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50
장인걸은 총학생회가 주최한 5월 축제 개막식에 참석했고 그 자리에서 총장이 수여하는 ‘자랑스러운 명석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수로 활동하면서 마라톤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하여 학교의 명예를 드높인 것을 인정하여 상을 주었다.
장인걸은 굳이 그런 상을 줄 필요가 없다고 거부했지만 상을 주고받는 자체가 학교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논리에 결국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런 행사는 장인걸에게 조금 멋쩍은 행사였다. 학교에 이용을 당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좋은 것이 좋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였다. 그래도 나중에 공적인 이유로 학교의 협조가 필요할 경우 용이한 면이 있을 것 같았다.
“자, 축제를 시작합니다. 에브리 바디, 댄스.”
장인걸은 무대에 올라서서 관객들을 향해 크게 내질렀다. 그런 다음 뒤에 있는 문라이트에게 신호를 보냈고 빠른 템포의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자, 모두 신나게 흔들면서 몸을 풀었습니다. 다 같이 신나게 노래를 불러 봅시다.”
장인걸은 클럽분위기로 시작했다. 주로 1집 앨범에 수록한 곡들을 불렀다. 대충 1만 명 가까운 인원이 운동장에 모인 것 같았다. 대대적으로 홍보를 한 결과 많은 사람이 몰렸다.
‘하여간 철저하군. 총학생회에서 잡상인들을 싹 정리하고 허가를 받은 자들만 장사하도록 했군.’ 장인걸은 운동장 옆에 있는 잔디밭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터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거기에도 운동장에 있는 사람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술을 마시면서 모여 있었다.
전이라면 눈앞에 모인 사람만 바라봤을 것인데 지금은 주변의 모든 것을 살필 여유가 있었다. 장인걸은 문라이트와 같이 공연을 했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백댄서와 같이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아휴, 너무 흔들면서 노래를 했더니 숨이 차네요. 마라톤 선수라서 체력 하나는 자신 있는데 여러분들의 뜨거운 호응에 폭주하고 만 것 같습니다.”
장인걸은 그렇게 말하고 생수병을 따서 물을 한 모금 시원하게 마셨다.
“제 모습이 조금 섹시했나요? 옆으로 서서 물을 시원하게 마셨는데 마치 모델 같지 않아요?”
그러자 한쪽에서는 호응이, 한쪽에서는 약간의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자 장인걸은 정색한 모습을 보였다.
“저한테 야유를 보낸 사람들, 다 남자들이군요. 아휴, 원래 원정경기에서 야유가 크면 클수록 슈퍼스타라고 합니다. 남자들이 저를 공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역시 잘 빠진 내 모습에 남자들이 질투하고 있네요. 자, 이번 곡은 ‘남자의 질투’입니다.”
장인걸은 모처럼 2집에 수록된 노래 중에서 잘 부르지 않았던 노래이지만 남자의 질투라는 곡을 불렀다. 내용은 자신보다 연적이 멋있어 보이지만 그저 질투만 하기보다 연인에게 더 멋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제목은 부정적인 의미가 있지만 내용은 희망을 담고 있었다. 그렇기에 장인걸은 그 노래를 불렀다. 현재는 구차하지만 미래는 멋진 모습이 될 거라는 내용이었다. 어려운 경제현실로 인해 지금은 어렵지만 극복할 것이란 메시지를 담았다.
장인걸은 사회자 없이 직접 필요한 이야기를 하면서 공연을 이어갔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이 점점 늘어나 운동장에 2만에 가까운 인원이 모였고 주변에도 1만 명이 모였다. 총 네 곳에 세운 거대한 멀티스크린으로 공연실황을 중계하고 있었다.
“원래는 40분 정도 공연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총학생회와 논의를 하면서 계속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 논의를 하자 40분은 너무 짧은 것 같다, 그냥 한 시간은 채워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그렇게 합시다. 이랬는데 마라톤 끝나고 돌아와서 이야기를 다시 하니 손님들이 멀리서도 올 수 있는데 한 시간만 하고 끝내면 너무 서운하다고 하면서 중간에 약간 휴식을 두고 축구처럼 전후반 45분으로 하자고 하여 결국 1부와 2부로 나누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1부였습니다. 제가 10분 정도 숨을 돌릴 동안 우리 동아리 전상운 선배님이 나와서 멋진 색소폰 메들리를 들려드릴 것입니다.”
장인걸은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전상운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무대 뒤로 문라이트와 함께 물러났다.
장인걸은 과 친구인 최미선에게 연락을 하여 중간 휴식 시간에 잠시 만났다. 이미 사전에 그 시간에 만나자고 이야기를 했기에 와서 대기 중이었다.
장인걸은 다른 곳에서 만나 이상한 소문이 나는 것이 싫었고 대기실이 적당할 것 같았다. 대기실 한쪽에 여섯 명의 여학생이 모여 있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미선이 과 친구인 장인걸입니다.”
장인걸의 소개에 여학생들은 까르르 웃었다. 웃긴 내용은 아니지만 장인걸이 조금 과장된 표정을 지으면서 최미선과의 친분을 과시하니 뭔가 우스운 것 같았다.
