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52
“그런데 마라톤을 해서인지 체격이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달리기 외에 다른 운동을 하고 있습니까?”
“달리기를 하려면 기초체력이 있어야 하기에 헬스도 하고 연예인이라 적당히 호신술도 조금 배우고 있습니다.”
장인걸은 아예 부정하지 않고 적당히 대답을 했다. 기세를 감추었지만 외형으로 드러나는 강인함 자체는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니 몸을 쓰는 마검 최용섭의 눈길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장인걸의 대답에 마검은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그런 것을 보면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대충 짐작을 했지만 모른 척 했다. 아마도 싸움이나 주먹이라는 말을 하려다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까 걱정이 되어 멈춘 것 같았다.
장인걸은 마검의 수준이 우선출보다 한두 단계는 위라는 것을 알았다. 민지훈이 아직 우선출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니 상대 자체가 되지 않아 보였다.
‘저 정도라면 내가 서너 번 정도는 드잡이를 해야 처리가 가능하겠군. 내공도 거의 일류 수준은 되어 보이고. 위험을 감수한다면 한 방에 정리할 수도 있지만 굳이 그렇게 무리할 이유는 없으니.’ 장인걸은 같이 식사를 하면서도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는 마검을 보면서 천생 싸움꾼이라는 생각을 했다. 안광현 보다도 한두 살은 더 나이가 많지만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고 있어 30대 후반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마검 최용섭은 차에 올라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옆에 있는 비서이자 경호원인 한동삼이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머뭇거렸다.
“네가 보기에 주먹으로 나섰어도 한가락 할 것 같지?”
“싸움실력은 어떨지 모르지만 몸만 보면 또래들 중에서 처지지 않아 보입니다.”
“몸이 좋다고 잘 싸우는 것도 아니고 체구가 볼품없다고 해서 무시할 것도 아니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요즘 애 답지 않게 신중하고 중심이 잡혀 있어. 기세도 만만치 않고.”
“그러니 그 나이에 그런 성과를 거두고 큰 사업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마검이 누구를 만날 경우 보통 세 가지 선택을 했다. 아군으로 판단하여 협력할지, 적으로 판단하여 공격할지, 아니면 적아가 불분명하니 판단을 보류할지, 그런 판단에 따라 조치가 달라졌고 한동삼은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있었다.
“아군으로 삼기에는 접점이 별로 없고, 적이라고 하기에는 마찬가지이고 크게 문제는 없지. 결국은 그저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보이니 그냥 멀리서 지켜보는 것이 전부이지. 굳이 안광현 회장이랑 척을 질 이유도 없는 일이고.”
“알겠습니다. 따로 조치하지 않겠습니다.”
“아니, 한 가지는 제대로 해. 연예계 쪽과 연관이 깊은 클럽이나 경비용역이 함부로 시비를 걸어 분쟁을 만들지 않도록 해. 오늘 봐서 알겠지만 상당히 뻣뻣한 성향이야. 힘에 굴복하는 스타일이 아니야. 적당히 타협하는 기질도 아니고. 설사 힘이 부족해 뒤로 물러나더라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반드시 설욕할 타입이야. 괜히 득도 없는데 대립하여 피 보지 않도록 밑에 주의를 줘.”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있을까요? 간판이야 화려하지만 그 정도로 양보할 상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문성학 회장님 수준의 예우입니다.”
명동과 강남역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사채업자 문성학은 리버사이드 파나 종로의 명륜당 파에서도 절대 건들지 않는 존재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들도 조직과 충돌을 하지 않도록 하여 서로 상대의 영역을 넘보지 않았다.
“온 국민이 난리를 칠 상황이 벌어지면 정치권 전부가 움직일 텐데 그걸 감당하라고?”
한동삼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분명 명분마저 없는 상황일 것이니 일방적인 난타전이 벌어질 것이고 그러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한동삼은 결국 자신이 잘못 판단한 것을 인정했다.
