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44
“그거야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한데 내부의 일도 중요하지만 최근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그쪽도 그 부분에 주의를 기울였으면 합니다. 왜색 자본이 들어와서 양아치들을 들쑤시는 것 같습니다.”
마검의 지적에 안광현은 바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일본이나 다른 나라의 자금을 경계하고 무단으로 도발하는 조직을 경계하자는 의미도 있지만 안광현 회장의 숨은 조력자가 누구인지 묻는 의미도 있었다. 혹시 일본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표한 것이다.
“최근 차태근의 행적을 검토하다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확인을 했는데 간또머니와 연결이 되어 있는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정확한 내용을 확인을 하려고 조사했지만 흔적을 지워 추적을 하지 못한 실정입니다.”
안광현 회장의 말에 마검은 표정이 굳어졌다. 자연스럽게 두 가지 질문을 피해간 것이었다. 일본 자금과 연관이 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고 굳이 그러니 조력자 문제는 마검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였다.
리버사이드 파에서 개입을 하려고 하면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지만 그것도 명분이 필요했다. 흔히 외세라고 하는 야꾸자나 삼합회 같은 자들이 조직 내부로 침투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아무나 개입이 가능했다.
“그런데 문화예술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것 같습니다. 조상운의 팬이라더니 최근에는 거 가수하다 마라톤 하는 애까지 밀어준다면서요?”
안광현 회장은 그런 질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 밑에 최실장이란 아가 있는데 들어보니 동네 동생이라고 하여 같이 한 번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괜찮은 것 같아서 밀어주려고 합니다. 더구나 노래에 마라톤에 이것저것 잘하는 상황이고 대통령 취임식까지 가는 상황인데 괜히 찝쩍거려서 좋을 것이 없으니 개념 없이 나서 큰일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장인걸을 보호하는 면도 있지만 괜히 장인걸과 다른 조직이 충돌하여 서로 피해를 입는 상황을 방지하려는 의도도 있음을 밝히고 있었다. 사심도 있지만 다른 의도도 있었다.
“하긴 겁도 없이 건들다가 경찰이나 검찰까지 개입하면 여럿 다칠 수도 있죠. 이거 거꾸로 그 쪽을 통해 줄을 대는 것 아닙니까? 들어보니 비서실 라인이라던데 말입니다.”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쪽에 이상한 애들이 끼어들어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망둥이나 양치리 같은 자들이 저질러놓은 것을 방치했다면 조용히 넘어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안광현 회장은 단순한 후원자 관계임을 밝혔다. 그렇게 후원하는 문화예술계 인사가 몇 있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리 쪽도 문성기획이라고 있는데 골치입니다.”
마검의 말에 안광현 회장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리버사이드 파에서 관여하는 기획사이기에 눈에 거슬리는 면이 있어도 그냥 못 본 척 하고 있었다. 한성기획에 손을 댔다면 나서겠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니 지켜봐야 했다.
“깨끗이 정리하고 손을 터는 것이 어떻습니까? 기획사와 술집은 다릅니다. 같다고 생각하는 애들이 문제입니다. 그러니 양아치들은 정리하고 제대로 하는 애들만 남겨 일할 사람에게 넘기면 그나마 평판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안 회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 기회에 정리하여 이상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겠습니다. 그것 때문에 이상한 일이 터지지 않을까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괜히 알량한 그것 때문에 골치 아플 이유는 없죠.”
마검 최용섭은 당장 배후의 실력자가 누구인지 묻고 싶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안광현은 그런 사실에 대하여는 절대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장인걸이 배후의 실력자라는 사실은 알려져서는 안 될 내용이었다.
양진군에 접어들면서 동네마다 하나씩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자 장인걸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장인걸의 보스턴마라톤대회 우승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한 자리에 세 개나 붙어 있었다.
‘경축, 장하다, 양진의 아들 장인걸, 보스턴 제패 – 성환리 들깨 작목반 일동’ ‘경축,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마라톤이면 마라톤. 양진의 건아 장인걸 보스턴마라톤 우승 – 성환리 청년회 일동’ ‘경축, 양진의 자랑, 양진의 긍지, 장인걸 보스턴마라톤 우승 – 성환리 이장 염추식’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체가 장인걸의 마라톤우승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괜히 그런 것을 보니 미안한 생각마저 들었다.
