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tural Order RAW novel - Chapter 154
드라마 ‘태양의 계절’은 마침내 첫 방송을 하여 좋은 시청률로 시작했고 촬영은 중반을 지나 종반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너 때문에 내가 쉬지도 못하고 주말마다 강행군을 하고 있다. 이거 선배 알기를 개떡같이 아는 것 아니야?”
촬영 중간에 유희주로 나오는 강수영이 대기실 겸 분장실로 사용하는 촬영버스로 들어와서 푸념을 했다. 주인공은 김태양이지만 박대필과 유희주는 그 김태양의 배후에 존재하는 서브주연이나 마찬가지였다.
“촬영 일정은 협조해 주기로 한 것 아니에요? 가급적이면 주말이나 목요일, 필요하다면 5시 이후에 촬영하는 것에 협조를 구했고 그에 대하여 누나에게 양해를 구했잖아요. 더구나 이번 촬영은 내가 문제가 아니라 촬영 장소 때문이기도 하고요. 시간은 대본에 야간이라 나와 있어 야간촬영이고요.”
주된 촬영장소가 사무실 밀집지역이라 평일 저녁에는 너무 붐비는 상황이라 촬영을 하기에 부적절했다. 12시가 넘어야 한가해졌다. 그 시간에 촬영을 하는 것은 좋지 못했다. 결국 주말 저녁에 찍는 것이 그나마 한적했다.
“너는 농담을 진담으로 받으면 내가 할 말이 없잖아.”
강수영은 머쓱한 표정이 되어 장난이라고 말을 했다.
“죄송해요. 단역들까지 뒤에서 뭐라고 하는 통에 조금 예민했던 것 같아요. 이런 촬영은 야간 촬영이라서 저도 평일에 한다면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평일 저녁에는 행인이 많아 결국 새벽에 해야 하는데 제작진이 낮 촬영을 해야 해서 그건 불가능하잖아요. 그래서 주말로 옮긴 것인데 나 때문이라니. 거기다 조연출이나 스텝들도 단역들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하더군요.”
장인걸은 모두 자신 탓이라고 하는 상황이라 맘에 들지 않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장인걸은 시간에 구애되지 않고 촬영이 가능했고 촬영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았다. 복면액션을 찍은 후에 필요하다면 더빙을 하면 되었다.
지금의 상황을 초래한 것은 제작진의 책임이지 장인걸의 책임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제작진은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고 뒤로 쏙 빠져있고 장인걸이 대신 욕을 먹고 있었다.
더구나 이런 비난을 누군가 의도적으로 유발하고 있었다. 실제 박대필의 능력이 장인걸에게도 있었고 그 결과 최초로 말을 꺼낸 인간이 누구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런 자들에게 모두가 놀아나는 것이 짜증났다.
그런 상황에서 선배라고 해도 강수영이 푸념을 하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람이 그러니 더 예민하게 반응한 면도 있었다.
“대역을 구하지 못해 네가 촬영을 하고 그렇기에 촬영시간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는 것이야 알지. 그리고 주말 저녁이 한적해서 촬영하기 쉽다는 것도 알지만 사람들은 주말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 싫은 거야. 이런 상황을 초래한 누군가를 욕하고 싶은 상황이지. 그리고 지금 현장에서 네가 제일 잘 나가는 상황이니 너에게 맞춘다고 생각하여 짜증을 내는 거야. 전에는 나도 촬영이 길어지면 너처럼 욕을 많이 먹었어. 제작진이 장소섭외를 못해서 촬영을 못하다가 겨우 시간을 맞춰 새벽에 촬영을 하는데 내가 딴 일을 하느라 바빠 그 시간밖에 못 냈다고 소문이 난 적도 있어. 나중에 그 사실을 밝히니 그랬다고 감독이 화를 내더라. 욕 좀 먹는다고 안 죽는다는데. 내가 이미 욕먹은 마당인데 그걸 밝혀 다른 사람까지 또 욕먹게 한다고.”
“그러니 계속 참으라는 말인가요?”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 욕을 먹을 사람이 필요하고 그게 제작진보다 네가 되는 것이 촬영을 하는데 나은 면이 많아. 네가 일정 때문에 시간을 옮기는 것이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지만 제작진이 장소 섭외를 잘못하여 계속 주말에 촬영한다고 하면 촬영하는 내내 불편해지지. 쟤들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하면 어떤 요구를 하면 반발하기 마련이고. 그걸 알기에 제작진 측에서는 절대로 너에게 책임이 없다고 말하지 않을 거야. 네 탓이 아니라고 네가 말하면 그것도 좋은 것은 아니야. 너야 이름이 있으니 잘못했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이 없겠지만 스텝들은 감당이 힘들어. 더구나 현장을 컨트롤 하는 제작진의 입장에서 자신들의 잘못을 밝히기 싫어하고.”
