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5
‘세상에 쉬운 일이 없군. 그냥 보관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았는데.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 노리는 자들까지 나타날 것이니 그런 사실마저 감추려면?’주변을 둘러보면 모두가 다 양아치 같은 사람들뿐이었다. 조직에서 그렇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했다.
‘하긴 이 바닥에 들어온 사람들 대부분은 학교 다닐 때 건들거리는 녀석들이 대부분이지. 그렇지 않으면 이 바닥에 올 일이 없는 것이지. 그런 녀석들 치고 제대로 된 녀석이 없고.’결국은 조직과 관계가 없는 곳에서 찾아야 했다. 계좌에 돈이 있어도 손대지 않을 사람이 필요했다. 그러려면 외부에서 착실하면서도 믿을만한 사람을 찾아야 했다.
최유림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을 검토하면서 믿을만한 사람을 찾으려고 했다. 그 조건에 부합하는 몇 명의 후보를 골랐다. 하지만 그런 부탁을 하기에는 여러 이유로 적당하지 않았다. 선택한 사람을 협조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화공과 신입생 환영회는 개강 첫날 열렸다. 과회장인 이환열이 모임을 워낙 좋아하는 편이라 입학 첫날 날을 잡은 것이다.
장인걸은 세 시간 정도 음악 동아리에 있다가 신입생 환영회가 있다면서 나왔고 다음날 수업이 끝나면 다시 가는 것으로 했다. 처음에 있던 이미향이나 권세라 외에 다른 사람도 찾아왔지만 새로 신입회원이 오지는 않았다.
“난 김진수.”
“나는 장인걸.”
이미 이름을 알고 있지만 그런 티를 내지 않았다. 45명의 학과생 중에 여학생은 딱 2명이었다. 안정희와 최미선이었고 그 둘은 학과 선배들의 호위를 받으며 상석 근처에 자리하고 있었다. 워낙 여자가 드문 과다 보니 여자에 대해서는 모든 것이 관대했고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현역이지?”
“응, 너는?”
“나도.”
작은 소리로 그렇게 속삭이듯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고작이었다. 음식을 시켜놓고 벌써 식사를 시작했지만 큰 소리를 내는 사람은 몇몇 고학번 선배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답답하긴 하지. 꼰대기질을 가진 사람도 꽤나 있고.’화공과는 선후배 사이에 군기를 잡는 분위기다보니 장인걸은 신입생 환영회를 끝으로 과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싫은 소리를 하는 동기생과 선배들도 있었지만 무시하니 결국 중간고사가 끝난 이후에는 말이 없었다.
그가 본 미래라고 해봤자 10년 정도에 불과했기에 친구들에 대한 옥석가리기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누가 괜찮은 사람이고 누가 상대할 가치가 없는 사람인지 알 수는 있었다.
‘저들과 아주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다. 그저 적당한 수준에서 친분을 나누면 된다. 더구나 IMF 외환위기가 오면서 다들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쁜 세상이 되는 것이니.’장인걸은 전처럼 아예 교류조차 하지 않는 상황은 개선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최우선적으로 챙길 생각은 없었다. 그저 다른 대학생처럼 적당히 알고 한두 명 정도나 가깝게 지낼 생각이었다.
‘누구와 친해질 것인가는 상황을 보면서 정해야지. 내가 원한다고 해서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고. 인간관계는 인력으로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니.’장인걸도 짧은 사회생활을 통해서 사람사이의 관계는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인걸이 아무리 친하게 지내려고 해도 친해지는 것은 아니고 멀리 하려고 해도 가까워지는 경우도 많았다.
‘진수는 그래도 가장 평판이 좋은 애이니 가깝게 지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 앉은 면이 있지만.’“오리엔테이션을 했어도 이름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겠어.”
“다들 술만 먹다보니 정신이 별로 없었지. 그래도 쟤네 이름은 기억할 것 아냐?”
“그렇기야 하지.”
여학생들은 둘 다 쾌활한 성격인지 선배들 사이에서 기가 죽지 않고 쾌활하게 떠들고 있었다.
“게임 잘하니? 공대에 다니려면 게임을 잘 해야 한다던데.”
김진수가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이상한 말이지만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 말이었다.
“전자계산기를 얼마나 빨리 잘 사용하는지에 따라 학점이 달라지는데 보통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빨리 능숙해져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지. 난 그런대로 손이 빨라. 기계치도 아닌 편이고.”
“아, 공학용 전자계산기 말이지. 공학도의 만능여의봉이라고도 하던데.”