“위로 갈수록 힘이 아니라 명분으로 움직여야 해. 물리력, 주먹은 최후에 사용해야 하는 거야. 더구나 공권력 앞에서는 주먹은 사실상 힘을 쓸 수가 없어. 세상이 변한 것을 인정해야지.”
마검은 그렇게 말하고 술기운이 올라오는지 눈을 감았다. 그는 내심 말하지 않은 부분이 마음에 걸려 그 부분을 다시 되새기고 있었다.
‘아니겠지? 그저 우연일 거야. 허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그저 함정이라고 본 것은 내가 착각한 것이겠지.’ 마검은 누구를 만나건 본능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자세를 취하고 한편으로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렇기에 장인걸을 만난 순간부터 내내 공격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일종의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었다.
장인걸은 전문적인 싸움꾼이 아니기에 수도 없이 많은 허점을 보였는데 모든 허점은 그리 치명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저 약간의 이득을 취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결정적인 약점은 사실상 드러나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약점이라고 하는 곳을 공격한다면 치명적인 반격에 자신이 노출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후부터 드러난 약점이 사실은 약점이 아니라 함정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만일 진짜로 그것이 가능하다면 당장 나와 겨루어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발경도 사실상 피하거나 흘리기를 하면 그저 강한 일격에 날리는 것에 불과하다.’ 마검은 미심쩍은 부분이 있지만 선뜻 그 부분을 파고들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본인이 직접 나설 수도 없는 일이고 다른 사람에게 말했다가는 일이 커질 수가 있었다.
‘설마 그 존재가 저 녀석은 아니겠지?’ 마검은 장인걸을 보면서 느낀 위화감이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하려고 했다. 사실이라면 상당히 골치 아픈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 보였다.
공연 티켓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로 인해 프리웨이의 개발팀은 정신이 없었다. 프리마켓도 시스템을 만들어야 했고 판매를 담당할 프리스토어의 프로그램도 완비해야 했다. 아울러 결제를 담당할 프리페이도 폭주를 대비하여 시스템을 완비해야 했다.
그렇기에 가장 기본이 되는 서버를 납품할 폴라텍스트를 방문했다. 서버 가격이 인하되어야 대규모 증설이 가능했다.
티켓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각종 소프트웨어도 개발해야 하지만 그에 걸맞은 하드웨어도 확충해야 했다. 특히 티켓 판매는 동시접속자가 한 순간에 집중되는 상황이 벌어지기에 그런 상황에 대비해야 했다. 기존 대비 최소 10배가량의 동시접속자를 감당해야 서버가 다운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티켓판매는 원시적이고 인위적인 D-DOS 공격을 유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100만 정도가 동시에 접속을 해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프리스토어나 프리페이의 서버의 용량을 확충할 필요가 있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활성화가 되면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티켓의 판매는 선착순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니 원하는 사람은 모두 판매개시 시점에 몰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과부하가 걸렸다.
수요자가 판매량에 근접하면 문제가 아니지만 20:1, 심지어 100:1에 이르면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하고 다운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 번 다운이 되면 긴급으로 복구를 해도 동일한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스타일의 기판개발이 완료되었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어 전보다 원가가 상당히 절감이 될 것 같습니다. 기존에는 총 네 개의 기판으로 나뉘어 있어 와이어로 복잡하게 연결이 되었는데 단 두 개로 줄인 덕분에 원가를 줄인 것 외에도 내부 공간에 여유가 생겼고 에러도 줄어들었습니다. 여기에 서버의 가장 큰 문제인 중에 하나인 발열도 훨씬 감소했습니다.”
“방열팬의 과부하도 줄었을 것 같군요? 서버수명이나 기타 부품의 수명도 늘었고요.”
“맞습니다. 실내 온도를 24℃ 이하로 낮춘다면 열로 인해 인한 시스템 다운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전력소모도 그만큼 줄일 수 있는 것 같군요.”