장인걸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급하다고 하여 주말과 야간을 가리지 않고 촬영에 임했는데 그것으로 욕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니 짜증이 났다.
“네가 욕을 먹지 않겠다고 나서면 촬영 현장은 개판이 되고 말아. 제작진이 엄청나게 욕을 먹어야 하니. 그러니 일단 참아. 네 입장을 생각하지 못하고 장난을 한 것은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을 초래한 매니저를 달달 들볶을 수 있겠지만 장인걸이 그렇게 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였다. 그러니 부글부글 끓는 속은 혼자 삭여야 했다.
몰리브덴 광산에서 마침내 채굴이 시작되었다. 아직 진입로가 포장이 되지 않았지만 차가 다닐 길을 내자 작업을 진행했다.
“하루에 원광석 기준으로 150톤, 15톤 덤프트럭 10대 분을 출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금액으로 얼마나 되는 거죠?”
“준위가 대략 5%이니 제련을 하면 로스가 발생해 6~7톤 정도 됩니다. 판매가 기준으로 하면 12만 달러 정도 되는데 아직까지 적자입니다. 도로가 개설되고 제련이 정상적인 조업을 하게 되면 하루에 원광석을 500톤 정도, 제련 후에 25톤, 판매가 40만 달러 정도 되면 하루에 15만 달러의 순이익이 발생할 것입니다. 지금은 시범적인 조업단계입니다.”
박시운 대표의 보고에 장인걸은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환율 변동이 워낙 크기에 달러 기준으로 보고를 했다. 한 달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대략 20일 정도 조업을 하면 매출액이 800만 달러에 순이익에 300만 달러라고 할 수 있었다.
12개월이라고 하면 매출액이 1억 달러이고 순이익이 3천6백만 달러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정도라면 1년 안에 투자비를 모두 회수하고도 200%의 수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일단 일정 수량을 출하하지만 일부는 비축을 할 계획입니다. 국제원자재 가격이 유동적이라 올라가면 출하량을 늘리고 떨어지면 줄이는 방향으로 하여 수익성을 높일까 합니다. 수요는 꾸준한 편이니 장기적인 침체는 없을 것입니다.”
원유의 경우에는 저유가나 고유가가 몇 년씩 가는 경우가 있지만 몰리브덴의 가격은 그리 크게 변동을 하지 않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약간씩 상승하고 있었다. 특히 철강산업이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를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몰리브덴의 수요도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연구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그리고 중국에서 들여오는 희토류의 영업은 어떻게 되고요?”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행 중에 있고 연구논문의 발표와 더불어 특허출원을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이게 그 실적입니다.”
그러면서 문서 한 장을 보여주었다. 연구논문은 총 8건이 제출이 되었고 수록은 3건이 되었고 심사가 통과되어 수록예정은 2건이고 심사가 3건이었다. 특허는 총 3건이고 유사, 우회특허를 포함하면 총 12건에 달했다. 하나의 특허에는 2~5개의 유사특허가 동시에 제출이 되었다.
“그리고 희토류의 수입은 기존 실적대비 70% 정도까지 회복이 되었습니다. 영업은 대략 60% 정도이고 나머지는 재고로 비축한 상황입니다. 재고로 보유할 2년 출하물량의 5% 정도를 비축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영업이익 전부를 재고 비축으로 돌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양진광업에서 배당을 받으면 최대한 많은 물량을 확보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장인걸은 나중에 희토류 수급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에 재고를 확보하도록 했다. 현재 국제적으로 희토류의 소비는 매년 30% 정도로 증가하는 실정이었다. 그렇기에 언제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가격이 폭등할지 몰랐다.
“그보다 박사님이 연구하는 것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아직 진척이 없습니다. 생각보다 어려운 연구입니다.”
“저도 고민을 하는데 포화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렇게 하면 균일하게 분포가 될 것도 같은데요.”
