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53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근간이 되는 네트워크 장비를 외산에 의존한다면 결국은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갈수록 인터넷 속도경쟁이 벌어질 것인데 그런 대응을 해줄 수 없다면 적용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무선통신장비는 어떤가요? 그쪽도 시장이 유망합니다. 특히 중계시설을 적절하게 갖추어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장비공급이 가능해야 합니다.”
“늦지 않도록 개발할 것입니다. 문제는 자금인데 제가 가진 것이 없는지라 걱정입니다. 그렇다고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것도 문제이고요.”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지출하려면 유상증자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지분율이 낮아지고 그러면 경영권마저 위험해지기에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
“제가 40% 수준까지 지분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합병이 끝난 후에 유상증자를 하시죠. 경영권을 최대한 보장을 해드리죠. 10%에 35억 정도로 하죠. 그래도 자금이 더 필요하다면 관계사 가수금 납입방식으로 급한 자금을 지원해줄 수도 있고요.”
몰리브덴의 채굴은 노천에서 하는 것이라 어렵지 않았다. 채굴허가가 나온 상황이니 길을 포장하지 않아도 작업이 가능했다. 그렇기에 이미 채굴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출하가 이루어지면 몇 달 안에 필요한 자금이 생길 것으로 기대가 되었다.
“알겠습니다.”
장인걸은 폴라텍스트를 휴대폰 제조 산업 정도로 성장시킬 계획이었기에 초기에 확실하게 투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렇게 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장인걸은 그동안 광고 모델을 하더라도 업체 담당자나 오너와 가깝게 지내지 않고 있었다. 그냥 업무적으로 원만하게 일처리를 할 정도의 관계만 유지했다. 하지만 얼마 전에 몰리브덴 광산의 투자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조금 친분이 생겼다.
직접 방문하여 설명을 하고 투자 금액을 모아야 했다. 그런 일까지 민수길이나 다른 사람을 보낼 수는 없었다. 특히 장인걸이 회귀 전에 근무했던 삼광식품은 광고모델을 하게 되면서 다른 업체와 달리 조금 더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장인걸이 음식점에 당도하자 육진원 마케팅 담당 이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장인걸이 회귀할 시점에는 사장을 맡고 있었지만 아직은 이사에 불과했다. 그 때는 고작 대리에 불과해 말을 붙이는 것도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50대 초반의 임원에 불과했다.
“아이고, 제가 먼저 와서 기다려야 하는데 늦었습니다.”
아직 10분 전이지만 한국의 정서가 정시라는 개념보다 위아래 사람이라는 개념을 우선하는 시점이니 숙이고 들어갔다.
“아닙니다. 길이 막힐 것 같아 사장님이 먼저 나선 것입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갑시다.”
삼광식품의 오너인 김광선은 다들 회장이라고 칭하는 상황에서도 사장이라는 직책으로 불러달라고 했고 공적인 자리에서는 대표이사라는 직책을 내세웠다. 회장이라는 명칭이 허세만 가득 찬 이름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결국 계열사가 하나 둘 생기면서 계열사 사장이 등장하자 5년 후에 조직개편을 단행해 그룹 회장으로 2선으로 물러나고 부사장이던 육진원이 사장으로 승진을 하게 되었다.
“어서 와요. 내가 장인걸씨 팬이라 만나서 이야기라도 하고 싶었는데 이제야 제대로 만나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음식점의 별실로 들어가자 김광선 사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자리는 장인걸이 만나자고 하여 마련한 자리였다. 그렇기에 사장인 김광선과 장인걸과 채널을 유지하는 육진원 이사만 자리를 했다. 장인걸은 민수길 본부장을 대동했다.
“여기는 히어로기획의 본부장과 흥아 엔터를 대표를 맡고 있는 민수길 사장입니다. 제가 공연을 하고 마라톤을 하다 보니 각종 실무는 다 처리하고 있습니다.”