공학도에게는 공학용 전자계산기만큼 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것은 없었다. 그것이 없이는 전공공부를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얼마나 빠르게 능숙해지고 손이 빠르냐에 따라 학점이 달라진다고 하더라.”
종종 머리는 좋아서 개념은 잘 이해하는데 전자계산기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헤매는 사람이 있었다. 어려운 문제를 내면 성적이 좋은데 쉬운 문제를 많이 풀도록 하면 시간이 없어 성적이 엉망인 경우도 발생했다.
장인걸은 이미 한 번 공부한 것이기에 어려울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공부를 하는 것은 출석이나 리포트를 제출하는 것 외에 어려울 것은 없어 보였다.
장인걸은 그날 아홉시 반에 1차 모임이 종료되자 2차 모임을 가지 않고 집으로 왔다. 전에는 2차 모임까지 갔지만 다시 술만 잔뜩 마시니 별로 영양가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것보다는 수업 전에 조금 빨리 가서 동기들과 같이 커피한잔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친분을 나누는데 도움이 되었다.
장인걸은 돌아오기 직전에 느꼈던 충만한 기감을 다시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 그 때는 물속에 있는 것처럼 기가 충만했었는데 그런 느낌이 잡히지 않았다.
‘아울러 몸 안을 흐르던 기의 움직임은 기억하고 있다. 그 움직임은 굵은 선으로 그려진 그 경로이다.’책에 나와 있는 그림에는 다소 굵은 선으로 그려진 두 개의 경로와 다소 가는 선으로 그려진 16개의 경로가 있었다. 18경락이라 하는 것인데 소주천은 가장 중요한 두 개의 경락을 여는 것을 의미했다.
‘굵은 것은 소주천이고 가는 것이 대주천이라고 하겠지.’그에 대하여는 특별한 언급이 없지만 그렇게 짐작이 되었다. 두 개의 굵은 경로는 돌아오기 직전에 느낀 흐름이 분명했다.
‘소주천을 이루는 것도 쉽지 않겠지. 하지만 그 느낌을 기억하고 있기에 기감이 느껴지는 순간 의식을 집중하면 약간 간지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전에 기감이 느껴졌던 경로에 의식적으로 정신을 집중하면서 기가 흐른다고 상상하고 있었다.
‘몸의 상태가 전과 달라. 힘도 좋고 지구력도 훨씬 나아졌어. 전에는 빠르게 달리면 횡경막이 당겼는데 그런 느낌이 하나도 없어. 전에는 시간이 없어 뛰어가다 보면 배에 통증이 있었는데 지금은 더 먼 거리를 더 빨리 달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마라톤을 해도 될 정도로 체력이 좋아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는 회귀로 인한 효과인 것도 같았다. 또한 노래를 하는 것도 전과 달랐다. 폐활량이 늘었는지 호흡의 길이도 늘어났고 고음을 내지르는 것이 훨씬 부드러웠다. 더불어 성량도 그만큼 커져 힘을 주지 않아도 소리가 컸다.
여기에 청각도 좋아졌는지 음감이 훨씬 뛰어나 박자는 물론이고 미세한 음정 차이마저 바로 잡아낼 수가 있었다. 다른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미묘한 조율의 이상도 느끼고 잡아냈다.
악기는 아날로그 방식이기에 허용 오차 내에서 약간의 차이가 난다면 조율기로 측정하면 덜 감기거나 더 감겨도 차이를 잡아내지 못하는데 장인걸은 그걸 찾아냈다.
‘돌아오기 직전에야 소주천을 이루었는데 잘 하면 훨씬 빨리 소주천이 가능할 것도 같아. 간지러운 느낌은 내가 상상하여 일어나는 것이 아닌 것 같아.’장인걸은 명상과 단전호흡을 매일 할 때마다 그 감각이 더욱 선명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이 구체적인 느낌으로 실체화되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었다.
실질적인 느낌으로 드러나면 그 때에는 바로 소주천이 가능할 것도 같았다. 소주천을 이룬다면 그 후에는 대주천을 시도할 계획이었다.
‘아울러 감각만 예민해진 것이 아니라 머리마저 좋아지는 것 같아. 교재를 받아서 읽어보니 전에 배워서 쉬운 면도 있지만 한 번 읽으면 바로 이해가 되고 있어. 이러면 학교 공부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장인걸은 그러면서 불경을 읽고 해독할 실력이 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될 것도 같아 최대한 빨리 공부를 시작할 생각이었다. 다행이라면 책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교보재가 많아 혼자 독학을 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장인걸은 화학을 가르치는 유진영 교수를 만나자 감회가 새로웠다. 유진영 교수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년 전에 귀국하여 명석대에서 어렵게 전임강사 자리를 맡은 사람이었다.