회귀 전에 박시운 박사가 인터뷰에서 말했던 내용이 생각나서 슬쩍 그런 말을 했다. 그러자 박시운 박사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게 하면 합성에 사용되지 않은 소재가 응어리가 져서 남지만 소금물의 경우에 소금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바닥에 결정이 남는 것처럼 그런 방식으로 분리를 하면 될 것도 같고요. 물론 비유를 들자면 그렇지만 실제 화학작용에서는 다른 방식을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치환 작업 같은.”
장인걸은 마저 설명을 했다. 인위적인 포화상태를 이루기 위해 일종의 저항체를 촉매로 사용하는 것까지 알려줄까 하다가 그것은 나중으로 미루었다. 연구가 다시 벽에 부딪친다면 알려줄 예정이지만 지금은 그 정도만 언급했다.
일일스포츠 연예 전문기자 천만후는 오늘도 먹잇감을 골라 가십을 찾고 있었다. ‘태양의 계절’이라는 드라마의 인기가 갑자기 치솟자 그와 관련된 기삿거리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전에는 연예인들이 주의를 하지 않아 취재를 하기가 쉬웠지만 지금은 워낙 은밀하게 움직여 보여주는 것 외에 숨겨진 일을 취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오늘은 어디로 움직입니까?”
부사수인 김진석이 운전석에 오르면서 물었다. 온갖 잡심부름을 다하는 상황이니 완전 시종이 따로 없었다.
“이번에는 장인걸이란 녀석을 한 번 털어보자.”
“거긴 조금 껄쩍찌근 합니다. 매니저도 서넛이나 붙고 주변에 경호원이 서넛 붙습니다. 괜히 들키면 골치 아파집니다.”
“집 앞에 가서 대기 탈 생각이야. 그런 사람일수록 집에 들어갔다가 몰래 나와서 이상한 곳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하지연, 걔 내가 잡았잖아. 유부남인 유인수랑 붙어먹었는데 심지어 담당 실장까지 따돌리고 만났잖아. 그게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몰래 나와서 움직인 거지. 집 근처에 주차되어 있던 허름한 차가 밀회 장소로 가는 교통수단이었어.”
김진석은 천만후의 지시에 장인걸의 집 근처로 갔다. 그런 다음 두 사람은 집 근처에 세워져 있는 차량을 살폈다. 고급 주택가이지만 주차장이 넉넉한 것은 아니기에 골목에 차량이 세워져 있었다. 두 사람은 메모지를 꺼내어서 차량 번호를 체크했다.
“오늘도 역시 똑같은 차량만 세워져 있군. 아직 장인걸은 집에 오지 않았어.”
“불이 켜져 있는데요?”
“집을 관리하는 노인 부부가 있어. 2층 거실은 저녁에는 항상 불을 켜 놓는데 양쪽에 있는 방은 장인걸이 오지 않으면 불을 꺼놓아. 둘 다 불이 켜지지 않은 것을 보면 아직 오지 않았어.”
사전 조사를 하도록 누군가에게 의뢰를 했고 그들은 착실하게 요구사항을 조사하여 건넸다. 그 자료를 보고 있었다.
그들이 골목 한쪽에 차를 세우고 장인걸의 집 대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차량 두 대가 오더니 대문 앞에 당도했고 곧 이어서 대문이 열리고 초로의 부부가 나왔다. 그러자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차에서 내려 집안으로 들어갔다.
“경호원이 먼저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안전을 위해서이겠군요? 경호가 상당히 체계적인데요.”
“일단 고개를 제대로 숙여. 재수 없으면 걸리니. 장인걸이 집안으로 들어가면 경호원이 주변도 한 번 살피니까.”
그들은 운전석 좌석 아래쪽으로 몸을 최대한 숙인 다음에 자신들의 모습이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했다. 어둠 속이라 차 안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것을 알기에 가로등 불빛이 차안으로 비추지 않도록 차를 세웠었다.
장인걸이 타고 왔던 밴과 경호원들이 탄 차가 떠나자 천만후와 김진석은 2층 한쪽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불이 켜진 것을 보면 침실이 저기인 것 같군요.”
“아냐. 침실은 저쪽이고 지금 불이 켜진 곳은 생활공간이야. 서재이면서 집무실 같아. 잠을 자기 직전에 저쪽에 불이 켜졌다가 저쪽 불이 꺼진 다음에 마지막으로 불이 꺼져. 침실은 저쪽이라는 의미야.”
집안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대략 집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추측이 가능했다.
“그런데 차가 나오더라도 2층 불이 꺼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 불을 켜놓고 몰래 움직인다는 말이지.”
천만후는 사전에 조사를 의뢰하여 보고서를 받은 상황이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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