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45
장인걸은 그 정도만 언급을 하고 말을 아꼈다. 현재까지 알려진 범죄만으로도 그들은 10년 정도 감옥에 갈 상황이었다. 초장에 잡았다면 추가적인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인데 풀어준 통에 그 사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오빠, 콘서트 한다고 하던데 사실이에요?”
최지원이 콘서트를 하는지 물었다.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내용인데 아는 것이 신기했다.
“검토 중이지. 2집을 냈지만 나라가 뒤숭숭하여 미뤄 두고 있었는데 이제 해야지.”
그러면서 최지원을 봤다. 뭔가 더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은성에서 할 거죠?”
“그럴 예정으로 장소섭외를 협의하고 있는데 일정이 맞지 않으면 못하는 거지. 왜?”
“은성보다 양진에서 했으면 해서요. 양진도 공설운동장이 있고 체육관도 있잖아요.”
“그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쉽지가 않아. 그 문제는 잘 모르겠는데.”
장인걸은 중심도시인 은성에서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설명하기가 애매해서 적당히 얼버무렸다. 양진에서 한다면 절반이나 찰지 의문이기도 했다.
장인걸은 양진을 방문한 이후에 곧바로 중간고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보스턴마라톤대회에 출전하여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한 보고를 겸한 인사를 다녔다. 서울마라톤에서 우승하고 인사를 했으니 한 달 만에 다시 가는 상황이었다.
“몰리브덴 광산이라니? 넌 정말 운마저도 좋은 것 같아.”
유진영 교수는 대학 본부를 방문한 후에 자신의 연구실로 가더니 그렇게 탄식을 했다. 일종의 부러움을 그렇게 드러냈다.
“사실 운이 좋았죠. 제가 합금에 관심이 많은 편이고 희토류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다보니 광산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고향에 산이 싸게 나왔다는 말을 듣자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어릴 적에 집에서 나올 때 멀리 보이는 산이라서요. 그런데 설날 내려가서 산을 구경하는데 바위가 몰리브덴 원광석으로 보여 샘플을 채취하여 간이 실험을 했더니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아는 사람을 통해 한 연구소에 성분분석을 의뢰했는데 결과적으로 5% 이상의 고준위 원광석이란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국내에 광산개발이 가능한 업체를 찾아보니 백제화학이 나와 있어 인수했죠.”
“하긴 우리 화공과가 무기화학이나 유기화학만이 아닌 금속공학 쪽과도 연관이 깊지. 금속 관련은 별도로 금속공학과가 있어 거기서 배우지만 금속의 제련도 엄밀히 말하면 화학작용이니. 몰리브덴이 크롬족 금속이지?”
유진영 교수는 금속분야에 대한 학습은 금속공학과에서 취급하는 바람에 화공과가 균형 있는 공부를 못하는 면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화공학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석유화학분야만이 아니라 금속공학이나 재료공학도 같이 공부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자네는 우리 과에서 배우는 내용을 거의 다 아는 것 같아. 이야기를 하다보면 최소 석사과정에 들어온 사람 정도는 되어 보이니.”
유진영 교수는 장인걸과 대화를 하다가 뭔가 위화감이 종종 느껴졌는데 그것은 바로 학부생답지 않는 지적능력이었다. 장인걸이 화공과에서 배울 내용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행사에 가려고 이동하는 시간, 대기하는 시간에 전공 관련 서적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4학년 전공 교재까지 전부 다 읽어 봤습니다. 세세한 내용은 몰라도 큰 주제는 다 기억하는 편이고요. 제가 기억력이나 이해력은 좋은 편이고요.”
장인걸은 자신의 본 모습이 상당부분 드러났지만 그것을 감추기보다 차라리 인정하고 천재로 자리매김하려고 했다. 학교 다닐 때에 배워야 할 내용이라면 이미 다 알고 있으니 그런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도 무방했다.
“아쉬워. 자네 같은 사람이 공부를 계속하고 연구를 해야 하는데. 이미 노래에 마라톤에 두각을 드러낸 상황이고 사업마저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승승장구하니. 이사장도 광산에 투자하려고 하던데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이사장님 개인이 아닌 재단에서 투자를 한다면 적당한 수준에서 받아줄 생각입니다. 하지만 개인이라면 그건 좀 명분이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장인걸은 대학본부나 재단에서 추가적으로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유진영 교수를 면담할 것을 알기에 선을 그었다. 유진영 교수에게 하는 말이지만 사실은 재단이나 본부에게 하는 말이었다.