대학 때는 화학을 전공했지만 유학할 때는 화공학도 복수로 전공하여 그가 복학한 3학년 때 석유화학과 관련된 유화공정이라는 전공과목을 담당하기로 했다.
또한 장인걸이 일종의 아르바이트로 연구실에 처음으로 들어가서 실험을 하기도 했었다. 산학협동 프로젝트였는데 원경희가 취업을 한 상황이라 시간이 많이 남아 참여할 수 있었다. 그것 때문에 삼광식품에 취업하는데 도움을 받기도 했었다.
‘교수 중에서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사람이고 실력도 뛰어난 편이지. 거기다 교수능력도 좋아 필요한 것을 잘 가르쳐 주었지. 조금 빡빡하게 가르치지만 나중에 꼭 필요한 수업이지.’유진영 교수의 특성 중에 하나는 LAB라고 하는 실험을 직접 참여하는 점이었다. 보통은 조교에게 맡기는데 대부분의 실험에 참여하여 직접 실험의 의의와 문제점을 지적해주었다.
“능숙한데. 과학고 출신이야? 과학고도 요즘은 실험을 별로 하지 않아 서툰데.”
“아닙니다. 일반 고등학교 나왔습니다. 평소 실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입시교육 때문인지 고등학교에서 실험을 직접 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고 세세한 부분은 간과하기 마련인데 장인걸은 대학과정을 마친 상황이고 연구실에 있었기에 능숙했다.
더구나 왜 그런 실험을 하는지 목적을 알고 있는 상황이기에 체크해야 하는 포인트를 잘 알고 있었다. 실험 중간에 어떤 실수를 하면 실험을 망치는 상황이 벌어질지 잘 알기에 그런 부분을 사전에 차단했다.
“이런 실험에 능숙한 것 같아. 성적도 좋고.”
유진영 교수는 매번 실험을 하는 조원을 바꿨다. 한 학기 동안 좋지 않는 조원을 만나 고생하는 것은 너무나 불운하다는 이유로 매번 추첨을 통해서 조를 편성했다.
그러면서 유학을 갔을 때 기부입학을 한 녀석을 둘을 한 학기동안 자신에게 붙여 주어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학점도 좋지 않아 짜증이 났다는 일화를 말하기도 했다.
“실험을 좋아하고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라면 내 연구실로 찾아와. 사실 내가 연구조교를 배정받는데 뒤로 밀려 그 문제로 골치가 아프거든.”
대학원생이나 고학번 대학생을 연구조교로 받아들이는데 명석대는 교수가 직접 선발하지 않고 학과 사무실에서 일괄적으로 신청 받고 배정을 했다.
전에는 연구실별로 선발을 했는데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발생하여 잘 되는 연구실은 잘 되고 안 되는 연구실은 안 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신청 공동배정이라는 괴상한 제도를 도입하여 3년간 시행했는데 완전히 실패를 했다.
사실 능력이 뛰어난 대학원생이나 대학생이 유능한 교수의 연구실에게만 지원을 하니 실력이 떨어지는 교수들은 결국 실력이 떨어지는 연구원을 받아야 했다.
보통 유능한 교수는 젊은 교수이고 실력이 떨어지는 교수는 나이든 교수가 대부분이었는데 그런 현상이 맘에 들지 않아 그런 제도를 만든 것이었다.
결과는 모든 연구실이 다 망하는 것으로 귀결이 되었다. 능력 있는 교수는 연구원이 받쳐주지 못했고 유능한 연구원은 무능한 교수에게 찍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결과 젊고 유능한 교수는 배정의 대상에서 제외된 저학년생까지 동원하여 살길을 모색했다. 연구실에 배정이 된 대학원생이나 대학생들은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만 되는 자들이 많았다.
교수가 직접 실습에 직접 나선 이유도 조교를 믿지 못해서 나서는 것이기도 했다. 그가 부임한 해에 조교에게 실험을 맡겼는데 평가를 개판으로 하고 말았다. 중간에 발견하여 적당히 수습을 했지만 연구실에 배정된 자들은 그런 일을 서슴지 않고 하는 자들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아는 것이 없어서 더 배우면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아직은 공부할 때라서요.”
연구실에 가서 연구생을 한다면 나중에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은 엄청나게 고생만 할 것이기에 정중히 사양했다. 더구나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았다. 나중에 군대에 갔다가 복학을 한 후에나 고려해볼 일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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