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49
밤늦은 시간에 촬영이 끝나자 김기현이 대기하고 있다가 갈아입을 옷을 챙겨서 나타났다. 벌써 12시가 지난 것 같았다.
“김 대리님은 먼저 들어가세요. 나는 같이 촬영한 사람들과 같이 한 잔 하기로 했어요.”
장인걸은 3일간의 밤샘 촬영이 일단 끝나자 같이 고생한 사람들과 같이 한 잔 하기로 했다. 클럽 해바라기와 사장인 유희주를 둘러싼 암흑가의 쟁투에서 박대필과 윤태산이 승리를 거두는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었다.
그렇기에 촬영 내내 유희주 역할을 하는 강수영도 같이 촬영을 했다. 마침내 촬영이 끝나자 출연료를 가장 많이 받는 강수영이 한 잔을 사기로 하여 주요 출연자와 촬영 스텝들이 근처의 참치횟집으로 이동을 했다. 특별히 예약을 하여 늦은 시간일지라도 영업을 한다는 말도 했다.
처음에는 왁자지껄 술을 마시다가 시간이 지나자 하나둘 취한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고 삼삼오오 모여서 공동관심사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장인걸도 여기저기 다니면서 잔을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결국은 강수영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이런 장면을 촬영하려면 정말 힘들지?”
마지막 장면은 클럽의 박투장면이었다. 그렇기에 단역과 엑스트라가 무려 100여 명 가까이 동원이 되었다. 많은 장면을 촬영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고난이도의 액션 장면을 반복하여 연기하느라 진이 다 빠졌다. 이번 촬영의 주역은 장인걸이었다.
장인걸은 혼자서 엑스트라 사이에 뛰어들어 다 때려눕히는 연기를 해야 했다. 조금만 실수를 해도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위험한 촬영이었다. 만일에 장인걸이 티가 나지 않게 적절히 움직여 보완하지 않았다면 진작 부상을 당해 촬영이 중지되었을 정도로 고난이도 촬영이었다.
“대역을 쓰기로 했는데 직접 하려니 정말 힘이 드네요. 시작 전에 간단히 서론만 늘어놓고 그 후에는 대역이 등장해야 하는데 액션까지 풀로 다하려니 힘이 듭니다.”
“사실 액션을 하는데 네가 하면 마치 무예가가 나서는 것처럼 멋있어. 가볍게 주먹을 휘두르거나 발차기를 해도 다른 사람과 달라 멋있었어.”
강수영도 제법 술을 마셨는지 약간 취한 기색을 보였다. 어투가 평상시와 달리 조금 이상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도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 정말 놀랐습니다.”
“더 이상 말하지 마. 나도 그 장면만 생각하면 지금도 볼이 화끈 거리니. 5년 전 ‘폭염’ 촬영 이후에 이런 장면은 처음이니.”
사실주의를 표명하는 ‘태양의 계절’은 결정적인 장면을 내보내는 것을 제외하고 충격적일 수 있는 폭력이나 살인, 강간의 장면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보통 문을 닫은 상태에서 비명만 나는 정도로 처리를 했지만 태양의 계절에서는 직접 붙잡아서 때리고 흉기로 찌르는 직전의 상황이나 강제로 옷을 벗기는 장면까지 보여주었다. 너무 폭력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15금 영화 수준의 노출을 하고 있었다.
김준열과 동업자 관계에 있던 마약상 양동호가 김준열이 실종되자 부하들을 총동원하여 클럽을 습격한다. 사실 김준열이 유희주를 습격한 것을 아는 상황에서 유희주는 멀쩡하고 김준열만 사라졌으니 역으로 당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김준열이 붙잡혔다면 암흑가의 방식으로 족칠 것이고 그러면 오래지 않아 입을 열 것이니 먼저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다행히 들키지 않고 남아있던 김준열 잔당의 동조로 순식간에 클럽은 점령을 당하고 사장인 유희주도 양동호 일당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거기서 양동호는 사장인 유희주를 부하들 앞에서 발가벗기고 강간하려는 장면을 연출한다. 김준열의 행방을 물으면서 말하지 않으면 강간을 한다고 옷을 벗긴다. 물론 유희주는 겁에 질려 사실대로 말을 한다. 김준열이 도망쳤다는 사실을 말했다.