“맞습니다. 기존 제품 대비 사용전력도 30% 정도 줄었고 IDC의 에어컨 가동비도 그만큼 줄일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전자교환기의 성능개선작업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인터넷 접속이 용이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던데요?”
폴라텍스트는 얼마 전에 유선통신에 사용하는 전전자교환기를 면허생산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물론 전화 교환기용이 아닌 인터넷 회선 전용 전전자교환기로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상당한 진척이 있었습니다. 유선만이 아니라 무선에도 사용이 가능한 방식으로 개선이 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특허를 라이선스해야 하지만 어쨌든 무선통신장비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하드웨어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도 중요했습니다. 교환기의 원천기술을 서버 내부에 접목할 경우 트래픽의 병목현상을 상당부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전전자교환기의 모든 특허를 라이선스한 것은 서버에 사용하는 특허 상당부분을 커버할 수 있어 나중에 특허 협상에도 유리했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앞으로도 기술투자를 더 해주십시오.”
“특허의 상당부분을 프리웨이에서 차지했기에 우리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이러다가 특허 때문에 폴라텍스트가 프리웨이에 종속이 될까 걱정입니다.”
프리웨이에서 필요한 장비를 발주하다보니 해당 제품의 개념이나 콘셉트 자체를 프리웨이에서 설계한 상황이니 당연했다. 거기다가 운영시스템도 프리웨이에서 손을 보다보니 특허의 권리 절반은 프리웨이에서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각종 서버는 프리웨이에서 제일 먼저 발주하고 현장에 적용하여 시험을 한 후에 다른 회사에 판매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폴라텍스트로서도 일종의 테스트 마켓으로 프리웨이를 활용하고 있었다.
프리웨이도 첨단 시스템을 먼저 도입하여 다른 경쟁자보다 기술적인 우위를 확보할 수 있으니 서로 윈-윈 할 수가 있었다.
“참, 세 회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에 대해 권이조 사장은 뭐라고 합니까?”
폴라텍스트와 진명전자는 보다 효율적인 서버의 개발과 생산을 위해 합병을 논의하고 있었다.
“일단 영일전자에서 넘겨받은 자회사를 먼저 우리가 흡수통합한 후에 8:2로 통합하기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장 사장님의 경우에 두 법인 모두 30%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에 어떤 비율로 합병을 해도 여전히 30%의 지분을 가질 것입니다.”
“외국에서 특허 문제로 클레임이 걸리지는 않았죠?”
“범용 장비가 아니다보니 아직까지 외국의 장비회사에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특허침해로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모든 것을 다 특허출원하여 나중에 협상할 때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기술이 좋다면 상대와 적당히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수도 있고요.”
“국내에 관련 특허가 출원이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장이 되어 잊힌 경우가 많지만 출원시기가 빨라 외국 기술에 대항할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출원자를 만나 특허를 인수한다면 외국과의 협상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기술이 개발되어 특허를 출원하지만 상품화에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렇기에 현재 상업화에 성공한 외국업체의 특허보다 먼저 출원이 되었다면 역으로 특허료를 주지 않을 수도 있고 상대특허를 무효로 만들 수도 있었다.
“찾아보면 비슷한 특허가 많습니다. 설사 등록이 되지 않았더라도 출원을 했다면 그 권리를 확보하여 재차 보완하여 출원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런 방법도 있다는 건 아시죠?”
“연구소에서 조사를 하고 출원자들과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일부는 수정출원도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맨땅에 헤딩한 상황이니 어떻게든 근거를 만들어야 하겠죠. 전전자교환기 관련 기술도 라이선스를 하면서 다른 특허에 대항할 여지가 없는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당장 언제 해외 장비업체에서 특허 소송이 들어올지 몰랐다. 그전에 최대한 대항할 수단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야 최소한 협상을 하는 자리를 만들 수가 있었다.
“로열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봐야죠. 그리고 기술개발에 최대한 투자하여 미래의 기술을 확보해야 합니다. 라이선스 교환을 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하지 못하면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해당 산업에 접근조차 하지 못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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