“백제화학이라는 회사까지 인수를 했다니 이제 너한테 잘 보여야 할 것 같아. 나중에 연구비를 지원받으려면.”
“그 회사가 무슨 회사인지 알아요?”
“그 정도야 알지. 내 친구 중에 백혜련이라고 금속공학과 교수가 있는데 희토류 관련 연구를 하고 있지. 거기나 몇 개의 특수금속을 취급하는 회사에서 연구비를 받아야 해서 알고 있지. 우리 화공과도 그런 곳과 연관이 많기도 하고. 우리도 연구에 필요한 희토류 샘플을 구하려면 그런 회사의 협조를 받아야 해. 광산개발로 자금을 확보한 후에 뭐를 주로 연구개발할 거야? 단순히 광산만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알지 모르지만 박시운 박사가 대표로 있어요. 희토류 관련 재료공학 쪽에 강점이 있죠. 지금까지는 특수금속에 편중이 되어 있지만 사실 연구원 면면을 살펴보면 전자 소재, 특히 반도체 소재와 밀접한 면이 있어요. 다들 개별적으로 그쪽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것을 아예 양성화시켜 지원할 생각입니다.”
장인걸은 조금 돌려서 말을 했다.
“아, 그렇다면 결국 목표는 일본의 스미모토 화학 같은 회사가 되겠다는 것인가? 반도체 소재에 특화되어 있는?”
“꼭 반도체라고 특정할 필요는 없죠. 화이자의 비아그라처럼 뭔가 개발한 후에 용도를 역으로 창출하는 것도 방법이죠.”
“이거, 나도 뭔가 미뤄둔 연구 과제를 한 번 살펴봐야겠군. 앞으로 산학협동연구도 지원할 예정이지?”
마치 꼭 지원해야 한다는 것처럼 말을 했다. 장인걸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국내 대기업의 연구소를 통해 나오는 산학협동연구자금으로 대학의 연구실이 명맥을 유지하는 실정이니 당연했다. 어떤 중점 연구과제의 주변 연구를 대학에 넘기는 것이 보통이었다.
“일단 광산개발이 궤도에 진입하여 수익을 창출해야 가능한 이야기죠. 30명의 연구원이 연구를 시작하면 부가적인 연구도 많을 것이고 그것을 연구소에서 전부 다 소화하려면 비효율적이죠. 1년 후에나 산학협동연구는 시작할 것입니다.”
“그래? 나도 올해와 내년이 지나면 안식년이니 딱 적당할 것 같군. 내년에 연구과제가 발표되면 나도 신청을 해야겠군.”
“교수님이 그쪽 연구를 도와준다면 저야 좋죠.”
장인걸은 유진영 교수의 실력을 알기에 흔쾌히 찬성을 했다. 선정절차에서 문제가 된다면 히어로기획에서 독자적으로 지원해도 될 일이었다.
장유현은 한정수를 만나서 술을 한 잔 하고 있었다. 드라마 ‘태양의 계절’을 촬영 중이지만 모처럼 시간이 비었기 때문이다.
“애가 능력이 좋은 것 같아. 운도 좋은 것 같고.”
한정수의 말에 장유현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고 앞에 놓인 술잔을 비웠다. 다른 장소도 아닌 장유현의 집이기에 그들은 마음 편하게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운이 아니라 실력인 것 같아. 뭐를 하더라도 치밀하게 준비해서 나서는 것 같아. 일견 무모해 보이는데 알고 보면 뒤에서 다 준비를 해놓은 것 같아.”
장유현은 백제화학의 인수나 광산개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가 합쳐지니 최선의 방책이 되는 것도 언급했다. 매사에 큰 그림을 그리면서 움직이고 있었다.
“광고도 벌써 여섯 개나 나오는 것 같더라. 그것도 최대한 줄인 것이라니. 거기다가 흥아 엔터까지 인수하는 것을 보면 의구심마저 들어. 거기는 뭔가 흑막이 있다는 말도 있는데 그놈들이 깨끗이 정리해서 넘겨주다니 이해가 되지 않아. 거기다 운영자금에 사옥까지 보태 주었다니 이해가 되지 않아.”
한정수는 너무 일이 술술 풀리는 것 같았다. 둘 다 흥아 엔터의 사외이사로 등록이 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어떻게 회사가 돌아가는지 알고 있었다.
“좋은 게 좋은 것이지. 그런데 이러다가 기획사들 다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름 있는 곳도 부도가 속출하니.”