그러자 왜 도망을 쳤는지 묻자 지나가는 사람이 나타나서 그들을 물리치고 구해주었다고 말하지만 싸운 사람이 박대필이라는 사실을 말하지는 않는다. 몇 번 위협을 하고 뺨까지 때리지만 모른다고 버티자 부하들과 강간 순서까지 논하기도 한다.
사실 그렇게 하는데 정신이 팔려 밖에서 박대필이 도착하여 조폭들을 처리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물론 드라마가 방영될 때는 두 장면이 교차 편집되어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도록 대본이 되어 있었다.
결국 속옷만 남긴 장면에서 박대필이 뛰어 들어 유희주를 구하고 사장실에 있는 다섯 명의 폭력배들을 전부 다 쓰러뜨리는데 속옷차림인 유희주는 몸을 가리지 않고 쓰러진 폭력배들에게 다가가서 발길질을 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물론 몸 전체는 뒷모습만 보이고 나머지는 집무실의 책상이나 소파로 가린 형태로 촬영이 되었다. 거기서 유희주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연출한다. 아울러 강간을 당하더라도 샤워 한 번 하면 끝이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그들이 겁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런 노출 장면은 선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얼마나 상황이 급박한지 보여주어 시청자들이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장면은 강수영이 기꺼이 필요하다고 동의하여 촬영이 가능했다.
“거기서야 너랑 나랑 볼 장 다 본 관계이니 거리낄 것이 없는 상황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민망하기 짝이 없으니.”
장인걸은 강수영이 민망한 표정을 짓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괜히 더 말을 하여 화를 돋울 필요는 없었다.
“너도 언제 나한테 속옷만 입은 모습을 보여줘. 나만 보여주면 뭔가 손해 본 느낌이니까?”
그러자 장인걸이 뭐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소문에는 강수영이 ‘연하킬러’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니 괜히 장단을 맞추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다른 방식으로 접근이 필요했다. 그러자 강수영이 도끼눈을 뜨고 장인걸을 노려보았다.
“설마 너 ‘볼 것도 없던데’라고 하려던 것은 아니지?”
장인걸은 진지한 대답보다는 장난으로 상황을 모면하기로 했다. 그렇기에 순간적으로 그런 말을 하려고 하다가 참았다. 여동생이나 누나가 있는 사람은 집안에서 실수로 속옷차림을 보게 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그때 뭐라고 하면 그런 말을 하여 더 화를 돋우는 방식으로 상황을 모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인걸도 하마터면 입 밖으로 낼 뻔했다.
“저,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네 얼굴에 다 쓰여 있는데, 뭘.”
그러면서 어깨를 툭툭 치는 강수영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아프지는 않지만 술기운이 올라오자 겉옷을 벗어 몸에 달라붙는 민소매 차림이라 체향이 물씬 풍겨왔고 몸매가 다 드러나고 있었다.
장인걸은 민수길의 보고를 받고 이런 제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최유림을 통해 안광현 회장이 배후에 있다는 것도 통보받은 상황이었다.
“문성기획에서 인수제안을 받았다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회사는 평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서 인수해도 득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스타 몇 명이 있지만 지금 같은 불경기에는 득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민수길은 부정적으로 보고를 했다. 슈퍼스타는 몸값이 높아 오히려 불경기에는 일거리가 줄었다. 더구나 그런 스타들의 평가도 그리 좋지가 않았다.