장인걸은 양진군청에 들어와서 군수를 만나고 있었다.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기념하여 군청을 방문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광산 관련하여 신청한 각종 민원에 대한 빠른 인허가를 압박하기 위한 행위였다.
서로 인사를 하고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결국 결론적으로는 당면한 현안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광산개발은 장인걸에게도 큰일이지만 양진군도 경제위기 속에 활로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이기에 관심이 많았다.
“경제위기가 오면서 양진도 적지 않게 타격을 받은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양질의 광산이 발견되어 개발을 한다고 하니 기대가 큽니다.”
“빨리 채굴을 했으면 하는데 진입도로 개설부터 채광관련 설비의 도입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광산개발을 위한 도로개설허가는 내준 것으로 아는데요?”
양진군수 이무청이 장인걸의 푸념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마치 자신은 할 도리는 다했다는 표정이었다.
“산에 길을 내려면 그 외에 절차가 몇 가지 있는데 그것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노선확정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 발주자체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 그건 산림과와 환경과에서 하는 일이라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건 도청과도 협의를 해야 하는 일이라 시간이 걸립니다. 한 번 신청한 민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최대한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전이라면 장인걸이 방문을 하더라도 큰 효과가 없겠지만 두 번의 마라톤대회 우승을 하게 되면서 그 위상이 달라져서인지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양진군에서 광산개발을 위한 투자를 받을까 합니다. 2%, 8억 원 정도만 투자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군에서 투자를 받겠다는 말씀입니까? 하지만 군의 예산이라고 해야 그리 많지도 않고 투자를 할 예산을 마련하려면 추경을 통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일단 이 IR(investor relation)자료를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장인걸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문서 하나를 건넸다. 광산개발투자를 받기 위한 설명 자료였다. 그것을 살피던 이청무 군수의 표정이 확 변했다.
“양진을 위해 기여를 하겠다는 의중이시군요.”
“그렇습니다. 5년 안에 대략 5배 이상의 수익이 날 것입니다. 그 정도라면 양진군에 제법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최소 40억 정도의 추가 수입이 발생한다면 농촌의 지방자치단체인 양진군의 재정이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돈이 있다면 개인적으로라도 투자하고 싶군요. 일단 한 번 논의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군의회도 이런 내용이라면 협조를 할 것입니다.”
“개인의 투자보다는 은행이나 연관 기업을 통해 투자를 받는 상황이라 군수님이 돈이 있어도 투자를 받기 어렵습니다. 그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장인걸은 그렇게 말해 양진군의 유지들에게 투자받을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군에서 투자받는 것 정도가 최선이었다. 물론 광역단체인 도에서도 마찬가지로 동일한 규모의 투자를 받을 계획이었다.
장인걸의 투자제안으로 양진군청과 군의회는 갑론을박의 상황이 벌어졌지만 몰리브덴 광산에 대한 신문기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근거로 결국 며칠 사이에 투자를 승인하는 방향으로 여론이 형성되었다.
마찬가지로 도에서도 도청을 방문한 장인걸의 제안을 듣고 역시 투자를 결정하기로 했다. 두 지방자치단체가 투자를 결정하는 사이에 장인걸은 처음 광고를 했던 삼광그룹을 시작으로 하여 척을 졌던 영일그룹까지 투자를 제안하고 약정을 했다.
그 사이에 장유현, 한정수, 장태현도 한 구좌씩 투자를 했다. 거기에 민지훈이나 안광현 회장까지 차명으로 투자를 했다. 실명으로 투자를 할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장인걸은 집에 왔기에 모처럼 동생인 인숙이를 데리러 갔다가 양진읍내에서 말 많은 여고생 다섯 명과 같이 저녁 식사를 했다. 마침 토요일이라 자율학습이 여섯시에 끝이 났다.
“보스턴에서 우승한 것으로 인해 양진 곳곳에 현수막이 붙은 것 봤어요?”