“사진부터 한 장 찍어요? 미선아, 여기 네가 찍어.”
친구들이 최미선에게 디지털 카메라를 넘기면서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그것도 일종의 장난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황지현이 카메라를 받아서 촬영을 해주었다.
장인걸은 그들과 같이 사진도 찍고 다시 사인도 해주었다. 자신에게는 사소한 일일 수가 있지만 친구인 최미선에게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최선을 다했다.
“웬일이야? 네가 이렇게 친절한 사람은 아니잖아.”
쉬는 시간이 끝나가자 간이 팬미팅은 끝이 났고 최미선은 나가기 직전에 장인걸에게 고맙다는 말 대신에 타박을 했다.
“나야 항상 친절하지. 네가 항상 불퉁하게 말을 걸었지. 나중에 수업시간에 보자.”
장인걸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무대로 올라갔다.
“6월에 제가 전국 순회콘서트를 할 계획입니다. 현재 계획을 잡으면서 일정을 협의 중인데 장소를 정하는 문제로 인해 쉽지가 않습니다. 가급적이면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좋은 음향 상태를 확보하기 위해 체육관을 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확정이 쉽지 않습니다.”
장인걸은 기자회견을 통해 밝혀야 하는 내용이지만 그냥 공연 중에 그 사실을 알렸다. 장소 문제로 지방자치단체나 체육단체의 협조가 필요한데 협조를 잘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래서 아예 콘서트 계획을 공개하고 언론과 팬들, 지역주민의 힘을 빌려 보다 빨리 대관을 마무리하고 일정을 잡고 싶었다.
장인걸은 노래를 하고 난 다음에 이런저런 토크를 했다. 숨을 돌리는 면도 있고 노래에서 빠져나오는 시간도 필요했다. 노래를 하고 바로 이어서 다음 노래를 부르면 전후의 노래의 분위기가 다르면 자칫 감정의 혼란이 와서 몰입을 방해할 수가 있기에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제가 처음 마라톤을 시작할 때 노래나 하지 쓸데없이 마라톤이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스포츠이기에 잘하건 못하건 하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좋은 성과를 거둘 수도 있었고요. 지금은 결과를 보이니 인정을 해주는 것 같습니다.”
장인걸은 일반 행사와 콘서트가 다른 점을 깨달았다. 행사를 나가는 것은 행사 자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보조적인 의미였지만 이번 공연은 공연 자체에 목적을 두고 있기에 장인걸과 노래 자체에 전적으로 초점을 맞출 수가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 우리 학교 학우들만 모인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화공과 97 학번이고 ‘기타하나 둘러메고’라는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공연을 할 때 가끔 친구들 푸념을 듣기도 합니다. 너 때문에 한 달 용돈 다 썼다고? 이번에도 그런 푸념을 들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기분 좋은 말이라는 것을 압니다. 학우여러분, 다들 멀리서 오신 손님 잘 대접해 드리기 바랍니다.”
장인걸은 말을 하면서 앞에 앉은 사람들을 살폈다. 공감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많았다.
장인걸은 그날 총 18곡을 불렀다. 시간이 조금 애매했기에 콘서트에서 기본적으로 부를 노래보다 2곡정도 덜 불렀다. 콘서트를 한다면 20곡정도 부르고 상황에 따라 한두 곡정도 더 부를 예정이었다.
“연장전을 원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늦은 시간이라 여기서 줄여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경제가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활기차게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희망으로’를 부르겠습니다.”
장인걸은 백댄서와 코러스까지 동원하여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후에 콘서트를 하기 위한 일종의 쇼케이스였기에 청중의 반응을 살펴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
공연이 끝난 후에 고등학교 친구 여덟 명과 같이 학교 앞에 있는 호프집으로 갔다. 거기에 온 원경희는 상당히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고등학교 다닐 때 노래 잘 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언제 그렇게 노래를 배운 거야? 신기하다.”
원경희가 어느새 옆자리를 차지하고 그렇게 말을 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여자 친구가 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야 공부해야 했으니 어쩔 수 없었지. 대학에 오면서 배우고 알다시피 연예계에 입문한 후에 먼 집안 일가인 장유현씨의 도움을 받기도 했고.”
장인걸은 그렇게 말하고 맥주잔을 들어서 목을 축였다. 혼자 두 시간 가까이 공연을 하고 났더니 중간에 물을 마시고 끝나고 나서도 물을 마셨지만 여전히 갈증이 났다.
“너랑 이렇게 말을 하는 것도 처음인 것 같아. 혹시 사귀는 사람 있어?”
장인걸은 뭐라고 말을 하지 고민이 되었다. 당장 만나는 두 사람이 있다고 사실대로 말을 할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연예인이 여자 친구를 사귄다고 하는 것도 이상했다. 또한 여자 친구가 없다고 하면 원경희 태도를 보면 계속 쫓아다닐 것도 같았다.
“만나는 사람이 있어. 가수 데뷔를 하면서 내 입장 때문에 그냥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 알려지면 나도 피해를 입고 걔도 주목을 받으면 힘이 드니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어.”