장인걸은 민수길을 소개했다. 중간에 협의를 담당했기에 장인걸보다 그 둘을 더 잘 알 것이지만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었다.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으니 한정식이 차려졌고 반주를 곁들여서 식사를 했다. 그러면서 간간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 콘서트를 하는데 후원을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히려 우리가 더 고맙다고 해야죠. 그간 장인걸 선수 덕분에 음료부터 과자나 식료품이 얼마나 팔렸는데 말입니다. 가끔 장인걸 선수의 모델료를 놓고 과자 몇 봉지, 음료 몇 병 하면서 따지는 임원들도 있지만 그렇게 쪼잔하게 계산을 해서는 안 되는 거죠. 다 해서 1억 원 정도 된다고 하더군요.”
삼광식품은 콘서트를 할 때마다 입장하는 관객들에게 시원한 생수와 음료를 지원해 주기로 했다. 특별히 콘서트 기념품이라는 문구를 넣기로 했다.
“이룸전자에서 야광봉을 제공하기로 했는데 그것을 생각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육진원 이사가 팬들에게 증정하는 물품 중에 야광봉을 놓친 것에 대해 애석해 했다. 각종 사은품도 스폰서들이 경쟁적으로 넣으려고 해서 그것을 배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우리야 먹는 것을 만드는 회사인데 굳이 그것까지 욕심낼 필요는 없지. 이번에 육진원 이사가 육상팀을 만들면 어떨까 제안을 하는데 장인걸 선수의 생각에는 잘 될 것 같습니까?”
장인걸은 자신 때문에 전에 없던 일이 벌어지는 것 같아 어떻게 대답을 할지 고민이 되었다. 자신은 굳이 훈련비를 지원받을 필요는 없지만 다른 육상 선수를 생각하면 팀은 하나라도 더 있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무조건 팀을 만드는 것은 나중을 생각하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2~3년 사이에 폐지를 한다면 그것은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섣불리 권유할 수도 없었다.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면 육상의 발전에 좋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의 마케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신중하게 검토를 하여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장인걸은 냉정하게 이야기를 했다. 기업은 자선사업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회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해야 했다. 자신도 프리웨이에 육상팀을 만드는 것이 어떨지 검토를 했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포기했다.
“하긴 육상을 지원해서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더구나 우리나라는 세계무대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평가절하 하는 상황이니 말이요.”
“그런 면이 있습니다. 국내 무대에서 경쟁을 하는 것도 가치가 있는데 세계에서 1위를 하거나 1위와 호각지세라도 벌여야 그나마 눈길이라도 주니 그것도 문제입니다. 세계에서 통할 스타가 탄생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 말입니다.”
한국에서 1위를 하고 경쟁을 하는 것도 가치가 있지만 국민들은 도토리 키 재기로 치부하고 폄하를 했다. 그나마 축구나 야구라면 조금 관심을 가지는 편이고 나머지는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세계 정상권에 들어야 조금 관심을 보였다.
“차라리 팀과 선수를 후원하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그러면서 삼광식품 특성을 살려 기능성 식품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다이어트를 하거나 피팅을 할 때 필요한 좋은 음식을 개발하는 것도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장인걸이 회귀를 하기 직전에야 삼광식품은 기능성 식품의 개발에 눈을 돌렸다. 그 때에야 그런 식품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지만 조금 빨리 시작을 하면 그만큼 유리할 수도 있었다.
“아, 그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운동선수에게 무엇보다 좋은 음식이 필요할 것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생활체육 분야를 지원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라톤이나 등산 같은 분야는 생활체육으로 저변이 두터운 면이 있습니다. 낚시 같은 분야도 좋고요.”
장인걸은 김광선 사장이 꽤나 건실하고 양심적인 사업가라는 것을 알기에 그런 조언을 했다. 지금부터라도 그런 분야에 투자를 하면 웰빙과 기능성 식품 분야를 선점할 것으로 보였다.
장인걸은 추가로 세 개의 광고를 촬영했다. 돈이 필요하기도 했고 마침 새롭게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광고의뢰가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더구나 만으로 20세가 되지 않아 하지 않던 맥주광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글로벌 스포츠웨어 메이커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마라톤의 기저에 존재하는 조깅인구를 끌어들이는데 장인걸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는지 계약금 200만 달러에 각종 승리수당을 옵션으로 달아서 계약했다.