하지만 최유림으로부터 그 이면에 있는 사연을 들은 상황이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 되었다. 호의를 가지고 해온 제안이라 무작정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십시오. 조건이 어떤지, 기존 경영진이나 일부 연예인의 거취는 어떻게 할지 말입니다.”
장인걸은 정리를 해서 넘겨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안광현 회장이 관여한 일이 아니기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어떤 의도로 인수제안을 했는지 파악할 필요는 있었다.
‘마검 최용섭이 나선 일이니 문제는 없겠지. 한 번 만나자고 할 수도 있다는데 그것이 문제이군.’ 장인걸은 마검과 만나는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판단이 되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을 드러낼지 아니면 감춰야 할지 그것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얼마 전이라면 기운을 감추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일반인과 다를 것이 없을 정도로 감출 수가 있다. 하지만 그와 교류하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그들과 엮이지 않더라도 대접을 받을 수도 있었다. 주먹을 사용하는 자들일지라도 항상 주먹만 쓰는 것은 아니었다. 사회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움직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요구를 할까 걱정입니다.”
“그렇다면 굳이 인수할 이유는 없습니다. 뒤로 들은 이야기도 있으니 일단 이야기만 들어 보면 됩니다. 최실장에게 이야기를 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도 방법일 것입니다.”
장인걸의 말에 민수길의 표정이 더 굳어졌다. 최유림까지 개입을 시키는 것은 그 쪽과 연관이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인수를 한다면 잘 정리한 이후에 이루어질 것입니다. 자신들의 약점이 될 내용은 모조리 정리한 후에 매각을 할 것입니다. 그러니 문제가 있는 부분이 넘어올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장인걸도 내키지 않지만 일단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흥아 엔터를 인수하면서 덤으로 받은 것이 있기에 아직까지 약간 적자를 보는 상황이지만 문제가 아니었다.
어린이날 행사를 마치고 난 이후에 장인걸은 학교 축제 개막공연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자신이 직접 가서 무대 상태를 점검하고 음향테스트까지 했다. 물론 혼자 공연하는 것이 허전해 문라이트까지 섭외를 하기도 했다.
작년처럼 동아리 밴드를 동원할까 했지만 연주 실력이 그리 좋지 않았다. 동원하려고 하면 할 수도 있지만 굳이 실력이 떨어지는 아마추어를 동원할 이유는 없었다.
“굳이 우리까지 네 사비로 섭외한 이유가 뭐야? 그냥 동아리 정도에 협조를 구하지.”
공연 전날 리허설을 마치고 난 후에 집으로 와서 권세라와 같이 뜨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권세라는 장인걸이 사비까지 들여 대규모로 공연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처음에는 몇 곡 공연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콘서트를 하는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이왕에 하는 공연이고 어쩌면 학교에서 하는 마지막 무료공연일 것 같아서 제대로 하려고 하는 거야. 내년에는 축제 때 공연하는 것도 어려울 것 같고. 총학이나 동아리연합회도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여 사람을 모으는데 시시하면 그것도 문제이지. 그리고 6월에 시작할 전국 순회콘서트의 예행연습을 하는 면도 있고.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공연기획사가 없는 실정이라 내가 직접 콘서트를 기획할까 생각 중이야.”
공연기획은 일종의 감각인데 10년 동안 봤던 것이 있었다. 그것을 현재의 시스템에 접목하면 나름대로 혁신적인 것이 될 수 있었다.
“어쨌든 우리가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것보다 너랑 같이 나서는 것이 대중의 주목을 받는데 유리한 면이 있어 같이 나서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할지 걱정이야.”
“누가 뭐라고 해?”
장인걸은 권세라의 말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읽었기에 대충 사정을 이해했다.
“내부적으로 조금 말이 나오기도 하지. 계속 이렇게 가다가 네 백밴드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하지만 최고 밴드가 되기에는 아직 실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에 당분간 감수한다는 입장이야. 네 프로듀싱은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뭔지 알려주고 채워주기도 하니까. 아직까지 어떤 연주가 좋은지 판단을 못하거든.”