연예기획사도 행사가 줄어들면서 수입이 줄어들고 그러니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부도가 속출했다. 특히 소속 연예인을 제외하고 특별한 담보도 없는 상황이라 돈을 융통할 수도 없었다.
“인걸이 탓을 하는 자들도 있더라고. 어려울 때 앨범 둘을 내서 쏙 자금을 빨아들였으니 그 때문에 최근 시장에 나온 음반이 다 죽을 쑤었으니.
그러니 더 어려워진 면도 있고. 인걸이야 허튼 데 돈을 쓰는 사람도 아니니 그 돈이 풀리는 것도 아니고.”
한정수의 말에 장유현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앨범 두 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지금 장인걸이 오픈한 프리웨이와 각종 사업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음반사의 불황이 장인걸의 탓이라는 말이 일리가 있었다.
“더구나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라톤까지 하여 가요 팬만이 아닌 국민을 전부 팬으로 만들었으니, 이제는 그냥 연예인도 아니야. 몇몇 기업가나 정치인들을 만났는데 인걸이를 부담스러워 하더라.”
“그렇기야 하지. 취임식에서 노래할 때와 또 다른 상황이니. 특히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한 것으로 인해 기대감도 한층 높아진 상황이고.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올림픽에서도 우승할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아졌어.”
올림픽에서 가장 값진 메달이 세 개 있었다. 그 중에 둘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팀에게 주어졌다. 바로 남자 100m, 남자 마라톤, 남자 축구였다. 다 같은 메달이라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어쨌든 어느새 우리가 그 녀석의 최측근으로 분류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 쟁쟁한 기업인들마저 그 녀석 좀 만나게 해달라고 하더라.”
“그들의 목적이야 사업에 들러리를 세우고 광산에 한 발 걸치기 위해서이지. 나에게도 몇 사람이 투자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라고 부탁하는데 그냥 입장 곤란하다고 솔직히 말했어.”
둘은 한동안 장인걸을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1년 전만 해도 장인걸은 무명이었지만 지금은 그들보다도 더 높은 위치에 올라 있었다.
장인걸은 ‘태양의 계절’이라는 드라마의 방영을 앞두고 밀린 촬영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더구나 장인걸이 필요 없다던 복면액션 장면까지 장인걸이 촬영해야 했다.
“노래 실력이 더 좋아진 것 같아. 더구나 팝송을 부르는 방식도 조금 달라진 것 같아. 미국에 갔다 와서 그런지 영어 발음이 원어민들처럼 바뀌었어.”
장유현이 촬영 하나가 끝나자 노래에 대해 평을 했다.
“원어민과는 조금 달라요. 걔네 방식으로 발성하면서 노래하면 오히려 노래를 못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래서 콩글리쉬와 원어민의 중간 수준으로 노래를 하고 있어요.”
장인걸은 미국식 영어 발음을 하려다가 그렇게 발음하는 사람이 극중 배경이 되는 시대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당시의 통기타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를 들어 보고 그 정도가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거기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하긴 당시 팝송을 부르던 장면을 보면 그런 것도 같더라. 그런데 액션이 문제인데 어떻게 할 거야?”
장인걸이 하는 액션은 일상액션과 복면액션으로 나뉘었는데 문제는 대역이 하는 복면액션이 장인걸이 하는 일상액션보다 느낌이 좋지 않다는 점이었다. 일상액션보다도 어색한 면이 존재하고 이질적이었다.
“그래서 복면을 쓸 경우에도 진짜 어려운 경우를 제외하고 저한테 하라는데 걱정입니다. 사전에 대비할 시간도 없었는데.”
“위험한 일이라 나도 말리고 싶은데 관여할 상황이 아니라서 어쩔 수가 없다. 그럴 바에는 사전에 말을 하여 훈련을 하도록 하고 그만큼 개런티에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니야?”
“대역을 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텐데, 하성환 무술감독이 너무 안이한 것 같습니다.”
장인걸은 장인걸의 키가 너무 커서 대역을 구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니 어이가 없었다. 액션이 되면 체형이 맞지 않고 체형이 맞으면 액션이 되지 않는 상황이니 딜레마였다.
‘문제는 자칫 액션을 하다가 내 정체가 드러나는 일인데 그것이 걱정이군. 전문액션은 개인의 특성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데.’ 장인걸은 자신의 액션실력을 드러냈다가 전국구 주먹들의 눈에 띄는 사태가 벌어질까 그것이 걱정이었다. 아무리 액션에 불과하더라도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기 마련이었다. 얼굴을 감춰도 싸우는 모습이나 피해자의 상처로 가해자를 찾는 이치와 같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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