양진군의 경계를 넘는 순간부터 온 동네가 다 장인걸의 보스턴마라톤대회 우승을 축하하는 현수막으로 뒤덮고 있었다. 양진에 그렇게 많은 각종 단체가 있는지 새롭게 깨달았다.
각종 청년회에 부녀회, 작목반, 동창회 등 수도 없이 많은 단체가 마을 입구나 길거리에 현수막을 달아놓고 있었다. 심지어는 이장도 하나씩 현수막을 내걸었다.
“처음에는 볼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렸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갑자기 그것을 보니까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장인걸은 그렇게 말하고 소고기로 주문했다. 여고생이 먹성이 좋다고 하지만 그 정도 감당하지 못할 장인걸은 아니었다.
“역시 인걸이 오빠.”
인숙이의 동네 친구인 최지원이 추임새를 넣었다. 옆집에 사는 최향림과 사촌관계이기도 했다.
“애가 안골 살아요. 유신희. 오빠가 산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산대요.”
인숙이가 한 여학생을 소개했다. 시골이라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었다. 역시 동창의 사촌이라고 했다. 여전히 시골에는 형제가 같은 마을에 사는 경우도 많았다.
“그 집 주인들 엄청나게 욕을 많이 먹었다고 하대요. 마을 사람들을 완전 쌍놈 취급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약간 험담을 하기도 했다. 그 집을 장인걸이 샀다는 말에 잘 되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동네사람들에게 인심을 잃고 살았던 것 같았다. 한 때는 안골이란 마을이 그 집에 살던 부잣집 소작인들이 살던 마을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거예요? 누군가 폭행을 하려고 했다면서요? 다치지 않았어요?”
“다치지 않았어. 내가 체력이 좋은 편이잖아.”
그러면서 대략적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칼 들고 설친 것을 말해 자신이 그들을 제압한 것이 정당방위였음을 피력했다. 괜히 쌍방폭행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했다. 마태욱이 얼마나 소문을 잘 냈는지 그들은 천하에 죽일 놈이 되어 있었다.
“사실 그일 때문에 현수막을 많이 걸었다고 해요.”
유신희가 재미난 사실을 말한다면서 그런 이야기가 돌았다고 했다. 그 건으로 양진이 한바탕 뒤집어진 것도 이야기했다. 자기 아버지도 이장인데 이장협의회에서 그렇게 결정하여 마을마다 이장 이름으로 현수막을 걸었다고 했다.
“현수막을 걸려고 해도 다 돈인데.”
“그건 아니죠. 인근 주천이나 은성에서 우리 양진군을 얼마나 부러워하는데요. 인기가수이지 연기자이고 마라톤 선수이면서 프리웨이 운영자에 광산까지 발견했는데 정말 대단한 거죠.”
여자애들이지만 제법 사회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런 것 하나 가지고도 서로 비교를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특히 인접한 지역들 사이에서의 그런 비교는 지역 주민의 사기를 좌우했다.
“물론 그렇지만 여전히 폭행 사건 때문에 말이 많죠. 더구나 경찰서장이 은근히 봐주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직위해제까지 되었으니.”
사실 장인걸이 보스턴에 가 있는 동안 양진에서는 커다란 풍파가 일었다. 장인걸의 폭행사건이 터지자 언론에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승찬 무리가 고등학교 때부터 행한 악행이 낱낱이 공개가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이승찬 일당이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었던 사정이 결국 드러나고 말았다. 세 번이나 검거가 되었지만 모두 풀려나고 말았는데 그 배후에 양진경찰서장이 존재했고 그 위로 고위 공직자인 이진석의 삼촌이 있었다. 경찰을 감독하는 행정자치부의 고위 공직자라서 그것이 가능했다.
“아마도 경찰들은 감옥에 가야할 것 같아요. 그 일을 초래한 고위공직자도 대기발령이 났다고 하고요. 직무유기부터 공무집행방해까지 여러 가지 죄목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그들의 죄를 신고한 사람을 협박까지 했다고 하니까요.”
“나도 들었어. 그런 못된 놈들을 풀어주고 싶을까 싶더라. 그 때문에 그 사이에 희생자만 더 생기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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