권세라는 불만이 없지만 다른 멤버는 다를 수도 있었다. 장인걸로 인해 메이저로 나왔지만 그로 인해 은근히 장인걸이 없으면 그저 그런 밴드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다.
앨범을 내려고 준비 중에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답보상태에 빠져 있었다. 앞선 세 개의 앨범보다 나은 수준으로 해야 하는데 그들 맘에 드는 노래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아직도 독자적으로 활동하기에는 보컬도 조금 부족하고 세션들의 세기가 조금 부족한 편이지. 능력 있는 프로듀서가 있어 가다듬어 준다면 그런 약점을 커버할 수 있지만 자체적으로 그런 능력은 아직 부족해.”
장인걸은 사실대로 문라이트의 능력을 평가했다. 전이라면 잘 한다고 말하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약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었다. 문라이트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들이 한 꺼풀 벗고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웠다.
대부분의 밴드가 그 정도 수준에서 멈추고 말았다. 거기서 한 발 아나가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았다. 밴드원 중에 하나가 특출하여 전체를 리드해 간다면 가능하지만 그들 중에는 누구도 그런 실력이 없었다.
“알고 있어. 어쩌면 지금이 가장 중요하지. 찬길이 오빠가 어제 한 소리를 하기도 했고. 아직 엉터리 주제에 자기가 잘 하는 줄 안다고. 네가 손봐주기 전에는 절대 연주를 완성도 못하면서 꼴값을 떤다고. 아직 귀도 제대로 뚫리지 않았다고.”
“맞는 말이지만 함부로 입에 담기 어려운 이야기야. 리더인 찬길이 형이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고.”
“맞아. 나도 네 도움이 없었다면 멜로디와 리듬을 만들지 못했을 거야.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도 부족하지. 그런데 어떻게 하는 거야? 너를 만나고 나면 달라지는데.”
권세라는 장인걸과 만나고 난 후에 자신의 감각이 점점 예민해지는 것을 깨달은 것 같았다. 그건 사실이었다. 장인걸은 권세라와 만날 때마다 금강나한공을 운용하여 권세라의 감각을 일깨우고 있었다.
‘귀로 들을 수가 있어야 제대로 연주를 하지. 감각이 둔하면 아무리 스킬이 좋아도 표현하는데 한계가 존재하지. 이제는 그 차이를 느낄 수가 있으니 연주할 때에 표현이 가능한 것이고.’ 장인걸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냥 미소를 지었다.
“설마 내가 잘 느끼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
권세라는 처음과 달리 훨씬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무덤덤한 관계에서 차츰 권세라가 은근히 먼저 만나자고 요구하는 경향이 있었다. 오늘도 권세라가 기회를 만들었다.
이런 것은 강진경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장인걸의 상황이 여유롭지 못하기에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어떻게든 기회가 되면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어떻게 한 거야? 만날 때마다 느낌이 다르던데 설마 그런 거야? 뭔가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거야?”
권세라는 의심을 하고 있었지만 장인걸의 반응에 확신을 가지게 된 것 같았다. 장인걸은 두 사람을 만나고 난 후에 공력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을 알게 되자 그 후부터 만날 때마다 적극적으로 공력을 운용했다. 그 결과 흔히 말하는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지는 현상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는 장인걸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권세라나 강진경 모두 공히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강진경이나 권세라는 모두 전과 달리 건강해졌고 외모도 확실하게 달라졌다. 특히 권세라의 변화가 두드러져 전에는 골격이 굵직한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여리해 보이고 청초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문라이트의 미모의 드러머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반면에 강진경의 외모는 원래 화려했는데 지금은 훨씬 더 화려한 느낌이 들었다. 그 때문에 화창한 날에도 미세먼지를 탓하면서 마스크를 끼고 다니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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