장인걸은 미련을 갖지 않기로 마음을 정하고 그렇게 말을 했다. 그래야 원경희가 포기할 것 같았다. 만일에 사귀는 사람이 없다면 계속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면서 주변을 맴돌 것 같았다.
“그렇구나. 대학 친구야?”
“응, 가수 데뷔를 하면서 감추기로 했지. 알려지면 깨지기 쉬우니까.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나나 그 애가 감당을 할 수 있으면 알릴 생각이야.”
장인걸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그 말을 했다. 그나마 이승찬이나 그 무리가 한동안 사라진 상황이고 그들의 본 모습이 동창들에게 다 드러난 상황이니 나중에라도 접근하지 못할 것이니 불행한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장인걸의 말이 끝나자 원경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마도 장인걸이 여자 친구가 있다고 하니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판단이 되지 않아 보였다.
“하긴 여자 팬들은 스캔들이 나면 많이 떨어져 나갈 것이고. 여자 친구도 소문이 나면 힘들 것이고. 잘 되기를 빌게.”
원경희는 마침내 마음을 정리했는지 그렇게 말을 했고 그런 모습에 장인걸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과 연관이 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원경희에게도 나을 것 같았다.
“고맙다. 어쨌든 내 공연을 보려고 와주고.”
“뭘, 이렇게나마 얼굴이라도 보는 거지. 너도 기회가 되면 우리학교에 놀러와. 물론 너야 쉽지 않겠지만.”
장인걸은 원경희와 그 정도로 이야기를 마치자 자연스럽게 자리를 옮겨서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했다. 이제 더 이상 원경희를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장인걸은 120억 원의 광산개발 투자 금액의 약정이 마무리되고 도로개설 허가가 나자 공사를 담당할 건설사를 선정했다. 고작 1.8km에 불과한 거리지만 산을 관통하여 길을 내는 것이라 공사비만 무려 28억 원에 달했다.
“은성종합토건이라는 회사와 계약을 맺도록 합시다.”
장인걸은 중앙의 건설회사가 아닌 지역의 업체를 선정했다. 지역의 업체를 선정할 경우에 일종의 세제혜택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경제에 기여한다는 명분을 챙기는 것이 이득이었다. 물론 능력이 없다면 문제지만 시공실적도 꽤나 좋았다.
“그리고 채광을 위한 법인을 별도로 설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사를 설립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자회사가 나을 것 같습니다.”
백제화학을 모회사로 하는 자회사를 만들기로 했고 그에 따라 양진광산개발이라는 회사가 설립되었다. 100% 백제화학이 지분을 소유하는 회사였고 광산개발전문가인 유청림이라는 인물을 박시운 대표의 추천으로 영입하여 대표로 임명했다.
유청림은 빠르게 중장비를 섭외하고 광부들을 모집하고 현장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발파를 위한 폭파전문가를 섭외하고 필요한 인허가 절차를 진행했다.
“발파를 하기 위해서 인근 군부대와 경찰서, 소방서의 허가까지 득해야 한다니 정말 절차가 복잡한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보다 이제 본격적인 연구개발을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계획이 있습니까?”
장인걸은 백제화학을 방문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현안을 점검하고 있었다.
“물론입니다. 현재 주임연구원(과장급) 이상의 연구원들에게 연구과제 선정을 위한 연구계획을 수립하도록 했습니다.”
현재 백제화학에는 주임연구원 이상의 연구원이 12명 있었다. 일종의 연구팀장이라고 할 수 있었고 그 밑에 연구원과 연구보조원이 2~3명 정도 배치되어 있었다.
장인걸은 보고된 연구계획서를 살폈다. 이미 검토를 한 상황으로 중복이 되는 것이나 경제성이 떨어지는 연구는 보류하도록 하고 있었다.
“절반 정도는 특수금속의 범주에 드는 과제이고 절반 정도는 반도체나 전자소재인 것 같습니다.”
“구비되어 있는 장비 자체가 대부분 특수금속과 관련이 있기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검사장비도 대부분 희토류 관련 성분분석 장비나 실험장비가 대부분인 상황이니 그쪽으로 연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 희토류 사용의 절감 연구가 세 개 있는데 이것을 하나로 모아 연구를 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연구 분야는 조금 다르지만 연구방법은 대동소이한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연구과제도 통합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데 어떤 것을 주로 하고 어떤 것을 부로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논의를 통해 결정하라고 한다면 서로 자신의 주장만 내세울 것이니 위에서 정해주는 것이 나았다.
“반도체 소재에서 균일성 확보를 통한 경제성 제고방안으로 정하죠. 이것이 다른 연구보다 범용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특수금속도 동일하게 적용이 가능해 보입니다.”
이 주제는 분야만 다르지 모든 연구 과제를 관통하는 주제였다. 이 주제로 연구를 하다가 반도체 소재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고 그로 인해 반도체 소재시장에서 일본까지 추월했다.
또한 당연히 소재를 가공하기 위한 설비까지 개발해야 했기에 반도체 장비시장에 진출하여 플랜트 산업의 강자가 되기도 했다. 그것을 알기에 장인걸은 과감히 연구방향을 지정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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