올림픽과 4대 마라톤대회의 우승을 할 경우에 30만 달러를 승리수당으로 받도록 했고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은 20만 달러, 기타 A라벨 대회는 10만 달러를 받게 되었다. 대신에 실버라벨이나 브론즈는 고작 3만 달러밖에 받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또한 마라톤 대회에서 TV중계를 할 때 메이커의 유니폼을 입고 화면에 많이 노출되면 그만큼 돈을 많이 받도록 했다. 일종의 시청률과 노출시간을 연동하여 보상을 받도록 했다.
“이런 계약도 가능한 것이군요. 이렇게 되면 대회에 나갈 때마다 무조건 선두에 나서서 달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중계방송 내내 나올 것이니 말입니다.”
이원희는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자신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성과급 계약을 맺자 감탄을 했다.
“앞으로는 스폰서 계약이 이런 방식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무조건 이름이 높은 것만 따지지 않고 성과에 따라서 보상을 받도록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진짜로 샌프란시스코마라톤대회까지 참여할 계획이에요? 그 대회는 7월말에 개최되어 어느 대회보다 힘든 대회라는데요. 더구나 노면 상태도 좋지가 않아 피로도도 높고요.”
샌프란시스코마라톤대회는 어느 대회보다 도시친화적인 마라톤대회라서 도심을 관통하는 코스를 달렸다. 더구나 7월 마지막 주말에 폭염 속을 달리는 경우가 많아 어느 대회보다도 부상의 위험도 높고 후유증이 컸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방콕에서 열리는 것을 아시죠? 거기서 달리기 전에 더위 속을 달리는 것이 어떨지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더구나 일 때문에 방학 중에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서부를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니 겸사겸사 가서 돈도 벌면 좋은 것이죠. 조금 더 시간이 지나 마라톤 선수로 이름을 날리면 마라톤 대회가 열린 도시에서 우승한 후에 콘서트를 할까 생각중입니다.”
“그러면 런던, 뉴욕, 로테르담대회도 참여할 계획인가요?”
“올해는 아시안게임에 참가해야 하기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기에 자제하고 내년에는 런던과 세계육상선수권, 뉴욕 대회를 참가하고 2~3개의 골드라벨 대회를 참가할 계획입니다.”
장인걸은 기록상으로는 이미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출전티켓을 확보한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국 선수 중에 장인걸보다 기록이 더 좋은 선수가 3명 이상 나온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참가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육상연맹에서 회장님이 한 번 만났으면 합니다.”
장인걸은 육상연맹과의 연락은 이원희를 통해서 하지 직접 나서지 않고 있었다. 필요하다면 히어로기획의 고문 변호사인 이진영을 대동하도록 하고 있었다. 이런 장인걸의 태도에 이원희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절차상 문제가 없기에 그냥 넘어갔다.
“만날 때가 되긴 했습니다. 그런데 육상연맹에서는 자신들이 내세운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장인걸의 말에 이원희는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두 번의 한국최고기록 갱신 포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1억5천만 원씩 두 번이니 합쳐서 3억 원을 지급해야 하는데 여전히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당장 돈이 아쉬운 것은 아니어서 재촉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 없었다.
“그게 이사회에서 통과를 해야 하고 재원을 마련해야 해서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 문제 때문에 만나자는 것 같습니다.”
“아시안게임 준비를 할 자금을 집행해야 하기에 적당히 기부금 처리를 했으면 한다는 말인가요?”
포상금의 경우에 주었다가 빼앗는 식의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 사정이 나은 팀이나 선수에게 압력을 가해 받지 않도록 했다. 물론 자신들의 공약이니 주고 난 다름에 다시 기부를 받았다.
“기부처리를 하다가 세금폭탄을 맞을 수도 있지 않나요?”
수령을 포기하는 것은 세금이 없지만 받았다가 기부할 경우에는 소득세가 발생했다. 그것을 모르고 있다가는 나중에 소득탈루로 세무조사를 받고 신고누락으로 가산세까지 추징을 당했다.
“어쨌든 만날 것이지만 콘서트 문제가 있으니 나중에 보기로 하죠. 7월 초에 아시안게임 엔트리가 발표된 후에 말이죠.”
장인걸은 굳이 그 전에 만나 이상한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메달을 위해 장거리 트랙종목으로 전향하라는 헛소리를 해댄다면 일이 이상해질 수도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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