 정리를 한 덕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탐색하면서 약점을 잡히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태명주류의 일이야 서로 기존의 관례를 지킨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 봅니다. 안 회장님도 그것을 잘 아실 것이라 봅니다. 우리도 굳이 그쪽으로 넘어갈 일은 없을 것이고요.”
이미 태명주류가 광현이파에 완전히 흡수가 된 상황이니 리버사이드 파에서 이의를 제기한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안광현 회장이 만나자고 하여 만나는 것도 그저 통보하는 것이고 권리를 인정해달라고 양해를 구하는 절차였다.
단지 리버사이드 파의 보스가 아닌 마검 최용섭이 나선 것이 격에 맞지 않지만 그렇다고 하여 아예 격이 어긋나는 것도 아니었다. 조직원의 수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나는 실정이고 경제력에서는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상황이니 2인자 급이 나서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도와가면서 위기를 극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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